인터뷰를 하는 동안 민규의 목소리는 음정과 크기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목소리가 각자 다른 발음의 단어를 전하며 조금씩 생기는 변화는 고유의 리듬을 만들었다. 그의 생활 방식처럼. 

컴백의 시작을 원우 씨와 ‘Bittersweet’로 열었어요. 같은 힙합 유닛이지만 듀엣을 하는 건 어땠나요? 

민규: 두 명이 한 곡을 끌어간다는 게 어렵지만 재미있었어요. 누가 어느 파트를 하자고 의도적으로 나누지 않고 모든 게 자연스럽게 정해졌어요. 생각보다 둘의 목소리가 다르더라고요. 뮤직비디오에서도 둘의 표정에서 나오는 느낌부터 다르고요. 옷도 원우 형은 계속 세미 정장을 입고 저는 캐주얼한 옷을 입고요. 완성된 뮤직비디오를 보니까 제가 자연스럽게 조금 더 불쌍한 사람처럼 보이더라고요.(웃음)


나머지 멤버들이 ‘Bittersweet’ 뮤직비디오 리액션 영상에서 민규 씨한테 “짝사랑 하다 실패했다.”고 놀리던데.(웃음) 

민규: 사랑과 우정 사이에 대해 다루는 곡인데, 딱히 결론을 정한 게 없는데 하다 보니 조금씩 제가 둘이 함께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멀어지는 느낌이 나서(웃음) 재미있었어요. 저는 열린 결말로 받아들여지길 바랐어요. 


곡도 명확한 결말을 안 주고 잔잔한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는 걸로 끝나던데요. 

민규: 맞아요. 정말 열린 결말로 우리의 슬픔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던지고 마무리를 하고 싶었고, 뮤직비디오도 찍어둔 영상으로 더 많은 스토리를 담을 수 있었는데 감독님이 모호하게 마무리 지으셨던 거 같아요. 

여러 가지 감정이 섞인 곡을 주로 하는 랩이 아닌 노래로 불렀는데, 어떤 부분에 집중했나요? 

민규: 둘 다 이번에는 랩하지 말고 노래를 해보자고 했어요. 그만큼 색다른 느낌을 주고 싶었고, 노래의 기승전결을 표현하려고 힘을 어디에서 빼고 주는지의 차이를 많이 느꼈어요. 한 곡을 부를 때 제 목소리를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집중해서 공부하는 시간이 돼서 재미있었어요.


언젠가부터 민규 씨가 노래 부를 때 특유의 긁는 것 같은 톤이 세븐틴에 한 가지 색깔을 더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민규: 그 목소리가 저한테 가장 편한 목소리예요. 처음 쓸 때는 목 상태가 조금 안 좋으면 자칫 갈라지는 소리처럼 들릴 수 있어서 스트레스도 많았어요. 근데 어느 정도 적응하면서 우리의 목소리에 더 차별화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요즘 노래하는 게 되게 재밌어요.


반대로 ‘GAM3 BO1’에서는 랩을 막 쏟아내는데, 그런 스타일의 랩은 많이 들려주지 않았었어요.

민규: ‘GAM3 BO1’는 랩을 어떻게 하느냐 이전에 게임을 안 좋아하는데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가 문제였어요. 원우 형이 훅을 맡은 것도 우리 중에 게임을 제일 좋아하기 때문에 제일 잘 어울릴 거 같아서였고, 버논이도 게임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요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썼고, 남은 게 저랑 쿱스 형이었는데 쿱스 형은 게임을 좋아해요. 저는 게임을 모르는데 아는 척 가사를 쓰면 큰일 날 거 같은 거예요. 그래서 아는 선에서 가사를 쓰려고 노력했어요. 어렸을 때 네이트온 때 한글 초성 이용해서 얘기하는 걸 쓴 것처럼 어떤 표현을 해야 가장 자연스러울지 걱정을 많이 했어요.


격하게 랩을 하는데 내용은 과거의 일상이라는 게 재밌었어요. 작게 보일 수 있는 일상에 대해 생각하고 정리해야 하는 타입 같기도 했고요.

민규: 정리가 필요한 사람 같아요. 계속 흘러가면 다 놓쳐요. 흘러가는 것들을 반복해서 정리하는 게 습관인데, 아버지의 영향이기도 해요. 저한테 “민규야, 이거 이렇게 해야 해.”라고 하시고선 5분 뒤에 또 전화해서 “민규야, 그걸 쉽게 생각하면 이런 거야.” 하면서 설명하시거든요.(웃음) 저도 멤버들하고 미팅하면 “미팅에서 1번, 이렇게 했다. 2번,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함. 3번, 결과적으로 이렇게 됨. 멤버들 추후 논의할 것.” 이렇게 정리해서 보내요. 그렇게 계속 지나간 것들에 대한 확인이 필요해요.

세븐틴의 ‘Snap Shoot’ 뮤직비디오를 만든 것도 일종의 정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영상은 찍은 것들 중에 정리할 순간들만 남기는 거잖아요. 

민규: 맞아요. 영상은 마음만 먹으면 3분짜리 영상도 금방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찍어놓고 뭐 하나 마음에 걸리면 다시 편집하잖아요. 제 성격하고 잘 맞아서 좋은 취미가 된 것 같아요.


‘Snap Shoot’에서 멤버들을 한 명씩 다른 배경 앞에 세워놓고 찍는 장면들이 있는데, 특징을 잘 잡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것도 민규 씨의 정리였나요? 멤버들에 대해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정리한.

민규: 본능적인 정리였던 거 같아요. ‘Snap Shoot’ 찍을 때 촬영 장소를 멤버 이미지에 맞춰 고른 게 아니라 그 장소에 갔을 때 제가 떠오르는 멤버를 불러서 찍었어요. 예를 들어 쿱스 형은 풀밭에서는 찍는 걸 원하지 않을 것 같았고. 근데 풀밭에 데리고 왔을 때 “와 예쁘다” 하고 찍을 멤버가 있어요. 제일 잘 아는 사람들이니까 제일 편해요. 내가 다 찍고 이 사람한테 모니터를 보여주면 “우와, 멋있다.”라고 할 것 같은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우리가 13명이라 보여줄 게 참 많잖아요. 뮤직비디오 찍을 때도 멤버들을 10초씩만 찍어도 한 곡이 만들어질 정도니까. 그런데 그 10초를 골라내는 게 되게 중요해요.


그래서 매거진 ‘GOING’ 편집장을 할 수 있었던 거군요. 멤버들의 10초를 골라낼 수 있으니까요. 

민규: 맞아요. 촬영할 때 PD님께 무조건 해달라고 했던 게, 사진을 찍으면 모니터로 뜨잖아요. 그런데 찍은 모습 그대로 보여주면 멤버들은 흥미를 느끼지 못해요. 그래서 후보정할 때 쓸 필터를 사진에 사용해서 결과물로 나올 사진에 가깝게 보여줘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야 “우와!”가 나온다고. 찍으면 바로 모니터에 화려하게 불빛도 들어오게 세팅을 하니까 멤버들이 흥미를 갖더라고요.

멤버들에 대해 정말 차곡차곡 정리가 다 됐군요.

민규: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연습할 때도 힘드니까 예민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는데, 그때 “야 우리 5분 있음 싸울 거 같은데 쉬자.” 이렇게 웃으면서 말해요. 정말 5분 있다 싸울 것 같을 때, 그 순간을 넘어가는 방법을 이제 아는 거죠.


어떻게 가능해진 걸까요? 

민규: 생각보다 내려놓는 게 편하더라고요. 내가 누군가의 감정을 100% 맞출 수도 없고, 그 사람도 나의 감정을 100% 이해할 수 없는데 우리가 맞추려고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걸 수도 있잖아요. 그런 생각이 드니까 제 자신을 좀 내려놓게 되고, 그러니까 상대방의 선택도 존중하게 되고, 존중을 하는 내 자신이 힘들지 않아요. 며칠 전에 들었던 좋은 얘기가 있는데, 참는다는 건 좋은 표현이 아니라는 거예요. 어떤 의견에 대해 내가 참는다는 건 100% 이해하지 못하는데 참는 거잖아요. 정말 존중하는 거라면 참을 게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여러 상황 속에서 참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보통 참을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건 하고 싶은 걸 하겠다는 뜻인데, 민규 씨는 저 사람도 자신의 세계 안에서는 내 입장을 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걸 이해하네요. 

민규: 지금 하는 이야기들은 멤버들한테만 적용되는 것 같아요. 멤버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감정이고 표현이에요. 멤버들은 데뷔 때부터 가족 같아요. 제가 가족하고 싸웠다고 그 사람과 평생 안 보는 게 아니잖아요. 내가 우리 엄마랑 얼마나 많이 싸웠는데.(웃음) 하지만 가장 소중한 사람도 엄마잖아요. 멤버들과의 관계도 가족처럼 서로의 선택이나 감정을 다 존중할 수 있고, 서운한 게 있으면 서운하다고 말해요.


그런 존중과 이해가 어떤 과정을 거쳐 가능해졌을까요?

민규: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는 걸 알고, 존중할 시간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서로 어렸을 때는 13명이 좁은 숙소에서 살다 보니까 싸우기도 많이 싸웠어요. 그런데 자라면서 더 많이 이해하고, 숙소도 커지면서 각자 개인적인 시간이 생기게 된 게 좋은 영향을 미친 거 같아요. 

‘Bittersweet’ 발표 후에 나온 민규 씨 브이로그가 생각나네요. 집을 꾸미는 과정을 보여줬는데. 

민규: 요즘 상황이 상황이라 바깥에서 무언가를 찍기는 어려워서 집 꾸미는 모습들을 찍었어요.


브이로그에서 침대 주변에 공간을 비워 놓은 게 인상적이었어요. 공간이 텅 빈 느낌이 나도록 침대를 두고 침대 디자인도 심플한 걸 고른 사람의 취향이 궁금해지더라고요. 

민규: 그 침대는 아직도 그대로고, 그 방은 그게 인테리어가 끝난 상태예요. 침대 프레임도 매트리스만 올려 놓을 수 있는 심플한 걸 샀어요.


그런 느낌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민규: 밖에서 생활하고 집에 왔을 때, 튀는 게 많으면 너무 정신없을 것 같아요. 집에 들어와 침대에 누웠을 때 거슬리는 게 없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최대한 집을 비우다 필요한 게 있을 때만 무언가 갖추게 되는데, 그때마다 결정하는 게 고민이겠어요. 

민규: 저한테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걸 갖추는 거 같아요. 그래서 우선은 가장 미니멀하게 집을 꾸미는 것부터 시작해요. 원하는 대로 집을 꾸미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요. 어느 날 자다 어둡다는 생각이 들고, 어떤 스타일의 조명이 필요할 거 같으면 그때 사는 거죠. 사회생활에서는 제 선택이 100% 진행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잖아요. 서로 이해하고 배려해야 하니까. 나만의 공간에서는 100% 내 감정과 선택을 반영하는 거죠.

‘고잉 세븐틴’의 ‘TTT’에서 MT 장소에 가운을 챙겨 갔더라고요. 자는 순간에도 원하는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민규: 그 순간의 감정을 극대화시키고 싶은 게 제일 커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그때 느끼는 감정이 나한테 가장 행복한 순간이어야 하고, 그 순간을 위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으면 너무 좋아요. ‘TTT’에서도 잠을 자는데 그 가운이 있으면 그 순간이 조금 더 완성된 느낌이에요. 그래야 더 몰입이 되고 기억에 많이 남더라고요.


원하는 순간을 구현하는 건데, 바깥에서의 일과 집에서의 생활에 경계를 정하고 싶은 걸까요?

민규: 그래서 집에서는 불도 잘 안 켜요. 조명 하나만 켜놓거나 침대에서도 거의 캔들 하나만 켜놔요. 본능적으로 외부 활동이 굉장히 복잡한 순간들이라고 생각하나 봐요. 집에 들어오면 나를 좀 가라앉혀주면서, 나를 온전하게 만들어주는 순간들이 필요해요.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갔을 때, 그래서 기쁜 순간이 있죠. 

민규: 맞아요. 집에 들어왔을 때 내가 정리한 것들이 바뀌지 않은 채로 있는 것에 대한 안정감이 되게 커요.


그런 생활을 통해 추구하는 삶의 방향이 있나요? 

민규: 생활의 모든 순간들에 더 의미를 담고 싶어요. 공연도 그 순간의 소중함을 더 느끼고 싶고, 끝나고 스태프들에게도 더 감사하고 싶고. 그래야 더 기억에 많이 남으니까요. 안 그러면 소중했던 것들이 그냥 하는 게 돼 버리니까, 그걸 잡고 싶어요. 

예전하고 비교해보면 어때요? 컴백 전에 세븐틴의 데뷔 초를 짚는 영상이 나오기도 했는데. 

민규: 그때를 돌아보면 눈물이 나요. 울고 싶을 때 데뷔 영상을 보기도 하고요. 그때 저희를 보면 꿈이 되게 황당해요. 데뷔한 지 일주일 밖에 안 됐는데 전 세계에서 인기 있는 가수가 되겠다고 했으니까요. 지금도 그때처럼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꿈을 말하고 싶은데, 그저 모두 건강하고 오래오래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부터 들어요. 그때 꾸던 꿈이 현실이 되면서 조금 속상한 느낌마저 들어요.


애니메이션 ‘소울’이 생각나네요. 꿈꾸던 순간이 일상이 됐을 때, 삶의 불꽃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민규: 꿈을 이뤘지만 그래도 삶의 불꽃을 태우면 좋겠는 거죠. 더 큰 꿈을 가지고 싶은데 자꾸 현실을 생각하게 되는 게 싫고. 지금 시국 때문에 콘서트를 못해서 더 그런 거 같아요. 제가 아이돌을 하는 이유는 캐럿들의 함성을 듣고 싶기 때문이거든요. 내가 가수인데, 더 큰 공연장에 가고 싶은데, 지금은 일단 공연장이라도 가고 싶어요.


그런 고민들에도 계속 연습을 할 수 있는 힘이 뭘까요?

민규: 멤버들이에요. 혼자라면 정말 생각이 흔들릴 수도 있는데, 멤버들에게 삶의 불꽃이 있어요. 그 옆에 함께 있으면 같이 타는 느낌이 들어요. 또 누군가는 불꽃에 탈 통나무 역할을 하기도 하고요.


그 멤버들과 무슨 꿈을 꾸고 싶나요?

민규: 개인적으로는 바라는 게 각자 다를 거예요. 팀으로는 아직도 ‘세계 최고가 돼야지.’ 하는 순수한 열정이 있어요. 현실적으로 말하면 ‘모두 안 아팠으면 좋겠다.’지만.(웃음) 멤버들이랑 하는 일이 많으면 고단할 때도 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항상 같은 마음으로 그래요. “그럼 (우리가) 잘 안 될 거야? 잘돼야지.”

글. 강명석
인터뷰. 강명석, 윤희성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오민지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유인영, 김효담(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사진. 채대한 / Assist. 배준선, 손효정, 오창환
헤어. 우은혜(BIT&BOOT), 문현철(BLOW)
메이크업. 고진아, 박수진(BIT&BOOT), 김시진, 손가연(BLOW)
스타일리스트. Team WHITE CHAPLE
세트 디자인. 다락(최서윤 / 손예희, 김아영)
아티스트 의전팀. 안소량, 강미주, 김도윤, 류하영, 박기목, 송진우, 이현주, 정연준
아티스트 매니지먼트팀. 김낙현, 심재현, 장인혁, 송태혁, 진경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