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훈은 데뷔 인터뷰 때와 같이 여전히 조곤조곤한 말투로 차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천천히 꺼내보였다. 달라진 것은 약간은 들뜬 목소리로 조금씩 변화하는 중인 자신의 모습을 말할 때였다.

최근에 운동 메이트가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성훈: 원래 혼자 운동하다가 지금은 친구가 많이 생겨서.(웃음) 보통 PT 선생님이나 멤버들이랑 같이 하고, 이번에 합동 무대 하면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선배님들이랑 많이 친해져서 같이 운동도 하게 됐어요. 혼자 하면 힘이 안 나서 한 개 더 할 수 있는 것도 놔버리기 쉬운데 같이 하니까 더 재밌고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바쁜 스케줄 속에서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요.

성훈: 목표치가 있는 것 같아요. 멋있는 몸으로 가꾸는 거요. 딱 봤을 때 말라 보이지 않고 몸이 예쁘게 잡혀 있으면 옷을 입었을 때 태가 나기도 하고, 몸이 건강해야지 활동도 더 열심히 할 수 있으니까요. 시간 날 때마다 운동하고, 영양제도 꾸준히 먹으려고 하고 있어요.

 

요즘도 스테이크 먹어요?(웃음) 다른 멤버들은 질린다고 하던데, 뭔가에 꽂히면 계속 하는 스타일인가 봐요.

성훈: 어제도 먹었어요.(웃음) 스테이크가 질린다는 건 이해를 잘 못하겠어요. 노래 같은 것도 하나에 꽂히면 무조건 그 노래부터 먼저 듣는 스타일이에요. 근데 요즘은 저의 이런 성향에 벗어나는 행동을 조금씩 해보고 있어요.

 

예를 들면요?

성훈: 제가 원래 액션 장르만 좋아해서 영화를 폭넓게 보지 못했거든요. 근데 최근에 영화 ‘위대한 개츠비’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같이 새로운 것들을 보고 있어요.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면서 보는 눈을 키우는 게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특히 감성을 자극할 만한 걸 찾고 있어요.

 

성훈 씨가 브이라이브에서 한 ‘MBTI 리뷰’에 따르면 감성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 같아 보이는데, 일부러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건가요?

성훈: 좀 그런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요즘 ‘MBTI’ 관련된 것들을 찾아보고 있거든요. 지금 제 모습도 좋긴 한데, 좀 다른 면이 추가되면 제가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예를 들어 꼭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제 머릿속에 나오는 대로 그때그때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면 더 편할 것 같기도 하고. 또 제가 연예계 활동을 하면서 느낀 건데, 발랄하고 시끄러운 모습도 좀 필요한 것 같더라고요. 저의 신중한 모습에 가끔은 줏대 있는 그런 느낌도 보여주면 엔진분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요.

 

자신을 변화시킬 정도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욕이 생겼나봐요.

성훈: 네. 원래는 늘 똑같은 것만 하던 대로 하고 새로운 시도를 살짝 어려워했는데 요즘은 일단 해보려고 해요. 오늘도 이렇게 액세서리를 많이 착용하고, 화려하게 치장하는 느낌으로 화보를 촬영한 건 거의 처음 해보는 시도인 것 같아요. 이런 스타일은 많이 안 해봐서 안 어울리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는데, 사진이 멋있게 잘 나온 것 같아서 만족했어요.

리패키지 앨범의 콘셉트 포토 ‘NO’ 버전에서 모형을 활용하거나 역동적인 구도로 촬영한 것도 신선했겠어요.

성훈: 평소에 하던 거랑 달라서 그런 분위기가 살짝 어렵긴 했어요. 빌딩 같은 구조물을 배경으로 한 촬영은 처음이라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는데, 작가님 디렉팅에 잘 따르면서 저도 콘셉트에 맞게 시크하고 반항하는 듯한 센 느낌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이미지 촬영할 때의 표현력이 점점 늘고 있는 것 같아요. 요령이 생겼을까요?

성훈: 보통 감대로 하는데, 제가 멋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고개 각도나 포즈를 항상 생각하면서 하기는 해요. 근데 제가 익숙한 것을 계속 하는 버릇이 있다 보니까 똑같은 것만 하게 되면 오히려 멋있는 컷이 안 나올 때가 많아서, 틀에 갇히지 않고 과감하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가끔씩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별로일까 봐 안 할 때도 있고 쑥스러워서 못할 때도 있는데, 그런 것들을 신경 쓰지 않고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파워풀하면서도 냉소적인 느낌의 타이틀 곡 ‘Blessed-Cursed’를 소화하는 것도 과감한 도전일 것 같아요. 성훈 씨의 목소리가 미성에 속한데 곡의 로킹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어떤 식으로 접근했나요?

성훈: 곡의 분위기에 맞게 부모님께 반항하거나 이 세계에 저항한다고 생각하고 이미지 메이킹을 하면서 몰입했어요. 그래서 노래를 부를 때 호흡을 좀 빼고 목을 더 많이 긁으려고 했고요. 원래 제 목소리보다 좀 더 굵직한 소리가 나오면 좋을 것 같아서 아래쪽 소리를 쓰는 걸 많이 연습하고 있어요.

 

퍼포먼스에 성훈 씨가 좋아하는 힙합적인 요소가 많던데, 동시에 전체적으로 힘이 많이 들어가는 춤이라 체력이 받쳐줘야 될 것 같아요.

성훈: 되게 힘들어요.(웃음) 쉬는 구간이 없고 다운하는 동작이 많아서 다리도 좀 힘든데, 사실 연습밖에 답이 없긴 해요. 발차기나 싸우기 전에 가드 올리는 느낌의 멋있는 동작들이 많아서 멋있게 추고 싶거든요. 저는 발레나 현대무용을 했던 영향으로 춤에 깔끔한 느낌을 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이렇게 힙합을 해보니까 뭔가 다른 느낌으로도 적용해서 출 수 있는 것 같아서 좋더라고요. 엔진분들에게 새로운 느낌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럼 칼군무가 돋보이는 퍼포먼스 안에서 성훈 씨만의 스타일은 어떤 식으로 녹이려고 했어요?

성훈: 동작을 하는 중에 사진이 딱 찍혔을 때도 되게 멋있게 나올 수 있을 만큼 깔끔하게, 그러면서도 필요할 때는 정말 파워풀하게 출 수 있도록 밸런스를 맞추려고 했어요. 특히 훅에서는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면서 임팩트를 확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목표예요. 

자신의 몸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는 만큼, ‘KBS 가요대축제’에서 방탄소년단의 ‘불타오르네’를 ‘I-LAND’ 이후로 다시 커버할 때 새롭게 느껴진 점이 있었나요?

성훈: 그때와 비교가 될 테니까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무대에 서야겠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사실 남들에게 보여지기 위한 모습보다는 제가 제 자신을 시험하는 느낌으로 연습했어요. 거울로 저를 봤을 때 그때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으로 느낄 수 있게끔요. 그래도 전보다는 더 멋있게 소화했던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이전 세대 아티스트의 대표곡들을 커버하면서 퍼포먼스에 대해 많이 배웠을 것 같아요.

성훈: ‘으르렁’을 이번에 처음 춰봤는데, 박자를 엄청 맛깔나게 타야 하고, 여러 포인트들이 많은 춤이거든요. 그런 스타일을 출 때 되게 재밌어서 저한테 잘 맞는다는 걸 알았어요. 벤치마킹을 제대로 해야지 퍼포먼스를 잘 흡수하고, 저한테 맞는 춤도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EXO 선배님들 영상을 많이 보고 따라 하면서 원곡의 느낌을 살리는 데 집중하려고 노력을 했고요. 그 전 세대 곡들의 춤은 기본기가 베이스인 느낌이라 다시 한 번 기본기를 잡는 데도 도움이 됐어요.

 

세븐의 ‘와줘..’에서 인트로에 맞춰 ‘힐리스’를 타면서 등장했는데, 생소하지는 않았나요?

성훈: 작년에 탔던 인라인스케이트하고는 또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근데 피겨스케이트 타는 것과 맥락은 비슷해서 몇 시간 동안 연습하다 보니 감을 꽤 빨리 찾았던 것 같아요. 세븐 선배님 스타일을 살리면서도 좀 더 미소년 같은 느낌이 나도록 의도했어요. 그리고 최대한 그 시대의 분위기에 맞게 표현하려고, (팔 뻗고 손가락을 돌리면서) 이렇게 옛날 제스처들을 따는 데 신경을 썼고요.

피겨스케이트를 탄 경험이 퍼포먼스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네요. 얼마전 ‘EN-O’CLOCK’ 에서 피겨 스케이팅 실력 발휘를 제대로 했어요. 신기한 묘기들도 보여주던데.(웃음)

성훈: 그땐 즉흥적으로 한 거라 사실 제가 느끼기에는 뭐, 막 한 거죠.(웃음) 근데 멤버들하고 스태프분들이 너무 멋있다고 해주셔서 어깨가 좀 올라갔었어요.(웃음) 묘기도 사실 반도 못 보여준 거긴 한데, 스케이트 타는 모습 말고도 테크닉적인 걸 보여주면 좋을 것 같아서 좀 시전해봤습니다.(웃음) 전처럼 매일같이 일처럼 하는 게 아니라 오랜만에 놀러가서 타니까 훨씬 재밌더라고요. 저희 곡을 배경음악으로 써서 신기하기도 했어요.

 

피겨 스케이팅 팬이 “선수 시절 링크장에서 성훈 씨의 미소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며 남긴 응원 글이 생각나요.

성훈: 아, 저도 본 것 같아요. 그때 사춘기였던 건지 뭔지, 왠지 모르게 웃는 게 좀 어려웠어요. 또래 친구들이 많이 없어서 웃고 떠드는 때가 좀 적기도 했고요. 그래도 무대 위에선 좀 웃어야 했는데.(웃음) 근데 이렇게 아이돌이 되고 나서는 혼자가 아니고 멤버들과 같이 하니까 더 편안한 표정도 나오게 되고, 무대에서도 이젠 잘 웃어요.

 

잘 웃는 걸 넘어 무대에서 ‘표정 장인’이라는 말까지 듣게 됐잖아요.

성훈: ‘I-LAND’ 때의 영향이 큰 것 같아요. 매 테스트마다 저를 좀 더 깨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했잖아요. 그래서 못하겠더라도 어떻게든 눈 딱 감고 표정 연기를 계속 하다 보니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는 거죠. 그때 영상 보면 어색하면서도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뮤직뱅크’의 MC로 활동하게 된 것도 큰 변화예요. 어떤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성훈: 우선 MC를 하면 공백기 때도 볼 수 있으니까 엔진분들이 되게 좋아하실 것 같았고, 저도 말하는 게 좀 트이고, 제 성격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하고 싶었어요. 생방송 때마다 긴장이 되고 실수 없이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는데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적응한 것 같아요. 프롬프터 없이 큐카드만 보는 게 어려워서 대본 연습도 많이 하고, 다른 MC분들이 어떻게 하는지 영상도 보면서 노력하고 있지만, 그냥 직접 부딪혀봐야 더 느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매주 할 때마다 조금씩 부족한 부분을 고쳐 나가는 중이에요.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많은 동료들과 스태프들이랑 커뮤니케이션하는 것도 긴장이 됐겠어요.

성훈: 사실 그게 지금도 어려운데, 계속 하다 보면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렵더라도 용기내서 마주하는 거네요. 어제 ‘KBS 연예대상’에서 ‘롤린 (Rollin’)’을 춘 모습도 인상적이었어요.(웃음)

성훈: 아, 되게 부끄럽더라고요.(웃음) 갑자기 춤을 추라고 하면서 카메라가 훅 들어와서 좀 무서웠어요.(웃음) 근데 차라리 과감하게 춰서 저의 댄스 실력을 보여주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어요. 너무 소심하게 춰가지고.(웃음)

 

베스트 커플상 수상 소감할 땐 너무 유창하게 잘했던데요.(웃음)

성훈: 정말요? 사실 가요 시상식이 아니라서 화면으로만 봤던 분들이 바로 앞에 계시니까 긴장이 많이 됐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밑에 안 보고 카메라만 보려고 노력했어요.(웃음) 그때 멤버들이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보고 싶어서 멤버들이랑 엔진 얘기도 한 거예요. 그래도 이렇게 상을 받으면서 “ENHYPEN 성훈”이라고 딱 얘기하는 게 뿌듯하더라고요.

 

성훈 씨의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응원하게 되네요. 점점 변화하는 모습도 보이고요. 

성훈: 전에는 좀 무섭고 못할 것 같고 그랬는데, 요즘에는 사실 제가 하고 싶기도 해요. 예능도 뭔가 새로운 것도 해보고 싶고, 새로운 스타일도 많이 시도해보고 싶고, 그렇더라고요. 지금도 약간 망설여질 때가 있지만, 막상 새로운 걸 해서 실패한 경험이 많이 없기도 하고, 하나씩 해보니까 자신감이 많이 붙은 것 같아요. 심적으로 여유로워진 느낌도 좀 있고요. 사실 이렇게 활동하다 보면 저절로 바뀌게 되는 것 같아요. 저 같은 ‘MBTI’도요.(웃음)

 

멤버들의 영향도 클 것 같아요. 같이 있을 때 능청스러울 때도 많던데.(웃음)

성훈: 뻔뻔하게 구는 게 나름 저만의 개그 요소인 것 같은데,(웃음) 솔직히 다른 방송 같은 데 나가면 아마 못할 텐데 멤버들이 편하니까 그럴 수 있어요. 멤버들과 늘 함께 있으니까 한 사람 한 사람을 더 잘 알게 되고, 이제는 서로에게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다 느끼는 것 같아요.

전에는 2022년 동계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멤버들과 ENHYPEN으로서 새로운 꿈을 꾸고 있어요.

성훈: 사실 아직 너무 부족해요. 만족 못할 때도 많고, 선배님들과 비교해보면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오히려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는 거니까 좋긴 하지만요. 특히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무대 실력을 위해 춤과 노래, 표정 등의 복합적인 역량을 키우고 싶어요. 무대에서 멋있으면 화보나 MC 같은 활동을 하는 모습도 저절로 성장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콘서트를 하면 전체적으로 많이 성장한다고 들어서, 콘서트도 빨리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올해 팬 미팅과 시상식에서 팬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런 마음이 더 커졌겠어요.

성훈: 엔진분들하고 같이 있는 것 자체만으로 너무 좋고, 신나고 설레서 춤출 때 힘 조절을 못하겠더라고요. 팬 미팅 때 엔진분들께서 이벤트도 준비해주셔서 감동을 많이 받았고, 좀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어요. 사실 아직 팬분들을 많이 본 게 아니라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를 때가 좀 있는데, 이런 부분도 앞으로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많은 경험을 통해 여러모로 성장한 한 해였네요.

성훈: 경험을 많이 한 만큼 보고 느낀 게 너무 많아요. 그러면서 예전의 소심하고 약간 아기 같은 모습이 많이 있었던 때보다 좀 어른스러워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번 앨범에서 더 멋있고 완성도 있는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어요. 지금처럼 성장한 만큼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생겼거든요.

글. 이예진
인터뷰. 이예진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윤해인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허세련, 이건희, 최아라, 차민수(빌리프랩)
사진. 강혜원 / Assist. 장기평, 윤치호, 신용욱, 양지원
헤어. 김소희
메이크업. 권소정
스타일리스트. 최경원
세트 디자인. 최서윤, 손예희, 김아영(darak)
아티스트 의전팀. 김세진, 오광택, 홍유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