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토(범규의 반려조)의 이야기를 하며 두 팔을 크게 휘저으며 날갯짓을 따라 하고, 인터뷰 내내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며 모든 질문에 열정적으로 대답하던 휴닝카이가 일순간 조용히 그리고 차분하게 지금 가장 열정을 가진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요즘 열정을 가지고 있는 건 활동 준비요.” 

이번 컴백은 이전과 달라지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얼마 전에 드디어 대면으로 팬 라이브를 하기도 했죠.

휴닝카이: 모아분들이 아직까지는 마스크를 쓰고 계셔야 하고, 응원 소리도 못 내시지만 눈빛에서 저희를 사랑해주시는 게 충분히 느껴졌어요. 그 전까지는 만나는 횟수보다 못 만나는 횟수가 너무 많았거든요. 팬 라이브에서 돌출 무대로 나가 모아분들이랑 인사를 하는데 ‘그래도 내가 가수구나.’라고 느껴지더라고요.

 

컴백 전에도 많이 바빴죠? 2월에는 에이브릴 라빈의 ‘Sk8er Boi’ 커버를 공개했어요.

휴닝카이: 어릴 때 좋아했던 가수의 노래이기도 하고, 밴드를 하게 되면 꼭 하는 곡이 ‘Sk8ter Boi’라 로망이기도 했죠. 범규 형이 했던 밴드도 이 노래로 무대를 했던 걸로 기억해요. 마침 이번 ‘Good Boy Gone Bad’도 록 느낌이라 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어요. 

 

‘Good Boy Gone Bad’의 장르를 스포한 셈이네요. ‘2021 MMA(멜론 뮤직 어워드)’에서도 이번 앨범을 스포했잖아요.

휴닝카이: 시상식 때마다 다음 앨범을 위한 스포를 조금씩 했어요. ‘제36회 골든디스크 시상식’ 때 연준이 형이 ‘스튜디오 춤’ 때 했던 댄스브레이크를 한 것도 다음 앨범의 느낌을 미리 알려준 거예요. 순수했던 청년이 뭔가의 영감을 받아 스타가 되고 싶다, 멋있어지고 싶다, 나쁜 남자처럼 되고 싶다라는 느낌으로 변하는 건데 이번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타이틀 곡의 록적인 느낌이랑 잘 맞거든요. KBS ‘가요대축제’에서 비 선배님 노래 중에 ‘나쁜 남자’를 고른 이유도 이번 앨범이랑 너무 어울리는 곡이기도 해서고요. 실제로도 ‘나쁜 남자’랑 ‘캔디’가 반응이 되게 좋았던 걸로 기억해서 역시 회사의 큰 그림이지 않았나 싶습니다.(웃음)

‘가요대축제’에서는 금발이었는데 공개된 콘셉트 포토에서는 어두운 색의 머리로 바뀌어서 더 흑화된 느낌이 나더라고요.(웃음)

휴닝카이: 아직 상한 머리가 좀 남아 있다 보니 얼른 패스트 샴푸로 머리 길러서 자르려고요.(웃음) 그리고 ‘END’ 버전은 흰 티를 입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표정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감이 잘 안 잡혀서 정말 어려웠어요. 촬영이 마무리되고도 너무 아쉬워서 한 번 더 찍을 수 있을지 부탁드렸는데 그때 잘나와서 다행히 그 사진을 썼던 걸로 기억해요. 표정은 전체적으로 눈에 힘이 조금 풀렸지만 카메라는 째려보듯 집중하는 느낌으로 촬영하고, 입술을 엄지로든 검지로든 많이 만졌어요.

 

‘Good Boy Gone Bad’는 “나를 버리던 너에게 꼬리를 흔들었던 내 past” 부분처럼 가사뿐만 아니라 보컬적으로도 긁거나 조이듯이 불러서 더욱 흑화된 느낌이 들어요.

휴닝카이: 다행히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 때 목소리를 긁는 걸 연습하고 배워서 생각보다 긁는 건 잘됐는데 부르다 보니 약간 흘러가는 느낌이 들어서 더 딱 꽂히게 하려고 발음을 완전히 씹으면서 부르는 연습을 했어요. 한 글자 한 글자를 또박또박 빠르게 읽는다고 생각하고 연습하는데 또 너무 또박또박 부르면 국어책 읽기가 되니까 그 ‘적당히’를 찾았죠. 라이브 연습도 계속 하고 있는데 오히려 춤출 때 몸에 힘을 주니까 목소리에도 힘이 들어가 세게 불러도 어색하게 안 들려서 점점 수월해지는 것 같아요. 대신 표정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냥 진지하게 가면 되나 싶다가도 막상 곡의 흐름을 보면 진지하게 가면 안 될 것 같고 살짝 미소를 짓는 게 오히려 멋있더라고요. ‘동물원을 빠져나온 퓨마’랑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그 곡은 조금 더 컨셉추얼하고 퓨마 같은 느낌으로 했어야 했는데 지금 앨범은 딱 정석적인 느낌이라 또 다른 느낌이에요. 그때는 정말 퓨마 같은 느낌으로 했어야 해서 오죽하면 저희가 퓨마 다큐멘터리도 찾아볼까 그랬거든요.(웃음) 퓨마가 나무늘보 사냥하는 것도 봤어요.

 

첫 유닛 곡이었던 ‘Lonely Boy (네 번째 손가락 위 타투)’는 어땠나요? 

휴닝카이: ‘Lonely Boy (네 번째 손가락 위 타투)’는 가장 먼저 녹음을 시작했는데 마지막에 끝날정도로 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감 잡느라 정말 오래 걸렸어요. 처음에는 톤을 평범하게 내니까 너무 노래가 안 살고, 그다음에는 호흡을 조금 빼니까 또 너무 뺀 것 같더라고요. 이미지적으로 ‘내가 Lonely Boy라고 생각해보자.’고 상상하면서 불러도 잘 안 됐는데(웃음) 사실 많이 불러서 감이 잡힌 것 같아요. 결국 이 곡은 반복이 답이었죠.

“반복이 답”이라는 말이 휴닝카이 씨의 음악적인 성장에 대한 대답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휴닝카이: 꾸준히 하다 보면 보답이 오는 것 같아요. 다른 장르의 곡이나 작사, 작곡 등 여러 분야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안 돼도 일단 쓰고 보자.’라는 생각으로 가사나 멜로디를 쓰면서 점차 제 색깔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위버스에서 팬분께 외우는 속도가 느려서 고민이 많았지만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빨리 외우게 될 거라고 말하기도 했잖아요. 

휴닝카이: 연습생 때 월말 평가가 있었는데 처음에는 안무 외우는 데 한 달 걸렸었거든요. 그런데 한 달의 시간을 3주, 2주, 1주로 줄이다 보니 이제는 이틀 만에 안무를 다 외우기도 해요. 그렇게 시간이 도와주니까 놓지만 않고 계속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되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피아노 연주도 계속 하죠? 브이라이브에서도 피아노를 치면서 “미완성인 게 참 많죠. 미완성이어도 조금 더 쳐보려고요.”라고 말씀하셨잖아요.

휴닝카이: 사실 아직도 완벽하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긴 한데 그래도 요즘은 실패하더라도 해보는 게 낫지 않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무언가를 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생각을 조금 덜 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러다 가끔 생각이 너무 많아지면 어떻게 해요?

휴닝카이: 생각이 많을 때는 혼자 조용한 곳에서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각을 흘려보내고, 생각이 너무 많아지면 자요. 하루가 지나면 괜찮아지는 편이라서 그날이 너무 힘들고 ‘진짜 어쩌지?’, ‘이래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면 ‘그냥 자자.’ 하면서 자고 일어나면 다음 날 괜찮아지더라고요.

틱톡에서도 그런 태도가 느껴지더라고요. 모아분들께 자기 자신을 남과 비교하지 말라고 하는 영상을 찍거나 ‘Eat with me’ 챌린지에 참여하기도 했죠.

휴닝카이: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게 첫 번째이기도 하고,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꾸준히 틱톡 영상을 찍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단순할 수도 있는데 그걸 통해서 모아분들이 힐링을 받으시니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뿌듯하더라고요. 그리고 항상 저희가 무대 위에 있는 모습만 보여줬는데 모아분들은 한 번쯤 ‘무대 밖에서 뭐하고 있을까?’,  ‘무대 아래에서는 뭐하고 있을까?’를 상상해보셨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의 다른 모습이나 일상 느낌을 보여주면 새로울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인지 ‘X:TIME’에서는 범규 씨가 안무 레슨이 취소됐다고 하니까 그래서 남아서 할 거라고 하시는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죠. 결국 남아서 연습했어요?

휴닝카이: 아뇨.(웃음) 그래도 그때가 안무 레슨 중간이어서 그 뒤로는 열심히 연습했답니다.

 

그 영상에서 입은 옷이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계속 보이는 옷이던데요. 

휴닝카이: 개인적으로 후드 티랑 편안한 바지를 좋아하기도 하고 신발 하나도 좀 오래 신는 편이어서 후드 집업에 트레이닝복, 신발 이렇게 입고 다녀요. 오죽하면 저 격리됐을 때 모아분들이 “휴닝카이 보고 싶다.”며 후드 집업, 트레이닝복, 신발 사진을 올렸는데 실제로 저 복귀할 때 딱 그 패션 그대로 입고 온 거 보고 “얘는 바뀐 게 없구나.”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돌아온 휴닝카이 씨를 태현 씨가 반갑게 맞이해주는 영상 말씀하시는 거죠?(웃음) 짧은 영상에서도 서로 엄청 챙기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TO DO X TXT’에서도 휴닝카이 씨가 만든 쿠키 하우스가 무너지자 태현 씨가 “너한텐 언제나 항상 계획이 있잖아.”라고 위로해주고, 연준 씨가 마시멜로로 차를 만들어주기도 했잖아요.

휴닝카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게 나머지 네 명은 너무 잘 완성하고 있는데 전 딱 만지자마자 갑자기 와르르 무너져서 어쩌지 싶었거든요. 마침 연준이 형이 옆자리였는데 이렇게 만들어서 제출해보자 하면서 차를 만들어줘서 같이 제출했어요. 연준이 형이 평소에도 항상 도와줘서 너무 고마워요. 그리고 평소에는 다른 멤버들한테도 도움을 많이 받아요. 태현이는 궁금한 것을 질문하면 다 대답해주고 룸메이트뿐만 아니라 라디오 ‘청소년소통프로젝트 경청’도 함께해서 그런지 말하는 법도 많이 배웠고요. 수빈이 형은 절 연습생 때부터 챙겨줬고, 범규 형은 대구에서도 저를 엄청 챙겨줬어요.

 

범규 씨와 대구에 다녀왔죠.

휴닝카이: 대구는 범규 형의 고향이니까 어떤 느낌인 곳일지 너무 궁금했거든요. 꿀떡도 맛있게 먹고 유명한 음식들을 다 먹고 와서 2kg 찌고 왔답니다. 안 그래도 형들이 저 들 때 “힘든데?”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리고 그때 토토도 만났는데, 날개를 살짝 피고 파닥파닥거리면서 자고 있는 저희를 깨워줬어요.


휴닝카이 씨가 멤버분들을 챙길 때도 있죠. ‘최강의 요리비결’ 편에서 범규 씨에게 새우를 먹이는 장면에서는 “힘들면 안 먹어도 돼요.”라고 하셨잖아요. 

휴닝카이: 저도 구슬 아이스크림을 잘 못 먹어서.(웃음) 예전에 먹다 체한 적이 있어서 별로 먹고 싶지 않는 음식인데 먹는 마음이 어떤지 알아서 힘들면 안 먹어도 된다고 얘기했던 것 같아요.

 

수빈 씨는 휴닝카이 씨가 가장 사랑스럽게 보일 때로 피곤하고 지쳐 보이는 멤버가 있으면 슬금슬금 옆에 가서 안아줄 때를 골랐더라고요.

휴닝카이: 전 항상 피곤하거나 자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서 뭐라도 더 해주고 싶어요. 누가 소파에서나 대기실에서 자고 있으면 이불 덮어주는 게 조금이라도 잘 잘 수 있게 최대한 도와주는 거겠다 싶어서 해주거나 힘들어 보이는 멤버가 있으면 스킨십해주고 토닥여줘요. 그걸 통해서 멤버들이 조금이라도 위로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커요. 반대로 제가 피곤해하거나 자면 멤버들이 이불을 덮어주기도 하고 토닥여주는 경우가 많죠.

‘Numero TOKYO’ 인터뷰에서 말한 대로 “신뢰할 수 있는, 빛나는 막내”네요.(웃음)

휴닝카이: 서로 신뢰를 가지고 있으면 더 끈끈해지고 가까워지는 느낌이 있잖아요. 멤버들에게도 모아들에게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막내가 되고 싶어요.

 

그렇게 든든한 막내였다가도 장난기 많은 막내의 모습도 보이기도 하죠.

휴닝카이: 멤버들이 서로 거짓말도 많이 하고 장난도 많이 치는데 이제는 익숙해져서 오히려 덕분에 더 끈끈하고 화목해요. 심지어 늘 새롭고 다양하게 장난을 쳐서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웃음) 그래도 초반에는 연기하면 멤버들이 잘 모르고 속았는데 이제는 절 너무 잘 알아서 거짓말하면 눈치채더라고요. 예전에는 안무가 원래 밤 10시에 끝나는데 수빈이 형한테 “수빈이 형, 오늘 안무 레슨 11시에 끝난다는데요.”라고 하면 의전팀에 물어봤다가 “거짓말이잖아.” 하면서 왔는데 이제는 바로 연기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수빈 씨와는 연습생 때부터 함께하다 보니 더 쉽게 알아채나 봐요.(웃음) 월말 평가 때 혹평을 받거나 분위기가 안 좋아도 빠르게 털어내고 수빈 씨와 함께 야식 먹을 사람을 구했다면서요?

휴닝카이: 하나를 깊게 물고 늘어지면 오히려 마음이 너무 힘들잖아요. 어차피 지나간 일이기 때문에 미련을 너무 남기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해요. 그냥 다음에 더 잘하면 돼요. 오전에 힘든 하루를 보냈으니까 오후는 그래도 즐거운 하루로 마무리되어야 하지 않나 싶어서 딱 털어버리고 남은 하루를 즐기자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날 한 팬분이 오타쿠라고 장난치시니까 “하나에 열정을 가지는 거는 절대 잘못된 게 아닙니다.”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시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어요.

휴닝카이: 취미에 대한 열정을 가지는 건 절대로 나쁜 게 아니잖아요. 사람은 본인이 좋아하는 취미를 얘기할 때 가장 행복해 보이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이 정말로 사랑하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열정적으로 열심히 하고 있는 거라 절대로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럼 지금 휴닝카이 씨가 누구보다도 열정을 가지고 있는 건 뭐예요?

휴닝카이: 요즘 열정을 가지고 있는 건 활동 준비요. 활동하기 한 달 전부터는 라이브 연습과 춤에 몰두하는 편이에요. 컴백이 5월 9일입니다.(웃음)

Credit
글. 오민지
인터뷰. 오민지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이지연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정수정, 허지인(빅히트뮤직)
사진. 윤지용 / Assist. 기원영, 전민형, 김기웅, 송은지
헤어. 김승원
메이크업. 노슬기
스타일리스트. 이아란
세트 디자인. 다락(최서윤 / 손예희, 김아영)
아티스트 의전팀. 김대영, 김지수, 신승찬, 유제경, 고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