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닝카이는 인터뷰 현장에서 종종 장난기 가득한 모습으로 대기실을 나왔다. 그러고 나서 그가 향한 곳은 쓰레기통들이 모여있는 자리였다. 그때그때 발생한 쓰레기들을 챙겨 나와 종이, 플라스틱, 캔 등을 각각 맞는 통에 넣은 뒤에야 다시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로 돌아간 휴닝카이는 말갛다가, 또 의젓했다.

예전 영상들과 비교하면 훌쩍 성장한 것 같아요.
휴닝카이:
 연습생이 된 이후로 20cm, 데뷔한 뒤에도 3cm 정도 커서 옷을 늘려야 할 때 큰 걸 실감해요.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Run Away)’ 활동할 때부터 급성장했던 것 같아요. 앨범 하나 차인데, 그때 멤버들끼리 팀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눴거든요. 정신적으로도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minisode1 : Blue Hour’도 ‘꿈의 장’ 시리즈에서 더 성장한 내면을 담고 있어요. 복합적인 감정들을 전달하기 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휴닝카이:
 최대한 가사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또 표정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표정 연구를 열심히 했어요. 데뷔 곡이랑은 또 다른 청량이거든요. 마냥 웃으면 안 되고, 살짝 웃으면서 뭔가 아련한 눈빛이 있어야 해요. 특히 ‘아 이제 이 앨범 끝나면 더 이상 학생은 없는 거구나.’라고 느꼈어요. 멤버들이 전부 20대가 되는 거잖아요. 솔직히 저는 학생이랑 어른 사이 경계선에 있는 느낌인데 벌써 어른이 된다니 신기하긴 해요. 스무 살이 되는 내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걸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앨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곡으로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를 골랐어요.
휴닝카이:
 우선은 멜로디가 좋았고 가사가 많이 와닿았어요. 친구들과 함께 바라보는 노을, ‘개와 늑대의 시간’에 바라보는 하늘인데 되게 아련하다고 해야 하나. 노래만 들었을 때도 ‘아 좋다’ 했는데, 춤까지 더하니 너무 좋더라고요. 전에는 정해진 동작을 맞춰야 하는 안무를 했다면 이번에는 자연스럽게 리듬을 많이 타야 해서 처음에는 고전했어요. 체격이 커지니까 힘이 더 좋아 보이는 대신 좀 느려 보여요.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멤버들이랑 즐기면서 하니까 리듬이 잘 타지더라고요.

휴닝카이 씨가 ‘cuz of imagination’ 하며 손을 앞으로 뻗는 순간에, 관객들의 함성을 상상하게 될 것 같아요.
휴닝카이:
 그 부분에서 진짜 신남의 절정을 찍고 모두가 일어서서 춤추게 하는 무대를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노래가 멈췄다 갑자기 시작하는 구간인데 정적 이후에 응원 소리가 들리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힘들 땐 제가 들었던 함성을 다시 생각하거나 예전 무대 영상을 찾아봐요. 그 영상에는 응원 소리가 나오잖아요.

작사에 직접 참여한 ‘Wishlist’가 좋아하는 사람의 생일 선물로 뭘 줄까 고민하는 내용인데, 공연을 준비하는 아티스트의 마음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휴닝카이:
 그래서 공감하기 쉬웠어요. 되게 알 수 없잖아요. 상대방이 뭘 원하는지. 초조하지만 또 설레고, 막 설레발치는 그런 모습을 상상하면서 가사를 썼어요. 이번 앨범도 반응이 어떨지 너무 궁금해요. 얼마 전에 나온 티저 반응이 되게 좋아서 뮤직비디오 반응도 되게 궁금해요. 미리 봤는데 정말 예쁘게 나왔더라고요. 저는 솔직히 자신 있습니다.(웃음) 다만 모아분들을 볼 수 없는 게 아쉽죠. 저번 활동 때는 앞에 아무도 없고, 저희가 숨이 차서 헉헉 하는데 썰렁하고 싸한 느낌이 들어서 당황했어요. 절대 이 감정에 익숙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모아분들이랑 함께할 때 무뎌지면 안 되니까요. 

‘날씨를 잃어버렸어’에는 코로나19로 잃어버린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어요. 일상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휴닝카이:
무대를 할 때는 차이가 심한데, 일상생활에서는 그렇진 않은 것 같아요. 원래 밖에 잘 안 나가는 편이어서요. 다만 밖에 나가지 못하고 계속 집에만 있다 보니 반복되는 느낌이 많이 들더라고요. 시간이 멈춘 느낌. 그래서 요즘에 다시 피아노를 좀 치고 있어요. 대중적이고 쉬운 ‘Flower Dance’라는 곡을 연습 중인데, 안 친 지가 조금 돼서 손에 익힐 겸 치고 있어요.

음악 영화 ‘어거스트 러쉬’를 좋아한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휴닝카이:
원래 음악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어거스트 러쉬’는 버스킹 장면이 저한테 명장면으로 남아 있어요. 꼬마애가 사람들 앞에서 자기가 느끼는 대로 자유롭게 기타를 치는 게 멋있더라고요. 자기의 음악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모습이 잘 표현된 것 같아서 재밌게 봤어요.

음악이 인생에 정말 중요한 부분인가 봐요.
휴닝카이:
제 인생의 대부분을 음악과 함께했어요. 저랑 누나, 동생이 다같이 무대에 서서 율동을 했던 기억도 있고요. 그런 경험들 덕에 음악이랑 많이 친해진 것 같아요. 좋은 노래를 들려주고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에 힐링을 주고 싶어요. ‘나의 진심을 전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그럼 요즘 자신을 감동시키는 음악은 뭘까요?
휴닝카이:
크리스토퍼(Christopher)의 ‘Irony’와 ‘Bad’, 이 두 곡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연습생 때 알던 노래였는데, 데뷔하고 나서 안 듣다가 오랜만에 들으니까 좋더라고요. 특히 라이브가 좋아서 라이브 영상도 찾아보고 있어요.

중학교 땐 친구들과 밴드 동아리를 만들기도 했죠?
휴닝카이:
동아리가 따로 없었는데, 밴드를 너무 하고 싶었어요. 노래든 악기 연주든 하고 싶었는데 또 마침 주변에 악기를 다룰 수 있는 애들이 있었어요. 그나마 제가 노래를 할 수 있어서 보컬을 맡기로 하고, 바로 선생님께 가서 “저희가 밴드를 만들어보면 어떨까요?”라고 했어요. 선생님 앞에서 노래도 부르고 악기도 연주하면서 승낙을 받았죠.
학창 시절은 어땠어요? 하와이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살다, 한국에서 가수가 되다 보니 다양한 문화와 언어를 접하면서 혼란스럽지는 않았나요.
휴닝카이:
 중국에 갔다 이렇게 한국에 왔는데 돌이켜 보면 어쩌다가 한국에서 아이돌이 된 건지 신기하기도 해요. 갑자기 한국으로 왔으니까 낯을 많이 가렸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는 너무 혼란스럽고 한국말도 잘 못해서 집에만 있다가, 2학년 때부터 학교를 다녔거든요. 선생님께 반말했다가 혼나기도 하고, 처음엔 어쩔 줄을 몰랐어요. 그런데 친구들이 먼저 다가와주더라고요. 적응이 되고 나선 말도 많아지고 제가 먼저 친구들에게 다가가기도 했어요. ‘난 왜 이러고 있는 걸까?’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데뷔를 한 뒤로는 모아분들이 좋아해주시니까 더 활발하고 적극적이게 된 것 같아요.

과거의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휴닝카이:
힘들 때는 그냥 자기 감정에 충실했으면 좋겠어요. 웃을 땐 활짝 웃고 울 때는 더 서럽게 우는 거죠. 그러면 더 좋아지더라고요. 또 누구에게든 얘기를 나눠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소심해도 괜찮으니까 천천히 조금씩 자기의 마음을 얘기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곁에 소중한 사람이 있는 것도 중요하네요.
휴닝카이:
저는 복 많이 받았죠. 연습생이 되기 전 15년을 산 것보다, 회사에 들어와서 산 4년이 더 의미 있었어요. 특히 멤버들이요. 예를 들어 수빈이 형은 제게 하나뿐인 존재가 아닐까 해요. 늘 함께해주는 조력자 같은. 저도 수빈이 형을 많이 귀여워하는데, 수빈이 형도 저를 많이 귀여워해요. 갑자기 껴안아줄 때도 있어요. ‘수빈이 형이 제 껌딱지’인 건 당연한 결과죠. 학교에서 친구는 태현이뿐이고요. 태현이가 고민이 있어 보이면, ‘같이 게임할래?’라고 해요. 직접 물어보는 것보다는 게임을 하면서 조금씩 얘기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제가 직접적으로 얘기 나누는 건 자신 없거든요.

범규 씨는 휴닝카이 씨에게, 아끼는 인형을 가지고 놀아도 괜찮은 형이기도 하고요.
휴닝카이:
형이 인형을 가지고 장난을 쳐도, 받아줄 수 있어요. 그동안 형이 저를 많이 챙겨줬으니까.(웃음) 연습생 때 저랑 범규 형만 더 높은 안무반으로 못 올라갔거든요. 둘이 서로 얘기를 많이 나누면서 으쌰으쌰하다보니 둘 다 올라가게 됐어요. 제가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로 전학을 왔을 때 형이 많이 챙겨주기도 했고요. 그리고 연준이 형은 활발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성격이 저랑 비슷해요. 저는 일단 친해져야 나오는 모습이긴 하지만, 사교적이고 감정표현도 적극적이고요. MBTI 테스트에서도 둘 다 ENFP가 나왔어요. 그래서 저를 ‘작은 연준’으로 형을 ‘큰 휴닝카이’라고 불렀는데, 이제는 거꾸로 부를 때가 온 것 같아요.(웃음) 제가 ‘큰 연준’이고 연준이 형이 ‘작은 휴닝카이’가 돼야죠.

형들 사이에서 팀의 막내로 지내는 건 어떤가요.
휴닝카이:
연습생 땐 막내여서 할 것 많고 그런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형들한테 애교를 부릴 수도 있고, 형들도 많이 귀여워해줘요. 가끔 멤버들에게 뭔가 고민이 있어 보이면, 스태프 분들에게 ‘이런 이런 상황인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조언을 구하고 멤버들이랑 대화를 나눠요. 그럴 땐 제가 살짝 성장한 것 같은 느낌도 받아요.
지난 10월 17일에 위버스에 쓴 일기에서 연습생 시절을 떠올리며 멤버 한 명 한 명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는데요.
휴닝카이:
한 번쯤은 그런 진지한 일기를 쓰고 싶었어요. SNS를 모니터링하다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고 신경 쓰이는 글들도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이만큼 친밀하고 돈독해요.’라고 얘기하고 싶었어요. 근데 수빈이 형이 위버스에 올라온 저희 멤버들 일기를 다 읽어 보거든요. 멤버들 앞에서 막 읽으면서 놀려가지고(웃음) 당황했어요.

그 일기에는 팬들에 대한 사랑과 감사도 많이 담겨 있었어요. 팬들을 만난다면 어떤 무대를 보여주고 싶나요.
휴닝카이:
일단 완전 쩌렁쩌렁하게 “안녕하세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입니다.” 하면서 팀 인사를 하고 싶어요. 그다음엔 멤버들을 한 명씩 소개해야죠. 저는 “오랜만입니다. 드디어 만날 수 있게 되었네요. 몇 개월 만에 돌아온 휴닝카이입니다.” 이런 식으로 얘기할 것 같아요. 춤도 몸이 부서져라 출 것 같아요. 그리고 콘서트에서 ‘;(땀)’을 앙코르 곡으로 부르고 싶어요. 저희가 흘렸던 땀과 노력들이 데뷔를 하면서 드디어 빛을 발한다, 이런 내용이 담긴 노래인데 듣고 있으면 예전 생각도 나고 울컥하기도 하거든요. 마지막에 멤버들이 ‘떼창’으로 부른단 말이에요. 모아분들이랑 다같이 부르면 진짜로 눈물이 날 것 같아요.

팬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기도 하죠?
휴닝카이:
원래 데뷔 전부터 모아분들이랑 뭔가를 같이 하는 게 소망이었어요. 저도 게임을 하고 있는데 모아분들도 게임을 하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기회 삼아 같이 하게 됐어요. 게임을 하는 동안은 제 신분을 최대한 숨기고 있다가 나중에 위버스에 “재밌었습니다.” 하고 사진을 찍어서 올리면 모아분들 반응이 되게 귀엽더라고요. 게임 닉네임이 저희와 관련된 건데, 그럼 저도 같이 “팬이에요.” 하고 연기해요. 서로 모아인 걸 확인하고서 좋아하는 멤버들 얘기를 하기도 하고. 그런게 너무 귀엽고 재밌었어요. 보통 상대방이 좋아하는 멤버를 저도 좋아한다고 해요. “제 거예요.” 하면서 장난스럽게 다투기도 하고. 제 팬을 만나도 똑같이 “저도 휴닝이 팬이에요.”라고 해요.(웃음)

게임 아이디뿐 아니라 자신의 소소한 정보를 팬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주더라고요.
휴닝카이:
저에 대해 좀 더 많이 알려주고 싶어요. 무슨 생각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그래서 브이라이브로는 그냥 간단하게 얘기한 것도 위버스를 통해서 더 자세하게 얘기했던 것 같아요. 나중에는 스무고개 같은 것도 하고 싶은데, 일단은 밸런스 게임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컴백에 대해서도 정말 빨리 알리고 싶겠어요. 기다리는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휴닝카이:
이번 일정에 팬사인회가 많아서 되게 기분이 좋아요. 모아분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으니까요. 오랫동안 기다려주신 우리 모아분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고, 직접 만나지 못해 너무 아쉽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 저희의 모든 걸 보여줄게요. 우리 다같이 노래하고 춤추면서 코로나를 한 번 이겨보죠. 파이팅.
글. 임현경
인터뷰. 임현경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이현주, 허지인(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사진. 김희준 / 김한나, 김수진, 양명준
헤어. 김승원
메이크업. 한아름
스타일리스트. 김규남
세트 디자인. 다락(최서윤 / 손예희, 김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