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규는 무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워낙 체력 소모가 크니까 조절을 해야 한다는 걸 알아요. 그런데 막상 무대 위에 올라가면 그게 잘 안 돼요. 일단 저지르는 성격이에요.”

토토(범규의 반려 앵무새)는 잘 지내나요?
범규: 
잘 지내요. 날씨가 추워져서 아마 좀 많이 추워할 거예요.

토토는 어떻게 기르게 됐나요?
범규: 
한 10년 전쯤일 거예요. 맞나? 토토야, 너 몇 살이냐?(웃음) 형과 제가 정말 많이 졸라서 어머니 생신에 강아지 한 마리를 데려왔어요. 어머니 생일이 6월 2일이라 June(6월)하고 2를 합쳐서 이름을 ‘쭌이’라고 지었어요. 학원에 다녀오면 “쭌아, 형아 왔다.” 이러면서 정말 예뻐해줬어요. 그런데 부모님이 이틀쯤 뒤에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지금 강아지를 제대로 책임지고 기르기는 어려울 것 같으니 돌려주자고 하셨어요. 너무 슬퍼서 학원도 안 가고 여덟 시간 가까이 쭌이를 안고 울었어요. 그 후 어머니가 혼자 계신 시간에 충분히 돌볼 수 있는 동물을 찾다가 데려온 게 토토였어요. 처음에는 낯설었는데 토토가 제 손이나 어깨에 올라오는 걸 보면서 정이 많이 들었어요.

긴 시간이네요. 토토를 기르면서 범규 씨가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나요?
범규: 
그런 거 없습니다. 저희는 각자 자기의 인생을 열심히 살고 있어요.(웃음)

각자의 인생이 있는 거죠.(웃음) 콘셉트 포토 VR 버전에서 범규 씨 아이디가 ‘Angel313’이에요.
범규:
 포토에서 제 직업이 ‘힐러’라서 ‘Angel’이고, 생일이 3월 13일이라 313을 더해서 지었어요. 게임에서 힐러가 제일 중요하거든요. 저번에 연준이 형이랑 게임을 하는데 형이 자기가 다 캐리하겠다고, 적을 다 이기고 오겠대요. 그래서 제가 형한테 “힐러가 더 중요하다, 형 죽을 때 누가 살려줄 거냐?” 이러는데 형이 “아니라고, 너 필요 없으니까 뒤에 가만히 있어.”라는 거예요.(웃음) 그래서 수빈이 형을 데려와서 다 같이 싸우면 “형은 누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냐?”고 물으니 수빈이 형이 “힐러가 중요하지.” 딱 이랬거든요.(웃음)

힐러로서 치유해주고 싶은 멤버가 있나요?(웃음)
범규: 
수빈이 형이요. 어제 배가 아프다는 거예요. 밀가루를 많이 먹어서 그렇대요. 형이 빵을 좋아하잖아요. 많이 먹을 때 알아봤다. 뭐든지 적당히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에요.(웃음) 농담입니다.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 안무 초반에는 게임에서 투닥거리던 연준 씨랑 같이 맞추는 동작이 있어요.
범규: 
그 동작을 할 때 서로 쳐다보는 부분이 있는데, 처음에는 잘 못 쳐다봤어요. 쑥스럽다고 해야 하나.(웃음) 그러다가 나중에 프로답게 쳐다봤는데 그때부터 괜찮았어요. 지금은 노 프라블럼입니다.(웃음)

‘Ghosting’과 ‘Wishlist’는 기타가 강조되고 록이 전면에 드러난 곡이라 범규 씨 취향이라고 생각했어요.
범규: 
‘Ghosting’은 가이드 버전을 듣고 ‘와, 이건 노래가 너무 좋다. 이걸 우리가 녹음하다니.’ 그렇게 생각했어요.(웃음) 1980~90년대 노래 감성이 나서 정말 좋았어요. 아버지와 함께 그 시대 음악을 자주 들었거든요.

아바(ABBA)의 ‘Dancing Queen’이나 빌리 조엘(Billy Joel)의 ‘Vienna’ 같은 노래들을 듣고 있죠? ‘Vienna’가 1977년 노래인데.
범규: 
아빠가 전에 취미로 레이싱을 조금 하셨어요. 그래서 새벽에 차를 타고 갈 때 듣게 된 노래들이 있거든요. 나중에 연습생 생활 때문에 서울에 올라왔을 때, 부모님이 너무 보고 싶은데 전에 함께 들었던 음악이 기억나더라고요. 가사를 스트리밍 사이트에 치면서 노래를 하나하나 찾아서 들었어요. 아바는 원래부터 알고 있었고요.

아버지에게 음악적인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범규: 
기타를 치게 된 것, 록이나 팝 음악을 듣는 취향, 지금 제가 듣는 음악들 전부 아빠의 영향이에요. 아이돌을 하게 된 것도 아빠가 해준 말씀 때문이었어요. “무대의 중심에 서는 사람이 되어라.”라고 이야기를 하셨거든요. 오늘이 마침 부모님 결혼기념일이에요. 일정이 애매해서 아직 연락을 못 드렸는데, 끝나면 아빠한테 연락드려야겠어요.(웃음) 

녹음하거나 안무를 연습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범규:
본 녹음을 들어가려고 하면 전날부터 목이 아프거나 감기에 걸리는 징크스가 있어요. 녹음 전에 키 체크를 하면 음이 쫙 올라가는데, 딱 녹음하는 그날만 되면 컨디션이 나빠져서 낼 수 있는 음들이 쭉 떨어지는 거예요. 되던 음들이 갑자기 안 되니까 그 부분이 항상 신경 쓰이더라고요.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 안무는 처음에 배울 때 자책을 많이 했어요. 스스로 잘하지 못하면 화가 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데 적응되면서 지금은 괜찮아졌어요.

스스로에게 엄격한 편인가 봐요.
범규:
슬플 때보다 제 자신에게 화가 나고 납득이 안 될 때 울어요. 연습생 때 안무 레슨을 하면서 저만 외우는 속도가 늦어진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한 번 울었어요. 그런데 막상 제가 한 행동들을 뒤돌아보니까, 생각보다 저 자신에게 까다로운 것 같네요. 평소에는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안에 저만의 룰이 있나 봐요.

전에 인터뷰에서 완벽한 무대를 보여줘야 한다고 결심한 게 스스로 가장 큰 변화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범규:
무대에 대해서만큼은 정말 예민해요.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에 "오늘 어떻게 하지?”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는 편이라 그때는 조용히 집중하고 싶어 하는 편이에요. 또 실수를 했을 때 장난치거나 웃지 않으려 해요. 틀린 부분이 있다면 웃을 게 아니라,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고쳐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무대만큼은 완벽해야 하니까요.

노력에 대한 기준이 높은 것 같아요.
범규:
연습생 때 제일 늦게 들어왔잖아요. 그때 가장 많이 발전했던 시기가 거의 한 달 동안 밤을 새다시피하면서 월말 평가를 했을 때였어요. 어떻게든 밤을 새서 준비하면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그래서 ‘하는 만큼 나오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야기를 들어보면 방탄소년단 지민이 형도 팀에 제일 늦게 들어와서 정말 많은 노력을 했고, 뷔 형도 표정이나 표현에 대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개인마다 타고난 부분들도 있지만, 노력을 해야 타고난 것들도 더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연습생과 학교생활을 병행할 때 하루에 3시간씩 자면서 작곡을 했다면서요.
범규:
그때 제 생활은 안무 레슨 받고, 보컬 레슨 받고, 작곡하고, 집에 와서 씻고, 학교에 가고, 또 레슨 시작하고. 이렇게 계속 반복되는 생활이었어요. 작곡은 저를 표현하고 스트레스를 푸는 유일한 수단이거든요. 대구에 있었다면 산에라도 올라갈텐데, 서울은 건물이 다 빽빽하게 차 있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이 없더라고요.

최근에도 본인의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서 쓴 곡이 있나요?
범규:
최근에 하늘을 봤는데 분홍빛인 거예요. ‘블루 아워'처럼 정말 예쁜 하늘이었는데, 그 하늘을 보자마자 쓴 곡이 있어요. 그 순간이 너무 좋아서 오랜만에 편안한 감정으로 노래를 썼어요.

위버스에서 운동장 모래를 밟으면서 학창시절을 기억하는 일기를 썼는데, 사소한 순간들이 범규 씨에게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범규:
어릴 때 아빠랑 새벽에 일어나서 산을 다녀오고, 가족끼리 차를 타고 주말에 천문대에 가서 별을 보고, 이런 기억들이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어요. 그 기억들은 앞으로도 못 잊을 것 같고 안 잊고 싶어요. 중학교 생활도 정말 행복했어요. 친구들, 선생님들, 주변의 학원까지 모두 좋은 분들이어서 항상 웃으면서 다녔어요. 저는 아무래도 활동을 하다 보니 고등학교 생활을 제대로 하기 어려워서 중학교 때 기억이 소중해요.
곧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기분이 어때요?
범규:
아침 일찍 안 일어나도 되는 건 좋아요.(웃음) 활동이 끝나면 비활동기 때에는 형들은 보통 낮 12시, 1시 이렇게 일어나거든요. 그런데 동생들이랑 저는 학교에 가야 하니까 아침 7시에 일어나야 해요. 학교에 다녀오는 시간이 왕복 2시간 정도 걸려요.

그동안 뭘 하는 편이에요?
범규:
잠을 가장 많이 자고요.(웃음) ‘엉뜨(온열 시트)’를 켜고 자면서 가요. 저 여름에도 엉뜨 쓰거든요. 가끔 그 시간에 정신이 각성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면서 가요.

주로 어떤 음악을 듣나요?
범규:
최근 취미가 이런저런 노래를 찾아보는 거라 해외 아티스트 분들의 노래를 찾아 듣고 있어요. 한국 아티스트로는 아도이(ADOY)분들의 노래가 정말 멋지더라고요. 원래 저는 주로 우울한 노래들을 자주 듣거든요. 그래서 이런 독특한 분위기와 감정을 표현하는 게 좋았어요.

평소 어떤 방식으로 작곡을 하나요?
범규:
처음에는 정말 간단하게 멜로디를 쓰고 기타 라인을 넣는 정도였어요. 그 뒤에 멤버들의 목소리와 슬로우 래빗 PD님의 손이 합쳐지면서 완성도가 올라가는 것 같아요. 평소에도 PD님과 여기엔 이런 게 들어가면 좋겠다거나 이건 어떻게 하면 좋겠다라는 이런 대화를 자주 나눠요. 사실 이번 앨범 커플링 곡을 정할 때도 후보 중에 제 노래가 두 개쯤 있었어요. 이번 앨범과는 분위기가 조금 맞지 않아서 안 들어갔지만요.

아쉽겠어요. 들어가면 좋았을텐데.
범규:
다음에 넣으면 되죠. 매번 앨범이 전하는 방향이 있고, 그 방향에 제 곡이 맞으면 제 것을 쓰는 거고 멤버들 곡이 맞으면 그걸 쓰니까요. 이번에도 PD님이 말씀하셨거든요. “이번에는 안 들어갔지만 다음에 이 곡의 분위기에 맞는 앨범이 나오면 그때 넣자.”고. “좋습니다.” 그랬죠. 사람이 단순하게 살아야 해요.(웃음)

‘꿈의 장 : ETERNITY’에서는 데뷔 전 경험을 담은 ‘거울 속의 미로’를 프로듀싱하기도 했어요.
범규:
원래 제목은 ‘미로’였어요. 슬럼프가 정말 세게 왔을 때 썼어요. 처음에는 멜로디가 지금과 달랐는데, 기타 라인을 딴 다음 바로 PD님 방에 가서 의견을 주고받았어요. PD님이 정말 좋다고, 멤버들과 다같이 써보자고 하셨어요. 원래 숙소까지 걸리는 시간이 3분 정도거든요. 아침이었고, 학교도 가야 했는데 일부러 30분을 산책하면서 그날 정리한 노래를 계속 들었어요. 정말 위로가 되는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멤버들에게 제가 가이드를 줬어요. 제목은 ‘거울 속의 미로’고, 이건 왜 이렇게 정했는지, 이 곡을 쓸 때 어떤 감정과 기분을 담으려 했는지, 어떤 가사가 꼭 들어갔으면 좋겠는지 등등. 그 뒤에 멤버들이 쓴 것들 중에서 좋은 부분들을 합치면서 ‘거울 속의 미로’가 됐어요.

연준 씨는 그 노래를 들으면 항상 눈물이 난다고 했어요.
범규:
만약 노래를 못 내고 대구에 와서 그 노래를 들었다면 저도 울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그걸 이겨내고 여기까지 와서 이런 힘든 시간이 있었다고 노래를 낸 거잖아요. 그래서 전 그 노래에 대해서 자랑스럽기도 하고, 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꿈의 장’ 시리즈가 성장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사춘기의 고통, 친구들과의 도피, 그로 인한 갈등이 나오는데 범규 씨에겐 이런 이야기들이 어떤 의미일까요?
범규:
사실 저는 친구들과의 관계로 고민한 적은 없어요. 하지만 평소에는 즐거운 사람이더라도 예민해지거나 생각이 많아지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아까 말씀드렸던 무대를 하기 전이라거나. 우울할 때는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가사처럼 정말 나만 빼고 다 행복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거든요. 그런 가사들이 공감이 많이 갔어요.

'Drama [Japanese Ver.]' 뮤직비디오에서 따돌림 당하는 주인공을 연기했어요.
범규:
뮤직비디오 줄거리가 처음에는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따돌림을 당했던 거잖아요. 자신이 보는 시점과 친구들이 보는 시점이 달랐다는 내용인데, 저였다면 너무 속상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심정을 표현해보려고 했어요. 그때 제가 감정 잡는 걸 도와주려고 멤버들이 일부러 소품으로 쓰던 농구공으로 저를 놀렸거든요. ‘너도 하고 싶지’ 이러면서.(웃음) 멤버들이 제가 감정이입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줬죠.

멤버들과 정말 가까워 보여요.
범규:
지금 저한테 전부죠. 함께하는 매일매일이 새롭고, 서로를 기분 좋게 해주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이번 활동을 준비하면서 멤버들과 어떤 이야기를 했나요?
범규:
초심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지금이 데뷔 초라고 생각하고 ‘다시 처음처럼 임하자.’ 이런 것들. 원래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해도 쉽게 먼저 말하지 못해요. 서로 생각이 다르면 트러블이 될까봐 걱정되고. 그런데 모두 활동에 대해 이야기할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서로 진솔하게 터놓고 말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먼저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편은 아닌가 봐요.
범규:
‘거울 속의 미로’를 한창 쓸 때, 수빈이 형이 먼저 작업실로 찾아와줬어요. 그때 수빈이 형도 굉장히 힘들었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형도 작사를 하고 있어서, 처음에는 “둘이 나눠서 주고받는 식으로 가사를 쓰자.”는 식으로 시작해서 서로 힘든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정말 많이 위로받았어요. 아무래도 저는 힘든 걸 이야기를 안 하려고 하는 성격인데, 그런 걸 알고 먼저 다가와주면 정말 고맙죠. 제 말 하면 나타나는 사람이 형이에요.(웃음)

범규 씨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요.
범규:
(고민하다가) 따뜻한 사람. 원래 제 모토는 긍정적으로 사는 거예요. 그런데 다양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멤버들과 함께하면서 스스로 몰랐던 어린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거든요. 더 성숙해져서 주변에 따뜻함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글. 김리은
인터뷰. 김리은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이현주, 허지인(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사진. 김희준 / 김한나, 김수진, 양명준
헤어. 김승원
메이크업. 한아름
스타일리스트. 김규남
세트 디자인. 다락(최서윤 / 손예희, 김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