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 사명, 모아, 멤버들. 태현이 끝이 없는 길을 걷고 있을 때도 지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이유.  

위버스에 올린 ‘실내조명’ 사진 봤어요. 운동 열심히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태현: 생각보다 빠르게 피드백을 주는 분야가 거의 없는데 운동은 그렇다는 게 매력이기도 하고, 광고나 화보 찍을 때 ‘완성된 옷걸이’가 돼야겠다는 일종의 의무감과 습관으로 꾸준히 하고 있어요. 지금은 아무래도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르는 말도 안 되는 유산소 운동을 하고 있어서 근손실을 보충해주는 정도로만 하고 있습니다.

 

‘언북호미’와 다양한 운동도 같이 하더라고요.

태현: 어제도 친구들이 용산으로 와줘서 만났어요. 처음에는 서로 몇 명끼리만 친했지, 6명이 다 같이 친하진 않았는데 고등학교 2학년쯤 3명 정도로 시작했던 ‘언북호미’에 한 명씩 껴서 6명 모임이 만들어졌어요. 저는 데뷔를 했던 시기였고, 친구들은 수능 준비를 하고 있던 때였는데 인생에서 제일 힘드니까 서로 찾게 되더라고요. 이 직업을 시작하기 전의 저도 봤고, 연습생인 저도 봤고, 아티스트가 되고 나서도 만나고 있는데 이 세 가지 모습을 모두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친구들이에요. 

 

‘언북호미’가 대부분 2002년생이라 ‘2002 월드컵’ 얘기 많이 들었을 것 같은데,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어땠어요?

태현: 한국이 16강에 간 것도 너무 좋고,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 박수 보낼 일이었어요. 결승전은 ‘언북호미’랑 같이 보면서 메시를 열심히 응원했는데 결승전에 프랑스와 아르헨티나가 만나서 아르헨티나가 우승한 것도 정말...(웃음) 드라마도 그렇게 쓰면 욕 먹어요. 

 

경기마다 후기를 위버스에 남기기도 했죠. 

태현: 위버스 재밌고, 일종의 습관처럼 오게 되고, 모아분들과 쌍방향 사랑을 한다는 게 건강한 관계라고 생각해서 더 자주 오게 되는 것 같아요.

위버스에 ‘온다’는 표현부터 진심이 느껴져요. 태현씨가 쓴 ‘Ring’의 데모 버전도 위버스로 공유하셨죠. 

태현: “어느 날 만나서 (너랑 나) 그렇게 사랑을 하고”, “현실이 우릴 막아서겠지”라는 가사가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라는 일본 영화를 보고 와닿은 거였어요. 처음에는 꽃다발처럼 예뻤지만 점점 시든다는, 전혀 환상적이지 않은 얘기였거든요. 어쩔 수 없는 현실적인 부분 때문에 이별하는 커플이 많은 것 같아서 가사로 담았어요. 사실 저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사랑이 운명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웃음) 그래서 그 노래의 데모 버전은 사랑 노래였다가 앨범 주제가 이별이어서 음원에서는 이별 노래로 다시 탄생한 거예요.

 

가사는 일본어로 쓴 건가요?

태현: 아는 선에서 일본어로 가사를 다 쓰고 일본어 선생님한테 첨삭을 받아요. “가사로 쓰려고 하는데, 혹시 이상한 부분이 있나요?” 이런 식으로요.


영어도, 일본어도 어떻게 그렇게 잘해요?(웃음)

태현: 일단 저는 스포츠 팬이고, 음악 팬이니까 선수들과 아티스트 인터뷰를 엄청 많이 찾아보면서 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모국어 잘하는 사람입니다!(웃음) 모국어를 잘해야 외국어도 잘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한국어로도 완전 수다쟁이라 그게 이점인 것 같아요. 제 워딩으로 얘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열심히 하게 되거든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공연에서도 그 나라 언어들로 노래를 부르기도 했잖아요. 

태현: 해외 모아분들은 한국과 달리 투어가 아니면 상대적으로 만나기 힘들 수 있는데도 저희를 너무 좋아해주시잖아요. 그래서 특별한 걸 드리고 싶었어요. 자주 가지는 못하더라도, 갔을 때 그 나라의 노래를 부르면 제 진심이 조금 느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월드 투어 돌면서 연말 무대도 준비했잖아요. 그 과정은 어땠어요?

태현: 멤버들은 칠레에 갔고, 저는 코로나19로 한국에서 격리 중이어서 완전체가 아닌 상황에서 안무를 먼저 익히고, 미국에 잔류하는 동안 연습실을 빌려 늘 먼저 시작해서 더 늦게 끝내면서 연습 시간을 최대한 늘렸어요. 처음 받았던 시안의 난이도와 시간을 고려했을 때 무대를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휴가도 반납하면서 했더니 점점 그림이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무대를 마쳤을 땐 ‘늘 안 될 것 같았는데 되네?’, ‘멤버들이 너무 대견하고 다행이다.’ 싶었는데, 한편으로는 ‘맨날 해내니까 자꾸 어려운걸 주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웃음)

 

연습이 힘들지 않았어요?

태현: 간절했어요. 2022년 상반기에 앨범을 낸 뒤로 아직까지 기다려주시는 모아분들이 많아서 미안하기도 했고, 우리가 다르고 잘한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간절했어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태현: 우리는 다섯 명으로 무대를 꽉 채운다. 우리 다섯 명 중에 누가 센터에 서도 잘한다. 우리는 라이브를 잘한다.

 

태현 씨 개인으로는요?

태현: 가르쳐준 걸 똑바로, 제대로 한다가 제 장점이자 단점이에요. 군무 맞출 때는 너무 편하지만 혼자 해야 하는 부분에 대한 연구와 한 칼을 갈고 닦는 게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말 그대로 연준이 형 같은 ‘난 사람’ 정도의 퀄리티까지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야 연준이 형이 확실히 편해질 것 같아서요. 이번에 연준이 형이 ‘Lonely Boy (네 번째 손가락 위 타투)’를 하고 저희가 4인 퍼포먼스를 하는 무대가 있었는데, 다 끝나고 연준이 형이 사실 저희 처음 연습할 때부터 걱정이 없었다고, 저희 퍼포먼스하는 걸 보고 ‘저건 멋있다, 됐다.’라고 생각했는데 잘한다고 얘기 안 하면 더 잘할 것 같아서 얘기 안 하고 있었다고 얘기해주더라고요. 저희가 무대하는 동안 연준이 형이 잠시라도 쉴 수 있었으니까 제가 그때 얘기했던 연준이 형의 짐을 덜어주고 싶다는 것도 어느 정도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22 SBS 가요대전’에서 방탄소년단의 ‘DNA’를 커버할 땐 방탄소년단분들께 직접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면서요?

태현: 홉이 형이랑은 예전부터 연락을 했기도 하고, 형들이랑 같은 레이블에 있는 가장 큰 이점이 그 클래스의 사람들한테 조언을 받을 수 있다는 거거든요. ‘DNA’도 만나는 형들마다 붙잡고 물어봤는데 다들 비슷한 얘기를 해주시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살짝 더 힘 빼도 더 멋있을 것 같다’. 그래서 멤버들한테도 전해줬어요. 그런데 형들 노래고 앞에 사람들도 있다 보니 생각보다 힘을 빼기가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그렇게 모든 무대마다 최선을 다하는 이유가 있어요?

태현: 어떤 직업에 있든 그 직업에 진심인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는데 우리는 진실된 사람이 되자가 먼저였어요. 그걸 사람들이 느끼게끔 하는 건 독기라는 생각에 멤버 모두 동의했고요. 몇 년간 이 분야에 있다 보니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거든요. 그래서 우리도 ‘연차가 얼마나 쌓이든 늘 저런 사람이 되자.’, ‘그런 독기를 눈에 품는 사람이 되자.’라는 얘기를 했어요.

‘Sugar Rush Ride’를 ‘2022 MMA(멜론뮤직어워드)’ 무대에서 살짝 공개하기도 했죠. 이전의 청량한 목소리와 다르게 유혹적이고 섹시한 창법을 선보였어요. 

태현: 청량한 음악이 너무 잘 어울리는 사람, 꾀꼬리 같은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소울풀하고 깊이 있는 목소리를 가진 사람도 있는 것처럼 사람들마다 장점이 다 다른데, 저는 노래조차도 되게 깔끔하게 부르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 이번 노래는 살짝 지저분하게 불러야 맛이 살아나요. 섹시하고 약간 과장되게 불러야 하는 부분도 많았는데 그런 부분을 살리는 게 과제였어요. 


노래마다 다른 스타일은 어떻게 살리는 건가요?

태현: 직접 디렉팅을 보면서 녹음을 해요. 엔지니어님과 “어디 다시 해볼게요.” 하거나 한 파트를 만들고 나서 PD님께 의견을 물어보면서 녹음을 수행하는 편이에요. 춤에서는 아직 전문가의 가르침대로 하는 게 안전하다는 생각이 있는데, 노래는 저도 작업을 하니까 어떻게 나올지 그림이 보이기 시작해서 주체적으로 하게 되더라고요.

 

의견이 반영돼서 달라진 노래도 있어요?

태현: ‘네버랜드를 떠나며’는 처음 데모대로 안 가고 표현을 다르게 했는데 너무 잘 나왔어요. 시혁 PD님이랑 멤버들이 있는 6명 단톡이 있는데, 시혁 PD님이 ‘네버랜드를 떠나며’ 녹음이 어떻게 이렇게 잘됐냐고 톡을 하셨더라고요. 제가 “감사합니다. 그런데 ‘Tinnitus (돌멩이가 되고 싶어)’도 너무 잘 나오지 않았나요?”라고 했어요.(웃음) 


‘Tinnitus (돌멩이가 되고 싶어)’ 크레딧에 태현 씨가 있죠.(웃음) 그렇게 의견을 내는 것도 자신감이 필요하죠?

태현: 멤버들이랑 같이 일하는 프로듀서분들 그리고 빅히트 뮤직 사람들의 장점이 깨어 있다는 거라고 생각해서 의견을 내는 데에는 힘든 게 없었어요. 제가 열심히 걸어온 길이 제가 발언을 할 때 힘을 실어주기 때문에, 의견을 내는 게 제가 성실히 활동하는 이유가 되기도 해요. 내가 진짜 잘하는 게 따로 있을지언정 열심히 노력하면 복수 전공이 가능하다고 믿거든요. 

 

노력도 최고의 재능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웃음)

태현: 예전에는 갖고 태어난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노력하는 걸 갖고 태어났다고 생각해요. ‘생각보다 이게 재능이었구나. 아무렇지 않게 노력할 수 있었으면 이게 재능이었겠구나.’ 싶어요.

이번 앨범이 성장의 유예를 노래하지만, 누구보다 성장을 열망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태현: 제가 살아 있다는 거나 제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게 성장이라서 어떤 부분에서든 더 성장하고 싶어요. 훨씬 더 좋은 퍼포먼스를 하고, 좋은 노래를 부르는 게 먼저고, 저희 다섯 명이 곡 작업을 하다 보니 좋은 곡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도 있어요.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것도 중요해요.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직업이다 보니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우리 팀에 애정을 갖기 위해서는 아티스트적인 모멘트도 중요하지만 같이 일하는 동안 서로 기분 상할 일 없이 재밌게 일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유혹에 빠져 성장을 유예하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나요?

태현: 너무 있죠.(웃음) 그런데 유혹을 느낀 경우는 있어도 유혹대로 간 경험은 거의 없어요. ‘유혹의 순간은 정말 늘 찾아온다.’, ‘어제도 오늘도 그저께도 매일 찾아온다.’, ‘조금 더 잘까, 조금 더 쉴까, 오늘 연습하지 말고 집에 갈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연습하고 있더라고요. 음악적으로 발전하고 싶어서 늘 연습을 하는데, 그 순간들이 수학 문제처럼 정답이 정해진 문제가 아니라서 끝이 없는 길을 걷고 있는 기분이 들 때도 있어요.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은 뭔가요?

태현: 첫 번째는 애정. 저는 아직도 춤, 노래가 너무 좋아요. 두 번째는 사명, 세 번째는 모아. 저는 팬들의 존재를 느껴본 사람이라면, 콘서트에서 팬분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시는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열심히 안 할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게 결국에는 사명을 불러오는 것 같고요. 네 번째는 멤버들이에요. 제가 열심히 하면 팀에, 멤버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마음이 ‘Happy Fools (feat. Coi Leray)’ 가사에도 반영되었어요.

태현: 저는 하고 싶은 일이랑 해야 되는 일이랑 겹치는 건 말도 안 되는 축복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하고 싶은 거랑 해야 되는 거랑 다르다는 데에서 오는 충돌이 있었는데 어쨌든 저는 해야 되는 걸 먼저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썼던 부분 중에 “할 일은 많은데 할 생각 난 없네”가 있어요. “언제나 지금보다 미래가 중요하대”, “달콤한 순간에 꽉 갇혔어”, “행복한 매일이야” 이런 가사들도 썼는데 그중 “언제나 지금보다 미래가 중요하대”라는 가사가 기억에 남아요. 

 

왜요?

태현: 모두가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하잖아요. 솔직히 지금 당장 공부하는 것보다 안 하는 게 더 재밌고 행복한데, 어른들은 미래를 위해 공부하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미래나 내일의 행복과 오늘의 행복의 가치가 차이가 있나 생각했을 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다들 지금보다 미래가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나는 할 생각 없다’는 내용의 가사를 썼어요. 그런데 저는 그러면서도 공부를 하는 언행불일치 스타일인 거죠.(웃음)

‘Tinnitus (돌멩이가 되고 싶어)’ 작사에도 참여했죠.

태현: 제 최애 곡인데 주제를 보자마자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떠한 사람도 무조건 벽에 부딪힌다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만약 록을 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너바나나 AC/DC처럼 될 수 없겠다라는 생각에 부딪히게 될 거예요. 그래서 즐거운 순간이 끝나고 나면 공허함도 크고 이명까지 들리는 스타가 될 바에는 차라리 돌멩이가 될래, 아무것도 안 할래라는 의미를 담았어요. 

 

태현 씨가 쓴 가사는 어떤 의미인가요?

태현: “Rockstar에 별 빼 Just a rock, okay?”는 그냥 말장난.(웃음) “나는 없어 그런 talent, 깊은 사연”에서 “나는 없어 그런 talent”는 많은 사람들이 느껴봤을 거고, 그 파트의 포인트는 “깊은 사연”이라고 생각해요. 커트 코베인이나 에미넴, 저스틴 비버처럼 뛰어난 획을 긋는 아티스트들은 고충을 겪거나 ‘start from the bottom’한 서사가 있는데 사실 저는 없거든요.(웃음) 그래서 나는 그 정도의 재능도, 그 정도의 사연도 없다는 걸 솔직하게 얘기하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어요.

 

‘Just a rock’에 만족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태현: ‘Tinnitus (돌멩이가 되고 싶어)’에서 나는 록스타가 될 재목이 아니라고 노래했는데, 몇 년 지나서 저희가 획을 긋는 아티스트가 된다면 ‘이제 난 록스타야’라는 노래를 써도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나 그렇게 부딪혀서 돌멩이가 되고 싶었을 때도 있었는데, 아니, 나는 록스타가 돼야겠어. 나는 록스타야.

Credit
글. 오민지
인터뷰. 오민지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윤해인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정수정, 허지인, 최윤석(빅히트뮤직)
사진. 박성배 / Assist. 최미진, 양준형, 구혜경
헤어. 김승원
메이크업. 노슬기
스타일리스트. 이아란
세트 디자인. 하이이화
아티스트 의전팀. 김대영, 김지수, 신승찬, 유제경, 고영욱, 구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