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크는 새로운 20대의 목표를 이렇게 세웠다. 자기를 지켜보는 분들에게 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동생들이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형이 되는 것.

 드디어 데뷔했어요.

제이크: 데뷔한 지 엊그제 같은데 그날부터 많은 스케줄을 소화해서 시간이 빨리 지나갔어요. 요즘에는 그냥 열심히 달리는 것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데뷔 준비 과정은 어땠나요?
제이크:
 연습생 기간이 9개월밖에 안 된 게 저에게는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보다 뒤처지면 안 되니까. 그리고 데뷔하면 군무가 잘 맞아야 하고 직캠도 있어서 실력이 잘 드러나잖아요. 데뷔를 준비하는 2개월 동안 많이 성장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서 춤, 노래 생각을 많이 했어요.

데뷔 쇼를 통해 ‘I-LAND’에서 처음으로 프로듀서 평가 1위를 했던 ‘Flicker’를 다시 하니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Flicker’에서 원샷을 받을 때는 어떤 모습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제이크:
 ‘I-LAND’에서 희승이 형이 첫 부분을 잘해서 형한테도 많이 물어봤고 거기에 더해 제스처나 표정, 안무를 많이 생각하면서 저의 멋을 찾으려고 했어요. 눈썹을 올리거나 고개를 살짝 드는 동작에서는 조금 더 여유로운 표정이나 느낌이 나는 걸 강조했던 것 같아요. 표정이나 동작이 여유로운 게 멋있다고 생각해서 어느 제스처든 여유롭게 하려고 해요.

여유로운 제스처는 어떻게 연습하는 걸까요?
제이크:
 사실 거울 보고 연습할 때와 무대 당일에 다르게 하는 경우가 많아요. 조명이나 무대 분위기도 그렇고, 옷을 입으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 ‘Flicker’ 때 재킷을 한 번 걷는 것도 연습 땐 재킷을 안 입으니 그런 제스처를 할 생각을 못 했는데 오히려 무대에서 더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요.

그러면 ‘10 Months’ 무대 마지막의 강아지 표정도 즉흥적으로 연출한 걸까요?
제이크: 
제가 강아지를 굉장히 좋아하고 사람들이 강아지 닮았다고 많이 하시는데 저는 그게 칭찬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가사도 그렇고 곡 전체가 10개월 된 강아지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면 괜찮지 않을까 해서.(웃음) 즉흥적으로 하되 들어가기 전에 ‘이렇게 해보면 좋겠다.’라고 조금 생각을 해놨어요.

‘이렇게 해보면 좋겠다.’라고 참고하는 게 있나요?
제이크:
 아직 무대 경험이 많지 않아서 영상을 많이 보는 게 가장 큰 공부인 것 같아요. 다양한 콘셉트의 선배님들 무대가 많잖아요. 무대 영상을 많이 보다 보니 콘셉트에 맞게 무대를 생각하게 되는 것 같고, 그런 무대를 했던 선배님들을 생각하면서 표정을 따라하려고 노력해요. 청량한 표정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연준 선배님을 참고해요. 즐기면서도 귀엽게 보이는 게 좋아요.
‘Given-Taken’ 뮤직비디오 촬영 때도 여유롭고 멋있는 모습을 전달하려고 했을 것 같아요.
제이크:
뮤직비디오 현장에서 촬영하면서 바꾼 건데 여유롭게 손동작하면서 찍었어요. 제가 여유로운 걸 좋아해요. 방탄소년단 뷔 선배님한테 영감을 많이 받는데 그런 걸 잘하시고 너무 멋있는 것 같아서 닮고 싶어요. 제 목표입니다.(웃음)

‘Given-Taken’ 뮤직비디오 첫 장면에서 제이 씨랑 얼굴을 마주 보고 있어요. 뮤직비디오에서는 멋있게 나왔는데 둘이 친하다 보니 어색했을 것 같기도 해요.
제이크:
굉장히 어색했고 감독님한테 죄송할 정도로 웃음 참는 게 힘들어서 사실 제이 옆을 봤어요. 얼굴 보면 진짜 웃음을 못 참아서.(웃음) 서로 눈도 안 마주치고 얼굴도 안 보면서 촬영했습니다. 뮤직비디오에서 한 명씩 번갈아가면서 나오잖아요. 원래는 양옆을 보는 것도 많이 찍었는데 너무 웃어서 그걸 못 쓰신 것 같기도 해요.

무서운 것을 안 좋아하는데 ‘Given-Taken’ 뮤직비디오를 밤에 숲에서 촬영했어요.
제이크:
사실 귀신은 별로 안 무서워요. 귀신보다 사람을 무서워하고 공포영화도 귀신 말고 사람에 관한 공포영화를 무서워하는 것 같아요.

벌레는 엄청나게 무서워하던데요.(웃음)
제이크:
와우. 저 벌레는 진짜 안 좋은 기억이 많아서. 호주에서 살 때 큰 벌레들을 너무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벌레는.(웃음)

뮤직비디오 촬영 때 벌레가 많아 보이던데 감정 잡기 쉽지 않았겠어요.
제이크:
사실 벌레를 너무 싫어하는데 촬영해야 하니까 참고 했습니다. 감독님, 많은 스태프분이 기다리고 계시니까 무서워하는 티를 내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뮤직비디오는 어떤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찍었어요?
제이크:
곡이 분석하기도 어렵고 깊은 뜻이 담긴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I-LAND’가 끝나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다짐이나 두려운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아서 뮤직비디오 찍을 땐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팬분들이 열린 해석을 하실 수 있도록 어떤 동작들 같은 것에 딱 확정된 답을 주려고 하지 않았어요. 처음이라 조금 어려웠는데 그래도 열심히 했습니다.

‘Given- Taken’에서 제이크 씨 파트의 음정이 높던데, 노래 연습은 어떻게 했어요?
제이크:
데뷔 결정이 난 다음 날부터 매일 녹음을 하면서 노래 실력이 많이 는 것 같아요. 녹음하면서 제 목소리를 객관적으로 들으면서 발성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저는 평소에 말할 때도 호흡을 많이 빼서 노래할 때 약간 힘없게 들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프로듀서님께 어떻게 하면 좀 더 단단한 발성을 할 수 있고 울림이나 댐핑이 많은 발성을 할 수 있을지 여쭤봐서 많이 배우고 저도 스스로 연구하고 고민했어요.
제이크 씨의 내레이션으로 ENHYPEN이라는 팀의 첫 시작을 알렸어요. 개인적으로는 어떤 걸 표현하고 싶었어요?
제이크:
내레이션은 무조건 몰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앨범의 집중도를 높이는 역할을 해야 하고. 타이틀 곡 ‘Given-Taken’이 다크한 느낌이고, 새로운 세계를 향하는 두려움이나 복잡한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것 같아서 그 분위기에 맞게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내레이션 녹음이 처음이다 보니 힘들었을 것 같아요.
제이크:
프로듀서님들이랑 고생을 많이 했고 멤버들이 들어갈 땐 파이팅 넘치게 들어가서 녹음실 나올 땐 너무 힘들어 보인다고.(웃음) 내레이션 자체가 처음이었고 무반주로 제 목소리만 나가는 부분이 많을 뿐 아니라 감정 몰입이나 신경 쓸 게 많아서 어려웠어요. 그러다 보니 불 꺼진 녹음실에서 무섭게 분위기 잡고 속으로 별의별 생각도 많이 했고요. 원래는 서서 하는데 저는 너무 오래해서 의자에 앉아서 하기도 했고. 그래도 첫 번째 트레일러를 노하우가 생긴 인트로랑 아웃트로 녹음 후에 해서 훨씬 잘한 것 같아요.

내레이션에서 호주 영어가 화제가 되기도 했잖아요. 호주 생활은 어땠어요?
제이크:
호주는 여유로움 그 자체였던 것 같아요. 학교도 오후 3시에 끝나서 하는 게 많이 없었어요. 호주는 여유롭고 고민할 시간이 많았다면 한국은 문화적으로 뭐든 빨리빨리 해야 하는 게 있어서 다른 점을 많이 느껴요. 한국에서 9개월 연습생으로 살면서 바쁘고 규칙적인 생활이 좋았는데 요즘엔 호주의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을 때가 있긴 해요.(웃음)

글로벌 오디션 500대 1을 뚫고 연습생이 되었다고 하던데요.
제이크:
방송 보고 500대 1인 줄 처음 알았어요. 오디션 날 아침까지 고민했는데 아빠가 한 번 가보자고 말씀하셔서 기대 안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갔었고,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의 ‘Love Yourself’를 불렀어요.

연습생 생활에 적응하는 건 괜찮았나요?
제이크:
그 정도로 힘들지 몰랐어요. 사실.(웃음) 레슨이 몇 개 있는 날은 괜찮았는데 레슨이 없는 날은 하루 종일 혼자서 뭘 해야 할지 모를 때도 있었고요. 그래도 월말 평가도 계속 준비하고 연습생 레슨도 받고 춤이랑 노래에 관심도 생기면서 급격히 실력이 늘었던 것 같아요.

‘I-LAND’에서도 성장하는 모습으로 주목받았었죠.
제이크:
피드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고 고치는 데 집중을 많이 해서 실력이 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무대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오히려 다음 무대를 더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그래도 리허설이나 무대에 설 때는 걱정을 안 하기도 하고, 안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이제부터 무대에 많이 설 거잖아요. 무대를 즐기다 보면 오히려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실수를 더 적게 하는 것 같아서 무대를 즐기려고 노력을 하는 것 같아요. 호주에서 한국으로 학교도 옮기고 학교랑 연습생 생활 둘 다 처음이어서 초반엔 힘들었는데, 연습생 생활에 적응되면서 괜찮았어요.

연습생으로 한국에 온다는 것 자체가 되게 큰 결정이었겠어요.
제이크:
호주에서 많은 걸 포기하고 과감하게 왔죠. 연습생이 어느 순간 없어질 수 있는, 확실한 길이 아니어서 부모님도 저도 걱정 많이 했는데 그래도 성격상 한 번 꽂히면 꼭 해야 되고 그것만 생각하고 집착해서.(웃음) 그리고 꿈을 가질 때부터 무조건 아이돌 데뷔가 목표이다 보니 주변에서 연습생 생활이 힘들다고 말해도 그냥 꿈을 향한 과정 정도로 생각했어요.
그만큼 ENHYPEN이 각별한 의미겠어요.
제이크:
ENHYPEN은 평생 봐야 하는 관계고, 그래서 저는 정말 가족 같이 생각해요. 방탄소년단 선배님들이 팀워크, 멤버들 간의 관계성이 너무 좋기로 유명하고 그게 영상에서도 많이 보이잖아요. 저희도 그런 모습을 본받고 싶어요.

성훈 씨와는 같은 MBTI고 비슷한 점도 많아서 잘 맞는다고 했었어요.
제이크:
서로 의지를 많이 하는 존재인 것 같아요. 그리고 평소에 성훈이가 저랑 너무 비슷하고 고민이 저보다 많아요. 인이어를 고르는 것도 혼자만 한 3일 더 고민하고 이럴 정도로(웃음). 성격 바뀌기 전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생각이 자주 들어서 저도 좀 신기해요. 혈액형도 같고 MBTI도 같고. 그래서 제가 고민할 때 듣고 싶은 말을 성훈이에게 해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자주.

02년생 멤버들이 곧 20대가 돼요.
제이크:
한국 와서 연습생 생활하면서 1년을 정신없이 보내다 보니까 벌써 거의 성인이 됐어요. 사실 큰 기대나 생각은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02년생 친구들과 함께 성인이 돼서 좋아요.

다가올 20대는 어땠으면 좋겠어요?
제이크:
무엇보다 이제 아티스트고 많은 분이 저를 지켜보고 계신 것에 대한 불안이나 긴장감이 있어요. 그만큼 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의지가 있어요. 팀 안에서도 19세니까 두 번째 형이잖아요. 저보다 어린 동생들도 많은데 동생들이 저를 귀엽게만 보는 것 같고 저도 솔직히 형 역할을 요즘에는 안 하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그래서 저는 친하지만 힘들 때 많이 의지할 수 있는 그런 형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ENHYPEN의 멤버로서는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나요?
제이크:
저는 1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사람이었고, 지금도 다른 분들과 많이 다르지 않고 단지 무대를 하는 사람,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을 위해서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이크 씨의 그 무대와 음악을 사랑해주시는 팬분들이 계세요.
제이크:
아직도 너무 새롭고 솔직히 이 감정은 평생 없어지지 않을 것 같은데 너무 감사하고.(웃음) 팬분들의 존재를 처음 느껴봐서 너무 벅차요. 얼마 전 제 생일이었는데, 살면서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생일 축하를 받은 게 처음이었어요. 너무 감사했어요. 작년 생일 때만 해도 혼자 연습실에서 가족이랑 통화하고 문자 보내면서 지냈는데 이번에는 가족뿐만 아니라 많은 팬분들이 저를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너무 기뻤고 행복했던 것 같아요.

지금 팬들을 직접적으로 대면할 수 없으니 아쉽겠어요.
제이크:
제가 아이돌의 무대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고 했는데, 팬분들이랑 같이 콘서트에서 소리 지르고 무대에 서는 걸 꿈꿨거든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처음으로 팬분들 앞에서 무대를 하게 되면 상상이 안 될 정도로 행복할 것 같아요.
글. 오민지
인터뷰. 오민지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이건희(빌리프랩)
사진. 신선혜 / Assist. 백승조, 김민석, 김상우(@co-op.) (이상 디지털 컷), 전유림(필름 컷)
헤어. 이일중, 경민정
메이크업. 안성희, 권소정
스타일리스트. 최경원
영상. 방우정, 김수린, 염지빈, 김유정, 민영은(빅히트 쓰리식스티), 조영재, 김재형, 김태훈(브랜드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