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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 빅히트 뮤직

지난 6월 초 라이언 테더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스튜디오에서 새로운 트랙을 듣고 있는 소리 없는 영상이 공개되었다. 라이언 테더는 원리퍼블릭의 보컬만이 아니라 프로듀서로 더 유명하다. 비욘세의 ‘Halo’, 레오나 루이스의 ‘Bleeding Love’ 등에 참여했고, 아델의 앨범 ‘21’과 ‘25’, 테일러 스위프트의 ‘1989’로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바 있다. 스튜디오 영상에 며칠 앞서 라이언 테더는 자신의 트위터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미국 공연장 영상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로 가입하겠다는 농담을 올려, 단순한 관람 인증보다 친밀한 분위기를 보이기도 했다. 스튜디오 영상에는 “큰 것이 온다(A big one is coming)”는 자막이 깔려 있었고, 실제로 더 큰 일이 벌어졌다.

6월 중순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수영장을 배경으로 하는 단체 사진과 함께 “We Go Together”라는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린다. 사진은 조나스 브라더스의 2019년 앨범 ‘Happiness Begins’를 연상시키고, “We go together”는 조나스 브라더스의 히트 곡 ‘Sucker’의 도입부 가사다. 그리고 ‘Sucker’는, 라디언 테더의 작품 중 하나다. 그리고 두 팀이 함께하는 디지털 싱글 ‘Do It Like That’의 공개가 7월 7일 공식 발표됐다.

 

조나스 브라더스는 지난 20년간 가장 성공적인 보이밴드 중 하나다. 미국 출신으로는 독보적인 위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5년 데뷔 이후 해체와 재결합을 거치면서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것도 이례적이다. 이들은 2007~2009년 시기에 디즈니 활동을 중심으로 10대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전성기를 누렸고, 이후 개인 활동을 거치면서 10년 만에 성인 밴드로도 자리 잡았다. 이들이 가족이라는 사실을 지적한다고 해도, 틴 아이돌 그룹이 팀을 유지하면서 자신을 업데이트하는 것이 쉬울 수는 없다.

 

이 과정에서 1등 공신은 컴백 싱글 ‘Sucker’다. ‘Sucker’는 빌보드 핫 100 1위로 데뷔했고, 이들의 유일한 1위 곡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8월까지 톱 10을 유지하면서 포스트 말론의 ‘Sunflower (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와 함께 2019년 최고의 여름 노래(Songs Of The Summer)가 되었다. 여름 노래라는 개념은 공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팝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여름은 전통적으로 가족 중심의 야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음악적 기억을 공유하기 쉬운 시기다. 덕분에 여름 노래는 계절 전체를 지배하는 글로벌 히트 곡이 되고, 오랜 기간 인기를 누리는 클래식의 위치에 오를 가능성도 크다. ‘Livin’ la Vida Loca’가 어떻게 반복되는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빌보드도 2010년부터 송즈 오브 더 섬머 차트를 별도로 발표한다. ‘Sucker’는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성공적인 여름 노래다. ‘Peaches’, ‘Levitating’, ‘As It Was’ 등과 함께 앞으로도 한동안 여름마다 해변과 풀에서, 쇼핑몰과 커피숍에서 흘러나올 것이다.

‘Do It Like That’으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조나스 브라더스가 만나는 것은, 2019년에 데뷔한 젊은 밴드가 이 모든 맥락을 흡수하도록 돕는다. ‘Do It Like That’은 여름 노래의 모든 미덕, 신나고 편안한 댄스 리듬, 빠르게 귀를 사로잡는 훅, 보편적인 가사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성공적인 K-팝 액트 중 하나지만, 10대 구매층을 넘어서는 보편성 확보와 라디오 공략은 어느 아티스트에게든 쉬운 일은 아니다. ‘Do It Like That’은 이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올해 여름 페스티벌 출격을 앞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에게 불특정 다수가 모인 공연장에서 즉시 반응을 얻어낼 수 있는 노래는 좋은 무기다.

 

한편, 조나스 브라더스는 37회에 걸친 대형 북미 투어를 앞두고 있다. ‘Do It Like That’은 ‘Sucker’ 이후 여름 노래의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하면서 K-팝 커뮤니티 전반에 접속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함께 영화 ‘주랜더’의 ‘Excuse Me Brah’ 밈을 따르는 틱톡 영상을 찍고, 심지어 K-팝 홍보 패턴에 따른 ‘콘셉트 포토’를 공개한 것이 단순한 유머 이상으로 보이는 이유다. 요컨대 ‘Do It Like That’는 K-팝의 미국 시장 공략이 과거와 어떻게 다른지 보여준다. 시장을 구성하는 요소를 더 잘 이해하고 있다. 보다 계획적이고, 덕분에 생태계 안에서 상호 이익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찾는다. 팀의 음악적 색과 K-팝의 상업적 파급력을 적절히 배합한다. 덕분에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작년 여름에는 Z세대의 음악적 취향과 연결된 이안 디올과 협업하고, 올해 여름에는 조나스 브라더스와 차트를 직접 공략할 수 있다. 이런 팀이 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