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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강일권(음악평론가)
사진 출처. 위버스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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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의 글로벌 히트 곡 ‘Seven (feat. Latto)’ 그리고 ‘3D (feat. Jack Harlow)’에는 모두 정국과 함께하는 아티스트들이 있다. 프로듀싱을 담당한 앤드류 와트, 서쿳, 블러드 팝 그리고 ‘Seven’에 참여한 라토와 ‘3D’의 잭 할로우. 정국의 ‘3D’ 발표와 함께 이들을 소개한다.

앤드류 와트

앤드류 와트는 2021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프로듀서(넌-클래시컬) 상을 수상했다. 지난 5년간 이 상의 다른 수상자를 보자. 퍼렐 윌리엄스(설명이 필요없다.), 피니즈 오코넬(빌리 아일리시의 오빠이자 전속 프로듀서) 그리고 잭 안토노프(테일러 스위프트의 최근 작품 대부분은 그의 손을 거쳤다.)가 두 번 받았다. 앤드류 와트는 그 이름이 대중적으로 가장 덜 알려진 거물급 프로듀서일 것이다.
 

그는 기타 연주자이자 록 음악을 만드는 것으로 경력을 시작했다. 현재의 길에 이른 가장 큰 계기는 2012년 저스틴 비버의 빌리브 투어 밴드에서 연주한 것이다. 당시 그와 저스틴 비버는 서로 취향을 공유하고 음악적 교류를 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는 2016년 DJ 스네이크와 저스틴 비버가 함께한 ‘Let Me Love You’에 송라이터‧프로듀서로 참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노래는 빌보드 핫 100 4위까지 오르며 성공을 거둔다. 그 이후 참여한 주요한 트랙을 나열하면, 2017년 카밀라 카베요의 ‘Havana’, 2020년 두아 리파의 ‘Break My Heart’, 2021년 저스틴 비버의 ‘Peaches’, 2022년 엘튼 존,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Hold Me Closer’ 등이다. 2020년 마일리 사이러스의 수작, ‘Plastic Hearts’ 앨범 주요 트랙을 만들었다. 포스트 말론과는 2016년 데뷔 앨범부터 인연을 맺고, 이후 모든 앨범에 참여했다. 최근 앨범 ‘Austin’의 대부분은 그의 작품이다.

 

그의 특징 중 하나는 현대 팝 스타만이 아니라 자신의 음악적 뿌리가 되는 록 음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그것도 록 영웅들이 즐겨찾는 젊은 프로듀서라는 점이다. 오지 오스본의 2020년 ‘Ordinary Man’ 앨범, 2022년 ‘Patient Number 9’ 앨범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에디 베더의 2022년 ‘Earthling’ 앨범, 이기팝의 2023년 ‘Every Loser’ 앨범에서도 프로듀서이자 기타리스트였다. 가장 인기 있는 팝 스타와 록 레전드를 모두 아우르는 작업 범위, 그 안에서 높은 기준을 충족시키는 수준 높은 결과물은 앤드류 와트를 당대의 프로듀서 중 하나로 뽑을 충분한 이유다.
 

서쿳

서쿳 혹은 헬리 월터는 다수의 히트곡 뒤에 숨은 미스터리 프로듀서로 불린다. 참여 트랙 중 핫 100 1위곡만 추려도 케이티 페리의 ‘Roar’, ‘Part of Me’, ‘Dark Horse’, 마일리 사이러스의 ‘Wrecking Ball’, 마룬5의 ‘Sugar’, ‘Girls Like You’ 등이 나온다. 더 위켄드의 ‘Starboy’ 앨범의 프로듀서로 2018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베스트 어반 컨템포러리 앨범’을 수상하기도 했다(현재는 베스트 프로그레시브 R&B 앨범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는 힙합과 일렉트로닉에 대한 관심으로 음악 경력을 시작했고, 2008년 렛츠 고 투 워라는 그룹으로 데뷔한 적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무대 위에서 전면에 나서는 일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슷한 시기 그룹 멤버 에이드리언 고흐와 함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Circus’ 앨범 수록 곡 ‘Mmm Papi’에 참여하면서 프로듀서로서의 경력이 가능함을 깨닫는다. 두 사람은 더 위켄드가 아직 인디 아티스트였던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 그의 전설적인 데뷔 믹스테이프 ‘House of Balloons’의 첫 트랙 ‘High for This’를 함께 쓰고 프로듀싱했다.

 

이후 유명 프로듀서 닥터 루크를 만나고, 그의 회사 프리스크립션 송즈와 계약하며 공동 프로듀서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위의 히트 곡 외에도 리한나, 니키 미나즈, B.o.B, 원 디렉션, 핏불, 샤키라 등으로 끊임없이 작업물을 쌓아왔다. 2018년 이후 독립적인 활동을 이어갔고, 에이바 맥스의 발굴과 데뷔부터 음악과 경력 전반에 관여하며 현재의 성공으로 이끈 것이 유명하다. 또한 샘 스미스, 킴 페트라스의 ‘Unholy’, 릴 나스 X의 ‘Star Walkin’’으로 히트 곡 포트폴리오를 이어 나가고 있다. 앤드류 와트와 서쿳은 ‘Hold Me Closer’에서 함께 작업한 바 있고, ‘Seven (feat. Latto)’에서 다시 만나 그들의 경력상 가장 큰 글로벌 히트 곡을 만들었다.

 

블러드팝

마이클 터커는 갓 20세가 되었던 2010년 무렵 블러드 다이아몬즈(Blood Diamonds)라는 이름으로 ‘Heart’, ‘Dreams’ 같은 재기발랄한 일렉트로닉 트랙을 발표하면서 인디 씬의 관심을 받았다. 그는 비디오 게임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이었고, ‘Braid’ 같은 소규모 인디 게임과 M83의 음악으로부터 동시에 영감을 받는 아티스트였다. 같은 시기 떠오르던 그라임스와의 협업, 특히 ‘Visions’ 앨범 직후 그라임스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직후 피처링한 ‘Phone Sex’는 더 많은 기회로 연결되었다. 켄드릭 라마, 스카이 페레이라, 엘르 굴딩 등의 리믹스, 그라임스의 ‘Go’, 티나셰의 ‘Bet’ 프로듀싱를 맡으면서 행보를 넓혔다. 그 무렵 이름을 블러드팝으로 바꾸고 본격적인 주류 송라이터‧프로듀서로 활약한다. 이 시기 그의 대표적인 작업은 마돈나의 ‘Rebel Heart’ 앨범에서 5곡의 제작에 참여하고, 저스틴 비버의 ‘Purpose’ 앨범에서 ‘Sorry’, ‘I’ll Show You’를 비롯한 주요 트랙에 기여한 것이다.

 

그리고 마크 론슨과 레이디 가가가 그의 인생에 들어온다. 레이디 가가는 ‘Artpop’ 앨범 이후 팬들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놀라게 하고 싶었다.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 마크 론슨은 레이디 가가의 새로운 분위기를 위하여 에이미 와인하우스, 루퍼스 웨인라이트와의 프로젝트에서 함께 일했던 뮤지션들을 기용했다. 동시에 마크 론슨은 블러드팝을 레이디 가가에게 소개했다. 블러드팝은 앨범이 아날로그 감성으로 치우치지 않고 현대적인 감성을 갖도록 했다. 블러드팝은 ‘Joanne’ 앨범의 모든 트랙에 공동 프로듀서를 맡았다. 레이디 가가와의 인연은 계속되어, 2020년 앨범 ‘Chromatica’에서는 앨범 전체를 총괄하며 그의 최고작을 만든다.

 

올해 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레이디 가가는 ‘탑 건: 매버릭’의 주제가 ‘Hold My Hand’를 공연한다. 노래를 부르기 전, 그는 블러드팝을 언급했다. “영화를 위해 제 친구 블러드팝과 함께 이 곡을 썼습니다. 저에게는 매우 개인적인 곡이며, 우리 모두는 서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많은 사랑이 필요합니다.” 레이디 가가 경력의 두 번째 장에서 블러드팝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한때 가장 전위적이던 일렉트로 팝 아티스트가 고전적인 팝 스타로 변모하면서도 동시대성을 잃지 않을 때, 그 뒤에는 블러드팝 같은 프로듀서가 있다.

 

잭 할로우

잭 할로우는 12세 무렵 중학교에서 자신의 랩이 담긴 CD를 팔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첫 상업적 믹스테이프 ‘18’을 낸다. 당신이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찾을 수 있는 첫 앨범이 ‘18’이다. 이후 믹스테이프 ‘Gazebo’, ‘Loose’를 연이어 내면서 ‘Cody Banks”, ‘Sundown’ 등의 트랙이 인기를 얻었다. 이 무렵 애틀랜타에서 아틀랜틱 레코드의 제네레이션 나우 레이블과 계약한다. 릴 우지 버트가 2015년 믹스테이프 ‘Luv Is Rage’의 성공 이후 계약하여 지금까지 활동 중인 레이블이다. 잭 할로우의 2019년 믹스테이프 ‘Confetti’가 다시 한번 성공하면서, 공식 데뷔에 대한 기대가 커져간다.

 

그리고 ‘Whats Poppin’이 온다. 틱톡 바이럴과 함께 젊은 힙합 리스너의 호응을 받았고, 릴 웨인, 다베이비, 토리 라네즈가 참여한 리믹스가 가세하면서 빌보드 핫 100 2위까지 오른다. ‘Whats Poppin’은 2020년 핫 100 연말 차트에서 13위를 기록한다. 같은 해 잭 할로우는 힙합 매체 ‘XXL’이 매년 새롭게 떠오르는 래퍼를 대상으로 하는 프레시맨 클래스에 선정된다. 당시 리스트에는 24k골든, 폴로 G, 릴 티제이 등 그 이후 스타덤에 오른 이름이 즐비하다.

 

2021년에는 릴 나스 X의 메가 히트 ‘Industry Baby’ 피처링으로 첫 번째 핫 100 1위를 기록한다. 2022년에는 자신의 신곡 ‘First Class’으로 다시 한번 1위를 기록한다. 이 무렵부터 잭 할로우가 힙합 장르 내에서, 특히 백인 아티스트가 은근히 요구받는 폐쇄적인 남성성에서 탈피하는 새로운 세대라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한다. 릴 나스 X 피처링은 물론 공개적인 지지가 화제를 모았다. 다른 여성 아티스트에게 친근하고 우호적으로 접근하고 여성 리스너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모습은 확실히 에미넴의 시대와는 다르다. 대신 흑인 여성에 대한 그의 플러팅은 ‘SNL’에서 다루는 밈이 되었다.

 

이른바 틱톡 래퍼처럼 충분한 실력없이 화제성만을 노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착화된 랩 문화까지 자연스러운 것처럼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좋아하는 여성이 차 옆자리에 있을 때 당당하게 틀 수 있는 트랙을 만들고 싶다는 래퍼가 정국과 만났다.

 

글. 서성덕

라토

UK 개러지 프로덕션 안에 훌륭한 멜로디와 보컬이 스며든 정국의 ‘Seven (feat. Latto)’에서 라토(Latto)는 곡에 초빙된 이유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비트 스타일을 가리지 않는 그의 옹골진 랩은 장르 특유의 불규칙한 리듬을 여유롭게 지배하며 나아가는 정국의 보컬과 더할 나위 없는 사운드적 교감을 나눈다. 특히 ‘Seven (feat. Latto)'의 주제는 라토가 제일 잘하는 분야다. 그는 언제나 수위 높은 표현과 비속어를 쓰는 데 거침없지만, 이번엔 특별히 노골적인 표현 없이도 매우 관능적인 가사를 뱉어냈다. 

 

두 아티스트의 합작은 예상치 못한 조합이어서 더욱 신선하다. 그리고 이는 폭발적인 스트리밍과 판매량에 힘입어 빌보드 핫 100 1위로 귀결됐다. 서로에게 의미 있는 결과다. 무엇보다 ‘Seven (feat. Latto)’을 통한 라토의 1위는 힙합계를 들썩이게 했다. 힙합 탄생 50주년을 맞이한 올해, 절반이 지나도록 핫 100 1위 래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앨범 쪽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1993년 이후 빌보드 200에서 가장 긴 1위 가뭄을 겪는 중이었다. 결국 7월이 되어서야 앨범에선 릴 우지 버트가, 싱글에선 라토가 ‘Seven (feat. Latto)’에서의 피처링으로 저주를 풀었다. ‘Seven (feat. Latto)’의 인기와 함께 라토는 본인 커리어뿐만 아니라 올해 빌보드 핫 100 정상을 차지한 최초의 래퍼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정국과의 컬래버레이션을 기점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힙합계에서 라토는 이미 화제의 중심에 선 래퍼다. 2016년부터 꾸준히 음악을 발표해왔으며, 2019년에 발표한 싱글 ‘B*tch From Da Souf’가 대대적인 히트를 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B*tch From Da Souf’의 엄청난 인기는 그해 12월에 나온 리믹스 버전까지 가세하며 사그라질 줄을 몰랐다. 리믹스엔 라토와 비슷한 시기 데뷔한 또 다른 신성 서위티(Saweetie)와 남부 여성 힙합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한 베테랑 트리나(Trina)가 함께였다. 그의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두 버전의 ‘B*tch From Da Souf’는 모두 합쳐서 스포티파이와 애플뮤직에서만 2억 회 이상의 스트리밍 횟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성공 뒤에 2020년 라토의 커리어는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한다. 메이저 레이블 RCA 레코드와 계약했으며, 정규 데뷔작 ‘Queen of da Souf’를 발표했다. 또한 힙합계의 대표적인 빌런 랩스타, 구찌 메인(Gucci Mane)이 조력한 싱글 ‘Muwop’으로 다시 한번 달콤한 성공을 맛봤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유력 힙합 매체 ‘XXL’이 매년 엄선하여 소개해온 ‘2020 XXL Freshman’에도 이름을 올렸다. ‘XXL Freshman’은 그해에 가장 주목해야 하는 신예 래퍼 리스트다. 지명되는 순간 매체, 평단, 리스너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다. 

 

이력이 말해주듯이 라토는 의심할 여지없는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했다. 메인스트림 힙합 씬에서 여성 래퍼의 영역은 꽤 오랫동안 니키 미나즈(Nicki Minaj)와 카디 비(Cardi B) 양강 체제였다. 두 래퍼는 젠더를 초월한 랩스타였지만, 이들만큼 영향력을 지닌 여성 래퍼 가뭄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았다. 다행히 어느 순간부터 메건 디 스탤리언(Megan Thee Stallion), 시티 걸스(City Girls) 같은 인재들이 등장하여 다시금 여성 래퍼의 전성기를 이루는 데에 큰 힘을 보탰다. 그리고 라토 역시 새로운 세대로서 이 같은 흐름에 가세했다. 그는 여성 힙합의 미래를 이끌 대표 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Seven (feat. Latto)’에서도 증명했듯이 라토는 성적인 주제를 아주 재치 있고 은유적으로 풀어낼 줄 안다. 더불어 사람들의 내숭을 비웃기라도 하듯 날것 같은 표현이 펄떡거리는 가사의 랩으로 짜릿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물론, 라토의 장기는 성적인 이야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자기 과시 또한 1차원적 스웨그에 함몰된 여느 래퍼들의 것과는 감흥의 결이 다르다. 

 

섭렵한 프로덕션의 스펙트럼이 넓은 것도 라토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다. 애틀랜타 출신답게 트랩과 래칫에 기반을 두지만, 트렌드에 대한 강박은 없어 보인다. 일례로 2021년에 발표한 ‘Big Energy’는 톰 톰 클럽(Tom Tom Club)의 포스트 디스코 명곡 ‘Genius of Love’를 샘플링한 1990년대 팝 랩 스타일의 곡이며, 지난 2월에 공개한 ‘Lottery (Feat. LU KALA)’는 아예 옛 디스코를 중심으로 끌어온 곡이다. 한편, 카디 비와 함께 2023년에 발표한 싱글 ‘Put It On Da Floor Again’도 라토의 터프한 색깔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클럽 뱅어와는 거리가 먼 위협적인 드릴 프로덕션 위로 교활한 사람들에게 경고하고 부를 과시한다. 

 

‘Put It On Da Floor Again (Feat. Cardi B)’의 오리지널 솔로 버전인 ‘Put It On Da Floor’에서 라토는 소셜 미디어에서의 불미스러운 일을 계기로 불화가 생긴 니키 미나즈를 디스했다. 니키 미나즈는 라토가 어릴 때부터 사랑했으며, 음악적으로 가장 크게 영향받았다고 밝힌 래퍼다. 하지만 아무리 리스펙트해온 인물이라 해도 본인의 세계에 해를 가한다면 가차 없이 반격한다. 그리고 이처럼 격렬한 에너지를 내뿜는 하드코어 래퍼는 팝과 힙합을 넘나드는 관능적인 랩스타만큼이나 라토의 중요한 캐릭터다. 그의 또 다른 이름은 ‘빅 라토(Big Latto)’다. 확실히 그는 힙합 씬에서 점점 더 커다란 존재가 되어가는 중이다. 

 

글. 강일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