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내 초롱의 조곤조곤한 말투와 보미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기분 좋게 어우러졌다. 목소리는 달라도 도전을 말하며 반짝이던 둘의 눈빛만큼은 서로를 똑 닮아 있었다. 정말로 “좋아하는 만큼 완벽히 닮은 Collabo”. 

‘Copycat’이 데뷔 후 첫 공식적인 유닛 앨범이었어요.

보미: 준비 과정부터 너무 재밌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족했던 앨범이에요. 

초롱: 워낙 재미있게 활동해서 댄스팀 언니들이랑 헤어, 메이크업 선생님들까지 활동을 마치는 게 아쉽다고 말씀하실 정도였어요. 그만큼 즐거웠던 활동이라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좋은 쪽으로 좀 아쉽기도 해요.

 

콘셉트 기획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셨다고요. 

초롱: 초봄의 케미스트리를 보여드리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쌍둥이 콘셉트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어요.

보미: 시간도 정말 많이 투자했고 준비도 철저히 했어요. 제가 참여한 부분이 앨범에 실제로 반영되니까 더 재미있어요. 이번에는 뮤직비디오를 스토리 중심으로 끌어가보고 싶어서, 작가가 된 기분으로 노트북을 펴고 스토리를 짜기도 했어요.

 

뮤직비디오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보미: 뮤직비디오의 엔딩에서 반전을 주는 아이디어로 VR 게임이라는 소재를 활용하면 재밌을 것 같았어요. 저희가 유리관에 갇히고 게임이 오버되면서 뮤직비디오가 끝나는데, 이 신은 앨범 재킷 사진이랑 이어져요. 팬분들이 실물 앨범 한 장을 넘기는 순간 유리관에 갇힌 저희를 해방시켜준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어요.

초롱: 탈출에 성공해서 손을 잡고 뛰어가는 장면으로 초봄의 첫 시작을 보여준 거죠. 이전에 저희가 했던 콘셉트들을 하나씩 깨 나가는 거예요. 그래서 최대한 자유로운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쇼케이스에서도 이번 활동을 ‘일탈’이라고 표현하셨더라고요. 

보미: 이번 활동에서 하고 싶었던 콘셉트를 원 없이 다했더니, 다음 콘셉트도 자꾸 독특한 걸로 찾게 돼요.(웃음) 그래도 제가 의견을 낼 때마다 언니가 너무 좋다고 호응해줘서 더 신나서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어요. 초롱 언니가 많은 부분을 배려해줬죠. 

초롱: 저희 두 명이어서 가능했던 콘셉트였던 것 같기도 해요. 우리 멤버들이 은근 보수적인 면이 있어서(웃음),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 응원차 놀러 와서는 저희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더라고요. 제가 “에이핑크 다음 콘셉트는 이렇게 가야지.” 하니까 바로 “언니, 괜찮아요.” 그랬을 정도예요.(웃음) 이번만큼은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겠어!’라는 마음에 진짜 하고 싶은 대로 해봤던 것 같아요.

  • 보미가 착용한 베스트는 뮌(MUNN).

에이핑크 때 보여주시던 모습들과는 결이 다르게 느껴졌어요. 

초롱: 팝 스타일의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음원으로 듣거나 무대를 봤을 때 ‘그냥 듣기 좋은 음악’이요. 유닛 활동인 만큼 에이핑크가 가진 색깔이랑도 차별화하려고 신경을 많이 썼는데, 그렇다고 갑자기 다크한 콘셉트를 하기에는 기존의 저희 색깔이랑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초봄과 잘 맞고 듣기에도 편안한 자연스러운 느낌의 곡으로 선택하게 됐어요.

 

보컬 스타일도 나른한 느낌의 목소리가 새롭게 느껴졌어요.

보미: 에이핑크 때는 목소리를 단단하게 내야 하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이번에는 힘을 많이 빼고 불러야 해서, 처음에는 제 목소리를 듣는데도 익숙하지 않게 느껴졌을 정도였어요.

초롱: 저는 오히려 좀 잘 맞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느낌의 곡이기도 하고, 제 목소리가 멤버들에 비해 단단하지 않은 편이라 자연스럽게 부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두 분의 음색이 꽤 다른 편인데 조율하는 과정은 어떠셨어요?

초롱: 보미랑 목소리 톤이 정반대여서 오히려 더 좋다고 생각했어요. 서로 갖고 있는 개성이 달라서 더 재밌었어요. 녹음 중에도 둘이 계속 수정하면서 대화를 많이 나눴는데요. ‘Copycat’ 첫 녹음 이후에 키를 올려야 할 것 같아서 재녹음까지 했어요. 무대를 하기에는 분위기가 처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키를 올리기로 결정했어요.

보미: 12년 동안 서로의 목소리를 들어봐서 목소리 케미스트리에 대한 큰 걱정은 없었어요. 녹음 과정에서도 서로 맞춰 갔어요.

퍼포먼스도 두 분의 합을 맞추는 게 중요했을 것 같아요.

보미: 아무래도 쌍둥이 콘셉트다 보니, 거울 모드처럼 정확히 맞아야 할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어느 때보다도 많이 새벽까지 남아서 연습했어요. 틀리면 집에 가지 말자고 하면서 계속 연습했을 정도.(웃음)

초롱: 약간 집착했어요.(웃음) 특히 마주 보고 하는 안무는 동작 하나하나를 디테일하게 맞추려고 엄청 노력했어요.

 

독특하고 도전적인 스타일링도 인상적이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스타일링이 있다면요?

보미: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선 창피해했던 분홍색, 파란색 가발에 대한 이야기를 언니에게 직접 들어보고 싶은데요.(웃음)

초롱: 저는 딱 재킷 사진까지만 가발을 쓰고 찍고 싶었어요. 포토 카드를 찍자고 할 때는 벗었는데, 조금 부끄럽긴 했어요.(웃음) 이전까지는 분홍색, 파란색 가발처럼 파격적인 스타일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쌍둥이 콘셉트에서 반반 대비되는 컬러를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서 이번에 과감하게 한 번 시도해봤죠. 

보미: 이번 활동을 하면서 초롱 언니의 새로운 면을 진짜 많이 봤어요. 이렇게 제대로 된 콘셉트를 잡는 걸 언니가 은근히 좋아하더라고요. “잡을 거면 확실히 잡아라, 보미야!” 이런 느낌.

초롱: 팀 활동을 할 때는 각자의 의견이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중간을 택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저는 확실한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새로운 시도가 물론 재미도 있었겠지만 책임감도 많이 느끼셨을 것 같은데, 부담되는 부분은 없었나요?

보미: “즐기자.”라는 말이 “부담돼.”를 대신했던 것 같아요. 저희가 “즐기자, 즐기자!”를 정말 많이 했거든요. 그게 속으로는 “아, 떨려. 부담돼.”가 아니었을까. 둘 다 속으로 긴장을 많이 하고 조급해하는 성향이거든요. 그리고 ‘Copycat’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더 부담됐던 것 같기도 해요.

초롱: 부담됐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어요. 에이핑크에서 처음으로 나온 유닛 앨범이기도 하고, 전부터 초봄이라는 조합을 팬분들께서 많이 좋아해주셨거든요. 자부심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각자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기도 해요. 보미 씨는 ‘원더티켓- 수호나무의 부활’로 뮤지컬에 처음 출연하죠?

보미: 와, 뮤지컬은 진짜 어려워요. 관객분들을 보면서 감정을 끌어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렵게 느껴졌어요. 파트너가 아닌 무대 앞을 보면서 “사랑해요.”를 해야 하는 거죠. 그리고 계속 몸을 열고 있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해요. 이런 경험이 전부 다 처음이었어요. 

 

초롱 씨는 오디오 드라마 ‘아파도 하고 싶은’에 출연했어요. 

초롱: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보미랑 비슷한 어려움을 느꼈던 게, 앞에 있는 마이크에 대고 연기를 해야 하니까 헤드셋으로 목소리만 들으면서 혼자 감정을 잡아야 하는 거예요. 대화하는 상황도 아니다 보니 자꾸 읽는 발성이 나와서 발성 잡기도 힘들었어요. 특히 앉았다 일어나거나 넘어지는 동작을 표현할 때는 호흡까지 상상하면서 소리내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거의 반나절 동안 녹음실 안에서 계속 목을 쓰고 집중도 해야 해서,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힘든 작업이었어요. 그래도 너무 재밌었어요! 기회가 온다면 또 하고 싶을 정도로요.

 

새로운 도전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나요?

보미: 7~8년 차쯤 됐을 때, 고민이 정말 많았죠. ‘나는 앞으로 어떡하지?’, ‘만약 나중에 나 홀로 남게 된다면 뭘 해야 하지?’ 이런 걱정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현재에 집중해서 흘러가는 대로 무엇이든 다 감사하게, 재밌게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다 도전하고 싶어요! 

초롱: 일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걱정부터 먼저 하던 시기도 있었어요. ‘나는 연예인 할 성격이 아니구나.’, ‘기회가 와도 못 잡는 사람이구나.’ 하고 자책도 많이 했었죠. 그래도 지금은 심적으로 여유가 생긴 건지, 현장에 가면 즐겁게 일하려고 해요. 무슨 일이든 재밌게 하려다 보니 결과물도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지고 있어요. 재밌게 이것저것 많이 해보고 싶어요.

 

도전의 원동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보미: 멤버들이요. 저는 어디를 가나 그냥 윤보미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 제 이름 앞에 ‘에이핑크’가 없으면 주눅 들 것 같아요. 개인 활동을 할 때도 떨린다 싶으면 멤버들 단체 채팅방에 얘기하거든요.

초롱: 혼자 메시지를 막 보내요.(웃음)

보미: 개인 스케줄을 나가면 멤버들 생각이 많이 나요. 개인 활동을 해보면 뮤지컬도 “와, 너무 재밌다!”, 드라마를 하면 “드라마도 너무 재밌다!” 이러는데, 정말 무대가 제일 재밌어요. 그래서 결론은 에이핑크가 제일 재밌다!(웃음)

초롱: 저도 에이핑크가 제 원동력이에요. 에이핑크를 위해 개인적으로도 더 잘되고 싶다는 욕심이 커요. 멤버들이 각자 활발하게 활동해야 팀도 더 활기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멤버들이야 알아서들 잘해주고 있고, 저도 함께 더 열심히 하고 싶어요.


  • 초롱이 착용한 귀걸이는 빈티지 헐리우드(VINTAGE HOLLYWOOD), 부츠는 바이미나(bymina).

앨범 주제가 ‘Framily(가족 같은 친구)’였잖아요. 두 분의 관계는 물론, 에이핑크라는 팀이 ‘Framily’의 관계 같아요. 이제는 판다들도 ‘Framily’처럼 느껴지나요? 

초롱: ‘Framily’, 정말 딱 저희를 위한 단어이지 않나!(웃음) 제 20대를 에이핑크로 보내는 동안 판다분들과 매 순간을 함께했어요. 판다분들도 마찬가지로 편지에 “저의 10대, 20대는 에이핑크 언니들과 함께였어요.”, “에이핑크 누나들, 동생들과 함께였어요.”라고 많이들 적어주세요.

보미: ‘덤더럼(Dumhdurum)’이랑 ‘Dilemma’ 활동 때는 응원법을 못 들어서 지난 2년 동안 판다분들 목소리를 너무 듣고 싶었어요. 판다분들도 오랜만이라 그런지 처음에는 어색해하시더니, 마지막에는 눈에 핏줄이 다 터지고, 목소리도 다 쉴 정도로 열심히 응원해주셨어요. 덕분에 이번 활동이 너무 재밌고 즐거웠던 추억으로 남았어요.

 

보미 씨는 유튜브 채널 ‘뽐뽐뽐’의 구독자 ‘뽀송이’분들과 유기견 봉사도 함께하셨던데요?

보미: 너무 감사했어요. 사실 몇백 분이나 신청해주셨는데 현장에 너무 많은 사람이 가면 제어가 안 될 것 같아서 일곱 분 정도만 함께했어요. 그런데 ‘아, 왜 일곱 분만 불렀지?’ 하고 후회했을 정도로 정말 고된 일을 했거든요. 현장에서 세수하고 거의 등목까지 했을 정도로(웃음) 힘들었어요. 그래도 유기견 환경에 대해 잘 몰랐던 분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걸 느끼고 돌아가셔서 너무 뿌듯했어요. 

 

에이핑크는 전에도 종종 판다들과 봉사 활동을 한 걸로 알고 있어요. 

보미: 결국 판다분들이 만들어주시는 자리인 것 같아요. 저희 이름으로 기부 인증을 해주실 때가 있는데, 좋은 일을 저희 이름으로 같이 해주시는 거잖아요. 그럴 때마다 너무 감사해서 ‘우리도 함께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초롱: 예전에 제 생일 때 같이 봉사를 하고 싶었는데, 한편으로는 조금 죄송한 거예요. 봉사는 스스로 원해서 가야 하는데 혹시나 제가 가자고 말씀드리는 것 자체가 실례일까 봐. 그래도 함께 봉사를 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시도했더니 판다분들이 흔쾌히 와주셨어요. 판다분들이 그렇게 행동하시는 모습을 보고 저희도 배우게 된 것 같아요.

 

팬과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받네요. 

보미: 제 삶에 정말 많은 영향을 주세요. 팬 사인회에서 제가 판다분들한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저 왜 좋아하세요?”예요. 자존감이 떨어질 때면 저조차도 저를 사랑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오잖아요. 그럴 때는 팬레터 한 장만 읽어도 저를 아낌없이 사랑해주시는 마음이 느껴져요. 판다분들 덕분에 제가 저 자신을 다시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초롱: 이렇게나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축복받은 삶인 것 같아요. 인기가 아니고 ‘진짜 사랑’이요. 편지를 읽다 보면 처음에는 나를 이렇게까지 사랑해주신다는 게 되게 신기하고 궁금하면서도 감사하기도 하고, 정말 오만 가지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그중에서 결국 정말 감사하다는 마음이 마지막까지 남더라고요. 정말 바르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돼요.

11년 넘는 시간 동안 멤버들, 팬분들과 ‘Framily’가 됐는데, 함께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나요? 

초롱: 시간이 흐르면서 음악 트렌드도, 사람들의 취향도 많이 바뀌잖아요. 그런데 억지로 트렌드에 맞추려고 하면 저희 색을 잃어버릴 것만 같은 거예요. 남들이 요구하는 기준이 너무 많겠지만, 그동안 우리가 만들어왔던 것들은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저의 자부심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만들 수 없는 부분이잖아요. 저희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걸 또 찾아가면 되니까요.

보미: 저는 에이핑크가 친근한 이미지의 팀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친근함 속에 새로운 면이 있는 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돌아보면 20대의 저는 겁이 많고 낯을 가려서, 도전을 많이 못해봤던 게 너무 아쉬워요. 그래서 30대에는 무엇이든 다 도전해보고 싶어요. 저의 삶 자체를 그렇게 한 번 살아보고 싶어요.

초롱: 저도 그동안 에이핑크의 초롱으로는 잘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사람 박초롱으로는 아직도 제가 무엇을 잘하는지, 더 잘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앞으로는 여러 분야에 도전해보면서 스스로 저의 새로운 면을 더 찾아보려고요. 저 자신을 알아가고 싶어요.

Credit
글. 송후령
인터뷰. 송후령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송후령
사진. 장덕화 / Assist. 김은지, 윤민기, 김민정
헤어. 김병배 / Assist. 성찬희(프랑스)
메이크업. 김효정(순수)
스타일리스트. 홍하리 / Assist. 박주경(펑크스낫데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