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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사진 출처. 빅히트 뮤직

슈가는 방탄소년단의 멤버다. 그가 방탄소년단이나 자신의 곡 외에 프로듀싱을 할 때는 곡 명 뒤에 프로듀서로서의 자신을 의미하는 ‘Prod. SUGA’가 붙는다. 그리고 Agust D가 있다. 두 개의 믹스테이프 ‘Agust D’와 ‘D-2’, 오는 4월 21일에 발표 예정인 앨범 ‘D-DAY’를 낼 때 등장하는 또 다른 자아. Agust D의 이름으로 그는 방탄소년단의 슈가이자 프로듀서 슈가 그리고 자연인 민윤기의 삶을 총체적으로 기록한다. 방탄소년단이 2015년 ‘화양연화’ 이후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그때, 슈가는 2016년 ‘Agust D’를 통해 “2010년 11월 7일 서울 입성”(‘치리사일사팔 (724148)’)하던 시절부터 “설마 했지 가족조차 점치지 못했던 내 성공”(‘give it to me’)에 이르는 자신의 역사를 담았다. 그리고 4년이 지난 뒤 발표한 ‘D-2’에는 세계적인 스타가 되어 스스로를 “개천 출신에 용 된 몸”(‘대취타’)으로 정의한다. 그사이 방탄소년단에게 아직 ‘화양연화’가 오지 않았던 2014년 5월 3일 새벽 “외롭지 않은 척 괴롭지 않은 척 괜히 괜찮은 척 괜시리 열심히 강한 척 하며 내 앞에 놓아 버린 벽”(‘140503 새벽에 (140503 at dawn)’)을 토로하던 ‘Agust D’의 슈가는 “높게 나니 느껴지는 공허함” 속에서 “변화는 모두에게 필연적”(‘저 달’)이라며 멈추지 않는 인기 속에서 모든 것이 달라진 자신을 받아들이는 ‘D-2’의 시절로 왔다. 슈가가 Agust D를 통해 앨범을 내는 순간까지의 자신을 바라보면서, 이 앨범들은 결과적으로 그가 어디로부터 시작되어 어떤 사람이 되고 있는지에 대한 여정을 담는다.  

“가끔씩 지치고 힘들 때가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럴 때마다 찾아들어요. 그리고 엄청 울어.” 4월 21일 디즈니+와 위버스를 통해 공개 예정인 다큐멘터리 ‘SUGA: Road to D-DAY’에서 슈가가 ‘D-2’의 곡, ‘사람’에 대해 한 말이다. 슈가가 ‘Agust D’의 시절로부터 ‘D-2’로, 그중에서도 ‘사람’에 이르는 여정은 곧 그의 삶에 일어난 변화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그는 ‘Agust D’의 ‘마지막 (The Last)’에서 “배달 알바 중 났던 사고 덕분에 *발 박살이 났던 어깨”를, “자기 혐오와 다시 놀러와 버린 우울증”을 고백했다. 이것은 그가 ‘Agust D’를 통해 “너무나도 불안한 것들을 표출”했다는 ‘SUGA: Road to D-DAY’의 발언을 연상시킨다. 꿈꾸던 성공이 바로 눈앞에 와 있는 것만 같던 그때, 어깨의 통증은 여전히 그를 고통스럽게 하고, 데뷔부터 성공에 이르기까지 겪었던 일들로 인한 마음의 상처들은 그의 표현대로 “불안”으로 자리 잡게 됐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사람’에 이르러 한결 가벼워진 사운드로 묻는다. “Why so serious?” 그리고 다시, “I’m so serious?” 인기가 더 올랐다고 해서 인생의 고민은 사라지지 않는다. “때론 또 아플지도 가끔은 속상해 눈물 흘릴지도” 모른다. 다만 변한 것은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된 지금의 자신에 대해서도 “평가는 가지각색”이라며 자신 또한 “그냥 나도 사람”이라고 받아들이는 슈가의 마음이다. 그토록 바라는 인기를 누리는 그때 그는 “다들 바래가겠지” 그리고 “세상살이 영원한 건 없어”란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서 ‘사람’은 ‘D-2’뿐만 아니라 ‘D-DAY’까지 ‘Agust D 3부작’이 된 석 장의 앨범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사람’과 ‘Interlude : Set me free’에 이어지는 마지막 곡 ‘어땠을까 (feat. 김종완 of NELL)’는 슈가가 그의 친구 사이에 있었던 슬픈 이야기를 담았다. 그러나 그는 ‘Agust D’ 시절처럼 과거를 현재처럼 몰입한 채 격정적으로 쏟아내지 않는다. 대신 차분한 건반으로 시작한 곡은 슈가가 “난 니가 존나게 미워 아직두”라고 랩할 때도 관조적인 분위기를 유지한다. 슈가는 ‘D-2’에서 문자 그대로 ‘사람’을 그리고 사람에 대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나름의 시각을 갖게 되면서 더 이상 과거를 분노로 돌아보지 않게 되었다. 더 치솟는 인기 속에서 그는 오히려 이 또한 영원할 수 없다는 깨달음을 통해 자신을 보다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으로 한발 더 나아갔다. ‘SUGA: Road to D-DAY’는 ‘D-DAY’를 작업하면서 슈가의 음악 자체에 대한 탐구 또는 음악으로 하는 일종의 구도의 과정을 담는다. 그는 미래에 ‘D-DAY’가 될 새 앨범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걱정한다. 그러나 그는 그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음악을 만들고, 음악인으로서의 길을 찾고자 고(故) 류이치 사카모토에게 만남을 청한다. 세속적인 성공이라는 측면에서 거의 모든 것을 다 이뤘다 해도 과언이 아닌 아티스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을 계속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Agust D’를 통해 맺혀 있던 과거를 게워냈던 슈가는 ‘D-2’에서 자신과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고, ‘D-DAY’에서 아티스트로서 음악의 본질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나간다. 그리고 지난 7일 ‘D-DAY’의 첫 곡으로 공개된 ‘사람 Pt.2 (feat. 아이유)’는 슈가가 찾은 그 답 중 하나처럼 보인다. 

 

“눈물이 터져 나오면 그대 울어도 돼 당신은 사랑받기에도 이미 충분한데”

 

슈가는 ‘사람’에서 “사람들은 변하지 나도 변했듯이”라며 나와 사람 또는 나와 세상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런데 ‘사람’으로부터 이어지는 ‘사람 Pt.2 (feat. 아이유)’는 아이유의 목소리를 통해 두 사람의 대화처럼 진행되는 형식 속에서 “함께 미래를 그리던 우리”가 “쌓은 모래성들을 부숴”버린 것을 이야기한다. ‘사람’이 그리는 사람이 단수였다면 ‘사람 Pt.2 (feat. 아이유)’는 사람들, 복수다. 사람의 사랑은 그렇게 복수의 관계에서 가능하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간 사랑”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질문들이 떠오른다. “사랑은 사랑으로 완벽할까”, “이타적인 게 어쩌면 되려 이기적이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저항과 복종 사이의 싸움이라는데 내가 보기에는 외로움들과의 싸움”이기에, 사람은 다른 사람과 사랑을 한다. ‘사람’에서 ‘사람 Pt.2 (feat. 아이유)’로의 변화는 슈가가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타인과 세상에 대해 더욱 넓은 관심과 애정을 갖는 과정이기도 하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일들을 ‘그냥 나도 사람’이라며 바라볼 수 있게 된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사람이 상처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이유를 생각한다. 그 많은 상처들을 스스로 헤집으며 치료해야 했던 ‘Agust D’의 슈가는. ‘D-2’를 지나 ‘D-DAY’에 이르러 타인에 대한 사랑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삶에 관한 그 길고 긴 고민의 길 위에서, 어떤 사람은 그렇게 사랑을 찾는다. 음악하는 사람으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