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OUT

강명석 :
뉴이스트의 새 앨범 ‘Romanticize’의 타이틀 곡 ‘INSIDE OUT’은 한 사람의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드라마를 그린다. 헤어진 연인에 대해 ‘다른 사랑할 수 있어 난 아무렇지 않아’라며 다짐했건만, ‘사실은 너 없는 나 혼자라 싫어’라는 자각을 마주하고, 결국 ‘나는 너 뿐이야’라는 닿지 않을 고백으로 끝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네가 없는 내 하루의 끝’에서 ‘너의 생일을 비밀번호로 누르고 들어와서 집 문을 닫았을 때’ 혼자 겪는 마음속(INSIDE)의 일이다. 마음속에서는 ‘다 무너지는 Guard rail’이라고 할 만큼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 같지만, 세상 밖(OUT)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노래 시작과 끝에 ‘You’re the one that I want The one that I need / Don’t wanna be free You’re the one that I want The one that I need’가 반복되는 것처럼. 그리고 마음속과 세상은 이 부분과 후렴구 다음 부분에 같은 비트가 이어지며 연결된다. 마음은 ‘이 밤이 끝나기 전에 너에게 달려가’고 싶을 만큼 점점 더 격렬해지지만, 가볍게 음을 찍고 나가는 현실의 멜로디는 마지막 남은 이성을 붙잡아 둔다. 그 결과 비트는 가볍고, 리듬은 빠르지만 마음속은 ‘무너지는’ 것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일상의 한순간에 느끼는 마음을 세밀하게 잡아낸다. 뉴이스트의 음악 여정으로 이야기한다면, ‘BET BET’처럼 감정을 폭발적으로 쏟아내던 곡들과 그들이 꾸준히 해오던 EDM 댄스 곡을 한 곡에서 구현했다. EDM 스타일의 사운드는 경쾌하게까지 느껴지지만, 그 안에 표현되는 감정은 절절하다.

이 곡의 퍼포먼스가 후렴구를 제외하면 팔다리를 크게 쓰지 않고, 멤버들이 빠르게 또는 크게 뛰지 않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멜로디를 따라 퍼포먼스의 시작과 끝 또한 같고, 그 동작들은 박자마다 관절을 조금씩 사용해 오른쪽 무릎을 꿇고 있던 멤버들이 눕게 되는 과정을 나눠서 보여준다. 곡이 세밀하지만 멜로디는 역동적으로 변하는 것처럼 안무도 가사에 맞춰 가슴을 쓸거나 한쪽 다리를 천천히 움직이는 등 작게 나눠진 동작들로 곡에 일관된 분위기를 부여한다. 대신 다양하게 변화하는 동선과 후렴구로 갈수록 댄서들이 늘어나고 넓어지는 대형을 통해 점점 강렬해지는 멜로디의 변화를 시각화한다. ‘울면서 달리기’라고 해도 좋을 어떤 감정을, 뉴이스트는 정교한 변화 속에서도 일관된 분위기를 유지하며 표현한다. 팀의 지난 서사가 만들어낸 고유의 분위기는 유지하되, 그것을 새로운 소재와 스타일로 풀었다. 데뷔 9주년을 맞은 이 팀이, 여전히 새로운 여정을 떠날 힘이 있다는 의미다.
페르소나의 진심

이예진 :
뉴이스트는 두 번째 정규 앨범 ‘Romanticize’의 시작을 여는 ‘DRESS’에서 스스로를 ‘진실된 가면’을 쓴 모습으로 묘사한다. ‘언제든 원한다면 너의 판타지’가 되겠다고 말하고, ‘너를 위해 뭐든지 될 수 있’다고 약속하는 그런 존재. 데뷔 9주년을 맞이한 아이돌 그룹 뉴이스트가 팬을 향해 할 수 있는 로맨틱한 고백이다. 그러나 가면이란, 곧 그 가면 뒤에 숨겨진 얼굴이 있다는 의미다. 타이틀 곡 ‘INSIDE OUT’에서 ‘다른 사랑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무렇지 않다’고, 심지어 ‘나에겐 너만이 실수’라는 모진 말을 짧은 호흡으로 무심하게 내뱉는 것처럼. 하지만 노래 속 화자가 상대의 ‘생일을 비밀번호로 누르고 집에 들어가는’ 순간, 배경 사운드가 순식간에 가라앉는다. 이내 빠른 템포로 고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결국 ‘내 마음은 멈출 수 없이 자꾸 너에게 달려간다’며 드러난 마음은 후렴구의 메아리가 되어 연이어 공간을 울린다. 사랑했던 연인과 헤어져도 밖에서는 의연한 척 행동할 수 있지만 가장 사적이고 은밀한 공간인 집에서만큼은 쏟아지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 것. 뉴이스트는 ‘INSIDE OUT’에서 로맨틱한 아이돌의 가면을 벗고 현실 속 사랑의 씁쓸함을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모습이야말로 그들이 사랑의 아픔을 숨기기 위한 가면이었음을 보여준다. 그 순간 스스로에 대한 이상과 현실이 대비를 이루는 씁쓸한 풍경이 새로운 의미의 낭만이 된다.

뉴이스트는 멤버들의 솔로 곡에서 주변의 소음을 벗어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고(‘EARPHONE’), 상처의 고통을 마주하고 벗어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을 헤쳐나가는 과정 속에 있기도 하며(‘NEED IT’, ‘DOOM DOOM’), 자기 내면의 소리를 폭발시키기도(‘ROCKET ROCKET’), 지금 순간에 대해 느끼는 힘겨움과 소중함을 동시에 드러내기도 한다(‘않아’). 한 명의 청년으로서 그들은 불완전하고 위태롭다. 하지만 얼마 전 데뷔 9주년을 맞이했던 그들은 팬들의 사랑을 통해 인생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었고, 그것은 그들이 팬들에게 마치 기사처럼 영원한 사랑을 맹세할 수 있는 이유기도 했다. 그 점에서 ‘Romanticize’는 아이돌이 팬에게 보내는 진심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읽힌다. 가면을 써서라도 낭만적인 아이돌이 되겠다는 다짐, 내면의 불안과 괴로움에 대한 고백, 그럼에도 매 순간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자각 그리고 새로운 약속. ‘어둠의 점’들은 ‘빛나는 별’로 ‘의미를 새기’면 되고, ‘새로운 너와 나’의 모습도 ‘겁먹을’ 필요가 없으니, ‘또 다른 미래와 공간’을 함께 열자고 말이다. 지난 시간 동안 팀과 팬이 쌓은 서사가 세계관이자 콘셉트가 될 수 있는 아이돌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간들을 위한 약속이다.
뉴이스트의 NU’ ROMANCE

윤해인 :
뉴이스트의 새 앨범 제목은 ‘낭만’을 의미하는 ‘Romantic’이 아니라, ‘낭만적으로 만들다’라는 의미를 지닌 ‘Romanticize’이다. 때문에 ‘낭만’ 하면 흔히 떠오르는 사랑을 주제로 다루는 앨범의 전반부에는 ‘DRIVE’처럼 연인이 되어가는 기분 좋은 기억만 담기지 않는다. 이별 후 ‘아무렇지 않아 다’라고 말하다가도 집 안에서 혼자임을 느끼면서 무너져버리는 감정을 그린 ‘INSIDE OUT’처럼 사랑에 관한 낭만적이지 않은 순간 역시 있는 그대로 담긴다. 그리고 앨범은 한발 더 나아가 앨범 후반부를 담당하는 멤버들의 솔로 곡을 통해 내면에서 펼쳐지는 감정의 변화를 다루며 낭만의 범위를 확장해 나간다. 민현이 혼잣말을 하듯 시작되는 ‘EARPHONE’은 이어폰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그린다. 음악을 통해 현실에서 떠나 도착한 곳은 ‘수많은 내가 가득 차서’ 어지러운 그의 마음속이고, 그곳에서 ‘무거운 물음들’을 잠시 제쳐두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이어지는 백호의 솔로 ‘NEED IT’은 마음속에 누구나 지닌, 불안으로 얽힌 마음을 세밀하게 바라본다. 상처나 고통, 아픔과 같은 단어들이 꽃, 완벽함, 달콤함 같은 상반되는 단어들과 한 문장 안에 병치되고, 묵직한 사운드와 대비되도록 날이 선 그의 보컬은 고통을 갈망한다는 자기모순을 고백한다. 그는 이런 혼란스러움을 섣불리 정리하려 들지 않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는 자신의 모습을 메아리 같은 목소리로 담아낼 뿐이다. 이 잠들지 못했던 복잡한 내면은 JR의 ‘DOOM DOOM’을 기점으로 조금씩 자신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태도로 변화해간다. 어둠 속에 있던 그는 ‘선명해지는’ 시선으로 깨어나고, ‘아직 피지 못한 꽃 한 송이야 / 이대로가 완벽하다’라며 미완의 자신을 받아들인다. ‘Doom’이 사전적으로는 ‘좋지 않은 운명’을 의미하는 동시에, 그저 신나는 비트를 묘사하는 의성어라는 점은 가사와 절묘하게 맞물리게 된다. 자신의 현재 모습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렌의 ‘ROCKET ROCKET’이 도달하는‘새로운 세상’은 곧 ‘내 안의 세상’이며, 흔들리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을 느끼며, 빛을 향해 나아간 곳에서 그는 ‘나다운 세상’을 발견한다. 그 끝에서 아론의 솔로곡, ‘않아’는 내면에서 빠져나와 상대방에게 시선을 돌리는 여유를 찾는다. ‘참 많이 필요했던 그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던 화자는 마침내 ‘힘들지 마’라며 타인을 인지하고 위로를 건네는 태도로 전환되기에 이른다. 이렇게 앨범의 후반부는 뉴이스트 멤버들 각자가 전하고픈 이야기인 동시에, ‘EARPHONE’을 통해 내면으로 들어가 나를 돌아보며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된 후, 다시 ‘너’에게 말을 건네는 긴 여정이 되기도 한다. 그 속에서 뉴이스트는 내밀하고 침잠하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아, 스스로를 사랑하는 순간을 만들어내면서 낭만의 범위를 확장시킨다. 낭만적이지 않은 순간을 낭만화하는, 뉴이스트만의 ‘새로운 낭만’이다.
글. 강명석, 이예진, 윤해인
디자인. 전유림
사진 출처.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