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 렌은 몸의 움직임, 표정과 눈빛, 목소리 톤까지 끊임없이 바꿔 가며 열성적으로 말했다. 지금의 자기 자신에 대하여. 

파란 머리로 나타나서 깜짝 놀랐어요. 

렌: 제가 활동을 오래 하다 보니까 어느 정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새롭게 보여줄 수 있는 게 조금 한정적이더라고요. 색다른 게 또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다가 파란 머리를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강력하게 어필했죠, 무조건 파란 머리를 해야 된다고.(웃음) 머리 색 너무 마음에 들어요. 

 

얼마 전 매거진 ‘얼루어’ 화보에서도 과감한 스타일링을 선보였는데, 굉장히 즐거워 보이더라고요.

렌: 제 안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재밌고, 그게 저의 무기고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과감한 스타일링이 저한테 안 어울린다면 시도 자체를 별로 하지 않을 텐데 그게 마치 제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러브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다 잘 어울린다고 해주시니까요. 사실 평상시에는 그냥 편하면서 멋스러운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반대로 화보 찍을 때나 과감한 걸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는 완전 끝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그 누구도 시도할 수 없는 걸 도전해서 남들한테 ‘나 이런 것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야.’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거죠. 

 

그런 스타일링을 특별히 잘 소화할 수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렌: 어머니께서 제가 어릴 때부터 귀도 뚫어주시고, 엄마 옷이나 화려한 옷을 입혀주시기도 했어요. 제가 브리지 염색이나 파마를 하면 잘 어울린다고 해주고, 앞에서 막 춤추고 끼부리면 박수 쳐주면서 “연예인 해야 된다.”고 좋아하셨고요. 그런데서 제가 힘을 많이 얻었고, 패션이나 비주얼에 대한 감각이 그때부터 깨어났던 것 같아요. 

 

피부과 미용 기기를 직접 구매해서 사용한다고요. 

렌: 최근 피부과에 가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잖아요. 차라리 기계를 하나 사서(웃음) 집에서 관리해보자고 생각했죠. 저는 연예인이고, 사람들에게 비치는 직업을 갖고 있다 보니까 외모 가꾸는 데 기본적으로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기만족이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음악 방송이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했던 것처럼 파격적인 분장도 즐기는 것 같아요. 

렌: 분장은 저만의 페르소나예요. 분장했을 때만큼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고, 그래서 가면을 장착한 느낌이 든다고 해야 되나. 일반인들이 메이크업을 하면 자신감이 생기듯 저도 분장을 하고 나면 진짜 그 캐릭터가 된 것 같고, 더 자유롭고 당당해지게 되더라고요. 데뷔 초에 매거진 ‘더블유’에서 민현이랑 유이 선배님이랑 셋이서 화보를 찍은 적이 있거든요. 파란색 긴 가발을 쓰고 스모키 화장에 로커 느낌으로 분장을 했는데, 그때 그런 희열을 처음 느꼈어요. 그 이후로 변화를 줄 때마다 뭔가 또 다른 나를 찾은 느낌이 들고, 용기를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자유롭고 당당한 느낌이 이번 앨범 솔로 곡 ‘ROCKET ROCKET’에 그대로 반영된 것 같아요. 

렌: 지금까지 솔로 곡을 다른 장르의 느낌으로 두 곡씩 보여줬는데, 이번에는 ‘퍼포먼스가 됐든 음악이 됐든, 에너지를 폭발시켜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그러다 로켓이 상승 후에 폭파되는 과정을 상상하면서 주제를 로켓으로 잡았고요. 그 로켓이 바로 저예요. (손으로 만든 로켓을 위로 뻗으며) 제가 발사가 되는 거예요, 하늘로.(웃음)


렌 씨가 로켓이 되어서 하늘로 발사되는 게 어떤 의미일까요? 

렌: 가사 중에 ‘이게 나야 / Wanna love myself’가 저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을 향한 메시지거든요. “내가 뭘 하든 난 최민기야. 난 날 사랑해!”(웃음) 이런 생각으로 누가 뭐라 하든 이제는 숨지 않고 ‘새로운 세상으로 더 높이’ 올라가겠다는 의미예요. ‘눈빛 속에 비춰진 흔들림’이라는 가사도 로켓이 출발하기 전에 땅이 흔들리면서 생기는 진동을 표현한 거거든요. 그 흔들림을 저는 ‘고통’ 혹은 ‘내면의 갈등’으로도 해석했어요. ‘But I don’t mind that, 그것들도 난 이제 신경 쓰지 않겠고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얘기하는 거예요. 그리고 발사되는 로켓을 보는 사람이 바로 청자예요. ‘나의 이 터지는 감정을 듣는 입장에서도 같이 느껴보라.’는 마음을 표현했어요. 

 

곡에 대한 설명을 듣다 보니 어떤 퍼포먼스가 나올지 너무 궁금해져요. 

렌: 무대가 폭발 안 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웃음) 너무 재밌을 것 같아요. 중간에 사운드에서도 ‘두두두두’ 소리가 나와요. ‘쉬이이익’하는 로켓이 터지기 전 소리도 나오거든요. 그러다가 후렴구에서 ‘Rocket Rocket Rocket’으로 팡 터지는 거죠. 그런 부분에서 완전 강렬하고 고조되는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엄청난 에너지를 녹음할 때 표현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렌: 저의 이 크레이지한 감성이 나오기까지 녹음하고 엎고 다시 하고, 계속 반복해서 도전했어요. 진짜 제가 힘들 때까지, 미칠 때까지 텐션을 끌어올린 다음 마지막에 완전히 저를 놔버렸죠. (소리 지르며) “Rocket Rocket Rocket!” 막 이러고. 그때가 새벽 6시쯤이었거든요. 이제 정신도 막 나가 있고 하니까(웃음) 그런 크레이지함이 나오더라고요. 멤버들도 듣고 “너 텐션 진짜 좋았나 보다.” 얘기를 하더라고요. “누가 하냐 이 곡을, 너밖에 못해.”(웃음) 다 이런 반응이었어요. 뿌듯했죠. 


‘ROCKET ROCKET’ 가사를 렌 씨가 전부 쓰셨던데. 

렌: ‘이 곡은 무조건 내가 다 쓰겠다.’라는 포부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썼어요. 내 모습과 생각을 온전히 표현하려면 한 글자 한 글자 전부 저의 생각이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이전 솔로 곡 작사를 해보니까 ‘이 생각은 어떤 식으로 풀어내면 되겠다.’는 게 잡히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솔로 곡 작업은 어렵기보다는 재밌었어요. 

 

솔로 곡 외에 이번 앨범 중에서 본인 스스로 특별히 만족한 파트가 있나요?

렌: 저는 ‘BLACK’의 ‘Lat Cha Lat Cha’ 파트를 부를 때 자부심을 좀 느꼈어요. 그 파트의 느낌이 진짜 어렵거든요, 저는 곡의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땐 그냥 ‘난 R&B의 거장이야.’(웃음)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서 주문을 걸어요. 그러고 나서 (눈 감은 채로 그루브 타며) “Lat Cha Lat Cha~” 이렇게 하면 진짜 잘 나오더라고요.(웃음) 그렇게 안 하면 사실 저도 낯간지러워요. 저도 처음에는 (조용하게) “Lat Cha Lat Cha...” 이렇게 소심하게 불렀는데 프로듀서 형이 “안 돼, 민기야. 시동 걸어야지.” 이러더라고요. 바로 시동을 걸었죠. (눈 감고 그루브 타며) “Lat Cha Lat Cha~” 이렇게.(웃음) 

타이틀 곡 ‘INSIDE OUT’ 안무에 디테일한 요소가 많던데, 어떤 식으로 소화했나요? 

렌: 이번 안무가 기존에 뉴이스트가 보여드렸던 안무랑 느낌이 좀 달라서 저도 연습하면서 많이 어려웠어요. 몸에 익히는 데도 시간이 좀 걸렸고. 안무에 디테일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그걸 잘 살릴 수 있는 자기만의 느낌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런 ‘스웨그’ 있잖아요. 그 곡을 할 때만큼은 ‘내가 슈퍼스타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임했던 것 같아요. 또 저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춤선이라 춤선을 항상 신경 쓰면서 연습하고 있어요. 

 

동작들의 디테일을 살리는 데 뮤지컬 ‘제이미’에서의 경험이 도움됐을 것 같아요. 

렌: 도움이 엄청 많이 됐죠. 사실 ‘제이미'를 통해서 제가 춰본 적 없었던 장르의 춤도 처음 접했어요. 예를 들어 보깅 같은 경우는 되게 섬세하게 동작을 하나하나씩 쪼개가면서 박자에 다 맞춰야 하는데, 그런 춤을 춰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진짜 ‘멘붕’이었어요. 걱정이 돼서 자나깨나 ‘제이미’ 안무 소화할 생각을 하면서 연습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제가 무대 위에서 그걸 하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춤은 자신감이 거의 반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원래는 춤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없었는데, ‘제이미’를 하면서 자신감도 많이 상승해서 그게 자연스럽게 뉴이스트 안무를 할 때도 드러나는 것 같아요. 

 

어떤 자신감일까요? 

렌: 저의 가능성을 발견했어요. 사실 처음에 ‘제이미'의 오디션 제안과 극본을 받았을 때는 자신 없었어요. ‘첫 뮤지컬인데 극의 중심이 되는 인물을 맡아서 어떻게 다 이끌어가며, 이 많은 대사와 넘버들을 어떻게 다 소화할 수 있을까?’ 도무지 생각해봐도 못할 것 같은 거예요. 근데 진짜, 정말 열심히 했어요. 활동하면서도 대기실에서 쉬는 시간, 자는 시간에 계속 대본 외우고, 미친 듯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어느새 무대에서 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제 자신을 봤을 때 ‘사람은 진짜 피나는 노력을 하면 뭐든 못하는 건 없구나. 나는 이걸 해냈으니까 이제 앞으로는 뭐든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큰 용기가 생겼어요. 

 

‘제이미’가 렌 씨에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영향을 많이 준 것 같아요. 

렌: 제이미는 스스로를 대놓고 보여주면서 (몸 흔들며) “나 이런 사람이야!” 이렇게 자기애가 넘치는 역할이잖아요. 그런 역할을 맡다 보니까 저도 모르게 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끄집어내는 표현 방식을 많이 배웠고, 감정도 훨씬 풍부해진 것 같아요. 

 

그런 건 춤이나 노래처럼 가시적으로 드러나기 어려운 부분인데, 실감했던 때가 있었어요?

렌: 예를 들면 영화에서 (총 쏘는 연기를 하며) 누가 이런 자세로 총을 쏘는 장면이 나와요. 예전 같으면 그냥 ‘총 쏘는가 보다.’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봤을 거예요. 근데 지금은 (눈 부릅뜨면서) 이렇게 봐요. ‘어? 저 사람이 왜 총을 쐈을까.’ 그 이유와 총의 의미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이렇게 디테일한 표현들을 놓치지 않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또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글로우업’이라는 메이크업 경연 프로그램을 봤는데, ‘제이미'를 하기 전이었다면 누가 우승하는지에 초점을 뒀을 것 같아요. 근데 지금은 누가 우승하는지는 중요하지가 않고, 회차마다 어떤 주제가 나오고,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그 표현이 어떤 의미를 나타내는지에 관심을 가지게 돼요. 무언가를 바라보는 초점이 바뀐 것 같아요. 

 

제이미가 자신과 많이 닮았다고도 얘기를 했어요. 

렌: 데뷔 초에 제가 장발을 하고 다닐 때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때보다는 좀 나아졌지만, 사람들의 인식이 지금보다 더 많이 열렸으면 좋겠어요. 제가 어떤 모습을 하든 그걸 어떤 식으로 단정 지어서 보는 게 아니라 ‘저 사람은 멋있는 사람이구나. 저런 것도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이렇게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아론 씨와 네이버 NOW ‘To.Night’에서 호스트로 활동하기도 했어요. 

렌: 무대 위의 모습이 아니니까 아이돌 렌의 느낌보다는 평상시 최민기다운 솔직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려고 했어요. 아론 형은 저한테 가족 같은 편한 존재거든요. 가족만큼 편한 사람은 없잖아요. 그래서 형이랑 같이 그냥 집에서 있는 것처럼 편하게 진행했던 것 같아요. 

 

방송에서 다른 가수 노래들을 거의 모르는 것 없이 댄스 자판기 수준으로 바로 나오더라고요. 

렌: 어릴 때 친구들은 PC방에 가거나 놀러다닐 때 저는 집에 가서 음악 방송을 봤을 만큼 음악 퍼포먼스 보는 걸 좋아했어요. 그러다 보니 습관이 돼서 요즘에도 어떤 분들이 나와서 어떤 춤을 추는지 모니터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최근에는 브레이브걸스 ‘롤린(Rollin’)’의 공연 영상을 인상 깊게 봤어요. 저희도 역주행을 했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저희 모습을 보는 것 같은 거예요. 보는 데 제가 괜히 막 울컥하더라고요. 그게 어떤 느낌인지 이해하니까. 

 

공감 능력도 뛰어나고, 자기 자신을 아껴주는 만큼 주변 사람들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모습이 있는 것 같아요.  

렌: 세상 저 혼자만 살아가는 건 아니니까요. 제가 상처 받은 일을 겪었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그 상처가 얼마나 아픈지 잘 알 수밖에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항상 주변 사람들을 잘 살피고 더 따뜻하게 대하고 싶어요. 특히 가족들한테 더 많이 베풀고 싶은 마음이 커요. 제가 일에 목숨을 걸고, 힘들더라도 놓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가족이에요. 

 

팀 안에서도 굉장히 사랑받고 있고요. 

렌: ‘이렇게까지 나를 귀여워 하나? 내가 그렇게 귀여운 사람인가?’ 이런 생각도 가끔씩 들어요.(웃음) 멤버들이 저를 예뻐해주고, 멤버들한테 사랑받는 게 힘이 많이 되죠.

 

멤버들이 ‘제이미'를 보러 왔을 때가 어느 순간보다 떨렸다고 한 건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렌: 저에게 기대가 가장 큰 사람들이 가족, 멤버, 러브들이라고 생각해요. 그중에서 멤버들은 저를 가장 오래 봐왔던 친구들이고, 저의 장점과 단점, 모든 걸 가족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내가 단점을 극복해서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줘야 되는데 실수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실망시킬까 봐 좀 두려웠죠. 그만큼 또 소중하게 생각하니까 훨씬 더 신경 쓰게 되는 것 같고. 

​데뷔 10년 차를 맞이한 만큼 팀에 대한 마음이 어떨지 궁금해요. 

렌: 저는 오히려 저희가 1, 2년 차가 아니라는 것에 더 감사해요. 팀이 오래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고, 오래 됐을 때 빛나는 빛은 밝기가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냥 앨범 내고, 음악 방송 활동하고, 회사가 하라는 대로 하는 게 아니라 뭔가 이게 우리의 목숨이고 우리의 신체 일부라고 생각을 하는 거죠. 앞으로도 함께 오래오래 활동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그럼 러브에 대한 마음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렌: 러브들이 항상 저희를 위해 수고를 하고, 아낌없는 사랑을 주고, 추울 때나 더울 때나 음악 방송에 와서, 특히나 지금은 안 보이는 곳에서도 응원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늘 새로운 방식으로 제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요. 러브는 언제나 저에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예요.(웃음) 저를 살려주고, 저의 원동력이 돼주고, 제가 이렇게 살 수 있는 이유인 거죠. 

글. 이예진
인터뷰. 이예진
비주얼 디렉터. 전유림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오민지
비주얼 크리에이티브팀. 유인영, 장윤희(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사진. 박성배 / Assist. 신지원, 한지훈
헤어. 박옥재(@rue710), 엄정미(@PRANCE)
메이크업. 문주영(@rue710), 달래(@PRANCE)
스타일리스트. 김은주
세트 디자인. 다락(최서윤 / 손예희, 김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