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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 셔터스톡
스트리밍 사기(streaming fraud) 또는 가짜 스트리밍(fake streaming) 같은 표현을 보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가장 익숙한 개념은 이른바 ‘사재기’일 것이다. 가짜 계정을 통한 집중적인 스트리밍으로 차트 성적을 끌어올려서 대중적 인기가 순위에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순위가 유명세로 이어지도록 한다. 일반적인 음악 소비자도 쉽게 인지할 수 있는 형태의 ‘가짜’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이거나, 적어도 음악업계의 가장 나쁜 악몽은 아니다. 유튜브, 스포티파이 등 스트리밍 플랫폼이 유료 구독과 광고로 올린 수입은 음반사와 아티스트에게 특정 비율로 배부된다. 간단히 말해 전체 파이는 정해져 있고, 모든 트랙은 스트리밍 성적이 좋을수록 더 많은 수익을 배분 받는다. 여기서 자격이 없는 누군가가 수익 배분을 받는다면? 음반사와 아티스트의 정당한 몫을 가로채는 일이다. 물론 ‘순위 조작’도 비슷한 결과를 낳는다. 하지만 이름값이 아니라 돈이 목적이라면 ‘클릭 농장(click farms)’보다 크고 다양한 일이 벌어진다.

첫째, 얼마나 큰가? 올해 초 프랑스 국립음악원(Centre National de la Musique, CNM)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스트리밍의 1~3%가 스트리밍 사기로 적발되었다. 밝혀지지 않은 사기를 포함하여 실제 영향은 10%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를 글로벌 시장 전체로 환산해보자. 국제음반산업협회(International Federation of the Phonographic Industry, IFPI)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은 175억 달러, 한화 230조 원 규모다. 약 18억 달러, 한화 20조 원 이상이 엉뚱한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참고로 워너 뮤직 그룹의 2022년 매출이 5.9억 달러, 순이익이 5,510만 달러였다.

둘째, 어떻게 다른가? 작년에 화제가 되었던 미디어뮤브(MediaMuv)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이들은 유튜브와 유튜브 동영상에 사용된 음악의 저작권 관리를 대행하는 업체를 가짜 계약서로 속였다. 이를 통해 대디 양키,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등 유명 아티스트를 포함하여 약 5만 곡의 수익 배분으로 약 2,300만 달러를 가로챘다. 대부분의 피해자는 저작권 도난 사실을 알지도 못했다. 이들은 저작권 100%를 주장하는 등 지나치게 과감했다. 소규모 지분을 주장하는 등 은밀하고 조용한 사기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칭 혹은 임포스터(imposter)의 경우도 있다. 자신의 곡을 다른 유명 아티스트의 이름과 노래 제목과 비슷하게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리는 것은 귀여운 사례다. 이를 소셜 미디어나 공연에서 일부 공개된 노래의 완전한 곡이라고 속일 수도 있다. 유명 곡, 특히 소셜 미디어의 바이럴을 탄 곡을 자신의 계정으로 올리는 것은 어떨까? 심지어 아티스트 이름과 앨범 커버까지 그대로 올리는 경우도 있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방법은 틱톡 바이럴을 탄 버전을 자신의 이름으로 올리는 것이다. 특히 스페드 업(sped up) 버전이 유행하면서 곡 전체의 스페드 업 버전을 흔히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은 진짜 아티스트와 무관하다. 스포티파이에서 ‘Cupid Sped Up’을 검색해보라. 이미 피프티 피프트와 무관한 ‘Cupid’의 스트리밍이 수백만 회 발생하고 있다. 요즘 공식적으로 스페드 업 버전을 발매하는 아티스트들이 있는데, 이를 두고 새로운 음악적 시도 없이 소셜 미디어의 유행에 편승한다고 비난할 수 없는 이유다.

이와 같은 사기 행위의 공통점은 창작에 기여한 적도 없거나, 심지어 아예 음악과 무관한 사람들이 음악가의 몫을 가로챈다는 점이다. 자신의 저작권을 꼼꼼히 관리할 여력이 없는 소형 레이블 아티스트일수록 더 치명적인 해악을 입는다. 심지어 사기 행위의 직접적인 목표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아티스트가 받아야 할 몫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스트리밍 사기가 MP3 이상의 위협인 이유다. 과거 MP3는 소비자의 행위에서 비롯한 것이고, 그로 인한 잠재적인 문제를 스스로 인지했다. 오늘날 스트리밍 시장에서 소비자는 이미 정당한 대가를 모두 지불하고 있고, 그 뒤에 벌어지는 일을 모두 알 수도, 알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인기가 많든 적든 모든 아티스트가 피해를 입는다.

바로 여기서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든 음악이 지구로 돌진하는 혜성처럼 등장한다. 지난 4월 4일 스포티파이와 유튜브에 ‘Heart on My Sleeve’라는 노래가 등록되었다. 이 노래는 인공지능으로 드레이크와 위켄드의 목소리를 흉내 낸 신곡이다. 4월 중순 무렵 이 노래가 바이럴을 타고, 틱톡에서만 1,500만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한다. 4월 17일 드레이크와 위켄드의 소속사인 유니버설 뮤직의 요청으로 애플뮤직과 스포티파이 등 모든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이 노래가 삭제된다. 유니버설 뮤직은 이 사건이 음악 생태계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역사의 어느 편에 설 것인지 결정하도록 요구한다고 밝혔다. 아티스트, 팬, 인간의 창조적 표현, 아니면 사기를 통해 아티스트의 정당한 대가를 부정하는 길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목소리는 다양한 형태로 활용된다. 드레이크와 위켄드의 경우처럼 존재한 적 없는 신곡에 그들의 노래를 넣을 수 있다. 오아시스의 가짜 신곡을 만들어내고 리암 갤러거가 노래하도록 할 수도 있다. 새로운 노래를 만들 필요가 없는 인공지능 커버는 이미 레드 오션이다. K-팝만 봐도 브루노 마스가 부르는 뉴진스, 마이클 잭슨이 부르는 피프티 피프티 등이 수도 없이 올라온다. 아직은 인공지능 보컬에 대한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으로 보인다. 퍼플리시티 권리 등 복잡한 법률적 문제도 제기된다. 인공지능이라는 사실을 명백히 밝히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지나치게 서두른 과소평가일 가능성이 크다. 목소리는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곧 인공지능이 새로운 트랙 하나를 스스로 만들어 내도 놀랍지 않다. 음악업계의 인공지능 음악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질적 수준, 다시 말해 얼마나 그럴듯한가에 있지 않다. 속도와 양적 팽창이다. 이미 매일 10만 곡의 신곡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인공지능은 최신 유행을 흉내 낸 음악을 실시간으로 만들어내 스트리밍 플랫폼에 쏟아 넣을 수 있다. 스트리밍 사기가 수익의 강탈이라면, 인공지능 음악은 희석이라는 새로운 위협이 된다는 뜻이다. 사기와 인공지능은 서로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악의적, 의도적인 스트리밍 사기꾼에게 인공지능은 새로운 날개나 다름없다. 스트리밍의 발달이 이런 커브를 만나리라 예상한 사람이 있을까? 영원한 낙원은 없다.
 

음악에서 인간의 창의란 무엇인가 묻는 철학적 질문을 고민할 겨를도 없이, 시장은 빠르게 변화한다. 하지만 결국 모두가 결국 한 번쯤은 답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그린 일러스트레이션을 보며 굳이 사람이 필요할까 생각한 적이 있는가?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웨스 앤더슨 스타일의 ‘스타워즈’ 예고편은 얼마나 근사한가? 챗GPT가 써준 이력서 초안은 더할 나위 없었다. 그런데 잠깐,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음악은 어떤가? 여기서 멈칫하게 된다면 왜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