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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 Shannon Stapleton / Reuters

지난 5월 4일, 에드 시런은 자신의 히트 곡 ‘Thinking Out Loud’ 표절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 소송은 2016년 8월 마빈 게이의 소울 클래식 ‘Let’s Get It On’의 공동 작곡가 에드 타운센트의 가족이 제기했다. 이들은 에드 시런의 ‘Thinking Out Loud’가 ‘Let’s Get It On’의 핵심 요소를 훔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뉴욕에서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에드 시런과 공동 작곡가 에이미 와지가 ‘Thinking Out Loud’를 독자적으로 창작했다고 판단했다. 이 소송은 지난 몇 년 사이 표절 의심곡과 원곡이 모두 가장 유명한 케이스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싱어송라이터의 그래미 ‘올해의 노래’ 수상작 그리고 전설적인 아티스트의 핫 100 1위 곡이다. 하지만 이 판결을 표절 소송의 중대 이정표라고 보는 이유가 유명세는 아니다.

 

판결 직후 에드 시런은 성명을 발표했다. 간단히 옮기면 다음과 같다. “소송에 이겨 기쁘다. 동시에 근거 없는 주장이 법정까지 오게 되어 실망스럽다. 두 노래는 완전히 다른 가사와 멜로디를 가지고 있다. 노래에 사용된 코드는 전 세계의 모든 송라이터가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이는 작곡의 알파벳이자 기본 도구이며, 모든 송라이터가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송라이터의 창작 과정을 보호한 배심원단에 감사한다.” 에드 시런의 성명은 이 소송의 쟁점을 요약한다. 그 배경에는 약간의 현대 대중음악 역사가 있다. 2013년 로빈 시크의 히트 곡 ‘Blurred Lines’의 표절 소송이 있었다. 마빈 게이의 가족은 로빈 시크와 퍼렐 윌리엄스가 ‘Got to Give It Up’을 베꼈다고 주장했다. ‘Blurred Lines’가 ‘Got to Give It Up’의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특유의 분위기와 그루브를 복제했다고 해도 좋다. 그중 대부분은 편곡에서 온다. 그래서 듣기에 비슷하다. 하지만 멜로디, 코드의 진행, 벌스와 코러스의 배치, 가사 등 확인 가능한 구성 요소가 현저히 다르다. 2018년 최종 판결에서 ‘Blurred Lines’는 패소했고, 500만 달러와 미래 저작권료의 절반을 지불하게 되었다.

 

저작권법은 원칙적으로 아이디어(idea)가 아니라 표현(expression)을 보호한다. 단, 표현이 아이디어와 분리될 수 없어 다른 표현을 찾을 수 없을 때 또는 공통 주제에 따른 필연적 표현일 때, 표현 자체도 보호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는 영감과 표절을 구분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Blurred Lines’가 파티 소음과 카우벨 편곡을 굳이 쓰지 않는 게 좋았을 수 있다. 이 노래가 흑인 음악 유산에 대한 백인 아티스트의 문화적 전유(appropriation)라는 비난이 있을 수 있다. 당시 이 노래와 그 제작 과정, 특히 뮤직비디오 관련하여 드러난 문제도 사실이다. 요컨대 ‘Blurred Lines’라는 특정한 노래가 벌을 받아야 한다고 믿을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음악 전문가와 아티스트는 이 판결이 영감의 범위를 대폭 축소시키고, 누군가 일반적인 음악 요소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한다고 우려했다. 당시 반대 의견을 제시한 응우옌 판사가 “역사상 최초로 음악적 스타일의 저작권을 인정한 사례”라고 쓴 이유다(the majority allows the Gayes to accomplish what no one has before: copyright a musical style.).

 

다행히도 2020년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 케이티 페리의 ‘Dark Horse’ 등 또 다른 유명 히트곡이 유사한 이유로 제기된 표절 소송에서 승소했다. 저작권 침해를 주장한 스피릿의 ‘Taurus’, 플레임의 ‘Joyful Noise’의 음악적 요소가 일반적이며 특별히 독특하거나 희귀하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법원의 판단이 ‘Blurred Lines’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신호였다. 에드 시런의 ‘Thinking Out Loud’ 소송은 그 쟁점과 그 결과가 좀 더 분명하다. 타운센트 측은 두 노래가 사실상 같은 코드 진행을 바탕으로 한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Let’s Get It On’의 코드 진행이 그 이전에 존재한 적 없는 독창적 결과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이 사건의 ‘스모킹 건’으로 에드 시런이 자신의 공연에서 ‘Thinking Out Loud’와 ‘Let’s Get It On’을 매끄럽게 오가며 매시업하는 영상을 제시했다. 에드 시런 측은 ‘Let’s Get It On’ 이전에 동일한 코드 진행을 사용한 10개 이상의 사례를 제시했다. 또한 현대 대중음악의 코드 선택 범위를 감안하면 많은 곡들이 자연스럽게 서로 연결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문제의 코드 진행을 간단히 설명해보자. ‘Let’s Get It On’은 8박자 동안 2박자씩  I - iii - IV - V 코드 진행을 사용한다. 여기서 2번째, 4번째 코드를 약간 앞당겨(syncopation) 그루브를 만들어낸다. ‘Thinking Out Loud’에서는 I - I - IV - V 진행이 등장하고, 여기서 I는 iii와 화음을 이루는 3개의 음 중 2개를 공유한다. 마찬가지로 2번째, 4번째 코드를 앞당겨 그루브를 만들어낸다. 두 곡의 템포는 거의 비슷하므로 비교하기 더 쉽다. 다시 말해 두 곡은 코드와 리듬을 공유한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요소이고, 모두가 그 위에서 동등하고 공평한 게임을 할 수 있다. 덕분에 두 노래는 각자를 특별하게 만드는 모든 면에서 완전히 다르다.

앞서 언급한 성명을 발표할 때 에드 시런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재판 다음 날 뉴욕 길거리에서 자신의 차 지붕에 올라가 깜짝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재판에 성실히 참석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호했다. 법정에서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Thinking Out Loud’의 작곡 과정을 설명하고, 타운센트 측 음악 전문가에게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의외의 모습까지 보였다. 그가 수백만 달러에 달할 수 있는 배상금 때문에 또는 재판 전략의 일환으로 그랬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자기 변호는 송라이팅 세계 전체를 위한 것이다. 대부분의 송라이터는 에드 시런처럼 장기간의 재판을 견딜 능력이 없다. 에드 시런 본인도 알고, 송라이팅 커뮤니티도 알고, 단지 이 사건을 지켜본 사람도 안다. 에드 시런은 모두를 위해 싸웠고,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