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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RM은 유튜브 채널 ‘BANGTANTV’의 ‘‘Indigo’ Album Magazine Film’에서 자신의 솔로 앨범 ‘Indigo’의 첫 곡 ‘Yun (with Erykah Badu)’이 고(故) 윤형근 화백의 이름 ‘Yun’에서 왔다고 말했다. 익히 알려졌듯 RM은 지난 몇 년간 미술, 특히 윤형근 같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과 삶에 큰 관심을 가져왔다. ‘위버스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미술에 대해 꾸준히 공부한 결론”을 묻는 질문에 “‘Timeless’에 근접”하고 싶다고도 말한 것을 보면, 거장의 삶과 작품은 그에게 느린 호흡일지언정 영속성에 도전하는 작품을 남기는 것에 대한 갈망을 갖도록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영속성을 추구하는 장소는 방탄소년단 멤버로서의 삶 안이다. “팀 빠진 넌 사실 뭣도 아니야 너는”, “고속도로서 오솔길로 가려 해 너는” 같은 ‘Yun (with Erykah Badu)’의 가사들은 그가 방탄소년단으로 활동하며 받았던 반응 중 일부일 것이다.

 

“이쪽저쪽에서 받았던 손가락질들이 이젠 가야 할 곳이라며 저 산을 가리키지”라고 할 만큼 그가 속한 세상은 모든 것이 빠르고, 쉽게 변한다. 그러니 “나의 속도와 방향”이 필요하고, ‘Yun (with Erykah Badu)’의 마지막에 담은 윤형근의 목소리처럼 인간이자 예술이며 인생으로서의 도를 추구하고자 한다. “욕심도 다 버리고. 모든 욕심 다 버려야 해. 천진무구한 세계로 들어가야지. 나는 그렇게 하고 싶은데 안 되는 거야. 그런데 죽을 때까지 그렇게 해보려고 노력은 해야지. 그게 인간의 목적인 것 같아.” 그러나 RM은 이제 스물아홉의 청년이다. ‘Yun (with Erykah Badu)’에서 “나 당신이 말한 진리 뭔지 몰라”라고 토로하는 것도 당연하다. “늘, 먼저 사람이 돼라”, “예술 할 생각 말고 놀아”라고 했던 “그”, 윤형근의 말을 청년이 실천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도입부에 윤형근의 목소리 그 뒤로 이어지는 RM의 첫 가사는 그의 현재 좌표처럼 보이기도 한다. “Fuck the trendsetter”. 마음은 윤형근을 좇지만, 몸은 힙합에서 나고 자란 20대다. 윤형근의 말을 받아들이되 앨범의 첫 단어로 ‘Fuck’을 쓰는, 충돌을 통한 연속성.

‘Yun (with Erykah Badu)’에는 에리카 바두의 목소리 또한 담겨 있다. 윤형근의 말이 그러하듯, 에리카 바두가 노래하는 짧은 문장에는 인간다운 삶에 대한 한 방향이 있다. “You keep the silence / ‘Fore you do somethin’ / You be a human / Till the death” 에리카 바두의 첫 등장 앞에서 RM은 “여전히 난 허락되지 않는 꿈을 꿔 아무도 보지 않는 춤을 춰”라고 랩을 한다. RM이 죽는 순간까지 인간의 길을 탐구하는 것은 대중음악 산업의 누구도 기대하지 않을 꿈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RM의 랩에 이어지는 에리카 바두의 노래는 그의 고민에 대한 거장의 화답, 더 나아가 고뇌하는 인간 앞에 나타난 신의 목소리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 땅 위의 세속적인 삶에서 자신의 길을 찾는 슈퍼스타이자 청년에게 거장은 높은 곳에 다다라야 가능할 삶의 방식을 계시하듯 노래한다. 이 가르침과 세속적인 가치들 사이에서 때로는 혼란에 빠진다. 방탄소년단의 멤버로서 받았던 수많은 시선과 손가락질은 분노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RM은 이 모든 것들이 충돌하는 자신을 그대로 드러낸다. 시류만을 따르지 않겠다는 태도는 “Fuck the trendsetter”에 이어 ‘All Day (with Tablo)’의 “꺼져 인공지능 fuck the algorithm”에도 이어지고, “꼭 버러지들 온라인에 목숨 걸어” (‘Still Life (with Anderson .Paak)’)처럼 무책임한 손가락질을 하는 누군가에게 직접적인 분노를 터뜨리거나, “Baby 난 돈으로 시간을 벌어” 같은 건조한 사실만 말해도 자랑이 되는 방탄소년단의 멤버이기에 가능한 스웨그를 보여준다. 그러나 같은 곡에서 RM은 이 모든 충돌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정물”이 되어 “또 피워 나의 꽃을”이라며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다. RM이 ‘Indigo’ Album Magazine Film’에서 ‘Indigo’의 첫 번째 구간으로 설명한 ‘Yun (with Erykah Badu)’, ‘Still Life (with Anderson .Paak), ‘All Day (with Tablo)’ 세 곡이 RM의 음악적 근원과 연결된 것은 그래서 중요해 보인다. ‘Yun (with Erykah Badu)’은 올드스쿨 붐뱁 스타일, ‘Still Life (with Anderson .Paak)’는 고전적인 펑크(funk)의 흥과 사운드가 담겨 있다. 그리고 ‘All Day (with Tablo)’는 RM이 ‘‘Indigo’ Album Magazine Film’에서 다이나믹 듀오를 연상시키는 스타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곡에 참여한 타블로는 10대 시절 그의 영웅이었다. RM은 10대 시절 들었고, 결국 그가 씬에 뛰어든 음악들 그리고 그 음악들의 근원에 가까운 음악들을 힙합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비트 위에 랩을 얹고, 랩에는 지금 자기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거장의 가르침을 되새기지만 때론 분노하고, 때론 자랑하고 싶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방향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려는 인간. 그는 자신의 음악적인 뿌리인 힙합의 방식으로 모든 것이 가능할 것 같지만 어디로도 가기는 쉽지 않은 자신을 그대로 드러낸다.

 

‘Indigo’의 두 번째 구간인 ‘건망증 (with 김사월)’, ‘Closer (with Paul Blanco, Mahalia)’, ‘Change pt.2’, ‘Lonely’, ‘Hectic (with Colde)’ 다섯 곡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RM이 살아가는 여러 단면이 나타난다. RM이 ‘‘Indigo’ Album Magazine Film’에서 밝힌 대로 사랑(‘Closer (with Paul Blanco, Mahalia)’), 사람과 세상의 변화(‘Change pt.2’), 올해 라스베이거스 공연을 준비하며 묵었던 호텔에서 느꼈던 외로움(‘Lonely’), 새벽에 혼자 집으로 돌아올 때의 감정(‘Hectic (with Colde)’) 등이 각각의 곡에 나뉘어 있다. ‘건망증 (with 김사월)’에서 RM이 곡을 녹음한 나이 “스물여섯”을 가사에 남긴 것처럼, 그는 곡을 쓴 바로 그때 자신이 느꼈던 감정들을 곡으로 남겨놓았다. 이 순간과 감정 자체는 좀처럼 일관성이 없다. 당연하다. 한 사람의 삶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RM은 그것을 ‘Indigo’에서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한다. 앞의 세 곡이 윤형근으로부터 RM에게 전해지는 과거와 현재를 직선으로 연결한다면, 이 다섯 곡은 RM이 현재 겪는 일들과 감정을 평면적으로 넓게 다룬다. RM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이 두 개의 방법론이 하나로 이어지면서 ‘Indigo’는 RM 스스로가 자신의 총체적인 모습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결과물이 된다.

 

‘건망증 (with 김사월)’에서 RM은 “고작 스물여섯인데” 자꾸 무언가를 잊어 친구들에게 핀잔을 듣는 평범한 한 청년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All Day (with Tablo)’까지 자신의 길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RM과는 충돌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고작 스물여섯인데”, “메모리가 모자라”고 “공원에 가지 않음 안 돼요”라 노래할 수밖에 없는 당시 RM의 심경은 그가 방탄소년단의 RM이기에 겪었을 일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으로 살아가며 그는 매일 다 기억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일들을 겪었고, 공원에라도 가서 사색의 시간이 필요했다. RM의 두 번째 믹스테이프 ‘mono.’에는 앨범 한 장에 걸쳐 이 사색의  순간들을 담기도 했다. 앨범 시작부터 끝까지 흘러가는 듯한 음악 속에서 그가 순간마다 느꼈던 감정들이 표현된다. 반면 ‘Indigo’는 그 사색의 순간들이 앨범 전체에 흐르는 성찰의 한 과정이 된다. RM이 자신만의 길을 추구하는 바탕에는 공원에서, 호텔에서, 늦은 밤의 거리에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들여다보는 김남준으로서의 삶이 있다. ‘Indigo’는 이 모든 곳의, 모든 RM이자 김남준이며 방탄소년단의 리더를 그의 성찰로 통합하고, 음악을 통해 연결한다.

‘All Day (with Tablo)’에서 ‘건망증 (with 김사월)’으로 넘어가는 순간은 올드스쿨 한국 힙합과 한국의 대표적인 인디 씬 아티스트가 참여한 포크의 차이만큼이나 이질적이다. 그러나 한창 신나게 이어지던 ‘All Day (with Tablo)’는 마지막에 이르러 RM이 나직하게 훅 멜로디를 반복하는 것으로 끝난다. 마지막에는 목소리가 갑자기 멈추고 사라지는 듯한 효과를 통해 분위기를 약간은 하강시키기까지 한다. 그리고 이 분위기는 어쿠스틱 기타의 고요한 연주로 시작하는 ‘건망증 (with 김사월)’의 분위기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All Day (with Tablo)’의 후반부는 RM이 “잔인한 세상이 오 너를 비웃는 것 같을 때 세상이 뭐라고 말해도 우린 날아오르네”라 노래한다. 그는 이 부분을 2절에서 훅이 신나게 터진 뒤 나직한 목소리로 부른다. 갑작스러운 분위기 전환은 K-팝에서 일반적으로 곡 후반부에 이어질 클라이맥스를 위한 장치로 쓰인다. 2절 후렴구가 끝난 뒤 분위기를 급강하시키고, 거기서부터 다시 상승하여 곡에서 가장 신나거나 격정적인 순간이 등장한다. RM이 ‘All Day (with Tablo)’에서 “알고리즘”으로 대표되는 시류 또는 트렌드만을 좇는 세상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은 뒤 이 부분에서 “세상이 뭐라고 말해도” 자신의 길을 걷는 “우리”에 대한 리스펙트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 모든 어려운 길들을 걷는 이들에게는 화려한 클라이맥스가 어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RM은 ‘All Day (with Tablo)’에서 완전한 환희의 순간을 보여주지 않는다. 삶의 방향에 대한 고민에 놓인 그의 인생이 그렇지 않을뿐더러, 이 선택은 음악적으로 선명한 대조를 이루는 ‘All Day (with Tablo)와 ‘건망증 (with 김사월)’을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윤형근의 목소리로 시작해 윤형근의 목소리로 끝나는 ‘Yun (with Erykah Badu)’은 물론, 후반부에 신나는 분위기를 이어가던 ‘Still Life (with Anderson .Paak)’ 또한 앞부분의 훅과 마찬가지로 RM이 랩을 반복하는 선에서 끝난다. 세 곡은 마치 정해진 범위가 있는 것처럼 일정한 선 안에서 소리와 감정의 크기를 키우고, 다시 줄인다. ‘Indigo’ 첫 구간의 세 곡은 점층적으로 조금씩 상승하다 ‘건망증 (with 김사월)’의 하강으로 연결되고, 두 번째 구간의 다섯 곡은 다시 ‘건망증 (with 김사월)’부터 점점 더 격정적인 감정을 표현한다. ‘Closer (with Paul Blanco, Mahalia)’에서 서로의 다름을 확인하는 연인의 감정을 폴 블랑코가 토로하듯 풀어내면 ‘Change pt.2’는 RM이 거친 전자음과 피아노 톤의 건반 연주가 교차하는 사운드 속에서 냉소적인 목소리로 사람은 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곱씹는다. 이 차갑고 딱딱한 분위기가 “I’m fuckin’ Lonely”로 시작하는 ‘Lonely’의 거친 토로로 이어진다. 그러나 자신이 투어 중인 호텔에 갇힌 것 같다고 외치는 ‘Lonely’ 또한 RM이 훅을 나직하게 반복하며 차분하게 마무리된다. 그 결과, RM이 ‘‘Indigo’ Album Magazine Film’에서 “시티팝”이라고 말했던 ‘Hectic (with Colde)’은 ‘Lonely’가 형성한 정서적 분위기 위에서 독특한 개성을 발휘한다. RM의 목소리의 울림을 강조하고, 나른한 분위기의 사운드들이 한밤중에 인적 없는 거리를 걸으며 또는 밤에 창밖으로 풍경을 바라보며 사색하는 것 같은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곡 시작부터 박진감 있게 달려가는 리듬, 그에 이어 저음이되 힘차게 몰아치는 “Yesterday was a hectic”과 같은 도입부의 훅 멜로디는 이 곡에 록적인 다이내믹을 더한다. ‘Indigo’는 힙합부터 포크까지 각각의 곡마다 다른 장르를 끌어들이며 각자 다른 감정과 분위기를 표현한다. 그러나 RM은 마치 연극에서 막을 나누듯이 ‘Indigo’를 세 개의 구간으로 나누고, 각각의 구간마다 천천히 클라이맥스로 달려가도록 곡마다 정교한 배치를 하며, 그것이 다시 구간과 구간이 연결되어 하나의 커다란 클라이맥스로 이어지도록 만든다.

‘Indigo’ 전체를 들으면 왜 ‘들꽃놀이 (with 조유진)’가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이 될 수밖에 없는지 납득하게 된다. 록 밴드 체리필터의 보컬 조유진이 온 힘을 다해 쏟아내듯 훅 멜로디를 부르는 이 곡은 RM이 앞의 여덟 곡에 걸쳐 천천히 쌓아놓은 감정을 한 번에 폭발시켜 정화하도록 만든다. ‘들꽃놀이 (with 조유진)’가 ‘Indigo’에서 곡이 끝나는 순간까지 감정을 다 쏟아내는 것은 이 곡만을 위한 선택은 아닐 것이다. RM은 ‘Yun (with Erykah Badu)’, ‘Still Life (with Anderson .Paak)’, ‘All Day (with Tablo)’에서 거장이 제시한 삶의 길과 현재의 자신 사이에서 충돌하며 고민하고, ‘건망증 (with 김사월)’, ‘Closer (with Paul Blanco, Mahalia)’, ‘Change pt.2’, ‘Lonely’, ‘Hectic (with Colde)’은 일상의 순간들에서 그가 느낀 감정과 사색을 담는다. 이 과정들을 지난 뒤, RM은 ‘들꽃놀이 (with 조유진)’에서 “원래 내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깨달음과 함께 “타는 불꽃에서 들꽃으로” 살아가겠다는 자신의 철학을 전한다.

 

이름을 모아 놓는 것만으로도 드라마틱한 ‘Indigo’의 피처링 아티스트들은 이 지점에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한다. 조유진이 아니었다면 ‘들꽃놀이 (with 조유진)’가 ‘Indigo’ 전체의 클라이맥스가 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의 폭발적인 가창력뿐만 아니라, 체리필터의 보컬로 활동하며 쌓은 아티스트로서의 아우라가 곡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한국 인디 씬의 한 방향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김사월이 ‘건망증 (with 김사월)’에 참여해 포크 음악을 하는 순간은 보컬리스트로서 그의 역할뿐만 아니라 맥락적으로 ‘Indigo’가 지금 대중음악의 주류 스타일과 벗어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에리카 바두는 ‘Yun (with Erykah Badu)’에서 짧은 멜로디를 신비롭게 반복하며 마치 RM에게 인생의 길을 안내하고, 앤더슨 팩은 Still Life (with Anderson .Paak)에서 “I’m still life”를 특유의 음색으로 외치면서 곡에서 RM과 대화를 하는 등 그를 응원하는 듯한 입장에 있다. 그리고 이제는 RM과 음악적인 교류를 하는 선배가 된 타블로는 ‘All Day (with Tablo)’에서 긴 호흡의 랩으로 취향의 획일화를 비판하는 RM의 입장에 동조한다. “특색을 밟아버린 think tanks / 식어 식어버린 개인의 임팩트”. RM이 ‘Indigo’에서 하는 고민을 하기 오래전부터 자신의 삶을 랩으로 기록해왔고, 수많은 영광과 오해와 찬사와 부당한 비난을 동시에 받았던 한국 힙합의 귀재가 RM의 랩에 이어 “이게 무슨 분위기야”로 자신의 등장을 알리는 순간은 그 자체로 강렬하다. 또한 듣는 사람조차 숨도 못 쉴 만큼 곡의 분위기를 휘어잡는 랩으로 “더 큰 불을 지펴, 네 인생은 빅매치”, “Haters 어서 눈 감아 내 인생 꼴 보기 싫으면 원래 꿈 같은 일은 눈뜨고 보기 힘들어”처럼 힙합의 화법으로 던지는 말들은 아티스트로서 그의 인생사와 겹치며 RM뿐만이 아니라 지금 생의 한가운데를 살아가고 있을 사람들에게 묘한 힘을 준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끊임없이 디깅하는 RM은 자신이 초대한 아티스트의 역사와 씬 안에서의 맥락을 이해한 뒤, 바로 그들이 존재해야 할 정확한 역할과 공간을 만들었다. 

‘Hectic (with Colde)’의 전반부는 다소 거친 톤으로 전개되는 RM의 멜로디 파트와 함께 리듬이 더욱 빨라지고, 사운드가 더해지며 점차 감정적으로 격렬해진다. 그러나 RM에 이어 콜드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등장하는 순간, ‘Hectic (with Colde)’은 밤의 방황이 아니라 밤의 차분한 사색을 담은 음악이 된다. ‘‘Indigo’ Album Magazine Film’에서 이 곡의 프로듀서 피독은 ‘Hectic (with Colde)’에 대해 “새벽에 혼자 택시 타고 집으로 돌아올 때”의 느낌이라고 얘기했고, RM은 밤에 술을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숙취 쩔겠다”며 혼잣말하는 기분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콜드는 “미완성의 청춘의 이야기”라고도 했다. RM의 말처럼 “네온사인, 핸드폰, 빌딩들, 택시, 올림픽대로”가 생각나는, 언어로 정의하기 마땅치 않지만 지금 도시에서 사는 청춘들이라면 그 느낌을 알 수 있는 음악. RM은 ‘Hectic (with Colde)’을 시티 팝의 골격 안에서 록적인 전개를 더하면서, 자신과 콜드의 보컬을 통해 ‘Hectic’이라는 단어에 대한 상반된 해석을 전개한다. ‘Indigo’의 두 번째 구간에 참여한 젊은 아티스트들은 그들의 감성을 통해 ‘Indigo’에 RM 개인뿐만 아니라 지금 도시의, 20대 사이에 흐르는 정서적인 공통점들을 불어넣는다. 뚜렷한 한 가지 감정으로 표현하기에는 복잡하고, 사랑이든 외로움이든 감정을 극단까지 밀어붙이기보다 안으로 삼킨 채 자신에 대해 사색하는 것으로 전환한다. 

 

지난 10년간 방탄소년단의 멤버로 수많은 일들을 뒤돌아볼 틈조차 없이 겪은 RM의 인생을 생각하면, ‘건망증 (with 김사월)’에서 “여기 모두가 바본 걸요 수많은 가시들과 오고야 마는 아침과 각자의 방식들로 스스로 마취해 나가요” 같은 가사는 삶의 고통을 견뎌 나갈 수밖에 없었던 한 청춘의 절규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RM은 그것을 어쿠스틱 기타의 차분한 연주에 담으며 “공원에 가지 않음 안 돼요”라는 일상의 작은 해소법을 지나가듯 던질 뿐이다. 영어 가사로 진행되는 ‘Closer (with Paul Blanco, Mahalia)’에서 한글이 나오는 순간은 폴 블랑코가 “이걸로 만족할게”와 “너의 사랑이면 돼”를 부를 때다. 한국계 캐나다인인 폴 블랑코가 RM의 앨범에서 영어를 쓰다 한국어로 사랑하는 상대에게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차분하게 노래하는 순간에 나오는 모든 뉘앙스. 이것이 바로 지금 전 세계 도시의 삶을 사는 20대의 음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RM은 ‘Indigo’의 참여 아티스트들만큼이나 곡마다 각각 다른 장르와 스타일을 끌어들이면서도, 그것을 앨범 전체를 치밀하게 연결하는 구성과 자신과 아티스트의 정서적인 연결을 통해 통일성을 부여한다. 각각의 곡은 장르가 다르거나, 장르를 규정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러나 모든 곡들은 도시에 사는 20대가 사색을 통한 통찰의 과정 속에서 세상이 아닌 자신의 안으로 들어가는 정서가 일관되게 유지된다. ‘Indigo’에서 가장 차갑게 세상과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는 ‘Change pt.2’ 또한 전반부의 찢어질 듯한 전자음이 후반부에는 서정적인 건반으로 대체된다. 가사를 강한 악센트로 불렀던 RM의 음색 또한 나직하게 변화한다. 무슨 이야기를 하든, ‘Indigo’의 곡들은 자신의 내면에 하는 독백이 되곤 한다.

그래서 ‘Indigo’는 역설을 낳는다. RM은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와 아티스트를 끌어들여 앨범 한 장을 들어야 맥락과 의도가 완전히 이해되는 앨범을 만들었다. 구현하기조차 좀처럼 쉽지 않은 시도일 뿐만 아니라, 앨범 전체에 일관성을 부여하기 위해 초대한 아티스트의 면면과 그들을 활용하는 방식 그리고 각각의 곡이 한 장의 앨범을 위해 안배된 치밀한 프로덕션은 그가 얼마나 많은 음악들을 디깅했고, 좋은 센스를 갖고 있으며, 그것을 앨범 안에서 잘 구현할 수 있는 프로듀서 또는 디렉터인지 보여준다. 그런데 자신이 가진 음악적 자산을 쏟아부어 세상의 시류 대신 자신만의 길을 추구한 이 아티스트의 음악은 바로 지금 전 세계 어디에서나 20대의 이어폰을 통해 흘러 나올 수 있는 정서와 스타일을 갖게 됐다. 각각 다른 장르의 음악들이 일관된 분위기 속에서 연결되는 것은 ‘Indigo’의 정서에 공감하는 누군가에게는 좋은 일종의 플레이리스트 역할 또한 할 수 있다는 의미다. RM은 자신의 총체적인 면을 담아낸 앨범을 통해 오히려 그가 사는 세상의 시류 속에서 이해받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 그 점에서 ‘Indigo’는 RM의 영속적인 완성은 아닐지라도 현재의 완성이라고는 할 수 있을 것이다. RM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것이 그와 연결된 아티스트들, 더 나아가 또래의 청춘들이 정서적으로 동기화될 수 있는 결과물을 냈다. 

 

‘Indigo’는 세 번째 구간의 두 곡, ‘들꽃놀이 (with 조유진)’와 ‘No.2 (with 박지윤)’로 끝난다. 조유진과 박지윤은 RM이 한국 대중음악을 K-팝이 아닌 ‘가요’로 부르던 시절, ‘가요’적인 감성 안에 있는 히트 곡을 냈던 아티스트들이다. RM이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로서 힙합으로부터 지금의 인디 씬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 속에서 성장했다면, 평범한 10대로서 보낸 RM의 일상에는 이 ‘가요’가 상징하는 시류 속의 삶이 있었을 것이다. RM은 그 삶의 한 부분을 차지했을 두 아티스트의 감성으로 ‘Indigo’를 끝맺는다. ‘Indigo’ 전체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들꽃놀이 (with 조유진)’의 조유진의 파트는 그만의 음색과 스타일을 그대로 반영한다. 다양한 장르와 해외의 유명 아티스트들과도 협업한 앨범의 타이틀 곡이자 클라이맥스는 RM이 한국에서 나고 자라며 들었던 그 감성이다. 그는 삶과 음악에 대해 고민하고 방황하지만, 자신이 사는 땅에 발붙이고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No.2 (with 박지윤)’에서 RM은 “그저 인정이 고프던 어린아이”로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서 자신의 지나온 길에 대해 “최선을 넌 다했을 뿐이야”라며 스스로에게 위로를 보낸다. 소년 시절의 그에게 위대한 거장의 세계에 대한 열망을 연 것이 에리카 바두였다면, “넌 그리 특별하지 않아”라는 말에 울었을 그에게 이어폰 속에서 위로를 건넨 목소리는 박지윤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박지윤은 그때처럼 그만의 애수가 섞인 목소리로 RM을 위로한다. 그는 수많은 고민과 그만큼의 많은 음악을 거쳐 자신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동시에 시류에 끌려가지 않되 이 시대의 보편성에 맞닿는 결과물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결국 한 청년이 어린 시절의 자신을 마주보고 스스로 위로하며, 자신이 특별하지 않다는 말에 “이젠 이 말에 울지 않아”라고 말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다. RM이 어른이 됐다는 말이다. 아마도 ‘Yun (with Erykah Badu)’의 가사처럼, “그저 좀 더 나은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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