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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예진C, 김도헌(대중음악 평론가)
디자인. 전유림
사진 출처. ootb STUDIO 유튜브

‘대표자’ (ootb STUDIO)

이예진C: ‘춘천의 아들 손흥민’, ‘국밥 하면 부산’처럼 출신 지역에 대한 자부심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 저 깊은 곳에 내재되어 있다. 유튜브 콘텐츠 ‘대표자’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7인의 대표자들이 매주 한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한 뒤, 직접 1위부터 7위까지 순위를 투표하여 최강 지역을 뽑는다(11화부터 구독자 투표가 추가되었다). 생생한 정보를 통해 대한민국 전 지역의 매력을 알리고자 하는 취지에 걸맞게, 제주의 몸국(국밥 편), 통영의 우짜(면 요리 편), 광주의 패밀리랜드(테마파크 편), 해남의 닭 육회(고기 편) 등과 같이 그 지역 사람이 아니면 잘 모를 법한 정보를 토박이인 대표자들의 경험과 함께 들을 수 있다. 이를테면 충북 대표 나선욱이 ‘매운맛’ 편에서 ‘제천’에 유명한 빨간 어묵 거리가 있다고 말하자 순식간에 오킹(경인), 신규진(경상), 강현석(강원), 유희관(서울)이 사실 어묵 거리의 원조는 ‘수원’이고, 재료로는 ‘부산’ 어묵을 쓸 것이며, 어묵을 끓이는 스테인리스 용기는 ‘포항’ 포스코에서 만들어질 거라는 식으로 한두 마디씩 떠든다. 다른 지역에 관한 이야기라도 어떻게든 각자 지역의 것으로 만들려는 필사적인 노력이 계속된다. 메가MGC커피와의 협업으로 우승 지역 전 매장에 5일간 할인 혜택을 걸고 벌이는 최강 지역 뽑기 대결은 치열한 토론으로 이어지고, 명확한 근거도 없고 억지 같기도 한 대화들이지만 자신의 지역을 어필하기 위한 대표자들의 진심은 브레이크 없는 ‘티키타카’를 보여주며 7인의 출연자들 사이에 의외의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각자 다른 배경의 출연자들이 점점 더 눈에 들어오는 사이, 내가 몰랐던 지역의 매력이 새롭게 다가온다.

정우 - ‘클라우드 쿠쿠 랜드’

김도헌(대중음악 평론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말 없는 무언가가 끝없이 곁을 맴돌고 있다. 나무 기둥에 새겨지는 나이테처럼 둥근 고리가 머리 위에 둥둥 떠다니는 느낌. 아름다운 후광이 되어 찬란히 나를 비추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삼장법사의 테처럼 머리를 조여드는 고통스러운 족쇄가 되기도 한다. 현대의 전래 동화 ‘옛날이야기 해주세요’로 음악 경력의 변화를 예고한 싱어송라이터 정우의 두 번째 정규 앨범 ‘클라우드 쿠쿠 랜드’는 그 무형의 존재를 손으로 잡아 이름을 붙이고 이야기로 만들고자 고군분투하는 작품이다. 정우는 이 앨범을 유령처럼 곁을 맴도는 청소년기의 일들, 떠올리고 싶지 않아 묻어둔 기억을 살풀이하듯 풀어낸 과정이라 소개한다. 그래서 노래는 ‘괴담’이고 가상의 ‘클라우드 쿠쿠 랜드’이자, 엉망진창의 ‘청소년(Juvenile)’이며 ‘충동’과 ‘허물’로 불린다. 어쿠스틱 기타 한 대로 담백하게 부르던 노래도 달라졌다. 공연장과 유튜브 등지에서 먼저 접할 수 있었던 이 앨범의 어쿠스틱 미완성 버전은 프로듀서 안다영과 구름의 손에서 겹겹이 둘러싼 짙은 기타 노이즈의 슈게이징 록으로 처연하고 쓸쓸하게 재해석되었다. 준비되지 않은 성장과 주위에 늘어가는 무언가들이 시가 되어 노래가 되어 들려온다. 무기력한 고백, 어쩌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분노, 숨을 턱 막히게 했던 고립의 고독이 천진하고 맑은 목소리를 타고 찬 바람처럼 마음을 파고든다. 개인의 독백이 집단의 합창으로 자라난다. 현실을 바라보고 자꾸 잊으라 하기에 더욱 그 흔적을 놓쳐서는 안 되는, 어두운 뻐꾸기들의 세상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