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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 빅히트 뮤직

11월 8일 수요일 아침, 정국은 NBC의 아침 방송 ‘투데이’ 쇼 무대에 올랐다. ‘투데이’ 쇼 홈페이지 프로듀서인 메건 무라카미는 별도의 기사를 썼다. 여기서 그는 정국의 공연이 해외 K-팝 애호가의 오랜 불안을 치유하는 기회였음을 고백했다. 그는 2008년 K-팝 팬이 되었다. K-팝은 아직 미국 문화의 변두리에 있었고, 10대 소녀가 자신이 속한 세상에서 주류가 아닌 무언가를, 심지어 그 가사를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좋아하는 것은 여전히 불안한 일이었다. 이 불안은 방탄소년단이 성공을 거치면서 팬 커뮤니티의 공고한 연결로 버틸 만한 것이 되었고, 메건이 강조하는 것처럼, ‘솔로 팝스타’ 정국을 보는 것으로 완전히 해소되었다. 이 시각은 방탄소년단 또는 K-팝을 여전히 주변부의 문화로 인식한 일반 대중에게도 적용된다. 팝스타.

정국은 11월 9일 목요일 오후,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TSX 엔터테인먼트 무대에서 공연을 펼쳤다. 타임스스퀘어의 전광판 숲은 매년 더 크고 화려해진다. 그중 최근 가장 눈길이 가는 곳은 7번가와 48번가가 만나는 교차로, 유명한 빨간 계단의 바로 건너편이다. TSX 엔터테인먼트는 이곳에서 스트리밍의 한계, 아티스트와 팬이 직접적인 교류를 누릴 수 없는 현실을 또 다른 첨단 기술로 해소하려는 목표를 가진 회사다. 입체적인 몰입감을 자아내는 초대형 곡면 LED는 단순한 광고가 아니라 온라인 중심의 음악 마케팅을 현실 세계로 확장하기 위한 도구로 기획되었고, 그 안에는 공연을 위한 무대가 숨겨져 있다. 지난 7월 포스트 말론이 앨범 ‘Austin’ 발매를 앞두고 깜짝 공연을 한 이후로, 정국은 TSX 엔터테인먼트 무대에서 공연한 두 번째 아티스트다.

 

요컨대 TSX 엔터테인먼트 무대는 팬데믹 이후 대세를 차지한 소셜 미디어와 스트리밍 이후 음악 산업이 새롭게 모색하는 마케팅 전략의 최전선이다. 이 무대는 한때 테일러 스위프트카니예 웨스트 같은 예외적인 아티스트만 가능했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를 자신의 배경으로 만드는 일을 좀 더 널리 가능하도록 한다. 하지만 그것이 누구에게나 걸맞고, 아무에게나 허락된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는 1년 전, 2년 전, 5년 전에 각각 이런 무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아티스트의 이름을 생각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정국이다. ‘Seven (feat. Latto)’은 빌보드 핫 100, 글로벌 200, 미국 제외 글로벌 차트 1위로 데뷔했다. 이후 글로벌 200은 7주 연속, 미국 제외 글로벌 차트는 9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빌보드의 글로벌 여름 노래 1위에 올랐다. 10월에는 역대 가장 빠른 108일 만에 스포티파이 10억 스트리밍을 달성했다.

‘GOLDEN’의 첫 주간 성적은 어떤가. 11월 18일 자 빌보드 200에서 ‘GOLDEN’은 21만 단위 판매량으로 2위다. 보통 1위를 하고 남을 성적이지만, 테일러 스위프트의 ‘1989’ 재녹음 버전이 2주 차에도 24만 단위의 위용을 보였을 뿐이다. ‘Standing Next To You’는 핫 100 5위로 데뷔했다. 차트 상위권을 ‘Cruel Summer’, ‘Paint The Town Red’, ‘SOS’ 같은 라디오 성적 강자들이 장악한 상황에서 쉽지 않은 성적이다. 글로벌 200과 미국 제외 글로벌 차트는 당연히 1위다. ‘GOLDEN’은 영국 차트에서 3위, 호주 차트에서도 2위다. 한마디로 미국에서, 영어권 전반에서, 전 세계에서 반응을 얻는 팝 앨범이다.

 

팝스타 정국은 익숙하면서 새로운 존재다. 그는 한국, K-팝, 보이밴드라는 배경과 무관해 보일 정도로 전통적 의미의 팝스타다. 한국, K-팝, 보이밴드 중 무엇을 극복을 했다거나, 극복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홀로 스펙터클을 만들어내는 음악가를 발견했을 때, 사람들이 그를 무엇이라 부르는지 밝힐 뿐이다. 다만 제인 로우(Zane Lowe)와 한국어로 인터뷰하는 한국 기반의 아티스트가 위화감 없이 그 자리에 있을 때 놀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게 미국의 팝스타가 곧 세계의 팝스타가 되는 당연한 수순에 예외가 생겼다. 글로벌 팬 기반, 순수 팝에 대한 취향, 장르적 위화감이 없는 완성도를 담보하는 프로듀싱 능력, K-팝이 오랜 기간에 걸쳐 구축한 배경은, K-팝이라 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당연하지는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나는 굳이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이렇게 짜릿할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