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가 지난해 11월 9일 발표한 정규 3집 앨범 ‘回:Walpurgis Night’의 타이틀 곡 ‘MAGO’ 안무 영상의 유튜브 조회수는 1월 10일 현재 320만 뷰 이상이다. 그리고 이 안무 영상이 발표된 다음 날인 지난해 11월 12일 공개한 ‘MAGO’의 ‘안대 버전’ 안무 영상의 조회수는 380만 뷰 이상이다. 팀의 전체 안무를 보여주기 위해 가장 먼저 공개되는 안무 영상보다 ‘안대 버전’이 더욱 높은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뿐만 아니라 ‘안대 버전’ 영상은 공개 후 13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 300만 뷰를 돌파, 여자친구의 역대 안무 영상 중 동기간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한 활동 1주 차 유튜브 트렌딩 비디오 7위, 2주 차 16위에 랭크되는 등 화제를 모았고, 여기에 더해 기본 안무 영상과 ‘안대 버전’ 안무 영상의 비교 영상, ‘안대 버전’ 안무 영상에 대한 리액션 비디오와 같은 2차 콘텐츠들이 활발하게 만들어지기도 했다.

여자친구의 ‘안대 버전’ 안무는 그들이 ‘回:Walpurgis Night’로 컴백하기 전인 지난해 10월 31일, 멤버 엄지와 은하가 JTBC ‘아는 형님’에 출연하면서 시작됐다. 두 사람은 같이 출연한 게스트가 안대를 쓴 채 춤을 추는 것을 보고 즉석에서 그들의 노래 ‘Apple’을 안대로 눈을 가린 채 춤을 추었고, 시야가 차단되어 있음에도 동작과 동선 모두 틀리지 않는 그들의 모습은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은하(EUNHA) x 엄지(UMJI)의 칼군무 자랑하는 눈 가리고 ‘Apple’♪ 댄스.mov’라는 제목으로 올라간 두 사람의 안무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480만 뷰 이상(1월 10일 기준)으로, 이는 ‘아는 형님’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동영상 중 12위, ‘아는 형님’ 출연 게스트 중 2위를 기록했다. 1~11위는 모두 전 세계 유튜브의 강자 중 한 팀인 블랙핑크다. ‘아는 형님’ 방송 직후 네이버에서는 여자친구 관련 검색어 순위가 급상승했고, 음원 서비스 검색에는 ‘여자친구’, ‘Apple’ 등이 핫 키워드에 올랐다.

여자친구의 소속사 쏘스뮤직은 “원래 기획하던 다른 버전의 안무 영상이 있었다.”고 말하며 "‘아는 형님’을 보면서도 화제가 될 것이라 예상하긴 했지만 ‘눈 가리고 Apple 댄스’가 생각보다 훨씬 반응이 커서 이 화제성을 이어갈 수 있는, 전 멤버가 함께하는 안대 댄스로 기획을 수정해 진행했다.”고 밝혔다. 급하게 기획한 만큼 멤버들도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마음으로 촬영했고, 이런 과정을 시청자와 공유하기 위해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원테이크로 구성”했다고 한다. TV 프로그램을 통해 일어난 반응이 소속사의 활동 방향에 영향을 주고, 이 과정에서 ‘MAGO’의 ‘안대 버전’ 안무 영상처럼 안무 영상인 동시에 짧은 리얼리티 쇼와 같은 새로운 형식이 만들어진다. 여자친구는 ‘回:Walpurgis Night’ 활동 기간 동안 그렇게 시청자와 아티스트, 소속사의 상호작용에 의해 여러 스타일의 안무 영상을 다양하게 선보일 수 있었다. 기본 안무 영상, 각종 음악 방송과 라디오 방송의 ‘직캠’ 영상과 ‘스튜디오 춤’의 ‘BE ORIGINAL’, ‘M2’의 ‘릴레이댄스’, ‘컴백쇼 뮤톡라이브’ 등 최근 유행하는 안무 영상들을 대부분 소화했고, 여기에 ‘안대 버전’을 더했다. 등장 당시 TV 방송사의 음악 방송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각 팀의 전체 안무를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에서 출발한 안무 영상이 이제는 안무를 중심에 둔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장르로 발전하고 있다.

쏘스뮤직은 안무 영상의 진화를 “대중의 콘텐츠 소비 패턴의 변화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퍼포먼스 노출 측면으로 TV 출연과 유튜브 공개의 경계선이 없어졌다고 생각한다.”고 할 만큼 사람들은 TV의 본 방송이 아닌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 시청에 익숙해졌고, 이로 인해 안무 영상의 역할은 더욱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춤을 더 제대로 보고 싶은 팬들의 요구를 반영한 부가적인 콘텐츠였다면, 지금은 쏘스뮤직이 “엔터테이닝 콘텐츠로서의 확장성”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한 것처럼 안무 영상의 역할과 의미가 더욱 넓어지고 있다. 쏘스뮤직이 은하와 엄지의 ‘아는 형님’ 출연 당시 발표 전이었던 ‘MAGO’의 후렴구 안무를 먼저 공개한 이유기도 하다. 쏘스뮤직은 ‘아는 형님’에서 ‘MAGO’의 후렴구와 안무가 최초 공개되면 해당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화제가 되는 것을 목표로 했고, 이를 위해 안무가 편집되지 않고 클립화되어 포털 사이트 연예 메인에 업로드되도록 노력했다. 출연자들이 ‘등장하는 타이밍’에 퍼포먼스를 하면서 팀 소개 영상 클립에 자연스럽게 안무가 담겼고, 제목 또한 제작진과 JTBC 마케팅 부서에서도 화제성 지수를 고려할 것으로 예상해 “[최초 공개] 새 멤버 김희미와 함께하는 여자친구 신곡 ‘MAGO’ 무대”로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TV 프로그램 영상도 포털 사이트와 유튜브 등에서 하나의 클립으로 소비되는 요즘, 안무 영상과 같은 콘텐츠는 그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변화하고, 그 과정에서 아티스트 레이블의 홍보 방식도 달라진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 특히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안무 영상들은 기존 TV 음악 방송과 다른 미학을 드러내기도 한다. 쏘스뮤직은 기존 음악 방송에 대해 “음악 방송 콘텐츠는 3~4분 정도 되는 시간에 음악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와 퍼포먼스를 집약한 콘텐츠이며 기승전결이 뚜렷하다. 주제에 맞는 세트, 곡 구성별로 달라지는 조명, 화려한 카메라 워킹, 특수 효과 등 시청자가 퍼포먼스를 이해하기 쉽게 도와주는 요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스튜디오 춤’은 음악 방송과 정반대로 세트나 미장센 없이 조명만으로 아티스트의 춤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스튜디오 춤’과 ‘릴레이댄스’를 기획한 Mnet 디지털 스튜디오의 이한형 팀장은 ‘스튜디오 춤’을 “모바일로 영상 콘텐츠가 더 많이 소비되고 있는 지금, 음악 방송 무대의 화려한 세트와 미장센들이 작은 화면으로 볼 때 눈의 피로를 유발할 것이라 판단하여 다른 요소들을 모두 걷어내고 시선이 온전히 아티스트와 퍼포먼스에게 가게끔 의도했다.”고 밝혔다. 또한 여러 명의 아티스트가 일렬로 줄을 서서 기존 안무를 재미있게 변주하는 ‘릴레이댄스’에 대해서는 “‘직캠’이 대중화되는 것을 확인한 후, ‘직캠’의 장점에 모바일 화면의 특징과 유니크함을 더해 세로로 볼 수 있는 변화된 형태의 퍼포먼스 콘텐츠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뉴미디어 플랫폼과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이 ‘오리지널’ 디지털 퍼포먼스 콘텐츠들은 이미 음악 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자친구가 ‘스튜디오 춤’의 ‘BE ORIGINAL’에서 선보인 ‘MAGO’의 유튜브 조회수는 약 700만 뷰 이상(1월 10일 기준)으로 ‘MAGO’ 관련 안무 영상 중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BE ORIGINAL’의 안무 영상들은 퍼포먼스 영상 조회수로는 높은 수치로 여겨지는 300만 뷰를 거뜬히 넘기고, 상당수가 1000만 뷰를 넘기기도 한다. 그러한 결과가 있기까지, ‘스튜디오 춤’은 한 아티스트의 영상 하나를 만들기 위해 2주의 시간을 들이고, 일주일간 단 한 아티스트의 퍼포먼스를 담기 위해 연구한다. 쏘스뮤직 또한 ‘스튜디오 춤’에서 보다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MAGO’의 경우 ‘돌리고 튕기고 찌르는’ 동작과 유주의 턴, 소원의 발차기 동작처럼 중요하게 생각되는 안무가 잘 나올 수 있게 제작진과 커뮤니케이션을 했고, 수많은 ‘스튜디오 춤’ 콘텐츠를 모니터하며 중요한 포인트 안무는 카메라 위치와 앵글이 어떻든 샷 사이즈는 ‘풀샷(full-shot)’으로 표현되는 게 보통인 것 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또한 ‘릴레이댄스’의 경우 “요즘 많은 아이돌들이 ‘릴레이댄스용 안무 연습’을 따로 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여자친구의 경우 릴레이 순서, 애드리브 동작들을 멤버들이 직접 연출하고, ‘MAGO’의 경우 예린과 엄지가 함께하는 동작을 하기 위해 신비 파트를 엄지가 하는 등 변화를 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콘텐츠의 특성에 맞춘 기획과 아티스트의 안무를 잘 살리는 데 특화된 높은 완성도의 제작 과정, 아티스트와 레이블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음악 방송 바깥에서 안무 영상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디지털 퍼포먼스 콘텐츠를 통해 여자친구의 완벽하게 퍼포먼스를 해내는 정제된 모습뿐만 아니라 하나의 퍼포먼스를 여러 가지의 새로운 무드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MAGO’의 다양한 안무 영상에 대한 쏘스뮤직의 평가는 지금 안무 영상이 불러일으키고 있는 음악 산업의 변화의 단면이기도 하다. ‘안대 버전’ 안무 영상은 퍼포먼스로 유명한 여자친구의 역량을 새삼 인식시켰고, ‘릴레이댄스’는 이미 여자친구 자체 예능 콘텐츠 ‘GFRIEND's MEMORIA’에서의 예능감을 퍼포먼스를 통해 강조하며, ‘스튜디오 춤’에서는 퍼포먼스 자체의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다. 하나의 퍼포먼스를 다채로운 방식으로 표현한 디지털 퍼포먼스 콘텐츠들은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서 촘촘히 이어지며 사실상 하나의 음악 방송을 만든다. 예컨대 기존의 TV 음악 방송에서는 한 방송 안에 여러 아티스트의 무대가 이어졌다면, 유튜브에서는 한 아티스트의 다양한 퍼포먼스 콘텐츠가 하나의 방송처럼 이어진다. 유튜브에서 ‘MAGO’의 직캠 영상을 클릭하면 추천 영상으로 ‘MAGO’의 모든 종류의 퍼포먼스 영상이 뜬다. 이 과정에서 여자친구처럼 퍼포먼스에 강점이 있는 팀들이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기도 한다. ‘MAGO’ 안무 영상은 이전 안무 영상 대비 평균 조회수 약 300%가 증가했고, ‘MAGO’ 뮤직비디오는 여자친구로서는 최초로 유튜브 트렌딩 비디오 1위를 기록했으며, 그 외에도 8개의 ‘MAGO’ 퍼포먼스 영상이 상위권에 랭크됐다.

여자친구는 MBC 에브리원 ‘주간아이돌’에서 ‘2배속 댄스’로 화제를 모았고, 2017년 TV조선 ‘아이돌잔치’에서는 ‘오늘부터 우리는’ 안무를 안대로 눈을 가리고 추기도 했다. 그만큼 여자친구의 퍼포먼스는 이전부터 유명했다. “평상시 안무의 디테일과 합을 굉장히 중시하기 때문에 수시로 모니터링하면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끝까지 남아 연습한다.”고 여자친구의 퍼포먼스 디렉터가 말한 것처럼, “멤버 간의 신뢰가 두터운 만큼 이것이 단체의 합이 중요시 되는 퍼포먼스에서 강력하게 드러난다.”는 것은 그들 특유의 강점이다. 여자친구 역시 ‘안대 버전’ 등 여러 안무 영상에 대해 “그간 연습해왔던 시간들을 보상받는 듯한 결과”라며 영상에 대한 뿌듯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새로운 시대와 함께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팀이 더 많은 사람에게 그들의 장점을 어필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것은 그들은 물론 지금 퍼포먼스에 ‘진심’이라 할 수 있는 아티스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한다. 이한형 팀장은 “‘M2’와 ‘스튜디오 춤’ 구독자 비중의 75%가 글로벌 구독자”라며 “언어의 장벽이 없이 오로지 눈으로 즐길 수 있는 퍼포먼스 콘텐츠가 포인트다. 아티스트들의 실력이 출중한데다 퍼포먼스가 독특하다 보니 K-팝을 처음 접한 사람들이 처음에는 신기해하다가 점점 빠져들게 된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이미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여자친구는 유튜브에서 가장 좋은 반응을 일으킨 ‘MAGO’와 함께 빌보드 차트의 소셜 50(17위), 월드 디지털 송 판매(19위), K-Pop 100(46위) 등 세 개 차트에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K-팝은 디지털 플랫폼 안에서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됐고,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안무 영상은 전 세계인이 ‘MAGO’와 같은 안무 영상에 반응하도록 만든다. 언어와 미디어의 경계를 넘어, 인터넷에 커다란 광장이 만들어졌다. 누구나, 모두에게 ‘나를 위한 춤’을 보여줄 수 있는.
글. 이예진
디자인. 스튜디오 빵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