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의 유튜브 계정 구독자 수가 400만 명에서 500만 명으로 증가하는 데는 327일이 걸렸다. 반면 500만 명에서 600만 명을 돌파하는 데는 181일이 걸렸다. 세븐틴의 유튜브 채널에는 ‘고잉 세븐틴’뿐만 아니라 세븐틴의 뮤직비디오, 안무 영상, 비하인드, 멤버들의 개인적인 작업물 등이 모두 정리돼 있다. 유튜브 구독자 수의 가파른 성장세와 맞물려, 세븐틴 유튜브 채널은 그 자체로 세븐틴에 관한 모든 것을 전파하는 대형 플랫폼의 역할을 한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방탄소년단은 그들의 역사 자체가 자체 콘텐츠로 쌓아올린 거대한 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탄소년단이 2020년 트위터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계정’, 지난 10년 동안 가장 많이 언급된 K-팝 아티스트가 되기까지는 2011년부터 공개한 총 1만 2,400개 이상의 콘텐츠가 있었다. 2012년 개설 이후 구독자 4,340만 명, 누적 조회수 81억 회 이상을 확보한 유튜브 채널 ‘BANGTANTV’에는 1,398건(1월 15일 기준)의 영상이 아카이빙돼 있다. 5년간 590건 이상의 콘텐츠를 게재한 브이라이브 채널은 지난해 6월 브이라이브 사상 최초로 팔로어 2,000만 명을 돌파했다. 아티스트의 역사, 팬들을 향해 전하는 즐거움과 메시지가 모두 자체 콘텐츠에 담기고, 이 자체 콘텐츠는 다시 팔로어나 구독자 수로 상징되는 더 많은 사람들에 대한 외연 확장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은 결국 아티스트가 어떤 매력을 가진 사람인지 보여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방우정 SP는 “아티스트가 진짜 즐거워야만 보는 사람들도 즐거울 수 있고, 반대로 보는 사람들이 즐거워해야 아티스트도 현장에서 즐겁게 촬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게임단 T1이 게스트로 출연했을 당시 제작진은 방탄소년단과 T1의 공통 관심사인 게임을 주제로 삼되 실력 편차와 무관하게 모두 다함께 즐길 수 있는 종목을 선정했다. 금세 가까워진 두 팀은 여느 또래 친구들처럼 어색함이나 부담감 없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애니메이션 더빙 또한 멤버들의 아이디어에서부터 출발했다. 방우정 SP는 “방탄소년단을 오래 지켜봐온 입장에서 목소리 연기를 잘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던 차에, 멤버분들 사이에서 ‘더빙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말이 나와서 진행에 돌입했다. 전반적으로 웹 예능에 대한 저작권이 엄격한 편임에도, 방탄소년단이었기에 디즈니와 원활한 협의가 이뤄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고잉 세븐틴’의 제작진 역시 프로그램 기획과 구성 과정에서 ‘아티스트의 몰입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히며 “멤버들이 잘 몰입할수록, 즐길수록 시청자도 그걸 알아보고 재미를 느낀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세븐틴의 자체 콘텐츠는 그들이 데뷔 전부터 유스트림, 아프리카TV 등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직접 프로그램을 구성, 기획한데서 시작되기도 했다. 플레디스 마케팅팀은 이에 대해 “데뷔 전부터 ‘자체 제작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세븐틴이라는 팀을 준비해왔던 멤버들이기에 능력과 감각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라며 “방송과 콘텐츠 역시 직접 만들어가는 것이 세븐틴의 정체성에도 부합하는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파트 스위치’를 비롯한 세븐틴 고유의 콘텐츠 영상은 세븐틴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만든 결과물이다.
물론 자체 콘텐츠가 완전히 자립적인 미디어 생태계를 가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체 콘텐츠의 대부분은 뉴 미디어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고, 뉴 미디어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이용자들의 기존 관심사를 토대로 하기 때문에 ‘새로운 관심’을 유발하는 데에 제약이 따른다. 그 점에서 레거시 미디어는 여전히 팬덤 밖 대중에게 아티스트를 알리기에 용이한 창구다. 지난해 10월 31일 JTBC ‘아는 형님’에서 안대를 착용한 채 ‘Apple’ 퍼포먼스를 선보인 여자친구는 유튜브 채널에서 안대 버전의 ‘MAGO’ 안무 영상을 추가로 공개하며 방송의 화제성을 이어갔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EBS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에 출연한 지난 11월 19일, 유튜브에서 발생한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 뮤직비디오의 1일 조회수는 방송 직전일의 130%로 증가했고 다음 날에는 40% 더 늘어난 170%가 됐다. 이러한 상승세는 레거시 미디어 출연과 아티스트 채널 내 새로운 시청자 유입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그러나 아티스트만 홍보 효과를 누린 것은 아니다. EBS는 방송 직후 유튜브 채널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 BONIHANI’에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출연분 편집 영상을, 이후 12월 ‘리허설 비하인드캠’과 ‘본방송 비하인드캠’을 추가로 공개하며 40만 회에 달하는 누적 조회수를 획득했다. 이처럼 아티스트는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팬덤의 범위를 확장하고, 레거시 미디어는 아티스트의 파생 콘텐츠를 통해 팬덤의 화력을 자신의 채널로 유치하며 상호 수혜 관계를 이룬다.
자체 콘텐츠는 외부로부터 유입된 가벼운 관심을 코어화시키는 기존의 역할은 물론, 융합적 미디어 체계 내에서 대중의 새로운 관심을 유발하는 기능까지 수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예컨대 방탄소년단의 ‘인더숲’은 이러한 자체 콘텐츠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레거시 미디어와 협업하며 대중에 대한 도달률을 높이는 방식을 사용했다. 멤버들이 특정 목적이나 부담감 없이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팬데믹 국면에 처한 대중에게도 위로와 공감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JTBC 본방송, 위버스 독점 확장판 VOD를 함께 공개한 결과, 앞선 콘텐츠인 ‘본보야지’ 시즌 4보다 동기간 대비 20% 높은 수익을 내기도 했다. 서계원 빅히트 쓰리식스티 콘텐츠사업실장은 이와 관련해 “인하우스 제작팀, 외부 플랫폼과 함께 기획 단계에서부터 여러 니즈를 확인하고 조율, 협업하며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빅히트 레이블의 전략적 차별성이라고 전했다. ‘2021 NEW YEAR'S EVE LIVE’는 이 연장선상에서 아티스트들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는 동시에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했다. 장혜선 빅히트 쓰리식스티 미디어콘텐츠사업팀장은 “방송사와의 지속적인 콘택트와 긴밀한 협의 끝에 스트리밍을 이용하는 팬들에게만 4K 해상도, 멀티뷰, 2배 남짓의 러닝타임 등 TV 방송본과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TV 방송용에는 새해 직전 카운트다운과 같이 대중들이 공통적으로 관심을 가질 만한 메시지와 함께 아티스트가 직접 선정한 무대가 포함됐으며, 스트리밍용에는 최초로 공개되는 편곡 무대, 아티스트의 일상적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미니 게임 등이 더해졌다. 장혜선 팀장은 “아티스트마다 각각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은 무대’와 ‘팬들과 나누고 싶은 무대’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자체 콘텐츠는 전 세계적 플랫폼을 통해 확산하며 팬덤 유입의 잠재성을 높이는 ‘대중의 팬덤화’와 점진적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팬 콘텐츠의 대중화’를 동시에 촉발한다. 이러한 화학 작용은 플랫폼과 콘텐츠의 유기적 총체, 즉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모바일 콘텐츠가 급부상하고 디지털 미디어 이용에 익숙한 MZ세대(1980년~2004년 출생자)가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K-팝은 일찍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 MZ세대를 팬덤으로 둔 선도적 사례였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콘텐츠의 비중이 더욱 높아진 지금, 아티스트의 주체성을 기반으로 한 자체 콘텐츠는 누군가의 팬이든 아니든, 올드 미디어와 뉴 미디어 중 어느 것을 이용하든 상관없이, 미디어 환경 전반에 넓고 깊은 뿌리를 내리는 중이다. 이것을 미디어의 ‘뉴 노멀(New Normal)’ 중 한 단면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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