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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헌(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빅히트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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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go’에서 유년기 음악 영웅들을 대거 소환하며 꿈을 현실로 이뤘던 RM은 ‘Right Place, Wrong Person’에서 새로운 접근법을 택했다. 그는 우러러보는 수직의 시선을 수평으로 되돌려, 방탄소년단 활동과 동시에 꾸준히 한국 대중음악 전반에 관심을 가지고 음악가들과 소통하며 쌓은 인맥을 바탕으로 하는 큐레이션 프로젝트를 결심했다. 지난해 말부터 새로운 소리, 새로운 형식을 꾸준히 탐구하는 ‘얼터너티브’ 세력 음악가들이 RM의 세계에 초청받아 각자의 개성을 마음껏 선보이고 조율하는 창작의 협업 물을 예고해왔다. 그렇게 만들어진 ‘Right Place, Wrong Person’은 독특한 작품이다. 작은 재료를 모아 하나의 큰 그림을 만드는 모자이크가 아닌, 개성 강한 재료들을 모아 만든 콜라주 앨범이다. 세계적인 K-팝 그룹의 리더가 자신의 솔로 앨범을 커다란 전람회와 엑스포 격의 광활한 캔버스로 열어놓고, 음악가들은 K-팝에 자신의 창작물을 ‘납품’하는 단계를 넘어 따로 또 같이 개성을 발휘하고 있다. RM의 ‘Right Place, Wrong Person’을 완성한 한국의 대안 음악가 팀원들을 소개한다.

바밍 타이거 (산얀, 비제이 원진, 언싱커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게 K-팝의 특징이다. 우리는 그마저도 답답하게 느껴져서 얼터너티브라는 관사를 쓴다.” ‘롤링 스톤 재팬’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바밍타이거의 얼터너티브 K-팝은 누구와도 같지 않고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다. 바밍타이거는 장르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며 한국 서브컬처의 독특한 개성을 고수하는 자체 제작 11인조 크루로, 지난해 첫 정규 앨범 ‘January Never Dies’와 함께 해외 유수 페스티벌에서 한국 대표 팀으로 인정받아 무대를 펼치고 있다. 2022년 ‘섹시느낌’으로부터 시작된 RM과의 인연은 꾸준한 교류로 이어졌고, 이에 RM은 ‘Right Place, Wrong Person’의 전체 프로듀싱 및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할을 바밍타이거 산얀(San Yawn)에게 맡겼다. 실제로 바밍타이거 멤버들이 이번 정규작의 뼈대를 잡고 있다. 프로듀서 겸 보컬 비제이 원진과 언싱커블이 ‘Nuts’, ‘Domodachi (feat. Little Simz)’, ‘?’, ‘Right People, Wrong Place’, ‘out of love’에 보컬,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 등 다방면으로 참여했다. RM의 K-팝을 ‘얼터너티브'로 만든 일등 공신이다.

정크야드
2014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프로듀서 정크야드는 플랫 타이어스(Flat Tires) 듀오 활동 및 솔로 활동, 혁오와 바밍타이거, 차밍립스, 박문치, sogumm(소금), 등 다정 등 한국 인디 음악가들의 프로듀싱을 맡으며 입지를 넓혔다. RM의 ‘Right Place, Wrong Person’에서는 바밍 타이거 산얀에 이어 세컨드 프로듀서로 활약하고 있는데, 힙합/R&B 장르에 기반을 두고 있으면서도 다양한 장르 음악가들과의 작업과 장르 확장에 있어 거둔 탁월한 성과를 앨범에서 증명하고 있다. 산얀과 더불어 앨범의 모든 곡에 참여했다.

모쿄
‘Right Place, Wrong Person’의 다섯 곡에 작사, 작곡, 프로듀싱으로 참여한 얼터너티브 R&B 싱어송라이터 모쿄는 바밍타이거, 정크야드에 이어 RM의 이번 작품에 가장 크게 공헌하고 있는 음악가다. 지소울, 로꼬, pH-1, 박재범, 빈지노 등 힙합/R&B 계열 음악가들에게 곡을 선사한 그는 2020년 첫 정규 앨범 ‘accent fried’를 내놓은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하다. RM의 앨범에 참여한 바밍타이거 멤버 소금과 김아일, 라드 뮤지엄과 함께 작업한 그는 이번 작품에서 몽환적인 신스 리프 기반의 비트와 록 음악가들 사이에서 힙합의 그루브를 주입한다. RM의 저돌적인 랩이 두드러지는 ‘Right People, Wrong Place’, ‘Domodachi (feat. Little Simz)’, ‘Groin’에서 모쿄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김한주(실리카겔)
한국 밴드 씬의 대표 주자이자 국내외적으로 연일 공연을 매진시키며 더 큰 무대를 향해 나아가는 밴드 실리카겔의 멤버 김한주는 RM과 동갑내기 친구다. 밴드 음악을 넘어 전자음악과 프로듀싱에도 실력을 발휘하는 그는 시피카, 김도언 등 전자음악가들과의 활발한 교류와 더불어 특유의 이펙터 섞인 중저음의 보컬로 객원 참여하는 등 분주한 창작을 이어 나가고 있다. 불길한 퍼커션 리듬 위 으스스한 목소리로 친구를 맺어가는 ‘Domodachi (feat. Little Simz)’에서 일본어로 노래하고, ‘Groin’의 반항기 가득한 기타 리프를 선보이며, ‘LOST!’의 통통 튀는 리듬과 ‘ㅠㅠ(Credit Roll)’에서 RM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두터운 코러스를 쌓는 작법은 실리카겔의 팬들에게 익숙한 모습. 실리카겔이 재치 있게 커버한 ‘LOST!’ 영상에서 그의 취향과 남준을 바라보는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제이클레프
한국 힙합/R&B 팬 사이에서 제이클레프는 신뢰의 이름이다. 대학 입학 후 허영진의 제이(J), 음계의 클레프(Clef)를 합쳐 이름을 짓고 음악을 시작한 그는 2018년 ‘흠’과 ‘화’의 두 가지 주제로 본인의 내면을 진솔히 고백하며 개인과 사회를 냉철히 응시한 데뷔 앨범 ‘flaw, flaw’로 평단의 압도적인 찬사를 받았다. 이후 소리의 형식과 전달 방식 과정의 실험에 깊은 관심을 두게 된 그는 김아일, 짐조니, 낸시보이와 함께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EP ‘O, Pruned!’를 통해 시작과 끝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며 부유하는 일상 속 감정을 노래한 그는 RM의 앨범에서 동료들과 함께 개성을 십분 발휘한다. 제이클레프의 목소리로 출발하는 ‘LOST!’는 피처링 아티스트로 봐도 무방할 정도이며 ‘Around the world in a day (feat. Moses Sumney)’에서는 섬세한 터치의 곡 초중반 부를 이끈다.

은희영
재즈 기타리스트로 출발해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은희영은 2024년 록 밴드 확인을 결성하여 새로운 음악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솔로 경력으로는 서정적인 어쿠스틱 팝을, 확인으로는 더욱 선 굵은 밴드 사운드를 들려준다. RM의 ‘Indigo’ 수록 곡 ‘건망증’, 지코의 ‘Spot!’에 참여한 바 있는 그는 이번 작품에서 ‘Right People, Wrong Place’와 ‘Around the world in a day (feat. Moses Sumney)’에 참여했다. ‘Around the world in a day (feat. Moses Sumney)’의 첫 부분에서 모지스 섬니와 RM의 합창을 뒷받침하는 부드러운 어쿠스틱 기타 연주에서 은희영의 참여를 확인할 수 있다. 은희영과 더불어 RM의 앨범에 이름을 올린 까데호의 이태훈 역시 ‘Nuts’와 ‘Domodachi’에서 활약하고 있다. 포스트 펑크를 연상케 하는 불온한 ‘Domodachi (feat. Little Simz)’의 색소폰 연주를 담당한 이는 목관악기 연주자 박기훈이다.

노 아이덴티티
2010년대 중반부터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이름을 알린 프로듀서 노 아이덴티티는 2018년 바밍타이거 크루의 첫 믹스테이프를 프로듀싱했고 초기 싱글 ‘I’m Sick’과 ‘Armadillo’ 등 그룹 초기 방향을 잡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바밍타이거 탈퇴 후 노 아이덴티티는 솔로 가수 김예림에서 동아시아계 여성 음악의 정체성을 강하게 가져가는 전사 림 킴(Lim Kim)으로의 변화를 수행한 앨범 ‘GENERASIAN’의 프로듀서로 활약하며 빠르게 음악계에 이름을 알렸고, 이후 슈퍼카인드, NCT 127, 에스파, 지코 등 K-팝 그룹과의 협업을 진행했다. RM의 이번 작품에는 ‘out of love’, ‘Around the world in a day (feat. Moses Sumney)’에 참여했다. 에스파의 ‘Armageddon’에도 노 아이덴티티의 손길이 들어가 있다. ‘out of love’에는 노 아이덴티티가 소속되어 있는 레이블 유 윌 노우(you.will.knovv)의 동료 라드 뮤지엄(Rad Museum)과 더불어 한국의 무경계 색소폰 주자 김오키의 연주도 눈에 들어온다.

혁오(오혁, 이인우, 임현제)
‘위잉위잉’과 함께 등장한 밴드 혁오도 어느덧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데뷔 전부터 홍대 앞 클럽에서 무성한 소문을 몰고 다녔고, ‘위잉위잉’이 수록된 EP ‘20’부터 싱글 ‘Panda Bear’, 예능 프로그램 출연과 더불어 ‘22’, ‘23’, ‘24’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한국을 대표하는 신예 밴드로 빠르게 성장했다. 2020년 EP ‘사랑으로’ 이후 개별 활동에 집중했던 혁오는 최근 팀 단위 활동 재개를 예고하고 있는데, RM의 이번 작품에 따로 또 같이 참여하며 밴드의 개성과 향후 작품을 미리 선보이는 미니 쇼케이스를 열었다. 오혁은 ‘사랑으로' EP의 나른한 베드룸 팝을 대만 밴드 선셋 롤러코스터의 쿠오(Kuo)와 함께 ‘Come back to me’에 이식했고, 드러머이자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이인우는 ‘Nuts’, ‘Domodachi (feat. Little Simz)’의 드럼 연주를 맡았으며, 슈퍼그룹 봉제인간의 멤버로도 활동하는 기타리스트 임현제가 ‘LOST!’에 참여했다. 방황하는 젊음으로부터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찾아 자유로이 방랑하는 밴드가 혼란스러운 젊음을 겪고 있는 K-팝 슈퍼스타의 솔로 프로젝트에 제법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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