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22일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동시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차기 대선 후보로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이어서 미국 민주당의 유력 인사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스타들이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밝히는 가운데,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찰리 XCX가 X(구 트위터)에 올린 ‘kamala IS brat’이었다. ‘brat’이라는 단어 자체는 ‘악동’ 정도로 번역된다. 하지만 찰리 XCX의 ‘Brat’ 앨범은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라임 그린 컬러의 커버, 간단하게 재생산 가능한 그래픽디자인, Y2K 패션 스타일, 자신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대담함과 사회적 기대에 얽매이지 않는 라이프스타일을 전파하며, 2024년 여름을 ‘brat summer’로 만들었다. 자연히 ‘kamala IS brat’은 젊은 유권자에게 상당한 반향을 불러왔다. 사실 영국 아티스트인 찰리 XCX가 조지 클루니는 말할 것도 없고, 다른 팝 아티스트가 미처 건드리지 못한 영역을 자극했음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다. 해리스의 선거운동본부 계정은 찰리 XCX를 팔로우했고, 그 배경은 잠시 ‘brat’ 스타일로 꾸며졌다. 이 일이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미국 정치와 팝 음악의 관계를 다루는 대화의 출발점으로는 충분할 것이다.
한국에서 바라볼 때 가장 큰 차이는 대중 예술가의 공개적인 입장 표명이 이루어지는 환경 그 자체일 것이다. 물론 중간 지대가 희박해지는 양극화는 세계적인 현상이고, 이에 따라 정치적 발언이 잠재적인 위험이 될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하지만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계적이고 가끔 강박에 가까운 무색무취 지향은 한국에서 대중적 입지를 지닌 사람의 의무처럼 여겨진다. 미국에서는 개인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문화적 배경, 모든 세그먼트를 공략할 수도 없고 공략할 필요도 없는 시장 규모, 1960년대 이래로 시민권, 반전운동을 배경으로 쌓인 역사적 선례가 다른 환경을 제공한다.
많은 문화 콘텐츠 중에서도, 왜 음악이 사회적 표현의 중심이 되었을까? 영화, 소설도 강력한 영향력과 인지도를 지닌다. 하지만 하나의 작품이 나오기까지 훨씬 긴 시간이 걸리고, 당면한 이슈를 바로 다루기 어렵다. 반면 하나의 노래는 쓰이고, 녹음되고, 다시 불리는 과정에서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더 많은 청중에게 쉽게 기억되고, 전달되는 특성은 다른 어떤 장르보다 콘텐츠 자체의 영향력을 극대화한다. 다시 말해 영화나 소설이 과거의 사건을 반추하고, 때때로 고전적, 보편적 메시지로 당대의 사건을 위해 참조되며 그 영향력을 확인한다면, 음악은 당장 필요한 메시지를 만들어낸다. 소셜 미디어는 이를 가속했을 뿐이다.
어떤 음악 장르는 형식과 배경 측면에서 더 직접적인 메시지를 만들어낸다. 힙합은 1960년대 인권운동부터 내려오는 전통을 바탕으로 1980년대의 정치적 힙합이라는 분파를 명확히 하고, 이는 힙합 전체에 대한 대중의 인식에 여전히 영향을 미친다. 최근 더욱 눈에 띄는 컨트리는 전통적으로 농촌과 노동계급 집단의 정치적 시각을 반영해왔다. 그것은 보수적 가치, 반-엘리트 혹은 민중주의, 불의에 도전하는 투쟁 같은 복합적인 성격을 띤다. 가사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특유의 서사성은 메시지를 실어 나르기에 적합하기도 하다. 최근 상당한 기간 동안, 특히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재임과 그 이후의 기간에 걸쳐, 컨트리 음악은 보수 정치와 공화당에 연관되는 경향을 보였다. 최근의 예를 들면, 제이슨 알딘의 2023년 싱글 ‘Try That in a Small Town’은 총기와 인종 문제에 관한 메시지를 담은 내용으로 인식되며 논란과 인기를 동시에 얻었다. 단, 컨트리 장르가 노예제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와 배경을 갖고, 로레타 린 같은 고전 아티스트는 여성의 권리에 대한 노래를 쓰기도 했던 것처럼, 보수 정치와의 연관은 최근의 사정이지 장르의 역사 전체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단단하다. 그런 의미에서 올리버 앤서니의 ‘Rich Men North of Richmond’가 정치인과 부유층을 비판하는 메시지로 컨트리의 근본적인 정서에 기대면서, 본인 스스로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던 것은 흥미롭다. 그는 스튜디오 녹음도 아니고 동영상으로 촬영한 음원이 바이럴을 타면서 빌보드 핫 100 1위까지 갔으니, 지극히 현대적이면서 동시에 고전적인 사례다.
하지만 올리버 앤서니 본인의 뜻과 무관하게 공화당과 민주당 양 진영은 ‘Rich Men North of Richmond’가 각자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고, 자신들의 메시지와 호응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1984년 로널드 레이건이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Born in the USA’를 언급하며, 자신과 이 노래가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비전을 공유한다고 주장했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레이건을 포함하여 이후 몇몇 공화당 대선 후보들이 이 노래를 선거 캠페인에 사용하는 것을 거부했다. 최근 미국의 정치가들은 닉슨처럼 자신만의 노래를 만들거나, ‘Born in the USA’의 경우처럼 거절당할 가능성을 무릅쓰는 대신, 정치적 입장을 공유하고 자신의 지지층을 대변할 수 있는 아티스트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미국 연예계가 전통적으로 민주당에 가까웠다는 배경과 더불어, 최근의 정치적 양극화는 특정 아티스트와 정당의 관계를 더욱 뚜렷하게 만든다. 공화당의 부통령 출신 마이크 펜스는 대선 출마를 알리는 캠페인 노래로 키드 락의 ‘Born Free’를 썼고, 키드 락은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공식화된 전당대회에서 노래 선곡과 공연에 모두 참여한 바 있다. 한편, 비욘세는 자신의 노래 ‘Freedom’을 해리스의 대선 캠페인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케이티 페리와 아리아나 그란데도 지지를 선언했다.
미국에서도 팝스타의 정치적 입장 표명에 대한 반응과 해석은 다양하다. 젊은 세대의 정치적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호의적인 시각과 정치적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한다는 비판이 함께한다. 투표율에 영향을 줄 수는 있으나 투표 성향을 바꾸지는 못한다는 해석과 함께, 선거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고조시키는 것 이상의 영향은 없다는 다소 건조한 입장도 있다. 다만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있다면, 대중예술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소외된 누군가를 위해 그 영향력을 발휘할 기회는 언제나 열려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다. 이 기회는 정치와 무관한 회색 무균실에 있을 수 없고, 표현의 자유는 모두에게 공통된 권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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