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1일 공개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팝스타 아카데미: KATSEYE’는 글로벌 걸그룹 KATSEYE의 캐스팅을 비롯해 소위 연습생 시스템으로 이해되는 ‘T&D(Training & Development)’ 그리고 최종 멤버를 결정한 서바이벌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이하 ‘드림 아카데미’)’의 전 과정을 담는다. 다큐멘터리는 연습생들의 훈련과 숙소 생활은 물론, 하이브X게펜 레코드(이하 ‘HXG’)의 스태프들까지 밀착 취재하며, 글로벌 걸그룹이 탄생하는 과정을 밀도 있게 담는다. 당시 HXG의 T&D 시니어 프로그램 매니저로 멤버들과 깊은 유대감을 보여주며, 다큐멘터리의 한 축을 맡은 미씨 파라모(Missy Paramo)에게 다큐멘터리 촬영, T&D 비하인드 그리고 KATSEYE 멤버들에 대해 물었다.
‘팝스타 아카데미: KATSEYE’는 연습생들의 캐스팅을 비롯해 생활과 트레이닝, ‘드림 아카데미’의 전 과정을 담았습니다. 약 2년 동안 이어진 다큐멘터리 촬영의 분위기는 어땠나요?
미씨 파라모: 처음엔 어딜 가나 카메라가 있는 환경을 모두가 어려워했어요. 다큐멘터리의 촬영 팀은 (모든 상황을 그대로 찍는) ‘시네마 베리테’ 기법으로 끊임없이 촬영했는데요. 프로젝트는 이제 막 시작됐고, 보편적인 K-팝 그룹 제작 과정보다 주어진 시간이 훨씬 적었던지라, 관련된 스태프들은 예민한 상태였고요. 저희 또한 다큐멘터리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확신할 수 없어서, 감독인 나디아 할그렌(Nadia Hallgren)과 촬영 팀을 T&D의 세계에 깊숙이 들이기 어려웠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감독님과 그 촬영 팀에게 신뢰를 갖게 됐어요. 저희도 다큐멘터리가 진심으로 와닿기 위해서는 연습생과 스태프 모두 카메라 앞에서 편안하게, 때로는 약한 모습도 드러내고, 진솔함이 필요하다는 걸 받아들였고요. 그 과정에서 감독님이 우리의 이야기를 충실히 담아줄 거라고 그냥 믿어보는, ‘믿음의 도약’이 필요했죠. 감독님과 촬영 팀이 T&D의 복잡한 업무뿐만 아니라, 우리 삶까지 들어오도록 용인하는 과정이었어요.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촬영 팀은 저희 모두에게 엄청난 인내를 보여줬습니다. 저희의 영역을 존중하면서도, 굉장히 감동적이고 긴장감 넘치며, 강렬한 순간을 포착해냈고요.
미국에서 K-팝의 방법론에 기인한 T&D 시스템을 이식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을 듯합니다. 프로그램의 기초적인 구성이나 트레이너의 섭외에는 어떤 기조가 있었을까요?
미씨 파라모: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미국 대학의 운동 선수나 올림픽 훈련 프로그램처럼 유사한 사례를 방대하게 조사했어요. 프로그램의 기저에는 명확한 규칙과 연습생들의 정밀한 목표가 필요해 보였죠. 저희는 엄격한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이는 연습생들이 아티스트가 되기 위한 기술적 발전을 목표로 할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더불어, 미국 LA에 T&D 시스템을 만든다는 건 이 업계의 뛰어난 트레이너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어요. 다만 풍부한 경력만이 아니라, 한국 T&D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함께 그걸 우리만의 방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통찰력을 지닌, 적합한 인재를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죠. 모든 트레이너들은 팝 음악 산업에서 유명인들과 수년간 일한 경험이 있었고, 여기에 연습생들을 요즘 팝 아이콘의 기준으로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실력과 레벨, 직업 의식, 스타성 등에 대한 제반 지식을 전수했어요.
다큐멘터리 속 연습생들은 많은 연습량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연습생들이 T&D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미씨 파라모: 저희는 연습생들과 해가 뜨나, 해가 지나, 모든 시간을 함께하면서 신뢰를 얻어 갔어요. 연습생들이 목표를 이루는 데 필요한 게 있다면 무엇이든 제공했고요.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대한 지원을 포함해 연습실에서 나가 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고요. 이런 노력은 연습생들의 신뢰와 헌신으로 돌아왔어요. 저희는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연습생이 지닌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고자 했어요. 연습생들이 지치지 않고 원동력을 얻도록 선생님 역할의 스태프들이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는 게 중요했고요. 연습생들은 T&D 프로그램을 진심으로 믿고 신뢰해줬어요. 그 결과, 눈에 띄게 실력이 상승하는 결실을 얻게 됐죠. 연습생들은 존중과 성실함 그리고 규율이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갔는데요. 그런 헌신적인 태도가 글로벌 걸그룹의 일원이 되는 핵심이라는 걸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연습생들은 얼마 없는 자유 시간도 스스로 연습하는 데 투자할 만큼, 발전에 대한 의지가 컸어요. 매일 출석하는 게 의무는 아니었지만 연습실에 와서 연습을 하고, 연습생들 스스로 성장의 주체가 됐죠. 이런 자발성은 연습생들의 발전과 성공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에 연습생들의 그룹 심리 상담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 ‘정신 건강’에 대한 문제가 심도 있게 다뤄집니다. 그 배경이 있을까요?
미씨 파라모: 정신 건강에 대한 케어는 T&D 프로그램의 주춧돌이자, 항상 중요시한 요소였어요. 오늘날 미국의 젊은 세대는 정신 건강이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잘 알고 있고, 이를 소홀히 한다면 전도유망한 커리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걸 목도해왔어요. 이걸 마음에 새기고, 연습생들이 정신적인 건강함을 유지하는 걸 최우선으로 삼았습니다. 원하는 연습생들에게는 정신 건강 전문가에게 개별 상담을 받을 수 있게 했고, 상주하는 심리학자와 그룹 상담 세션도 진행했어요. 미술 치료, 음악 치료 같은 다양한 시도를 하며, 무엇이 연습생들에게 가장 적합할지 고민했고요. 심리 전문가들은 이제 막 성인이 된 연습생들이 자신의 꿈을 좇으면서도, 인간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맡았어요. 또한 연습생들이 LA의 삶에 적응하도록 경쟁적인 환경에서 잠시 떨어져 일상을 즐기고, 스튜디오에서 밖에서의 시간을 보내도록 했어요. 이런 정신적인 휴식은 연습생들을 잠시나마 LA에 사는 청춘으로 만들어줬고요.
그 일련의 과정에서 연습생들이 만들어낸 ‘자매애’는,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빛나는 가치라고 느껴집니다.
미씨 파라모: 연습생들은 ‘자매애’와 유사한, 어떤 독특한 유대감을 갖고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진정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경험을 공유하면서 구축된 정서죠.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고, 심지어 일부는 같은 숙소에서 살았으니까요. 경쟁이 주는 긴장감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완전히 바꿀 만한 경험이죠. 연습생들은 모두 그룹에 들어가고 싶어 하면서도, 진심으로 친구들의 성공을 바랐어요. KATSEYE 멤버들이 느끼는 자매애 또한 견고해요. 어떤 일이 있어도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자매들 사이에서 나오는 믿음을 토대로 하거든요. 이런 깊은 신뢰는 팀을 단단하게 만들어요. 멤버들은 마음 깊이 서로를 위해 행동하고, 그 믿음은 한결같아요. 이런 진실된 관계는 멤버들의 케미스트리를 좋게 할 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까지 끌어당기죠. 관객 입장에서도 그런 멋진 자매애를 함께 느끼고 싶도록 하고요.
T&D 과정을 통해 KATSEYE 멤버들이 발전하는 걸 오랜 시간 지켜보셨습니다. 각 멤버들이 어떤 성장을 이뤄냈다고 생각하시나요?
미씨 파라모: KATSEYE는 신예 아티스트로서, 계속 자신을 밀어붙이며 실력을 키우고, 팬덤과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어요. 프로그램을 통해 스며든 직업 의식과 절제력은 KATSEYE의 성공에 중요한 요소가 됐습니다. 먼저, 다니엘라는 ‘자기인식(self-awareness)’을 키웠다는 점에서 자랑스러워요. 다니엘라는 엄청난 능력을 갖추고 프로그램에 들어왔지만, 엘리트 댄서이자 가수 그리고 퍼포머로서 진화하며 실력을 키우고자 노력했어요. 다니엘라의 성숙함과 자아 성찰 능력은 정말 존경할 만해요.
라라의 자신감은 프로그램에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 사실 주변의 연습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 건 라라의 긍정적인 태도였어요. 라라는 특출한 보컬리스트이지만, 다른 사람보다 프로그램에 늦게 합류해서 춤 실력을 늘리기 위해 더 열심히 했어요. 극심한 연습량에도 불구하고, 라라는 KATSEYE 멤버들의 원동력이었어요.
다른 멤버들과 달리, 마농은 경쟁적인 스포츠나 예술계의 경험이 없어서 T&D 과정이 특히나 힘들었을 거예요. 그렇지만 힘든 순간에도 마농은 포기하지 않았어요. 마농은 꾸준히 자신의 실력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고, KATSEYE 멤버가 되면서 인생의 변곡점을 맞이했어요. 마농은 KATSEYE에서 힘이 되는 동료이자, 멤버들을 챙기는 언니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어요.
메간을 처음 만났을 때는, 내성적이고 눈에 띄는 퍼포머가 되기엔 에너지가 부족해 보였어요. 그런데 T&D 프로그램을 통해 메간은 자신만의 진가를 발휘하고, 서서히 자신감을 쌓아 갔어요. 어린 시절부터 이 업계에서 일해온 터라, 일에 전념하는 태도와 전문성이라는 측면에서 훌륭한 의식을 지녔고, 이는 메간이 꾸준히 발전하게 만들었죠. 메간이 매력적인 퍼포머이자, 캣츠아이의 좋은 팀원으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정말 아름다운 여정이었습니다.
소피아는 놀라운 리더십을 지녔어요. 타고난 리더이지만, 여느 리더처럼 자신만의 리더십 스타일과 능력을 다듬을 시간이 필요했죠. 소피아는 성장을 위해 지칠 줄 모르고 연습하며, 자발적으로 많은 시간을 연습하는 데 썼어요. 소피아는 KATSEYE에서 강인함의 상징이자, 어려운 상황에서도 차분하고 침착한 태도를 지니며, 엄청난 포용력을 보여주는 사람이에요. 열성적이고, 책임감 있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고요. 이런 면모는 소피아를 꿈을 좇는 여성들로 이뤄진 그룹의 이상적인 리더로 만들어줘요.
마지막으로 윤채가 어떻게 그렇게 어린 나이에 자신의 고향을 떠나, 언어도 잘 통하지 않는 곳에서 꿈을 좇을 수 있는지 생각하면, 너무 놀라워요. 윤채는 영어를 배우고, 미국 문화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 중이고, 이는 윤채가 팬들과 한층 더 깊이 소통하길 원해서이기도 해요. 그룹의 막내 멤버이지만, 스스로 높은 전문성을 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임하는 중이고, 아티스트에게 요구되는 그 철저한 기준에도 잘 적응하는 걸 보면 매번 감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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