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일 자 빌보드 ‘핫 100’에는 크게 두 가지 뉴스가 있었다. 첫째,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Drivers License’가 8주간 1위 기록을 끝으로 정상에서 내려왔다. 둘째, 드레이크가 1위다. 그리고 2위, 3위도 드레이크다. 그는 3월 5일 EP ‘Scary Hours 2’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3곡이 수록되어 있는데, ‘What’s Next’, ‘Wants and Needs’ 그리고 ‘Lemon Pepper Freestyle’이다. 세 노래는 EP에 수록된 순서대로 1, 2, 3위를 기록했다. 차트 1~3위를 드레이크가 사실상 결정한 셈이다.

한 아티스트가 ‘핫 100’ 1~3위를 독점한 것은, 1964년 비틀스와 2019년 아리아나 그란데 이후 3번째다. 단, 드레이크의 1~3위는 모두 신곡이고, 이는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과거 ‘핫 100’ 1~2위가 신곡인 경우도 3번에 불과하고, 그나마 1, 2위는 다른 아티스트의 노래였다. 이번 주 ‘핫 100’ 4위가 브루노 마스와 앤더슨 팩의 드림팀, 실크 소닉의 신곡 ‘Leave the Door Open’이므로, 차트 전체적으로는 1~4위가 모두 신곡이다. 당연히 최초다.

기록의 원동력은 말할 것도 없이 스트리밍이다. 세 노래는 각각 4,900만 회, 4,200만 회, 3,200만 회에 이르는 스트리밍을 기록했고, 이는 그 이하의 노래들을 한참 앞선다. 이는 낯선 결과가 아니다. 2018년 앨범 ‘Scorpion’은 발매 주간에 7억 4,000만 회 이상의 스트리밍을 기록하면서 역대 기록을 까마득히 경신한 바 있다. 당시 ‘Scorpion’에 수록된 25곡 전부를 포함하여 27곡이 ‘핫 100’에 진입했다. ‘톱 10’ 중 7곡이 드레이크였고, 1, 2, 4위를 차지했다. 당시 1위 ‘Nice for What’은 이미 8주간 1위에 오른 몸이었으므로, 이번 기록과는 결이 다르다.

‘Scorpion’이 나오기 6개월 전을 보면, 새로운 EP가 ‘Scary Hours 2’라는 이름을 얻은 것은 여러모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2018년 1월 드레이크는 2곡이 담긴 EP ‘Scary Hours’를 공개했고, 1번 트랙은 드레이크의 중요 히트곡, ‘God’s Plan’이었다. 이 노래는 ‘Scorpion’의 첫 싱글로 자리 잡았고, 그해 ‘핫 100’ 연간 차트 1위곡이었다. 현재 드레이크는 새 앨범 ‘Certified Lover Boy’를 준비 중이다. 올해 1월 공개 예정이었으나 연기되었고, 현재 공개 시기는 미정이다.

‘Scary Hours 2’ 자체만 보더라도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이 EP는 새 앨범으로 가기 전, 드레이크만 가능한 ‘핫 100’ 전략을 시험한 것처럼 보인다. 앨범 ‘Scorpion’이 막대한 스트리밍 성적을 기록한 원동력 중 하나는 25개에 이르는 트랙 수였다. 음반 시대의 과하게 많은 트랙은 물리적 부담이었지만, 스트리밍 시대에는 앨범 성적에 귀속되는 스트리밍 성적을 극대화하는 전략의 기반이 되었다. ‘Scorpion’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선구적인 앨범이다. 역으로 ‘Scary Hours 2’는 트랙을 줄이면 어떻게 되느냐 묻는 듯하다.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는 ‘Scary Hours 2’를 하나의 앨범처럼 홍보하고, 수록곡 3개는 주요 재생 목록, 특히 신곡 중심의 재생 목록에 전부 삽입되었다. 3곡짜리 EP는 ‘빌보드 200’에 오를 수 없지만, ‘핫 100’에서는 역사적인 기록을 만들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가 만약 수록곡이 더 많은 앨범이었다면, 1~3위를 석권하는 기록은 어려웠을 것으로 예상한다.
TRIVIA

앨범의 정의
‘핫 100’은 개별 트랙을, ‘빌보드 200’은 앨범을 대상으로 한다. 그럼 ‘Scary Hours 2’와 같이 3곡을 묶어 제목을 붙이면 어떻게 되는가? 싱글과 EP를 구분하는 기준은 각종 음원 판매, 스트리밍 사이트가 조금씩 다르지만, 앨범을 보는 기준은 같다. 7곡 이상 또는 재생 시간 30분 이상이다.
글.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디자인. 전유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