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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민
사진 출처하이브

“지금 나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어떻게든 남겨보자.” 다큐멘터리 영화 ‘RM: Right People, Wrong Place’는 방탄소년단 RM의 두 번째 솔로 앨범 제작기이자, 그 과정 동안 인간 김남준으로서 느끼고 사유한 모든 것들에 대한 일기이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늘 앨범 ‘Right Place, Wrong Person’의 프로젝트 전반을 위해 결성된 크리에이티브 팀, ‘팀 RM’이 있었다. RM의 관찰자인 동시에 팀 RM의 일원으로서 그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며 약 8개월간의 여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담아낸 이석준 감독, 수백 시간의 영상 데이터를 관리하며 팀 RM의 시간들을 연결하고 의미를 더한 임수빈 조감독과 함께 영화 ‘RM: Right People, Wrong Place’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10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RM: Right People, Wrong Place’를 처음 선보였어요. 감독님과 다른 팀 RM 분들과 함께 무대 인사에 참석해주셨는데 소감이 어떠셨나요?
이석준: 어쩌다 보니 주연 배우 없이 주변 인물과 제작진끼리만 무대 인사를 해야 했어요. ‘실수해서 남준 씨 얼굴에 먹칠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다들 할 말을 외우거나 종이에 적어서 올라갔어요.(웃음) 남준 씨도 실시간으로 중계를 보고 있었는지 저희를 보고 웃었다고 하더라고요. 남준 씨는 팀 RM을 종종 ‘야인(野人)’이라 불러요. 각자 야생에서 본인의 방식대로 살아온 사람들이라고요. 그런 저희가 공적인 무대에 서 있는 게 재밌어 보여서 웃었던 것 같아요.(웃음) 그만큼 무대에 올라갈 일이 잘 없는데 관객분들의 호응을 마주할 수 있어서 좋은 에너지를 얻었습니다.

영화 제목의 ‘Right People, Wrong Place’는 앨범 ‘Right Place, Wrong Person’의 첫 곡이기도 한데, 해당 제목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임수빈: 처음엔 여러 후보 리스트를 짜봤어요. 어떤 건 너무 감성적이거나, 너무 멀게 느껴지거나, 너무 직접적이었거든요. 어떤 제목이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남준 씨가 “I think we’re in the wrong place.”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표현이 좋아서 그대로 쓸까 했는데 제목으로서는 조금 길다는 의견이 있어서 못 썼거든요. 그러다 마침 남준 씨도 다큐멘터리 안에서 “이상하다, 이상해.” 이런 말씀을 종종 하셔서, 결국에는 앨범의 첫 트랙인 ‘Right People, Wrong Place’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게 제일 좋겠다고 판단했어요. 영화 제목을 고민하면서 새삼 앨범 수록 곡들의 제목을 참 잘 지었다고 느꼈고요.(웃음)

이석준: 앨범명과 영화 제목의 약자가 모두 ‘RPWP’로 같지만 쓰는 단어가 다르잖아요. 사람들이 헷갈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러면서 이 제목의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해보길 바란 것도 있어요.(웃음) 개인적으로 ‘Right People, Wrong Place’의 뜻이 ‘이상한 장소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각자의 삶 속에서는 우리 모두 ‘나’라는 사람의 존재가 자연스럽지만, 회사나 모임처럼 다른 장소에 가서는 스스로가 낯설거나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잖아요. 앨범 제작을 하면서도 계속 낯선 장소들을 다니면서 서로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런 순간들 속에서 느낀 생각이나 감정을 그대로 담아낸 영화인 만큼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해요.

앨범 제작 초기 단계에서 다큐멘터리 촬영을 시작한 만큼 처음에는 영화의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끌어가셨나요? 
이석준: 앨범 ‘Right Place, Wrong Person’의 송 캠프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남준 씨의 머릿속에는 정리된 바가 있었고, 프로듀서 산얀 씨도 큰 그림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대부분 잡혀 있는 상태였어요. 제가 팀 RM에 합류할 때 남준 씨가 ‘RPWP’ 프로젝트가 무엇인지, 왜 하게 되었는지를 직접 설명해주셔서 어느 정도 이해한 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었고요. 이후에도 남준 씨가 뮤직비디오 감독님이나 포토그래퍼분처럼 이 프로젝트에 새롭게 합류하는 분이 있을 때마다 그 브리핑을 해주셨어요. 마지막에는 거의 17차까지 하게 되어서 엄청 유려하게 발표해주셨던 걸로 기억합니다.(웃음) 

두 분이 처음 팀 RM에 합류하고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에 참여하게 된 과정도 궁금해요.
이석준: 프로젝트를 총괄한 산얀 씨에게 “영화가 나올 수도 안 나올 수도 있는데, 혹시 1년을 내어줄 수 있냐?”고 섭외 연락이 온 게 시작이었어요. 그 말에 호기심이 생겨서 같이 남준 씨를 만나게 되었어요. 처음 만나는 자리였는데도 남준 씨가 본인이 살아온 인생을 솔직하게 얘기해주셔서 저도 제 삶에 대해 진솔하게 말할 수 있었어요. 그 후로도 남준 씨와는 서로 일과처럼 만나면서 많은 얘기들을 나누며 유대를 쌓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남준 씨가 마음의 공간을 많이 열어주려고 노력해주신 것 같아요. 

임수빈: 처음에 저는 영화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 같은 장면들을 정리하고 요약해주는 역할이었어요. 장기간 촬영을 하다 보니 그만큼 데이터도 방대해졌거든요. 석준 감독님이 현장에서 긴밀하게 현재를 담으며 미래를 향해 간다면, 동시에 저는 데이터 정리를 위해 프로젝트에 합류하면서 과거를 쫒아갔어요. 그러다 나중에는 촬영 과정에도 실시간으로 합류해서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했어요. 촬영을 하면 바로 따끈따끈한 데이터를 받아서 정리했어요. 결국 데이터를 정리하는 이유는 편집할 때 도움이 되기 위함이니까, ‘이 부분은 정말 중요할 것 같다.’는 물음표를 달거나 여러 코멘트도 작성하면서 계속 흐름을 따라갔고, 그 과정에서 역할이 다양해지기도 했어요.

제작자와 출연자의 친밀하고 진솔한 관계에서 나오는 고유의 분위기가 이 다큐멘터리의 특별한 점인데, 제작자로서는 작품에 대한 거리 두기가 필요할 수도 있었겠네요.
이석준: 처음에 남준 씨가 이 프로젝트를 설명해주실 때 “이 프로젝트의 밀도와 진정성을 잘 담기 위해 소규모로 긴밀하게 제작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하셨어요. 그래서 이미 친밀한 사람들끼리 모인 상황을 촬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수빈 씨가 옆에서 조언을 많이 해주셨죠. 저는 계속 현장에 있다 보니 숲을 볼 수 없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 한발 떨어져서 ‘여기서는 이런 질문을 하면 좋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중간중간 가이드를 주셔서 도움이 정말 많이 됐습니다.

임수빈: 예를 들어 다들 친밀한 관계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 서로의 목소리가 섞일 때가 점점 많아졌는데, 중첩이 심하면 타자가 관람할 때는 불편할 수도 있어서 조절해보자고 의견을 내기도 했죠. 초반에는 계속 촬영 화면 내의 팀 RM분들만 바라보니 조금 어려움이 있었는데, 직접 만나 솔직한 고민과 노력들을 함께 나누면서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었어요. 덕분에 저도 푸티지(*영화 제작 시 미편집한 원본)를 정리할 때 단순히 요약만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보면서 궁극적으로 다큐멘터리에 더 좋은 방향으로 편집할 수 있었어요.

두 분을 비롯해 팀 RM의 친밀함에서만 나올 수 있는 고유의 분위기가 이번 영화의 특별한 점이기도 해요. 덕분에 화면 너머의 관객도 쉽게 몰입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가 된 것 같아요.
이석준: 보통 다큐의 미학은 여백의 미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치고는 말이 굉장히 많아요.(웃음) 그래서 차라리 ‘말이 많으니, 그중 중요한 문장이나 마음에 오래 남는 말들을 엮어서 콜라주하듯이 이어가보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스토리라인을 구성했어요. 예를 들어 화천의 비수구미에 갔을 때 어떤 말이 나오면, 그 말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나 어떤 장소가 연결될 수 있을지를 상상하면서 작업했어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 비유하자면, 우리에게 가능한 유니버스가 무엇일지를 고민하면서요.

RM 씨의 여정에 함께한 제작진 및 창작자분들의 인터뷰도 영화에 함께 담겼는데, 주변 인물의 발화로 RM 씨를 투영하는 것도 영화에서 중요한 지점으로 보여요.
이석준: 인터뷰에서는 조금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복선이 될 만한 말들을 던져주는 게 필요해요. 다들 ‘RPWP’ 프로젝트의 당사자이기도 하니 각자가 느끼는 소회에 대한 감도가 높아서 인터뷰에 필요한 톤을 맞추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인터뷰를 굉장히 많이 시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웃음) 각자에게 제가 바라는 톤도 명확하게 있었어요. 산얀 씨는 남준 씨에 대한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였고, 정크야드 씨는 해설자의 역할로 프로젝트에 대한 지침을 줬고, A&R로 참여해준 세훈 씨는 듣기 편안한 낮은 음성을 갖고 있어서 감정이 차분하게 흘러갈 때 세훈 씨의 음성이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임수빈: 남준 씨가 입대하신 당일에 팀 RM의 인터뷰를 촬영하기도 했어요. 그날 남준 씨가 팀 RM 각자에게 남긴 편지를 읽었는데 처음에는 다들 “에이, 인위적이게 울면 안 돼.”라고 하다가 막상 읽자마자 눈물을 뚝뚝 흘렸던 기억이 나요.(웃음) 그 직후에 감정이 풍부할 때 촬영한 인터뷰라서 남준 씨에 대한 진심이 일렁이는 게 더 느껴지기도 했어요.

팀 RM의 친밀감을 바탕으로 인간 ‘김남준’으로서 RM 씨의 모습이 영화에 담긴 동시에, 방탄소년단의 10주년 페스타 행사나 D-DAY 콘서트에 게스트로 선 공연 장면처럼 아티스트 RM 씨로서의 모습도 담겼어요. 앨범 ‘Right Place, Wrong Person’ 앨범 제작기와는 질감이 다른 장면이기도 한데 영화에 넣으신 이유가 있을까요?
이석준: 이번 다큐멘터리가 앨범 ‘Right Place, Wrong Person’ 제작 과정에만 집중했다기보다는 그 기간 동안 일어난 남준 씨의 심리 변화에 주목했기 때문이에요. 인물에 대한 별다른 설명 없이 시작해서, 영화 내에서 남준 씨가 방탄소년단의 RM으로서 업을 할 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굉장히 중요했어요. RM 씨와 남준 씨라는 인물 사이에 대비감을 부여할수록, ‘RPWP’ 프로젝트를 통해 RM 씨가 자신을 탐구해가는 과정 자체도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영화 내에서 빈티지한 필름 장면과 현실적인 촬영 장면이 자주 번갈아 활용되는 형식에서도 대비감이 느껴져요.
이석준: 촬영 기간이 통상적인 다큐멘터리치고는 그리 긴 기간은 아니었어요. 남준 씨의 감정의 깊이는 그가 살아온 삶 동안 쌓여온 것들인데 약 8개월의 시간만 보게 되는 관객들이 맥락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어요. 보시는 분들이 남준 씨의 감정이 과거에서 왔다는 느낌을 받아야 그 깊이나 감정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필름 질감의 이미지와 영상들을 엮어서 회상 씬 같기도 기억 속 파편 같기도 한 영상을 만들어서 이미지들이 콜라주처럼 이어지는 와중에 일종의 ‘킥’을 줄 수 있는 요소로 활용하려 했어요. 또 빈티지한 필름 장면과 제작 현장을 담은 순간들이 대비되도록 배치해서 당시의 감정들이 저 먼 과거에서부터 흘러온 듯한 느낌을 더했어요.

화천 비수구미의 풀밭에 누워 쉬는 휴식의 순간도 인상 깊어요. 분명 현실적인 촬영 장면이지만 색감이 정말 예뻐서 마치 현실이 아닌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어떤 분위기를 담으려고 노력했는지 궁금해요.
이석준: 사실 영화에 담긴 것보다 실제로 보는 비수구미가 더 예뻤어요.(웃음) 그래서 최대한 사실적으로 보이도록 편집하기도 했죠. 저희가 처음 만났을 때 남준 씨가 “내가 선택한 삶이긴 하지만 저는 어딜 가든 낯선 이방인으로서의 경험을 하기 어렵다. 아예 자연만 있는 환경에서 나에게만 집중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라고 하셨거든요. 아무도 못 알아보는 곳을 한 번 가보는 게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해서 가게 된 곳이 비수구미예요. 외진 곳에 정말 자연뿐이라 그 당시의 현재에만 집중해서 명상하듯 쉴 수 있었고, 덕분에 영화에도 저희 팀 RM과 함께 느꼈던 평온함이 잘 담겼어요. 

있는 그대로의 현장을 담은 장면 외에 애니메이션을 활용하기도 해요. 애니메이션 연출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임수빈: 남준 씨가 추상적인 말들을 던질 때가 많아서, 그가 전하는 관념이나 생각들을 시각적으로 정리해주는 차원에서 애니메이션을 넣게 되었어요.

이석준: 이번 다큐멘터리가 기승전결이 완벽한 영화는 아니다 보니 감상자분들께서 주어진 말들을 갖고 이어나가면서 감상해주시길 바라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니 챕터가 바뀔 때마다 그 사이를 명확하게 잇는 연결 고리로서의 역할을 애니메이션이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느라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신 이규리 감독님께서 굉장히 수고해주셨어요. 영화를 잘 보시면, 애니메이션이 들어간 장면에서 ‘다음 챕터 시작할 거니까 미리 요약해줄게.’ 이런 느낌으로 이전에 나온 장면들의 내용과 감정선을 살짝 요약하고, 그다음으로 흐름이 진행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어떻게든 RM 씨의 본질을 담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한 모습이 엿보여요. 레코딩 장면에서는 RM 씨의 음성만을 온전하게 담아내기도 했고요.
이석준: 뮤직비디오 작업도 중간중간 진행하다 보니 사실 음악업계의 비하인드 영상들도 자주 보게 되는데, 이 업계에서도 어느 정도 합의된 작법이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저는 이 영화에서만큼은 조금 다르고 싶었어요. 솔직한 게 가장 중요했어요. 우리가 비하인드를 보는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아티스트가 실제로 어떻게 하는지가 궁금해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에 사운드가 비면 밋밋할 수 있으니까 배경음을 넣다가도 남준 씨 목소리가 나오면 빼는 식으로, 이 사람이 어떤 톤을 가졌는지를 보여주는 것에만 집중했어요.

RM씨의 솔로 앨범 제작기를 담은 영화인 만큼, 작품 내에서 음악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도 중요했을 것 같아요.
이석준: 뮤직비디오에서는 무엇보다 음악이 잘 들리는 게 중요하지만, 영화는 영상의 본질을 전달하는 매체로서 기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앨범에 참여해주신 정크야드 님, 글로잉독 님이 영화 음악에도 참여해주셔서 10곡을 새로 만들어주셨고, 엔딩 곡은 다정 님까지 총 세 분이서 제작해주셨어요. 앨범 수록 곡까지 합치면 영화에 음악이 많이 들어간 편이죠. 팀 RM 분들이 대부분 평소 앰비언스(*사운드에서 공간 및 환경감을 더해주는 효과)를 좋아하는데, 이 영화의 음악들이 특정 장르나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뉴트럴한 음악이 되기를 바랐어요. 음악이 감정을 끌어내기보다는 보조하면서 뒷받침해주길 바랐고요. 음악을 만드시는 분들도 영상 편집본을 보면서 저희가 “이런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라고 의견을 드리면 중간중간 수정해주셨어요. 

임수빈: 영화에 들어가는 사운드 소스가 다양하잖아요. 그래서 영화의 흐름을 편집할 때 ‘화면’, ‘소리’, ‘음악’ 간의 배치가 주된 고민이었어요. 디지털 영상, 필름, 캠코더 등의 ‘화면’, 현장음과 인터뷰와 같은 ‘소리’, 노래와 효과음 등의 ‘음악’까지,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많다 보니 어떤 순서로, 무엇을 강조할지를 함께 논의하면서 정리했어요. 

제작 과정에서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셨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치는 무엇이었나요?
이석준: ‘진정성’이죠. 그게 남준 씨, 팀 RM 모두와 합의된 대전제였어요. 그래서 연출을 더 하거나 콘셉트를 잡는 게 주된 목표가 아니었고, 혹여 남들이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일지라도 최대한 진실되게 촬영했어요. 물론 어느 정도 정제된 작품도 그 나름대로 의미와 역할이 있겠지만, 제가 느끼는 재미를 담고 싶었어요.(웃음) 제작하면서 저 스스로 재밌어야 작품이 잘 나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솔직한 모습에 웃음이 나는 순간들, 소소한 재미를 영화에 담아내고자 했던 것 같아요.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 다큐멘터리 영화의 주인공이자, 인간 ‘김남준’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임수빈: 따뜻한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남준 씨가 던지는 질문에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거든요. 그리고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혹여 자다가 ‘이불킥’을 하게 되더라도 솔직하게 자신을 나누려고 하는 사람이라, 저도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더 솔직하게 살아봐도 되겠다.’는 배움을 얻기도 했어요. 남준 씨에게 좋은 에너지를 받은 만큼 이 다큐멘터리 영화가 그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게 됐어요.

이석준: 굉장히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남준 씨는 매체를 통해 보여왔던 모습들이 이미 있고, 그걸 다 아는 혹은 안다고 믿는 상대를 대할 상황이 많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모습을 계속 순수하게 보여주려고 하는 건 정말 큰 용기라고 생각해요. 비범한 사람이죠. 근데 동시에 평범한 사람이에요. 우리와 같이 매일 일희일비하는 사람이니까요.(웃음) 그게 남준 씨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지점이라고도 생각해요. 사실 한 업계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기본적인 가치들을 종종 잊기도 하는데, 남준 씨는 직업인으로서 업의 본질을 소중히 지키고 있는 사람이에요. 동료로서 좋은 영향을 많이 받고, 친구로서도 좋은 사람이에요.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보시는 관객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실까요?
임수빈: 영화에 담긴 남준 씨의 고민들은 그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있는 고민이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보면서 어느새 잊어버렸을 수도 있는 자신의 내면을 다시금 깨닫고 바라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의 일상에서 영화는 풍경이고, 길을 만들어 가는 건 결국 관객의 몫이니까요.

이석준: 관객분들께서 시간 내어 보러와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RM 씨에게 애정이 있으신 거니까요. ‘ㅠㅠ (Credit Roll)’의 “I’m so grateful for everyone’s time / Hope you all had such wonderful night”라는 가사처럼, 영화를 보신 후에 맛있는 저녁 식사와 함께 잠깐이나마 영화에 대해 얘기해보시면서 좋은 밤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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