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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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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67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비욘세는 ‘COWBOY CARTER’로 올해의 앨범(Album of the Year)과 베스트 컨트리 앨범(Best Country Album)을 수상했다. 그는 그래미 어워드 최다 수상 및 후보 지명 기록을 모두 보유하면서도, 올해의 앨범은 후보에만 4회 올랐던 아쉬움을 끝냈다. 또한 ‘COWBOY CARTER’는 컨트리 장르 라디오는 물론 CMA(Country Music Association) 등 컨트리 관련 시상식에서 후보에 오르지도 못하는 등 사실상 무시당했지만, 비욘세는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컨트리 앨범 최초의 흑인 수상자로 자리매김했다.

비욘세와 ‘COWBOY CARTER’에 그만한 자격이 있다는 자명한 사실과 함께, 다양한 시각과 설명이 있을 수 있다. ‘Beyonce’, ‘Lemonade’, ‘RENAISSANCE’를 연이어 외면한 그래미가 드디어 비욘세에게 영광을 돌린 역사적 맥락은 개인의 승리 이상이다. 흑인 여성 아티스트의 올해의 앨범 수상은 1999년 로린 힐 이후 처음이고 역대 4번째에 불과하다. 레코딩 아카데미가 회원 구성을 다양화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현 투표인단의 66%가 2019년 이후 가입했으며 여성과 유색인종 비중이 각각 27%, 65% 증가한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주목할 수도 있다. ‘COWBOY CARTER’가 비욘세의 최고작은 아니라는 인식 아래, 대가의 후기작에 대한 뒤늦은 예우로 보는 시각도 있다. 2015년 비욘세와 샘 스미스를 제친 벡의 ‘Morning Phase’가 그래미 어워드 후일담으로 자주 소환되는 이유다. 하지만 이는 거의 매년 적용할 수 있는 시상식과 투표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이기도 하다. 약간 시야를 넓혀서 2025년의 세상 안에서 바라볼 때는 어떨까? 다음의 몇 가지 장면을 보자.

장면 1. 2024년 11월 도널드 트럼프는 출구 조사 결과 발표와 동시에 승부를 사실상 확정지었다. 그는 2004년 조지 부시의 재선 이후 선거인단 투표(electoral vote)만이 아니라 전체 투표(popular vote)에서도 승리한 최초의 공화당 후보다. 2020년 낙선 당시와 비교하면 50개 주 전체에서 트럼프에 대한 지지가 늘어났다. 요컨대 그는 인기가 있었다.

장면 2. 2010년대 이후 미국 기업들은 다양성, 형평성 및 포용성으로 해석되는 DEI(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를 사회적 의제나 직원 교육의 수준을 넘어 기업 활동의 원칙 중 하나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지난 수년간 DEI에 대한 반발 또한 늘어났다. 2023년 7월 미국 연방대법원의 대학 입학에서 인종을 고려한 긍정적 차별(Race-Based Affirmative Action in College Admissions)이 위헌이라는 판결은 결정적 계기로 평가된다. 최근 구글, 아마존, 메타, 맥도날드 등 주요 대기업이 DEI 정책을 폐기 또는 축소하는 등 미국 밖에서도 눈에 보이는 변화가 나타나는 중이다.

장면 3.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는 DEI에 대한 반대가 좀 더 실질적인 결과를 낳았다.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과 상업적 성공 여부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유비소프트의 ‘스타워즈: 아웃로’, 소니의 ‘콘코드’, EA의 ‘드래곤 에이지: 더 베일가드’ 등 대형 게임사의 기대작은 DEI 원칙을 비디오 게임 소비층의 수요보다 우선한다는 비판과 함께 크게는 제작 스튜디오의 폐쇄에 이르는 실패를 겪었다.

이 모든 장면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반감, 혹은 안티워크(Anti-woke)가 소수의 주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방향 변화라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비디오 게임의 상업적 성패가 대중의 반응에 달려 있다는 가정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경영 정책이나 대통령의 행정 명령도 원인이 아니라 결과의 일부라는 말이다. 그리고 대중음악계도 새삼 깨닫게 됐다. 천문학적 인기를 누리는 스타도 세상의 강줄기를 바꾸는 동력을 생산할 수는 없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유권자 등록 캠페인은 하루 만에 40만 명 이상이 등록 사이트로 몰리게 했다.​ 카디 비와 빌리 아일리시는 열성적으로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했다. 하지만 해리스는 패배했다. 그의 패배가 유명인의 무력함이나 안티워크의 옳고 그름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투표라는 현실에 미치는 영향의 한계를 받아들이기에는 충분하다. 음악뿐이냐고? 적어도 영화계는 리키 저베이스라는 백신을 미리 맞았다.

반면, 일반적인 인식에 비하면 아티스트의 정치적 입장이나 태도가 시장의 반응으로 즉시 이어지지 않는다. 심지어 취소 문화(cancel culture)가 대두된 이후로도 그렇다. 2021년 모건 월렌의 인종차별적 언행이 담긴 비디오가 공개되었을 때, 그는 잠시 위기에 놓인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도 여전히 스트리밍 괴물이다. 예(카니예 웨스트)는 기행을 넘어서는 설화 이후로도 언제든 대형 공연장을 매진시킬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아티스트는 실용적인 입장을 취하기로 결정할 수 있다. 빌리지 피플의 오리지널 멤버 빅터 윌리스는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진영이 자신의 히트곡 ‘Y.M.C.A.’와 ‘Macho Man’을 캠페인에 사용하지 않도록 요구한 바 있다. 올해 초 그는 트럼프의 취임 행사에 참석했다. 스눕 독은 미 정부의 공식 행사는 아니지만 친 트럼프 진영의 크립토 볼(Crypto Ball) 이벤트에서 공연했다.

한편, 어떤 아티스트는 희망을 선거나 정치에 두는 것보다 진영과 관계없이 중요한 가치를 담는 메시지나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실천과 참여가 필요하다는 전환에 이른다. 먼저 켄드릭 라마의 ‘2025 슈퍼볼 하프타임 쇼’를 보자. 그는 13분에 걸친 무대를 보통 예상할 수 있는 화려한 연출보다 미국의 인종문제에 관한 은유로 꽉 채웠다.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패드를 연상시키는 무대, 엉클 샘(Uncle Sam)으로 등장한 배우 사무엘 L. 잭슨, 크립 워크(crip walk) 춤을 선보인 테니스 전설 세레나 윌리엄스에 이르기까지, 미국 대중문화에서 흑인 아티스트와 스포츠 선수가 주변화되고 그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희석하도록 요구받는 상황에 대한 직접적 발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대형 스포츠 경기가 선수와 관중 등에 의해 정치적 시위로 변질되는 몇 가지 사례와 질적으로 구분된다. 켄드릭 라마는 창의적이고 암호화된 접근으로 직접적인 강연을 피한다. 대신 애국적인 컬러로 ‘위대한 미국의 게임(the great American game)’을 장식하면서, 은연중에 묻는다. 누구를 위한 게임인가? 어떤 애국심이 환영받는가? 덕분에 그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비싼 이벤트에 역대 가장 정치적인 무대를 성공적으로 결합했다. 그가 기업 후원 행사에 은밀하고 통쾌한 어퍼컷을 날렸다는 말이 아니다. 아직 대중음악이 풍부한 상상력으로 관객의 흥미를 이끌어내면서 동시에 사회문제를 다룰 수 있다는 뜻이다. 음악은 여전히 도전과 영감을 줄 수 있다.

올해 그래미 어워드에서 신인상(Best New Artist)을 수상한 채플 론의 수상 소감은 어떤가? 그는 무대에 올라 전형적인 감사 인사를 하지 않았다. 대신 노트를 폈다. 1분 남짓한 기회를 낭비할 수 없다는 각오가 화면으로 전달될 정도였다. “저는 스스로 약속했습니다. 만약 그래미 상을 받고, 음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들 앞에 선다면, 레이블과 업계가 신인 아티스트에게 생활 임금과 건강보험을 제공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그는 자신의 미덕 혹은 깨어있음(woke)을 과시한 것이 아니다. 그는 미성년자로 레코딩 계약을 맺은 바 있으나 초반 실패 이후 안전망 없이 레이블에서 해고되었고, 팬데믹 기간 동안 직업을 얻고 건강보험을 감당하기 위해 분투한 경험을 밝혔다. 그는 양손에 트로피와 노트를 들기 위해 모자가 떨어지는 것에 개의치 않았고, 노트의 페이지를 넘기기 위해 트로피를 바닥에 내려 놓았다. 그는 개인적 영광의 순간을 집단적 책임에 대한 대화로 바꿨다. 채플 론이 마지막으로 “우리는 레이블을 아낍니다. 레이블도 우리를 아끼나요?”라고 말할 때, 함께 신인상 후보였던 사브리나 카펜터와 도이치의 눈에 맺힌 눈물은 그들 자신의 역경이 공명했기 때문일 것이다.

*“I told myself that if I ever won a Grammy and got to stand up here before the most powerful people in music, I would demand that labels in the industry profiting millions of dollars off of artists would offer a livable wage and health care, especially to developing artists.”

그리고 비욘세와 ‘COWBOY CARTER’로 돌아오자. 그래미 어워드의 권위는 레코딩 아카데미로 대표되는 업계의 동료들이 투표하여 수상자를 선정한다는 상호 인정에서 온다. 올해 시상자들은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1만 3,000명의 투표인단을 계속 강조했다. 물론 앞서 언급한 레코딩 아카데미의 쇄신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밝힌 것일 테다. 하지만 때때로 말에는 미처 예상하지 않은 맥락이 생기기 마련이다. 비욘세는 베스트 컨트리 앨범 수상 소감에서 말했다. “정말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이 앨범을 받아들여준 컨트리 아티스트들에게 감사합니다.”** 흑인 여성 팝/R&B 아이콘으로서 컨트리 음악에 도전한 것이 이례적임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받은 포용에 대해 감사를 표시한 셈이다. 그만큼 컨트리 장르의 본진에서 ‘COWBOY CARTER’에 대한 무시와 배척은 실재했고, 이는 다른 사회 영역에서 벌어진 반-DEI 정서와 맥락을 공유한다. 이에 대한 비욘세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때때로 장르라는 단어는 우리를 제자리에 묶어 놓는 차가운 단어 같습니다.”***

모든 아티스트가 ‘슈퍼볼 하프타임 쇼’를 하거나 그래미 어워드 수상 소감을 할 수 없다. 하지만 1만 3,000명의 아카데미 회원들은 협회나 레이블의 결정, 라디오 재생목록 등으로 뭉뚱그려지지만 실제로 작동하는 역사적 편견과 제약, 켄드릭 라마가 구체화한 엉클 샘에 도전할 수 있다. 이들은 장르 규범을 초월한 앨범을 인정하는 의지로, 음악 공동체가 다양성과 융합을 강점으로 삼으며 그것을 기념한다고 선언한 것과 같다. 이는 굳이 안티워크를 언급하지 않지만, 안티워크와 대조를 이룬다. 포용은 승리할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의 인사 담당자가 내부 이메일로 DEI 정책을 선언하기 때문이 아니라, 부인할 수 없는 문화적 탁월함과 영향력으로.

제인 폰다의 2025 영화배우조합(SAG) 평생공로상 수상 소감은 좋은 정리가 될 것이다. “배우는 유형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감(empathy)을 창조합니다. 공감은 약하거나 ‘깨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깨어 있다’는 것은 단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 겁니다. 정치적 지향이 다를지라도, 우리는 공감을 발휘해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고, 경청하며, 그들을 우리의 텐트로 환영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닥쳐올 미래를 위해 아주 큰 텐트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올해 골든 글로브나 영화배우조합 시상식에서 정치적 발언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제인 폰다는 포기하거나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더 지혜롭고 관대할 것을 외친다. 1950년대의 매카시즘과 할리우드의 극복을 지켜본 대가의 말이다.

** “Wow, I really was not expecting this, / I’d like to thank all of the incredible country artists that accepted this,”
*** “I think sometimes genre is a code word to keep us in our place as artists,”
**** “What we, actors, create is empathy. Our job is to understand another human being so profoundly that we can touch their souls, / And make no mistake, empathy is not weak or woke. By the way, woke just means you give a damn about other people. / And even if they are of a different political persuasion, we need to call upon our empathy and not judge, but listen from our hearts, and welcome them into our tent. Because we are gonna need a big tent to resist successfully what's coming at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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