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열여섯 살의 ‘샛별’로 수식되던 아이유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타는 코드와 운지법 배우고 틈틈이 연습을 해서 제가 원하는 곡을 어느 정도는 칠 수 있어요. 작곡 같은 경우 따로 공부를 한다기보다는 주위에 작곡하는 분들이 하시는 걸 보고 들으며 배우고 있어요. 언젠가 싱어송라이터가 되는 게 꿈이기 때문에 직접 작곡한 곡으로 찾아뵐게요.” 그리고 그 말대로, 샛별이던 소녀는 ‘별 같은 사람’이라는 가사를 쓰는 싱어송라이터가 되어 한국 연예계의 전무후무한 존재로 우뚝 섰다. 국민 여동생에서 국민 가수로 그리고 연기까지 아우르는 멀티엔터테이너로 천천히 변화를 거듭해 가면서 말이다.

나를 ‘나’로서 바라보기, 아이유가 17년간 해낸 것
지난 2024년 9월, 아이유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4 IU HEREH WORLD TOUR CONCERT ENCORE: THE WINNING’ 투어로 팬들을 찾았다. 여성 가수 최초로 이곳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 아이유는 앙코르 콘서트임에도 불구하고 양일간 총 1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는 2022년 ‘The Golden Hour : 오렌지 태양 아래’ 투어에서 자신이 세웠던 한국 여자 가수의 역대 최대 규모 공연 기록을 스스로 갱신한 것이었다.
이처럼 아이유의 17년은 끊임없이 자신을 뛰어넘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그 바탕에는 ‘객관화’가 있었다. 아이유는 영리한 아티스트이기에 자신을 제3자의 시선으로, 대중의 시각으로 바라볼 줄 알았다. 그리고 때로는 그에 따라서 움직였고 때로는 그보다 한발 앞서 기민하게 움직였다.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건 절대로 놓치지 않았다. 그 판단이, 그 결단력이 지금의 아티스트 아이유를 만들어냈다.
2008년 데뷔하여 2010년에서 2011년 사이에 ‘잔소리‘-‘좋은 날’-‘너랑 나’라는 3연타를 터뜨린 아이유는 ‘국민 여동생’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어쩌면 그 수식어에 안주할 수도 있었던 아이유는 그러나 한발 더 나아간다. 바로 본인이 계속 목표로 삼아왔던 아티스트로서의 길로 고개를 돌린 것이다. 미니 3집 ‘Real’과 정규 2집 ‘Last Fantasy’의 제목을 합쳐서 만든 첫 전국 투어 콘서트에서, 아이유는 “판타지는 끝났다. 성숙한 앨범으로 돌아오겠다.”라고 팬들 앞에서 공언한다. 이제는, 한발 앞서 움직일 때였다.

2013년, 아이유의 정규 3집 ‘Modern Times’와 리패키지 앨범 ‘Modern Times Epilogue’는 대중에게 보다 성숙해진 아이유를 보여줄 절호의 기회였다. 이때를 기점으로 아이유는 조금 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보이며 뮤지션,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완벽히 가져간다. 일명 ‘나이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아이유는 2015년 ‘CHAT-SHIRE’부터 직접 앨범 프로듀싱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한 인터뷰에서 “일단 내 색깔이 뭔지 찾는 게 먼저인 것 같은데, 그게 정해지면 프로듀싱도 욕심내 볼 수도 있겠지.”라고 밝혔던 것처럼 아이유는 이제 완벽히 자신의 색깔을 찾아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타이틀 곡 ‘스물셋’은, 자기 자신이 어떤 상품으로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이 있기에 가능한 노래였다. 이러한 자기 통찰에는 “‘여자 연예인’으로서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싶은 욕심, 그러면서도 ‘자기 자신’으로 살고자 하는 의지”가 뒤엉켜 있었다.
이러한 면모는 정규 4집 ‘Palette’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2017년을 맞아 스물다섯이 된 아이유는 타이틀 곡인 ‘팔레트 (Feat. G-DRAGON)’에서 본인을 드러낼 수 있는 어떤 확실한 취향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이 노래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역시 “나를 좋아하는 거 알아”와 “날 미워하는 거 알아”라는 가사다. 팬이나 안티에게 하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건 무엇보다 본인 ‘이지은’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건 이후에 나오는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날”로 확실해진다. 이후 음악 방송에서 아이유는 지드래곤(G-DRAGON)이 피처링한 랩 부분을 “지은아 뛰어야 해 시간이 안 기다려준대 / 치열하게 일하되 틈틈이 행복도 해야 돼 / 스물 위 서른 직전 고맘때 Right there / 애도 어른도 아닌 나잇대 그저 나일 때 / 이게 뭐라고 견디지 나 언제라도 좋기만 한 적이 있었나 / 씩씩하게 일어서 기지개 활짝 켜서 / 영원히 살고 싶은 나이 Now”라고 개사해 부르면서 그러한 메시지를 확실히 전하려 했다.

“모든 게 맘대로 왔다가 인사도 없이 떠나 / 이대로는 무엇도 사랑하고 싶지 않아”라고 노래하며 스물여덟 살의 허무와 무기력을 기록하고, 자신이 가장 자유로울 수 있었고 행복감을 느꼈던 때를 기억하는 ‘에잇(Prod.&Feat. SUGA of BTS)’을 거쳐 아이유는 이윽고 서른이 되며 30대에 접어들게 된다. 20대에 ‘라일락’이라는 멋진 노래로 완벽한 이별을 고한 그는 ‘The Golden Hour : 오렌지 태양 아래’ 콘서트에서 자신의 스물다섯을 이야기한 노래 ‘팔레트’를 보내주려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올해 제가 서른 살이 됐는데 그 스물다섯 살 때만큼 좋은 저를 만난 것 같아요. 그래서 굳이 이 노래를 붙잡고 있지 않아도 이 노래만큼 또 나에게 의미 있는 곡을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노래는 스물다섯 살의 지은이에게 그냥 주고 저는 이제 이 노래를 오늘 여기서 4만 분의 앞에서 뜨겁게 작별하고 싶어서, 여기서 마지막으로 부르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때 스물다섯 살의 마음이 되어서 어느 때보다 열심히 부르겠습니다.”
이후 2년 2개월 만인 2024년 2월, 아이유는 미니 6집 ‘The Winning’으로 돌아왔다. 30대에 들어서면서 처음으로 낸 앨범의 키워드는 ‘승리.’ 더블 타이틀 곡 ‘홀씨’의 라이너 노트에서 아이유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 모두가 꽃이 될 이유도, 꽃이 될 필요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30대의 나는 하늘에 홀홀히 나부끼는 홀씨로 살고자 한다.”고. 30대가 되어서야 아이유는 그렇게 사는 인생이야말로 ‘승리’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와 별개로 아이유는 이번 앨범에서도 승리하리라는 야망을 버리지 않은 듯했다. 지려고 들어가는 싸움이 어디 있겠냐마는, ‘Love wins all’ 뮤직비디오에는 방탄소년단의 멤버 뷔가 출연하고 ‘Shh.. (Feat. 혜인(HYEIN), 조원선 & Special Narr. 패티김)’에서는 뉴진스 혜인이 피처링을 하는 등 당시 대중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의 대가는 톡톡히 돌아왔다. ‘The Winning’은 2024년 누적 판매량 38만 368장을 달성하며 써클차트에서 플래티넘 인증을 받았으며, 2024년 2월 빌보드 차트에서 최고의 K-팝 앨범 2위에 올랐다.
“이제는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헷갈리지 않는” 30대의 어른이 된 아이유는 ‘The Winning’과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통해 새로운 페이지로 넘어가고 있다.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 BDNS의 ‘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며(오당기)’에서 문상훈이 던진 “‘아이유’와 ‘이지은’을 분리하고 계시냐?”는 질문에 아이유는 “일을 딱 끝내면 자신의 삶에 ‘아이유’의 자리를 비우고 ‘아이유’와 ‘이지은’을 분리하고, 분리가 덜 될 때는 한풀이를 하듯이 일기를 쓰면서 스스로와 대화하며 상황을 정리한다.”고 대답한다. 늘 그랬듯이 아이유는 이 일기를 바탕으로 다시 본인을 표현하는 노래를 만들어올 것이다. 때로는 ‘아이유’를 바라보는 ‘이지은’의 눈으로, 때로는 ‘이지은’을 바라보는 ‘아이유’의 눈으로.
영리한 멀티엔터테이너 아이유가 선택한 연기에의 길
어쩌면 이런 분리를 통해 아이유는 자신이 잡고 가야 할 노선을 잘 선택해왔던 것이 아닐까. 실제로 한 인터뷰에서 아이유는 가수 ‘아이유’와 배우 ‘이지은’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연기하고 작품하면서 가사를 정말 많이 써요. 제가 경험해보지 않은 역할을 하다 보면 정말 생각지 못했던 가사가 떠오르기도 해요. 그건 저에게 순기능이에요. (중략) 그 역할이 가져온 이야기라기보다 그동안 건드려본 적 없던 생각을 하게 되면서 새로운 감각이 깨어나 나온 이야기들이죠.” 그처럼 아이유의 연기 인생과 노래 인생은 비슷한 길을 걸어간다. 데뷔작인 ‘드림 하이’에서 아이유는 가수를 준비하는 예술학교 학생인 김필숙을 맡았고, ‘최고다 이순신’에서도 연예인을 꿈꾸는 이순신을 연기했다. ‘프로듀사’의 까칠한 신디 역시 가수 캐릭터였기에 어느 정도 현실 속 아이유의 후광을 얻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현실의 아이유를 벗어 던졌던 작품이 바로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의 해수였다. 여기서 점점 더 배역의 범위를 넓힌 아이유는 2018년 ‘나의 아저씨’의 이지안을 통해 처음으로 어두운 연기에 도전하면서 자신의 연기 폭 또한 넓힌다.
아이유는 ‘드림 하이’로 하이틴 스타로 남을 수도 있었고, ‘최고다 이순신’을 통해 안방극장 전문 배우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퓨전 사극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 출연하면서 마니아층을 꽉 잡고, 그다음에는 ‘나의 아저씨’나 ‘호텔 델루나’처럼 훨씬 더 어둡고 진지한 작품들로 눈을 돌려 한층 더 묵직해진 연기력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 ‘폭싹 속았수다’에서 무려 애순과 금명 2대를 1인 2역으로 소화해내며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서 우뚝 서게 되었다.

이번 ‘폭싹 속았수다’에서 아이유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연기를 선보인다. 엄마 오애순과 딸 양금명으로 분한 아이유는 자칫하면 둘이 비슷해 보이는 함정에 빠질 수도 있었지만 두 캐릭터를 각자의 느낌대로 살려낸다. 내용상 금명과 애순이 교차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지만, 둘은 전혀 다른 캐릭터로서 움직인다. 아이유의 말을 빌리자면 “표현의 레이어가 다르”지만 오애순은 오애순대로, 양금명은 양금명대로 살아 숨 쉰다. 특히 오애순을 연기하는 아이유는 추후 나이 든 오애순을 연기하는 문소리와 어긋남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정도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아이유는 지난 4월 7일에 공개된 제61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여성 최우수 연기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이로써 아이유는 3년 연속 백상예술대상 최우수 연기상 후보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전부 끊임없는 그의 자기 성찰이 이루어낸, 괄목할 만한 성과다.
이런 일련의 흐름 아래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씨네21’에서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아이유는 자신의 연기에 대해 “가수로 데뷔해서 이름이 알려진 상태니까 이런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는 사실을, 어떻게 보면 남들보다 쉽게 받은 기회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필숙이 시절부터 연기에 대한 책임이 엄청 강했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어떤 자리에 있는지를 항상 성찰하고 있었기에 더욱 노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로 ‘폭싹 속았수다’는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 비영어 부문 시리즈 1위를 달성했으며 4월 16일부터 22일 기준 무려 3,700만 뷰를 기록했다.
그런가 하면 아이유 또한 ‘폭싹 속았수다’로 큰 전환점을 맞은 듯하다. 이전과는 사뭇 다르게, ‘폭싹 속았수다’를 촬영하면서 사회적 메시지를 다루는 그의 태도가 변화한 것처럼 느껴지는 덕이다. 작중에 등장하는 연대하는 여성 중 어떤 캐릭터와 더 오래 교류하고 싶냐는 질문에 “영란이요.”라고 대답하며 그 두 캐릭터 사이에 존재하는 계급적 차이에 대해서 언급하기도 하고, ‘폭싹 속았수다’에 영향을 받고 만든 곡 ‘Shh.. (Feat. 혜인(HYEIN), 조원선 & Special Narr. 패티김)’에 대해 “드라마를 찍으며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면서 동시에 나에게 영향을 끼쳤던, 내 삶을 이룬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 하고 싶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전까지 아이유가 연기했던 캐릭터들과 확연히 차이가 있는 오애순과 양금명을 연기하면서, 아이유는 자연스럽게 자신을 둘러싼 여성 세대를 다시 돌아보게 된 게 아닐까.
데뷔 초,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마다 아이유는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 나와 직접 연주하며 흘러간 노래들을 부르는 등 중장년층을 잡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모습들이 후일 리메이크 앨범인 ‘꽃갈피 하나’와 ‘꽃갈피 둘’의 발매로 연결되고, 첫 드라마 주연작이었던 KBS 2TV 주말 연속극 ‘최고다 이순신’에서 다시 ‘폭싹 속았수다’로 이어진다. 그 결과, ‘폭싹 속았수다’는 1950년대~60년대에 태어나 애순이로 살았고 금명이로 살았던 중장년 여성들의 공감을 크게 이끌어냈다. 넷플릭스에서 실제로 그 시절 제주도에 살았던 제주도의 할머니들이 ‘폭싹 속았수다’를 보며 리액션하는 영상을 촬영하여 따로 업로드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는 아이유에게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는 언제나 자신을 둘러싼 것들에 겁없이 몸을 던져왔으니 말이다.

“모두들 안녕! 내 걱정은 마세요, 난 언제나 잘해 나갈 테니까”
현 엔터테인먼트계에서 아이유가 서 있는 위치는 독보적이다. 지금의 아이유는 가수로서의 음악적 성취와 배우로서의 연기적 성취, 이 두 영역에서 모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대중에게 인정받고 있다. 아이유는 음악 분야에서도, 연기 분야에서도 매 순간 진심으로 임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수 아이유와 연기자 아이유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아이유라는 고유의 브랜드로 우뚝 섰다. 유튜브 채널 ‘백은하의 주고받고’에서 백은하 소장이 던진 “어쩌면 이 아이유라는 사람, 우리가 흔히 또 이지은이라는 배우가 하고 있었던 다른 영역의 예술들이 사실은 결국 같은 얘기를 하고 있는 건가?”라는 질문에 아이유는 이렇게 답한다. “저는 한 사람이니까요. 안에 들어가는 것과 나오는 게 한 사람으로서 들어가고 나오는 거니까 어쩔 수 없이 영향을 그렇게 받는 것 같아요."
다시 한번 아이유의 17년을 돌아본다. 아이유는 그간 안정적으로 꾸준히, 노래도 연기도 놓치지 않고, 꾸준히 콘서트를 통해 팬들을 만나며 전후무후한 여성 아티스트로서 점점 더 나아지고 발전해 나갔다. 아이유는 아이돌에서부터 시작하여 아티스트로, ‘국민 여동생’에서 시작하여 ‘국민 가수’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갔다. 2025년 4월 써클차트가 발표한 ‘스트리밍 시대의 히트 곡: 263곡 데이터로 본 음악 시장 트렌드’에서, 2011년부터 2025년 5월까지 가수별 1억 회 이상 스트리밍 곡 조사에서 아이유가 총 20곡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이 말인 즉, 최근 10여 년간 아이유가 국내 스트리밍 시장을 주도했다는 뜻이다. 그런가 하면 한국갤럽에서 발표한 2019년 올해를 빛낸 가수와 올해를 빛낸 탤런트에 각각 4위와 7위로 이름을 올리면서, 아이유는 조사가 시작된 2007년 이래 ‘올해를 빛낸 가수’와 ‘올해를 빛낸 탤런트’ 톱 10 안에 동시에 입성한 최초의 연예인이 되었다.
이처럼 아이유가 걸어갔던 그 길은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이었다. 그 길에는 때로 벼락 같은 아픔도 슬픔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의연히, 가끔은 제3자처럼 본인을 바라보며 그 길을 걸었다. 앞서 언급했던 빠더너스 BDNS의 ‘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며(오당기)’에서 아이유는 “예를 들면 ‘지은이는 의연할 것이다.’라는 그 시선이 저를 의연하게 만들 때가 있고. ‘아이유가 오늘 이 공연을 언제나처럼 멋지게 마무리할 것이다.’라는 그 시선이 부담으로 느껴지기보다는, 시선 때문에 제가 그 일을 해내는 그런 기적 같은 그런 순간들을 많이 겪었던 거예요. (중략) 그러니까 그 시선이 얼마나 좋은 거예요. 얼마나 좋은 걸 보내줬길래, 제가 할 수 없는 상태인데 그걸 해냈잖아요.”라고 말했다. 스스로를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을 체화하고, ‘색안경’을 썼다 해도 자신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을 적당히 받아들이고 적당히 쳐내면서 아이유는 국민 여동생을 뛰어넘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국민 가수, 우리 모두의 아이유가 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우리는 아이유의 앞날을, 이지은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는다. 늘 그래왔듯 그는 언제나 잘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시선으로 아이유가 향하는 곳을 늘 지켜볼 것이다.
- 아일릿 원희의 ‘뽀용뽀용한’ 뷰티 이야기2025.03.12
- 지금의 여성 팝 아티스트 다섯2025.01.07
- 테이트 맥레이, 삶의 모순 한가운데2025.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