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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BIGHIT MUSIC

지난 3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솔로 프로젝트는 K-팝뿐만 아니라 대중음악 전체에서도 예외적인 넓이와 깊이를 자랑했다. 한 그룹의 모든 멤버가 연이어 솔로 음반을 발매하여 각자 빌보드 200 톱 5에 진입한 것은 역사적인 일이다. 그사이 핫 100에는 모두 합쳐 솔로 곡 30개를 올렸다. 멤버마다 서로 구별되는 작업 방식과 표현 양식을 선택하고, 저마다의 야심과 선호를 담아 다채로운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진은 2022년 겨울, 멤버 중 가장 먼저 입대하기에 앞서 ‘The Astronaut’을 남겼다. 그의 본격적인 솔로 활동은 2년의 시간이 흘러 군 복무를 마치고, 싱글 ‘I’ll Be There’와 첫 EP ‘Happy’로 시작되었다. 실질적으로 가장 긴 공백에도, 복귀작은 ‘The Astronaut’에서 힌트로 남았던 밴드 사운드에 대한 일관된 취향을 지키며 자신의 색깔을 확실히 했다.

그리고 ‘Happy’ 이후 6개월 만에 2번째 EP ‘Echo’가 빠르게 나왔다. 일견 ‘Echo’는 ‘Happy’와 짝을 이루는 작품처럼 보인다. 여전히 밴드 중심의 앨범이고, 진은 그 밴드의 보컬리스트다. 하지만 반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첫째, 이 밴드는 ‘Happy’에 비해 보다 과감하고 구체적으로 록의 하위 장르를 탐색한다. ‘Nothing Without Your Love’는 현악의 감성적 풍부함이 돋보이는 영국식 모던 록이다. ‘Loser (feat. YENA(최예나))’는 최예나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팝펑크의 매력을 나눈다. ‘Rope It’은 말 울음소리로 트랙을 시작하며 컨트리 록의 예시를 보여준다. ‘With the Clouds’는 일본 록 밴드의 화려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완성도 있게 재현한다. 후반을 시작하는 ‘Background’에서 밴드를 잠시 뒤로 감추고 보컬리스트 진에 스포트라이트를 다시 가져온다. 하지만 이내 ‘오늘의 나에게’의 얼터너티브 사운드로 음반의 피날레로 달려간다.

스타일의 선명함은 팝/록의 넓고 익숙한 영토에 머무는 것보다 위험할 수 있다. 때때로 어떤 대중 음악가가 특별한 세부 장르를 채택한다면 그것이 현재 새롭고 신선하기 때문이지, 전통적이지만 대중적으로는 낯설 수 있는 구획에 속하기를 원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진은 위험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낸다. 다양한 스타일을 오가면서도, 음악적 탐색은 산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진의 보컬이 중심에 자리 잡아 단단한 응집력을 만들기 때문이다. 덕분에 장르가 익숙하지 않아도 혹은 익숙해도, 나름의 설득 당할 이유가 있다.

둘째, 감정의 측면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있다. ‘Happy’에서 전면에 부각되는 감정은 ‘I’ll Be There’와 ‘Running Wild’로 대변되는 따뜻한 위로와 연대다. ‘기분이 울적할 때, 혼자라고 느낄 때, 기대고 싶어질 때’, 심지어 세상의 종말 앞에서도, 진은 당신의 행복을 위해 노래한다. 이는 팬들을 위한 메시지라고 할 수 있지만, 팬을 향한 진정성이 더 넓은 청중에게도 위안을 주고 공감을 받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니다. ‘Echo’는 반대로 개인의 내면과 관계의 복잡성을 중심에 놓는다. 앨범을 대표하는 ‘Don’t Say You Love Me’는 듣기에 부드럽고 편안한 신스 팝 곡이지만, 가사는 내밀하고 날카로운 감정을 표현한다. 화자는 사랑과 상처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통받는다. 그는 결국 “Don’t tell me that you're gonna miss me Just tell me that you wanna kill me(보고 싶을 거라고 하지 마, 차라리 날 죽여버리고 싶다고 말해줘)”라고 외치며 ‘Happy’의 완전한 반대편으로 달려간다.

이러한 대비가 진의 솔로 활동 전반에 풍부한 이야기를 불어넣는다. 한편으론 자신의 위치와 팬의 존재를 인식하는 ‘아이돌’로 남는다. 다른 한편으론 솔직하고 때로는 거칠게 느껴질 정도로 감정을 드러내고, 그에 따른 장르적 선택을 의미 있게 만든다. 결국 ‘Echo’는 단순한 실험이나 탐색 이상의 의미를 획득한다. 진의 솔로 프로젝트가 가진 매력은 어쩌면 의도된 불균형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삶과 음악의 복잡성은 완벽히 정제된 하나의 작품으로 정리할 수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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