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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영(대중음악 비평가), 배동미(‘씨네21’ 기자)
디자인MHTL
사진 출처SHINee X

‘Poet | Artist’ - 샤이니
나원영(대중음악 비평가): ‘Poet | Artist’에서 샤이니에게 가능해진 ‘시적 허용’은 무엇일까? 부재한 사람의 목소리가 현존하도록 하는 마법이 한 세기 이전부터 녹음 기술 덕에 ‘허용’되었다면, 종현이 생전에 가이드로 남긴 목소리가 브리지에서 흥얼거리며 등장하는 솔로 구간은 원래부터 가능했던 시적 허용을 실로 오랜만에 구현한 것에 가깝다.(무엇보다 샤이니의 종현을 그리워하던 우리는 ‘Lock You Down’에서도 그가 남긴 말을 다시 들을 수 있었으니까.) 오히려 ‘Poet | Artist’에서의 시적 허용은 종현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이뤄진다. 레코딩 비하인드 영상에서 네 멤버들이 괜스레 투덜댔듯, 이 곡에서 종현의 존재감은 그의 반가운 목소리뿐만 아니라 음향에서도 가득하다. 동명의 정규 2집 수록 곡들처럼 세련되게 번쩍이는 전자음, 거기서 비틀거리듯이 밀고 당기는 리듬, 그런 그루브에 맞춰 음절을 꾹꾹 누르거나 흘려보내는 어감, 맥스웰부터 자이언티까지 그가 사랑한 R&B 가수들을 닮은 창법까지. ‘Poet | Artist’는 이렇게 종현이 자신이 존재감을 곳곳에서 드러내는 곡이다. 그리고 샤이니의 ‘시적 허용’은 그러한 종현의 음악을 성립시킨 다양한 구성 요소들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이뤄진다. 

샤이니의 4집을 여는 ‘Odd Eye’나 5집을 여는 ‘Prism’처럼 종현이 샤이니의 수록 곡에 작곡으로 참여한 경우가 있었지만, 샤이니의 트랙 중에서 이번만큼이나 종현의 흔적이 빼곡히 남아 있는 곡은 없었을 테다. 그렇게 멤버들은 과거에 남겨진 가이드를 차근차근 따라가면서 종현을 구성했던 여러 특징을 다시금 자신들의 목소리로 담아 현재로 옮겨온다. 결국에는 종현의 목소리가 전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을 때도, 소리가 짜맞춰진 모양새 사이로 왜인지 그를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또 다른 마법이 벌어지는 셈이다. 이를 통해 종현이 샤이니를 위해 지은 노래인 ‘Poet | Artist’는 마침내 샤이니가 종현을 위해 부른 노래가 되며, 과거와 현재 또 존재와 부재 사이를 넘어 “내게 반응해 네게 반응해”라는 가사처럼 그들이 서로에게 서로를 허용해주는 곡이 된다. 사실 “벽이 없어 우리 사이엔 / 남들 눈에 뭐라 보이든 간에”라고도 부르듯이, 샤이니라는 이름을 이루는 이들은 이미 서로에게 푸른 별빛처럼 물들어 있었다. ‘Poet | Artist’는 그런 사실을 우리에게 새삼스럽고 벅차게 다시 알려줄 뿐이다.

‘이 별에 필요한’ (넷플릭스)
배동미(‘씨네21’ 기자): 우주인 난영(한국 목소리 연기 배우 김태리)은 화성에서 돌아오지 못한 우주인이었던 어머니의 뒤를 이어 화성으로 향하길 원하지만 뜻하지 않게 한국으로 돌아온다. 난영은 우주선에 탑승하기 위해 연구를 계속하면서도 어머니의 유품인 턴테이블을 고치러 종로 일대를 돌아다니다 아날로그 기계를 수리하는 청년 제이(한국 목소리 연기 배우 홍경)와 부딪힌다. 갑작스럽게 캐릭터 간 거리를 좁힌 영화는 두 사람이 멀어졌다 서서히 가까워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다. 난영과 제이는 턴테이블을 고치기 위해 같이 부품을 찾아다니고, 우연히 손이 닿고, 함께 식사하며 호칭을 정리하며, 예상치 못한 비에 같은 우산을 쓰게 된다.

그러나 이별의 순간이 다가온다. 어머니의 그림자를 평생 좇아온 난영은 극적으로 화성행 우주선에 탑승할 계기를 만들고, 제이 역시 묻어두었던 꿈인 뮤지션으로서 데뷔 기회를 얻는다. 두 사람은 마음이 식기도 전에 각자의 목적을 좇아 멀어지게 된다. 그것도 지구와 화성. 서로의 존재를 몰랐던 때보다 아득히 멀리. 역설적인 점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두 사람의 사랑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누군가와 거리를 두어야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는 것들이 있고, 그와 멀어져야 차분히 내 안에서 나직하게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듯이 말이다.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남녀에게 싹 튼 사랑, 지구와 우주와 기억이란 시공간을 뛰어넘는 이질적인 이미지들의 합, 기원을 알 수 없는 추상적 이미지의 범람. 이 모든 게 유려하게 흐르는 한지원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이 별에 필요한’은 당신을 예상하지 못한 곳에 데려다놓을 것이다. 서사를 복잡하게 비틀지 않더라도 충분히 두터운 감정을 전할 수 있는 게 영화란 매체란 사실을 이 작품은 증명한다. 영화를 발명한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이 그러했던 것처럼 영화는 언제나 비현실적이고 놀라운 예술이다. ‘이 별에 필요한’은 현대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디지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초기 영화와 같은 정동을 선사한다. 특히 난영이 화성에서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서 보게 되는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이미지들의 연속은 두 사람의 사랑을 특별한 방식으로 고양시킨다. 초기 영화들이 말없이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감동시킨 것처럼 오직 이미지의 힘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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