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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은,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김복숭(작가)
디자인MHTL
사진 출처광 gwang series YouTube

‘카니를 찾아서’ (광 gwang series)
김리은: 요리를 하는 시어머니 앞에서 거침없이 춤을 춘다. 막장 드라마를 함께 보던 남편의 머리채를 잡는 장난으로 드라마에 대한 분노를 표현한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들이다. 그러나 ‘카니를 찾아서’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마이클 잭슨, 비욘세와 작업하는 유명 댄서이자 퍼포먼스 디렉터로 알려진 카니는 이미 MBC ‘나혼자산다’에서 샤이니 키의 친구로 출연해 주목받은 바 있다. 낯선 사람 앞에서도 거침없이 춤을 추고 쉴새없이 대화를 이어가던 그의 캐릭터는 ‘카니를 찾아서’에서 한국 문화가 그어놓은 경계를 쉽게 넘나드는 힘이 된다. 그는 고무장갑을 끼지 말라는 시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는 대신 춤을 추며 분위기를 환기하고, 남편이 사주상 자신의 서포터에 가깝다는 무당의 말에 그가 경제활동에서 성과를 거두면 좋겠다는 소망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고민보다 반응이 앞서는 탓에 일관되게 솔직하고, 밝고, 거침없는 카니의 태도는 가정 내 성역할이나 고부관계, 외국인과 현지인의 관계처럼 민감한 문화적 위계를 유쾌하게 흔든다. 그리고 이는 남편과 시어머니와 카니의 프랑스 친구들이 함께 둘러앉은 집들이 식사처럼, 서로 다른 사람들이 웃으며 함께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제가 연예계 생활 15년차… 이렇게 텐션 높은 사람 처음 봤습니다.” 평소 외향적인 성격으로 수다쟁이임을 자처하던 강남조차 1일 8식 끝에 항복을 선언하게 하는 에너지의 소유자. 그러나 카니는 다른 사람에게 희생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역술가의 말에 눈물을 흘리고, 주변인들을 즐겁게 할 때 자신도 행복하다는 진심을 털어놓는다. 아무리 한국의 막장 드라마와 K-팝을 사랑할지라도, 그에게도 때로는 언어적 장벽 때문에 시어머니의 말을 반대로 알아듣는 것처럼 어려운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신점을 보던 중 돌아가신 할머니의 이야기가 나오자 눈물을 흘리다가도, 이내 방송 촬영을 의식해 목소리를 높이며 분위기를 빠르게 환기하는 그의 모습은 선천적인 에너지를 넘어 진정성의 영역이기도 하다. 어쩌면 “기가 빨려서 누워서 봐야 한다.”는 댓글이 넘치는 와중에도 2주 동안 약 15만 명의 구독자가 모인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소란하지만 무해하고 왠지 계속 보고 싶은, ‘K-도파민’보다 더 중독적인 시리즈의 등장이다.

애플뮤직 재생목록: LINKUP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듀엣, 피처링, 컬래버레이션, 무엇이라고 부르던, 아티스트 간의 공동 작업은 현대 대중음악에서 일상에 가깝다. 리믹스 버전을 통해서 기존 곡에 다른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런 선택의 이유를 찾아보면 많은 음악으로 포화된 시장에서 노래의 화제성과 생명력을 늘리기 위한 목적도 당연히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한 맥락과 의미도 생겨난다. 애플뮤직의 ‘LINKUP’ 재생목록이 히트곡이나 유명 아티스트 간의 조합이 아니라 다양한 공동 작업 사례를 선별할 수 있는 이유다.
예를 들어, 현재 플레이리스트를 시작하는 앤트 손더스의 ‘Yellow Hearts’를 보자. 앤트 손더스(Ant Saunders)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만든 노래는, 노란색 하트로 상징되는 애매한 이성 관계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을 담고 있다. 노래는 틱톡에서 인기를 끌며, 가상의 여성 화자로 화답하는 챌린지가 유행했다. 그 중에서도 싱어송라이터 오드리 미카(Audrey Mika)의 버전은 특히 많은 인기를 끌었고, 이 조합은 결국 공식 리믹스와 피처링으로 이어졌다. 리믹스 덕분에 혼자 노래하는 로맨스의 혼란은 서로 다른 두 관점의 대화로 발전하고, 완전한 감정적 교류를 완성한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아티스트 간의 연결이 어떻게 음악 창작의 경계를 넓히는지 탐험할 기회다.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김복숭(작가): 오늘 소개할 책의 배경부터 살펴보자. 작가 정보라는 오래전에 문단에 데뷔했지만, 2022년 단편 모음집 ‘저주토끼’가 국제 부커상 최종 후보로 오르면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저주토끼’ 이후로도 그는 ‘그녀를 만나다’를 표제작으로 삼은 단편집을 국내 출간하였다. 이 책은 “저주토끼”의 번역으로도 알려진 안톤 허의 번역을 거쳐, 영미권에서는 “Your Utopia(너의 유토피아)”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영어판 출간과 함께 책은 다시금 국제적인 관심을 받았고, 작가는 ‘그녀를 만나다’를 여러모로 정비해 영어 번역본의 표제작이기도 한 ‘너의 유토피아’라는 제목으로 책을 개정해 국내에 재출간했다. 

새로 개정된 책의 제목이자 수록된 단편 ‘너의 유토피아’는 인공지능 자동차의 관점에서 펼쳐지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이야기이다. 이외에도 책에는 사람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인공지능 엘리베이터가 서술하는 이야기 등, 다양한 공상과학적 상상력이 담긴 이야기들이 포함되어 있다. 모든 작품들은 다양하고 독특한 공상과학 설정을 독특하게 비틀어낸, 어떻게 보면 사변소설(speculative fiction)의 장르로 분류할 수 있겠다. 책에는 (좀비가 있는) 우주, (사실상 죽음과 같은) 인셉션, 그리고 다른 흥미로운 요소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말 그대로 이 책의 앞과 뒤를 장식하는 두 작품이다. 첫 번째 이야기 ‘영생불사연구소’는 다른 단편들과는 전혀 다른, 코믹한 톤으로 독자를 맞이한다. 원본의 작가 집필 후기에 따르면 출판사는 비슷한 스타일의 다른 작품들을 더 요청했지만, 작가는 대신 단편 ‘그녀를 만나다’를 썼고, 이는 이제 책의 말미에 수록되었다고 한다. 이 후기와 마지막 작품을 함께 읽고 나면, 책 전체에 흐르는 감정적이고 사회적인 문제의식이 더욱 또렷이 드러난다. 어쩌면 이 두 이야기가, 그 사이에 놓인 세계들을 하나로 엮어주는 실마리가 되어주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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