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WER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2023년 10월 18일 ‘Harmony from Discord’를 발매하며 데뷔한 QWER은 기존의 밴드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결성되어 음악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리고 이들은 약 1년 반 동안 활발하게 활동하며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2024년은 누가 뭐래도 QWER의 해였다. 그해 4월에 발매했던 미니 1집 ‘MANITO’의 타이틀 곡 ‘고민중독’은 2024년 말 유튜브 코리아가 발표한 ‘글로벌 문화 및 트렌드 리포트’에 올해 최고 인기 곡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박’을 쳤다. 뒤이어 9월 23일 발매한 미니 2집 ‘Algorithm’s Blossom’의 타이틀 곡 ‘내 이름 맑음’ 역시 좋은 반응을 얻어 QWER은 그야말로 2024년 내내 일대 붐을 불러일으켰다. 이 열기는 아직도 가라앉지 않아 ‘고민중독’은 지난 5월 10일 음원 플랫폼 멜론에서 1억 스트리밍을 달성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2025년 들어 처음 선보인 미니 3집 ‘난 네 편이야, 온 세상이 불협일지라도’ 역시 ‘Algorithm’s Blossom’의 초동 판매량 4만 5,000장보다 무려 3만 장이 더 늘어난 약 8만 장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를 경신했다. '눈물참기'의 뮤비 조회수는 6월 9일 공개 후 5일 19시간 10분만에 1,000만 뷰를 돌파했다. 이전 앨범의 타이틀 곡인 ‘내 이름 맑음’이 6일 20시간 30분이 걸렸던 것을 보면, 대중적인 관심도는 이전보다 줄었을지 몰라도 새로 유입된 팬층이 탄탄하게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조짐은 1월에도 있었다. QWER은 1월 25일과 26일, 양일간에 걸쳐 첫 팬 콘서트를 개최했는데, 약 3,000명이 수용 가능한 예스24 라이브홀이 1분 만에 전석 매진되었다. 기세를 몰아 4월에는 보컬 시연이 NMB48로 활동했던 일본에, 5월에는 타이페이에까지 활동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사실 그동안 한국에서는 걸 밴드가 큰 인기를 얻었던 적이 없기에 QWER의 이러한 인기는 다소 의외처럼 보인다. 1998년 한스밴드가 잠깐 반짝 히트한 적이 있지만 곧 음악 활동을 중단했다. 2012년에는 걸그룹 AOA가 밴드 콘셉트를 내걸고 데뷔했으나 곧 같은 해 10월에 발매했던 두 번째 싱글 타이틀 곡 ‘GET OUT’을 마지막으로 더는 밴드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2015년 원더걸스가 멤버 구성에 변화가 생기면서 콘셉트 또한 밴드로 새롭게 변경하여 컴백한 적이 있지만 처음부터 걸 밴드로 데뷔한 것은 아니었다. 그 후로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걸 밴드가 성공하는 일은 요원해 보였다. 그런데 2023년에 혜성같이 등장한 QWER가 지금 눈부신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불협화음 그 자체에서 온 세상을 불협으로 만들기까지
“진지하게 음악하실 생각 있어요?”
유튜브 크리에이터 김계란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 QWER은 처음에는 ‘최애의 아이들’이라는 다소 서브컬처적인 이름을 내건 소규모 프로젝트였다. 실용음악과에서 드럼을 전공한 스트리머 쵸단(Q)에서 비롯된 이 프로젝트는 쵸단과 같은 스트리머이면서 평소 배우고 싶었던 베이스를 이제 막 시작했던 마젠타(W)와 기타와 키보드 경험이 있는 틱톡커 냥뇽녕냥 히나(E) 그리고 2021년부터 약 2년간 일본 아이돌 그룹 NMB48에서 활동하다 졸업한 시연(R)을 차례차례 영입하며 김계란이 꿈꾸던 걸 밴드로서의 꼴을 점차 갖춰 간다.
하지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담당하는 김계란이 QWER 다큐멘터리 ‘QWER ALGORITHM’S BLOSSOM Documentary’에서 말한 것처럼 그 당시 멤버들은 “진짜 오합지졸, 진짜 불협화음, Discord”였다. 그러나 앨범을 발매하고 라이브 무대를 서면서 멤버들은 점점 더 음악에 진심이 된다. 연습에 또 연습을 거듭하며 본인들의 곡 정도는 눈 감고도 너끈히 소화할 수 있게 된 그들은, 꾸준히 제기되어 온 핸드싱크 논란에도 “어쩔 수 없이 붙었을 그런 논란이라고 생각한다(히나).”, “내가 이렇게 오해를 살 만큼 어리숙해 보이는구나. 그러면 그렇게 보이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마젠타).”라고 각오를 다지며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낸다.
음악 문외한이 스트리머들로 구성한 초심자 밴드, QWER. 이런 희귀한 타이틀 때문에 QWER를 보는 시선들은 그리 곱지 않았고, 사실 지금도 그렇다. QWER의 음악을 전반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이동혁 프로듀서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 그러고 어디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한다는 점에 마음이 아팠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과격하게 반박하기는 싫었다.”라는 그의 말처럼 QWER은 그들을 둘러싼 논란을 정석적으로 돌파한다.

작년 7월, QWER은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아티스트 라인업에 포함되면서 엄청난 우려와 비난을 한 몸에 받게 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악기에 멤버별 핸드캠을 달면서 자신들이 그동안 쌓아왔던 노력의 성과를 당당하게 공개했다. 이후로도 핸드싱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음악 방송을 도는 대신 모든 것을 라이브로 진행해야 하는 행사만을 주로 돌면서 무대 경험을 늘리고 있다. 김계란이 QWER을 만들 때부터 의도했던 ‘성장형 아이돌’로서의 길을 착실히 밟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올해, ‘위버스콘 페스티벌’과 ‘뷰티풀 민트 라이프’,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등 굵직한 페스티벌의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면서 QWER은 ‘성장형 아이돌’을 넘어 ‘성장형 밴드’로 한 발짝 더 나아가게 되었다.
다큐멘터리 ‘100일간의 기록’에서 리더 쵸단은 “‘제가 하는 음악이 QWER로 시작된다.’라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라며 “저는 평생 음악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 (…) 제 속에 있는 이야기를 좀 음악적으로 풀어서 보여드릴 수 있는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히나 또한 “음악적으로 욕심이 있는 밴드이고 아이돌로서 성공적으로 데뷔를 했다는 것을 확실하게 각인을 시켜주고 싶다.”고 말하며 “그전의 모습들도 사랑해주시는 게 감사하고 고맙지만 이런 새로운 모습들을 더 인식해 주셨으면 좋겠는 마음이 있다.”라고 본인들이 아티스트를 지향하고 있음을 확실히 한다.
QWER 멤버들이 음악을 진심으로 대하게 되면서 대중 또한 그들의 음악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 결과가 바로 미니 1집의 타이틀곡 ‘고민중독’ 붐과 미니 2집 ‘Algorithm’s Blossom’의 성적 그리고 이번 3집 ‘난 네 편이야, 온 세상이 불협일지라도’의 커리어 하이로 이어지고 있다.

‘아이돌 밴드’에서 진정한 ‘걸 밴드’로 거듭나다
데뷔 싱글 ‘Harmony from Discord’의 타이틀 곡 ‘Discord’는 불협화음이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들쭉날쭉한 멤버들을 끌어모아 불협화음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밴드였지만 QWER은 미니 1집인 ‘MANITO’에서 훨씬 더 정돈된 사운드로 돌아왔다. 특히 실용음악을 전공했던 쵸단은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던 그 자신의 말처럼 작사, 작곡에 참여하는 한편, 수록 곡 ‘마니또’를 직접 부르기도 했다. 대중은 이에 전작보다 높은 음원 순위와 뮤비 조회 수로 화답했다. 신나고 통통 튀는 분위기의 ‘고민중독’이 알고리즘을 통해 크게 인기를 끌면서 QWER은 대학 축제를 시작으로 직접 청중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행사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한 악기 연주 실력에 힘입어 이번 3집 ‘난 네 편이야, 온 세상이 불협일지라도’는 현재까지의 QWER의 앨범 중에서 QWER 멤버들이 가장 작사, 작곡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앨범이다. 타이틀 곡 ‘눈물참기’의 작사에는 쵸단과 히나, 마젠타, 시연이 전부 참여했으며 나머지 수록 곡에도 각 멤버들이 조금씩 손을 보탰다. 특히 마지막 곡인 ‘Yours Sincerely’는 처음으로 모든 멤버가 작사, 작곡에 참여한 기념비적인 곡이다. 이전까지는 앨범 수록 곡 중에서 몇 작품에만 멤버들이 작사나 작곡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렸던 것을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바탕에는 ‘우당탕탕 자작곡 대작전’과 그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자작곡 ‘청춘서약’이 있었다. QWER은 자신만의 자작곡을 만드는 콘텐츠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자작곡도 없는 게 무슨 밴드야?”라는, 자신들이 익히 들어오던 비난을 유튜브 콘텐츠 제목으로 내걸면서 당당하게 도발을 걸었다. 이 모습은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핸드싱크 논란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악기마다 핸드캠을 달았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것이 QWER만이 할 수 있는 돌파 방식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멤버들의 음악적 실력이 점점 성장하고, 그 성장이 자신들이 직접 만드는 음악에 반영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QWER이 이번에 달성한 커리어 하이에는 팬덤들의 성장 및 결집뿐 아니라 이런 개개인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믿고 들을 수 있는 밴드’로 자리매김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리고 다양한 라이브 무대에서 보여주는 노련해진 퍼포먼스와 각자의 실수나 음향 사고에 대처하는 모습 등과 함께 QWER이 이제 어엿한 아티스트가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다운 이름으로 ‘우리’라는 모습으로
다시 맨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와서, QWER가 이처럼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인기는 지금 일고 있는 밴드 붐과는 얼핏 같아 보이지만 또 조금 달라 보이기도 한다.
한국에서의 밴드 붐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사실 지금 한국에서의 밴드 붐은 미국 및 유럽 쪽 팝보다는 일본 J-팝에 기반을 두고 있다. 2023년에 한국에 불어닥친 J-팝 붐은 텐피트(10-FEET)와 원 오크 록(ONE OK ROCK), 래드윔프스(RADWIMPS), 킹 누(King Gnu) 등 다양한 밴드의 음악을 함께 가져왔다. 이러한 J-팝 밴드 특유의 사운드나 청량한 청춘 감성은 쇼츠나 릴스 등을 통해 많은 이의 호응을 얻었다. QWER을 기획한 김계란 역시 일본 서브컬처의 영향을 받아 밴드를 만들고 싶어 했다. 이러한 기획의 방향성이 대중의 기호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뿐일까? QWER의 성공에는 이들을 기획했던 유튜브 크리에이터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김계란의 영리한 전략도 어느 정도 일조했다. QWER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이미 개인 팬을 확보하고 있었던 각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다. 거기에 더해 김계란의 개인 팬덤까지 끌어들이게 되면서 ‘최애의 아이들’ 프로젝트부터 인기 급상승 동영상 1위를 달성하는 등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본격 데뷔 전에 멤버를 모집하고 영입하는 일련의 과정을 유튜브와 함께 쵸단과 마젠타 등의 라이브 방송에서 공개하고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팬들을 QWER을 응원하도록 유입시켰다. 이것은 김계란이 여러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고 또 성공시켰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마디로 QWER은 음악 그룹이 만들어지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또 성공시킨 것이다.
6월에 미니 3집 ‘난 네 편이야, 온 세상이 불협일지라도’를 출시하면서 처음으로 음악 방송에 출연하는 등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결의 활동을 하고 있다. QWER은 지난해부터 펩시의 ‘마운틴듀’ 광고 모델로 활동했지만 이번에는 캠페인 송 ‘PLAY, WE, DEW’를 공개하며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좀 더 공고히 하는 모양새다.
특히 주로 게임 위주의 광고를 진행했던 2024년과는 달리 2025년에 QWER은 우리은행의 청소년 전용 금융 서비스인 ‘우리틴틴’의 모델이 되어 활동 중이다. 이는 그만큼 QWER이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금, QWER이 걸 밴드로서 남기는 족적은 분명 남다르다. 걸 밴드라는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하여 누구도 앞서간 적 없는 길을 걷고 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부침이 있었지만, 그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것을 성장할 기회로 삼아 씩씩하게 걸어 나간다. ‘청춘서약’에서 “낯선 밤이 찾아와도 늘 그렇듯 웃어 보일게”라고 노래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여기에 노력과 성장이라는 서사가 더해지면서 QWER만의 스토리텔링이 완성되었다. 베이스 경력이 채 1년이 되지 않았지만 엄청난 연습량을 선보이며 무서울 정도로 실력이 성장한 마젠타, NMB48에서 활동하다 빛을 보지 못하고서 졸업했지만 지금은 어엿한 QWER의 보컬로 자리매김한 시연, 팀의 막내지만 자작곡 프로젝트에서 노련하게 멤버들의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갈등을 중재하는 모습을 보여준 히나, 무대공포증이 있었지만 훌륭하게 극복해 이제 자신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주는 걸 넘어 콘서트에서 간단한 퍼포먼스까지 선보이게 된 쵸단 등. 멤버들은 QWER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모습이야말로 QWER가 제시하고 있는 ‘성장형 밴드’의 이상적인 형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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