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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혜, 배동미(‘씨네21’ 기자),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디자인MHTL
사진 출처효연의 레벨업 YouTube

‘효연의 레벨업 Hyo’s Level Up’ (유튜브)
백승혜: 첫 영상에서 효연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두 가지 답을 내놓았다. 첫째는 후배들에게 밥을 사주고 친구가 되어주는 것, 둘째는 새로운 분야에 대해 배워보는 것. ‘효연의 레벨업’은 이 두 가지 목표를 차근차근 실현해 나간다. ‘밥 잘 사주는 효연 선배(이하 ‘밥사효‘)’ 콘텐츠에 출연하는 게스트들은 갓 데뷔한 신인부터 10년 차 아이돌까지 다양하지만, 효연은 연차에 상관없이 모든 이들과 편안하게 대화한다. 데뷔 100일을 조금 넘긴 하츠투하츠와의 만남에서는 “어머니가 소녀시대를 정말 좋아하셨다.”는 이안의 말에 세월의 차이를 실감하며 충격을 받기도 하지만, 같은 다인원 그룹인 하츠투하츠에게 본인의 숙소 생활 경험을 꺼내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긴장을 풀어준다. 소녀시대의 안무를 모두 외우고 있는 하츠투하츠를 바라보는 효연의 모습에서는 후배들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한편 데뷔 14년 차인 비투비와 만나는 자리에서는 그때 그 시절 대기실 인사 문화를 떠올리며, ‘꼰대’와 ‘좋은 선배’의 경계에 대해 함께 고민하기도 한다. 연차나 소속사, 친분에 관계없이 후배들에게 맛있는 밥을 사 먹이고 고민을 들어주겠다는 처음의 다짐에 걸맞게, 효연은 늘 웃는 얼굴로 후배들의 말을 경청한다. 

후배 앞에서는 친구처럼 친근하면서도 어른스러운 선배지만, ‘반나절 클래스’에서 효연은 소탈하고 솔직한 매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고요한 사찰에서 108배를 하면서도 잃지 않는 솔직함으로 스님까지 웃음을 참게 만들고, ‘관상 클래스’에서는 역으로 “선생님의 관상을 봐드리겠다.”며 침착함을 유지하던 박성준 역술가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강지영 아나운서와 함께한 ‘스피치 클래스’에서도 소문난 ‘우주 천재’답게 귀여운 말실수들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톱 아이돌로서 말의 무게를 느끼며 해왔을 문장 구사력에 대한 고민과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진지한 마음에서는 그의 직업 정신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사내 춤짱 선발대회’ 편에서 효연은 자타공인 ‘SM 춤짱’답게 프로페셔널한 안무 분석력도 보여준다. ‘밥사효’에 출연한 수많은 후배들은 “소녀시대를 보며 꿈을 키워왔다.”고 수줍게 말하지만, 18년 차 아이돌 효연은 여전히 스스로의 레벨을 “높게 쳐서 50”이라고 평가한다. 앞으로 채워갈 레벨 50이 남았다는 효연의 다짐처럼 그는 언제나 변함없이 ‘레벨업’ 중이다. 자신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이들을 이끌어주면서. 

‘머티리얼리스트’
배동미(‘씨네21’ 기자): 뉴요커 루시(다코타 존슨)는 결혼 정보 회사 ‘어도어’에서 일하는 실력 있는 매칭 매니저다. 고객들의 외모, 경제력, 학력을 수치화하여 어울릴 만한 상대를 기막히게 매칭하여 이제까지 9건의 결혼을 성사시켰고, 결혼식 날 멜랑콜리한 기분에 휩싸여 눈물짓는 고객을 설득해 결혼식장에 웃으며 입장하도록 하는 말발을 발휘한다. 하지만 정작 루시 자신은 ‘자발적 독신주의자’다. 냉소적인 성격의 그는 “결혼은 비즈니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며, 고객들을 일정한 기준에 따라 분류한다는 면에서 자기 직업을 ‘장의사’나 ‘보험손해사정사’에 비유한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에서 자란 루시는 부유한 사모펀드 매니저 해리(페드로 파스칼)가 호감을 표시해 와도 경제적 배경이 다르므로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단정 짓고 거리를 두려고 한다. 하지만 해리를 만난 결혼식 피로연에서 헤어진 연인 존(크리스 에반스)과도 재회하면서 루시는 두 남자와 삼각관계에 놓인다. 한 남자는 이제 막 알게 된 돈 많은 펀드 매니저이고, 다른 한 사람은 오래전 진심으로 사랑했지만 미래를 함께 그리기엔 어려운 무명 배우다.

대도시인의 사랑은 많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다뤄온 형상이다. 셀린 송 감독은 이 오랜 테마를 현실적이면서도 엉뚱하고 낯설게 그려내기 위해 시공간을 뛰어넘는 상상력을 동원한다.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이 대도시 전경을 비추는 ‘항공샷’으로 문을 연 뒤 매력적인 주인공들을 비춘다면, ‘머티리얼리스트’는 시간을 먼 과거로 돌려 선사시대 결혼 풍경에 관해 공상하기 시작한다. 자본주의가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 고대 인류는 어떻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을까. 셀린 송 감독은 남성 고대 인류가 여성에게 수렵과 채집에 쓰는 도구들을 만들어 가져다주고 꽃반지를 끼워주었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어쩌면 태곳적부터 호모 사피엔스는 두 존재가 결합하기 전에 도구와 꽃반지처럼 물질적인 무언가를 주고받았을 것이라고 말이다. 전작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사람이 계산해 낼 수 없는 오랜 시간과 우연이 겹친 ‘인연’이란 개념에 관해 고찰했던 셀린 송 감독은 청혼과 결혼이란 또 다른 불가해한 영역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결혼이란 문턱에서 서성거리는 사람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바람을 포착하고,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향한 희망과 절망,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그리면서.

애플뮤직 재생목록: Weekend Warriors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2025년의 키워드를 미리 뽑아야 한다면 ‘록의 복귀’를 자신 있게 고를 수 있다. 루미네이트(Luminate)가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음악 산업 리포트에 따르면, 록은 미국 내 스트리밍 기준으로 2번째 인기 장르이고, 그 성장 속도는 다른 어떤 장르보다 빠르다. 틱톡 등 소셜 미디어가 클래식 록 사운드를 젊은 세대에게 소개하는 창구가 되었다. 고스트(Ghost), 슬립 토큰(Sleep Token), 턴스타일(Turnstile)과 같이 전통적인 하드록 장르 요소에 새로운 성격을 접목하는 밴드들이 대중적 인기를 얻고 빌보드 메인 차트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낸다.
애플뮤직의 ‘Weekend Warrior’는 이 흐름을 과거와 현재의 양방향에서 포착한다. 최근 작고한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을 그리며, 그의 밴드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로 포문을 열고,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살아 남은 데프톤즈(Deftones)의 신곡을 지나, 하드코어 펑크를 기점으로 스타일을 확장하며 최근 대세로 떠오른 턴스타일로 이어진다. 이 장르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결국 알게 될 것이다. 공격성과 서정성은 상호 배반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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