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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지
사진 출처TVING

“여섯 명이서 강한 쪽이 더 강한 거야”
9×18m²의 코트 위에 서는 여섯 명. 한 사람이 공을 연속으로 두 번 만질 수 없고, 세 번 안에 네트를 넘겨야 하는 경기, 배구. 강한 스파이크를 때리는 쪽이 이기는 게 아닌, 공을 떨어뜨린 쪽이 진다. 그래서 배구는 처음부터 혼자서는 완성할 수 없는 스포츠다. ‘하이큐!!’의 초반부에서 중학교 시절 라이벌이었던 히나타와 카게야마는 카라스노 고교에서 다시 만난다. 스피드와 반사 신경, 탄력성을 가졌지만 좋은 세터를 만나지 못했던 히나타와 천재적인 실력을 가졌지만 자신의 토스를 받아줄 빠른 스파이커를 만나지 못했던 카게야마. 두 사람은 서로를 만나, 다이치의 말처럼 “개개인은 불완전하지만, 재능을 합치면” 폭발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 ‘괴짜 콤비’가 된다.

하지만 이때 말하는 팀의 의미는 단순히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것 이상이다. “리시브도, 토스도, 스파이크도 전부 나 혼자 할 수 있으면 좋겠다.”던 카게야마가 “혼자 힘으론 못 이기는 게 당연”하다는 사실과 “코트엔 여섯 명이 있다.”는 것을 완전히 체화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괴짜 콤비가 속공 연습 중 공을 놓치자 이를 다시 받아내는 건 주장 다이치였고, 시라토리자와 고교와 펼친 경기에서는 지친 다이치 대신 리베로 니시노야가 우시지마의 강스파이크를 리시브한다. 니시노야는 직접 득점할 수 없지만, 자신이 이어준 공으로 에이스가 득점해줄 것을 믿고 “다시 한번 토스를 불러”달라고 요구한다.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다. 네코마는 ‘심장’이자 ‘뇌’인 세터 켄마가 움직이기 편하도록(혹은 최대한 덜 움직이도록) 빈틈없이 리시브를 이어가고, 후쿠로다니는 전국 톱 5 스파이커인 보쿠토의 감정 기복을 팀 전체가 함께 관리한다. 때로는 서로의 장점을 끌어올리기 위해, 때로는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코트 위에서 여섯 명이 함께한다.

‘하이큐!!’는 카라스노 고교가 핀치에 몰리는 순간을 마치 절벽 끝에 선 것처럼 연출한다. 그러나 종국엔 그 절벽 끝에서 카라스노 고교의 의미이자 팀의 상징인 까마귀들이 날아오른다. 배구에 임하는 모든 선수들은 누군가가 공을 놓치더라도 리베로가 다시 이어줄 것을, 이어진 공으로 토스를 올려줄 것을 그래서 스파이커가 득점시킬 것을 믿고 몇 번이고 뛰어오른다. 카라스노 고교가 다테공고에 완패한 지 석 달 만에 다시 맞붙었을 때, 니시노야는 당당하게 외친다. “걱정할 것 없어! 앞은 너희가 보고, 등 뒤는 내가 지킬게!” 결국 “여섯 명이서 강한 쪽이 더 강한 거야.”라는 말은, 단순히 뛰어난 여섯 명이 모였다는 뜻이 아니다. 서로의 부족함을 기꺼이 채워주고 실패마저 함께 감당하는 여섯 명이 코트 위에 있을 때, 그 팀은 비로소 강해진다.

“아래를 보지 마! 배구는! 언제나 위를 보는 스포츠다!”
배구는 처음부터 끝까지 ‘위’를 향하는 경기다. 토스를 위해 공을 높이 올리고, 스파이크를 위해 선수들은 계속해서 뛰어오른다. 코트 위에서 시선도 항상 위를 향한다. 단순히 공의 위치만이 아니다. 깨부숴야 할 벽, 넘어야 할 한계, 마주해야 할 두려움과 성장도 모두 그 ‘위’에 있다. 카게야마가 히나타에게 “내가 있으면 넌 최강이야.”라고 말했을 때, 둘은 무적인 것처럼 보였다. 최고점의 도약, 완벽한 타이밍, 초고속 점프. 그러나 아오바죠사이전에서 그 완벽했던 속공은 블로킹당하고, 경기는 패배로 끝난다. 그 순간, 이들은 동료가 모든 공을 살려줄 수 없음을 그리고 눈을 감아버린다면 더는 이길 수 없음을 깨닫는다. 이기기 위해선 각자가 성장해야 한다.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동안 히나타는 공중에서 눈을 뜨고 타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법을 익히고, 카게야마는 공의 궤도를 변화시켜 새로운 속공을 준비한다. 리베로 니시노야는 토스를 올리는 기술을, 세터 스가와라는 ‘싱크로 공격’에 합류하는 법을 배우며 새로운 무기를 벼려낸다. 이들은 더 강해지기 위해 그래서 이겨서 한 번이라도 더 많이 코트에 서기 위해 ‘진화’한다.

“패배는 약한 걸 증명하는 건가? 너희에게 있어서 패배는 시련이 아닐까? 땅에 주저앉았다가 다시 걸을 수 있는지… 거기에 계속 머문다면, 그거야말로 약한 걸 증명하는 거야.” 아오바죠사이전 패배 후, 바닥에 누운 카게야마와 히나타에게 타케다 고문이 건넨 말이다. 이제 이들은 강해지기 위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처음엔 지는 것도, 약한 것도 두려웠다. 카게야마는 새로운 속공이 실패하고 기존의 속공마저 잃을까 조급했고, 히나타는 자신을 막는 블로킹이 무서웠다. 아사히는 다테공고전의 완벽한 블로킹 이후 ‘토스’를 부르기조차 겁났다. 니시노야 역시 아츠무의 서브가 자신을 노릴 때 오랜만에 두려움을 맛본다. 그때 니시노야는 겁 많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과거 할아버지는 ‘먹어보지 않고 싫어했던 것을 ‘역시 싫다’고 확인하는 것, 적대감에도 이유가 있다는 것, 자전거를 타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가르쳐줬다. “모른 채 끝내는 건 아깝다.”는 말에 어린 니시노야는 물었다. “그런데도 무서우면 어떡해?” 할아버지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땐 도움을 받는 거다.” 그 말 그대로 이들은 서로의 두려움을 나눈다. 카게야마의 토스 연습을 위해 매니저 야치가 공을 올리고, 전 우카이 감독이 히나타의 스파이크를 봐준다. 블로킹에 막혀 주저앉았던 아사히의 공을 니시노야가 살려내고, 니시노야가 리시브해야 하는 순간, 코트 밖 키노시타는 공이 앞으로 온다고 외친다. 이들은 더 높은 곳, 가장 높은 곳으로 공을 올린다. 경기는 공이 바닥에 떨어질 때 끝난다. 그렇기에 이들은 끝까지 두려움을 이겨내며 위를 본다. 말하자면 ‘하이큐!!’는 언제나 위를 보는 스포츠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다.

“재능은 꽃피우는 것, 센스는 갈고 닦는 것!”
스포츠의 불문율은 단순하다. 잘하는 사람이 주전이 되고, 강한 팀이 승리한다. 그래서 ‘재능’은 필연적으로 중요해진다. 재능은 노력을 단숨에 따라잡고, 심지어 아무리 노력해도 도달하지 못하는 영역에 재능이 있다. 신장, 힘, 두뇌, 운동신경 등이 모두 그 영역에 속한다. 히나타가 높은 점프력으로 팀의 ‘최강의 미끼’가 되었지만 후보에도 오르지 못하고 볼보이를 자처해 미야기현 합숙 캠프에 간신히 남게 됐을 때, 배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숙하지만 2m의 신장을 가진 하큐자와는 그곳에 선발된다. 3년간 세터로 팀을 이끌어온 스가와라의 경험은 카게야마의 재능 앞에서 단숨에 추월당한다. 매일 성실히 훈련한 키타는 고3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유니폼을 받는다. 야마구치는 아오바죠사이전에서 첫 원포인트 서버 기회에서 네트인으로 실점했고, 키노시타는 이나리자키전에서 나섰지만 곧바로 기회를 잃었다. 오이카와는 스파이커 우시지마와 후배 세터 카게야마에게 번번이 패하고, 마지막 전국대회 예선에서 최고의 기량을 보였지만 결국 고교 3년간 전국대회 무대를 밟지 못했다. ‘하이큐!!’에 등장하는 보통의 사람들은 사실 알고 있다. 아무리 노력하고 연구해도, 오래 함께한 동료가 있어도, ‘타고난 무언가’를 가진 사람은 이미 다른 출발선에 서 있다는 것을.

“그런데 평범한 내 자신아. 아래를 보고 있을 시간은 있는 거냐?” 이나리자키전에서 ‘평범한’ 타나카의 공격은 번번이 막히며 벼랑 끝에 몰린 모습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그는 다시 자세를 가다듬고, ‘레프트!’를 외치며 뛰어올라 마침내 득점한다. 성공할 때까지. 그의 상황은 절벽, 끝없는 계단, 어떻게 올라야 할지도 모르겠는 돌산 등으로 표현되지만, 그는 그 벼랑 끝에서 뛰어내림으로써 날아오른다. 오이카와 역시 자신이 천재가 아니고, 분명히 언젠가는 패배하거나 따라잡힐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그는 그날이 ‘오늘’은 아니라는 마음으로 부딪히고, 구르면서 공을 잇는다. 야마구치는 첫 점프 플로터가 실패했기에 성공할 때까지 다시 연습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이 노력하는 만큼 다른 천재들도 노력하고, 더 빠르게, 더 높이 성장한다. 우리 팀이 강해진 만큼 라이벌 팀도 강해진다. 그래서 ‘하이큐!!’는 평범한 주인공이 천재를 꺾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평범하고 보통인 이들은 ‘타고난 재능’이라는 한계를 넘지 못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도전할 뿐이다. 가끔은 운 좋게 성공하지만, 더 많은 순간은 실패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이들은 노력하는 법을 배운다. 결국 ‘하이큐!!’는 잘하는 사람이 주전이 되고 강한 팀이 승리한다는 간단한 스포츠 법칙 속에서도, ‘흙투성이’지만 자신을 갈고 닦아 스스로 피어나는 사람들이 있음을 보여준다.

“고작 블로킹 하나, 고작 25점 중에 1점, 고작, 부활동”
“왜 그렇게 필사적으로 하죠? 배구는 고작 부활동일 뿐이고, 훗날 이력서에 학창 시절 부활동을 열심히 했다고 쓸 정도의 가치 아닌가요?” 합동 합숙 도중, 1학년 미들 블로커인 츠키시마가 제3체육관에 모여 있던 선배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합숙에 참가한 학생들 대부분은 운동 특기생도 아니고, 미래에 배구 선수를 꿈꾸지도 않는다. 봄철 대회를 앞두고 3학년의 출전 여부를 논의하던 때, 한 선생님이 스가와라에게 말했다. “배구를 계속해서 너한테 이로울 건 없다.” 그는 대학 입시를 앞둔 고3이고, 배구부 주전도 아니다. 열심히 노력해도 경기에 나갈 수 있을지, 코트에 설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스가와라는 체육관으로 달려간다. “선생님, 저는 이로운 게 있어서 배구를 하는 게 아니에요.”라고 말하면서. 모두가 배구 선수를 꿈꾸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미래에 이로운 일도 아니라면, 그들은 왜 이렇게 필사적인가.

물론 모두가 그렇게 뛰는 것은 아니다. 츠키시마에게 배구는 “고작 부활동”이었다. 츠키시마는 카게야마와 히나타가 늦은 밤까지 공터에서 연습하던 장면에서 처음 등장하며 말한다. “그렇게 기쓰지 말고, 밝고 즐겁게, 정도껏 하자. 고작 동아리 활동이잖아.” 합숙 훈련에서 단체 연습이 끝난 뒤, 다른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남아 약점을 보완하거나 강점을 키우는 동안, 그는 홀로 체육관을 나서며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고작 부활동일 뿐이잖아.” 츠키시마에게 배구는 ‘고작’이어야 했다. 어린 시절 츠키시마에게 친형은 중학교 배구부의 에이스였고, 그런 동생의 환상을 깨고 싶지 않았던 형은 자신이 고등학교에서 벤치에도 들지 못하고 응원석에 앉아 있는 현실을 동생에게 숨기고 거짓말을 해야 했다. 형의 경기를 몰래 응원하러 갔던 츠키시마는 그 진실을 마주하고, “고작 부활동”에 온 힘을 다했을 때의 마주하게 될 끝에 대한 두려움을 품게 된다. 자신도 필사적으로 뛰다 보면 그 ‘다음’을 기대하게 될까 봐, 그러다 언젠가는 지고, 결코 최고가 될 수 없다는 사실에 괴로워질까 봐 두렵다. 세터인 켄마에게도 배구는 “딱히”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계속하는 절대적인 이유는 없지만 그만둘 이유도 딱히” 없고, 다만 자신이 그만두면 소꿉친구 쿠로오가 곤란해질까 봐 “어쩌다 계속할 뿐”이다. 배구를 좋아하냐는 질문에도, 이기고 나서 무슨 생각이 드느냐는 질문에도 그의 대답은 “딱히…”였다. 그는 공을 놓치지 않으려 몸을 내던지지도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블로킹하지도 않는다. 동료인 타케토라가 “근성!”을 외치며 불타오르는 옆에서, 켄마는 의무감으로만 뛴다. 이겨도, 져도 즐겁거나 분하지 않는다.

앞서 “왜 그렇게 필사적으로 하냐.”던 츠키시마의 질문에 보쿠토는 단언한다. “고작 부활동”이란 것도 틀린 건 아니지만, ‘내 시대가 왔다!’는 기분이 들 때, “만약 그 순간이 오면 그게 네가 배구에 빠지는 순간이다!”라고. 시라토리자와전에서 우시지마를 완전히 이길 수 없음을 알면서도 “몇 개는 막아보려고.” 하던 츠키시마는, 수십 번의 블로킹 끝에 단 한 번, 스파이크를 완벽히 막아내며 포효했다. 켄마와 첫 연습 경기를 마친 후 히나타는 선언했다. “다음엔 반드시 죽어라 싸우게 해서 분했다든가 재미있었다든가 ‘별로’ 말고 다른 말을 하게 할 거야.” 어린 시절, 켄마의 아버지가 소꿉친구인 쿠로오에게 켄마도 가끔 축구할 때 데리고 가달라고 부탁했을 때, 쿠로오는 자신은 켄마가 가기 싫은 걸 잘 알지만 그래도 “켄마는 좋아하는 건 열심히 하니까 괜찮다.”고 답했다. 켄마에게 배구도 배구부도 ‘싫지 않은 일’ 정도고, 그렇기에 그는 쿠로오를 제외한 동료들과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 그러나 사루카와 공업전에서 그는 ‘동료를 위해 애쓰고’, 카라스노전에서는 이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뛰었다. 그 모든 과정이 “괴롭고, 힘들고,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순간이었다. 히나타의 페인트를 받으려다 실패하고 쓰러진 순간, 켄마는 웃으며 한마디를 내뱉는다. 츠키시마에게도, 켄마에게도 배구에 빠지는 ‘순간’이 왔다. “재미있어.” 그 단 한 순간이.

“우리도 했어, 배구를.”
봄철 배구대회 첫째 날, 단 하루 만에 40개의 팀이 사라진다. 미야기현 예선에서 토코나미 고교는 큰 점수 차로 카라스노 고교에게 패했고, 같은 날 카라스노 고교 여자 배구부도 졌다. 한 팀이 이겼다면, 다른 한 팀은 진 것이다. 졌고, 3학년이다. 고교 생활의 배구는 그 순간 끝난다. ‘하이큐!!’는 작품 내내 ‘한 번 더’와 ‘다음’을 이야기하지만, 모든 이가 ‘한 번 더’를 외칠 용기를, 다음으로 나아갈 기회를 얻는 것은 아니다. 히나타와 아즈마네는 스파이크가 블로킹에 막혔을 때 ‘한 번 더’ 시도했고, 야마구치는 첫 원포인트 서브 실패 후 더 나은 ‘다음’을 준비했다. 그러나 토너먼트 방식의 경기에서 진다면, 올해 안에 더 이상 ‘한 번 더’도, ‘다음’도 없다.

조금 더 열심히 연습했더라면, 조금 더 필사적이었다면, 조금 더 배구를 할 수 있었을까? 이케지리의 말처럼 “이런 식으로 덧없이 동아리 활동을 끝내는 애들이 전국에 수만 명”이라면, “전국대회에 나가는 애들이 주인공이고 우리는 엑스트라 같은 걸까?”. ‘하이큐!!’는 패배한 팀들의 마지막을 보여줌으로써 이 질문에 답한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고교 팀들의 뒷모습, 울면서도 후배들이 더욱 견고한 ‘철벽’이 되어줄 거라 믿는 다테공고 3학년들, “어때? 우리 팀 대단하지?”라고 더 말하고 싶었던 이나리자키의 3학년 키타, 그 말에 “손자 세대까지 자랑할 후배가 될 테니 말해 달라.”는 2학년 후배들 그리고 라멘을 함께 먹고 체육관으로 돌아와 진짜 마지막 배구를 하는 아오바죠사이 3학년들까지. 그들은 “우리도 배구를 했”고, ‘한 번 더’가 없는 상황에서도 다음을 기약한다. 올해가 아니라면 내년이 혹은 더 먼 미래가 될 수도 있다. 혹은 내가 아니라면 내 후배가, 우리 팀이 아니면 내 상대팀이 그 ‘다음’을 이어갈 수도 있다. 경기가 끝난 뒤 혹은 부활동이 완전히 끝난 후에도, 그 ‘다음’이 언젠가는 올 것임을 안다. 그래서 ‘하이큐!!’에서 마지막 인사는 항상 “또 보자!”다.

경기에 졌다고 배구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연습하고, 연습하고, 연습해서 쌓아온 것들이 상상 이상으로 허무하게 끝나는 것, 그게 어때서?” 매니저 시미즈의 말처럼 지금까지의 순간들이 끝났다고 해서 모든 게 무너지는 건 아니다. 더 이상 배구를 하지 않는 시기가 오더라도, 배구를 했던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하이큐!!’는 말한다. 더 이상 모두가 배구를 하지 않게 되어도, 모두가 배구를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한다는 것을 안다고. 그리고 우리도, 함께, “배구를 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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