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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희(작가, 칼럼니스트)
사진 출처베비메탈 X

무려 8년 만에 베비메탈(BABYMETAL)이 내한한다. 오는 9월 28일, ‘2025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의 마지막 날 헤드라이너로 설 예정이다. 첫 방한한 2017년은 메탈리카의 ‘월드와이어드 투어(Worldwired Tour)’ 오프닝 게스트 자격으로 왔던 것이기에 단독 공연을 하기 위한 내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에 앞서 지난 8월 8일, 베비메탈의 네 번째 앨범 ‘METAL FORTH’가 발매되었다. 2023년 ‘THE OTHER ONE’ 이후 2년 만에 출시된 신보다. ‘베비메탈의 또 다른 이야기’라는 콘셉트로 만들어진 ‘THE OTHER ONE’이 별도의 스핀오프 앨범으로 취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METAL FORTH’는 사실상 6년 만의 정규 앨범인 셈이다. 거기다 2023년에 정식으로 합류한 모모메탈(MOMOMETAL)과 처음으로 함께 작업한 앨범이기도 하다. 이번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서의 공연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2025년은 베비메탈에게 있어 여러모로 뜻깊은 해다. 올해로 결성 15주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METAL FORTH’에는 독일의 일렉트로니코어 밴드 일렉트릭 콜보이(Electric Callboy)나 러시아 데스코어 밴드 슬로터 투 프리베일(Slaughter to Prevail) 그리고 인도의 볼리우드 메탈 밴드 볼리우드(Bloodywood),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 이하 RATM) 출신 기타리스트 톰 모렐로처럼 걸출한 글로벌 아티스트와 작업한 곡들이 다수 수록돼 있다. 지난 8월 10일 베비메탈은 ‘선데이쟈퐁(サンデージャポン)’에서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이번 앨범 제목에는 메탈 그 너머로 더 나아가자는 의미가 있다.”라고 이야기했는데, 그 말처럼 ‘METAL FORTH’ 앨범에는 새로운 음악과의 융합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결과물이 담겼다.

아이돌과 메탈의 융합을 꿈꾸다
그룹 이름에 메탈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베비메탈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메탈 밴드라기보다는 메탈 콘셉트 아이돌 혹은 메탈 퍼포먼스 그룹에 더 가깝다. 애당초 연예기획사 아뮤즈(AMUSE)의 지하 아이돌 그룹인 ‘사쿠라 학원(さくら学院)’에서 파생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베비메탈의 프로듀서 코바메탈(KOBAMETAL) 또한 “아이돌의 탈을 쓴 메탈 밴드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발상”에서 BABYMETAL이 탄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사쿠라 학원을 뛰어넘는 인기를 얻게 되자 베비메탈은 독자적인 그룹으로 분리되어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사쿠라 학원은 2021년 8월 해체되었지만, 그렇다고 베비메탈과의 연결 고리가 아주 끊어진 건 아니다. 일례로 2018년 유이메탈(YUIMETAL)이 탈퇴한 뒤 5년 뒤에 사쿠라 학원에서 함께 활동했던 멤버 오카자키 모모코가 모모메탈로 합류했다.

닉네임 뒤에 메탈을 붙이는 베비메탈 특유의 네이밍 센스도 이런 바탕에서 기인한 것이다. 베비메탈은 공연을 할 때마다 항상 본인들을 소개하는 노래인 ‘BABYMETAL DEATH’로 시작을 알린다. 앞서 소개한 오카자키 모모코는 모모메탈, 키쿠치 모아는 모아메탈(MOAMETAL), 나카모토 스즈카는 수메탈(SU-METAL)로서 무대에 섰음을 공표하는 무대라 할 수 있다.

베비메탈의 진가는 바로 이런 라이브에서 나온다. 하지만 무대에 설 때마다 베비메탈은 ‘카미밴드(神バンド)’라고 부르는 세션을 대동한다. 2012년부터 함께하기 시작한 이 카미밴드는 현역에서 활동 중인 테크니션들로, 기타리스트 두 명과 베이시스트 한 명, 드러머 한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베비메탈은 철저히 보컬과 퍼포먼스만을 담당한다. 그 대신 자신들의 영역인 보컬과 퍼포먼스에서는 확실한 실력을 보여준다. 수메탈 특유의 보컬은 베비메탈의 가장 큰 강점이자 특징이다. 메탈 음악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그로울링 등의 스킬 대신, 곧게 내지르는 깔끔한 창법은 헤비한 카미밴드의 반주와 아이돌 콘셉트의 퍼포먼스 사이에 다리를 놓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 이런 목소리가 가장 돋보이는 곡은 2012년 발표했던 ‘Headbangeeeeerrrrr!!!!!!!(ヘドバンギャー!!)’다. 재미있게도 새로 합류한 모모메탈이 일명 ‘데스 보이스’라 불리는 그로울링과 스크리밍 등을 능숙하게 소화하며 이 노래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모아메탈 역시 이에 대해 “이번에 신체제가 되며 데스 보이스 담당의 모모메탈이 들어왔는데, 그녀의 데스보이스가 우리를 좋은 의미로 헤비하게 만들었다.”라며, “귀여움에 무게를 더해주고 있기 때문에 꽤 진화한 포인트라 생각한다.”라고 인터뷰했다.

보컬인 수메탈의 양옆에서 스크리밍과 퍼포먼스를 담당하는 모아메탈과 모모메탈(2018년까지는 유이메탈)의 퍼포먼스도 굉장한 볼거리다. 멤버들이 모두 사쿠라 학원의 구성원이었기에 기본적인 댄스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하거니와, 걸그룹(Perfume)과 호시노 겐 등의 안무를 담당하는 유명 안무가 미키코가 안무 파트를 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베비메탈 특유의 절도 있는 안무가 가장 돋보이는 곡은 역시 ‘Karate’다.

코바메탈은 처음부터 베비메탈을 통해 「메탈×댄스」라는 스타일을 구현할 의도를 갖고 있었다. 이러한 구상에 따라 수메탈과는 전혀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으며 댄스 실력도 뛰어난 두 멤버가 베비메탈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2021년 아에라 디지털(AERA DIGITAL)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코바메탈은 “애초부터 일반적인 메탈 밴드를 하고 싶어서 베비메탈을 시작한 게 아니다. 「메탈×댄스」라는 컨셉으로 새로운 형태의 음악을 만들어가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그건 절대 흔들리면 안 되는 부분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 판단은 옳았다. 두 멤버의 퍼포먼스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베비메탈만의 독특한 개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비메탈은 수메탈의 보컬 없이는 성립할 수 없는 그룹이지만, 마찬가지로 모아메탈과 모모메탈이 없으면 성립할 수 없는 그룹이기도 하다.

새롭게 출발하는 베비메탈
모모메탈이 합류하면서 여러모로 베비메탈의 큰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유이메탈이 탈퇴하고 오랫동안 유지해오던 3인 체제가 흔들리며 베비메탈 역시 부침을 겪었지만, 모모메탈이 들어오면서 다시 3인조로 굳건해진 모양새다. 재미있는 건 모모메탈 역시 숫자 3과 연관이 깊다. 2003년 3월 3일에 태어났으며 본명인 ‘모모코’가 3음절로 이루어져 있는 것 등. 이번 ‘METAL FORTH’의 수록 곡 중 하나인 ‘Song 3’에는 숫자 3에 대한 다양한 말장난이 들어 있는데, 이는 단순히 모모메탈을 환영하는 것처럼 들리는 것을 넘어 베비메탈이라는 그룹이 다시 완전한 3의 형태로 돌아왔음을 선언하는 메시지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전에 비해 좀 더 단단히 자리를 잡았다고 여기는 것일까. 앞서 말했듯 ‘METAL FORTH’는 다양한 해외 뮤지션과의 협업하여 확실히 베비메탈의 이전 앨범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이전에도 태국 래퍼인 F.히어로(F.HERO)가 피처링한 ‘PA PA YA!!’가 히트를 쳤고, 릴 우지 버트의 노래에 피처링을 한 적도 있었지만 이번 앨범은 좀 다르다. 총 10개의 트랙 중 피처링 등이 없는 곡이 ‘KxAxWxAxIxI’와 ‘Algorism’, ‘White Flame -白炎-’ 이렇게 단 세 곡뿐이다. 이에 대해 멤버들은 “앨범 곡에 다른 나라의 언어가 들어가 있는 것이 재밌었다. 새로운 음악의 만남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세계가 메탈로 하나가 된다는 감상을 이번 앨범에서 특히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렉트릭 콜보이와 컬래버레이션한 ‘RATATATA’의 라이브 무대는 폭발적인 시너지를 불러일으키며 관객으로 하여금 박자에 맞춰 쉴 새 없이 슬램을 하도록 만든다. RATM의 기타리스트 톰 모렐로가 참여한 ‘METALI!!(メタり)’도 마찬가지다. 베비메탈은 일본 민요나 동요 등도 주저 없이 차용하며 장르를 넘나드는데, 이 곡 역시 그간 베비메탈이 선보였던 특유의 분위기를 그대로 구현해내고 있다.

조금 더 성숙해진 ‘카와이 메탈’을 지향하다
그러나 베비메탈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노래들은 따로 있다. 베비메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가령 ‘Megitsune(メギツネ)’나 ‘Ijime, Dame, Zettai(イジメ、ダメ、ゼッタイ)’, ‘Gimme Chocolate!!(ギミチョコ!!)’ 같은 곡들이다.

베비메탈은 메탈릭한 멜로디 위에서 소녀들을 위한 가사를 부른다. 여기에서 그들의 정체성이 확고해진다. ‘Iine!(いいね!)’에서는 “여자아이는 꿈도 틀림없이 카오스라고”, ‘Megitsune(メギツネ)’에서는 “먼 옛날의 여자들이여 찰나의 꿈에 춤추자 몇 천의 시간을 넘어서/지금을 살아가자”라고, ‘Ijime, Dame, Zettai(イジメ、ダメ、ゼッタイ)’에서는 “아무것도 말하지 못하고 포기하려 했던 어제까지의 자신에게 안녕”이라고, ‘Karate’에서는 “싸우는 거야/주먹을 좀 더 마음을 좀 더 연마하는 거야/슬퍼져도 일어나지 못하게 되어도”라고, 마음 한구석에 강인함을 숨기고 있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한다. 어쩐지 무대 위 그녀들의 모습이 떠오르는 구절들이다.

물론 이런 경향성을 두고 일각에서는 ‘카와이 메탈(Kawaii metal)’이라 부르기도 하고, 비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 앨범의 인터뷰를 보면 베비메탈 본인들은 이미 이런 논란(?)에 초연해진 듯하다. “우리는 지금도 ‘카와이 메탈’의 대표로서 한걸음 앞서 나가고 싶고, 이번 앨범 ‘METAL FORTH’에서도 좀 더 진화된, 성숙한 ‘카와이 메탈’이 느껴질 거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반대로 그 부분을 의식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카와이 메탈’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모아메탈의 말이다. 이러한 특징들이 한데 모여 베비메탈이라는 전무후무한 아티스트의 형태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장르가 된 베비메탈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미래
이처럼 베비메탈은 2010년에 결성된 이후 15년간 독특한 행보를 보여왔다. 결성 첫 해부터 역대 최연소 그룹으로 ‘섬머소닉’ 페스티벌에 서는가 하면, 2013년에는 일본 내 헤비메탈 음악 페스티벌인 ‘라우드 파크’에서 공연한 최연소 아티스트가 되었다. 2014년에는 역대 최연소로 부도칸에서 공연한 아티스트라는 기록을 세웠으며, 같은 해 3월부터는 처음으로 해외 투어를 돌기 시작했다. 레이디 가가의 2014년 ‘아트레이브: 더 아트팝 볼(artRAVE: the ARTPOP Ball)’ 여름 투어에서 오프닝 공연을 담당하기까지 했다. 2016년 4월에는 일본 아티스트 최초로 영국의 웸블리 아레나에서 단독 공연을 펼치며 1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같은 해 9월에는 도쿄 돔에 모인 11만 명의 관객들 앞에서 투어를 마무리지었다. 2019년에는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에 선 최초의 일본 뮤지션이 되었으며, 2020년에는 NHK의 ‘홍백가합전(紅白歌合戦)’에 첫 출연하여 X-재팬의 요시키와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하지만 베비메탈의 행보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번 ‘METAL FORTH’는 오랜만의 신보인 만큼 빌보드 재팬 차트 CD 앨범 판매 위클리 차트에서 3위를 차지했고, 다운로드 앨범 차트에서는 1위를 기록했다. 단순히 앨범 판매량 등의 수치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베비메탈의 히트로 일본의 음악 업계에는 ‘카와이 메탈’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장르가 생겨났다. 2010년대 초중반 일본의 지하 아이돌 씬에는 베비메탈에게 영향을 받은 게 틀림없는, 일명 ‘메탈계 아이돌’도 속속들이 등장했다. 하나의 새로운 사회현상을 베비메탈이 만들어낸 것이다. 아이돌과 메탈과의 융합을 꿈꿨지만 어느새 그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고, 유일무이한 그룹으로 우뚝 선 베비메탈은 과연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서 어떤 무대를 보여줄까?

‘선데이쟈퐁’에서는 베비메탈 멤버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메탈 씬을 보면 올해 존 사이크스나 오지 오스본 같은 레전드들이 돌아가셨는데, 그다음 세대로서, 메탈을 짊어질 입장으로서 지금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있나요?” 수메탈은 이렇게 답한다. “그렇네요. 저희가 메탈을 시작했을 때, 메탈을 가르쳐준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요? 뭐랄까, 주변에서 이런저런 말을 들을 때 오히려 레전드라고 불리는 분들이 ‘아니야, 너희는 메탈이야, 자신들의 메탈을 믿고 나아가도 돼.’라고 긍정해주셨거든요. 역시 그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걸 엄청 느끼고 있어요. 그분들의 마음을 이어받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요. 최근 페스티벌에서 우리 입지가 점점 올라가고 있다는 게 엄청 느껴져요. (…) 우리도 이제 15년을 해왔는데, ‘제대로 해왔던 것들이 결실을 맺고 있구나.’ 더 열심히 해야겠다면서 몸이 긴장하고 있어요.”

다가오는 9월, 우리는 그 결실을 부산에서 제대로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베비메탈이 헤드라이너로서 보여줄 무대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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