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쳇말로 ‘괴물 신인’이라 칭할 수 있을까. 2023년 하반기에 ‘만찬가(晩餐歌)’를 발표하며 일본 음악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싱어송라이터 츠키(tuki.)는 지난 2024년 1월 역사상 최연소 솔로 아티스트로서 빌보드 재팬 핫 100 1위에 올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24 일본 레코드 대상’에서 특별상을, ‘뮤직 어워즈 재팬 2025’에서는 최우수 싱어송라이터 악곡상에 노미네이트되고 최우수 신인 아티스트 상을 수상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었다. 데뷔 곡 ‘만찬가’는 역사상 최연소 솔로 아티스트로 누적 스트리밍 조회 수 1억 회를 돌파했으며, 지난 2025년 5월 말에는 누적 조회 수 5억 회를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츠키는 무려 첫 생방송 라이브로 2024년 ‘홍백가합전(紅白歌合戦)’에 출전하고 내년 2월에는 아티스트들에게 있어 ‘'꿈의 공연장’'으로 일컫어지는 부도칸에서 첫 콘서트를 열기로 예정되어 있는 등 말 그대로 괴물 같은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일상을 지키기 위해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렇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츠키는 다소 특이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첫째로,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콘셉트를 고수한다. 본인이 업로드하는 영상이나 인스타 라이브 등에서는 목 아래만 공개하는 구도로 앉아 팬들과 소통하고, 싱어송라이터 유우리와의 듀엣 영상이나 앞서 언급했던 ‘홍백가합전’ 무대에서는 과감하게 카메라를 등지고 앉아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똑같이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아도(Ado)처럼 조명 등으로 얼굴을 가리기도 한다. 4월 27일에 이원 생중계 방송으로 진행되었던 MBS테레비의 ‘일요일의 초이학(日曜日の初耳学)’에서 츠키는 얼굴을 가리고 활동하는 이유에 대해 “평범한 일상을 지키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평범한 일상이 사라지면 곡을 만들기가 힘들어요. 역시 평소의 행복 속에 있어야 곡을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듣는 이가 공감할 수 있는 곡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 말처럼 올해로 16세를 맞은 츠키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이것이 그의 두 번째 특이점이다. ‘현역 여고생 싱어송라이터’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츠키는 미디어에 출연할 때마다 교복 콘셉트의 의상을 입고 출연하는 경우가 잦으며, 싱글 커버의 일러스트 역시 항상 교복을 입은 소녀를 등장시키고 있다. 가사 또한 지금의 10대가 느낄 만한 감정을 담아낸다. 졸업식을 테마로 한 ‘벚꽃 너 나(サクラキミワタシ)’에서 “두 번째 단추를 떼어내면서 말해 / ‘마지막이니까 괜찮아’라고 / 졸업하는 날의 교실은 어쩐지 / 쓸쓸한 얼굴을 하고 있어 (…) 칠판과 노트, 펜이 달려가는 소리 / 운동장을 바라보았어 / 방정식으로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 답을 찾고 있었던 거야 / 재촉하듯이 종소리가 울려”라고 노래하던 츠키는 이 노래에 대해 “이 곡에는 지금의 제 마음을 있는 그대로 담았습니다. 저도 3월에 졸업을 하는데, 그 진솔한 기분을 가감없이 담아 가사를 썼습니다. 제 자신의 경험담도 많이 담겨 있고,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친구에게는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해서 졸업한 후에 내자고 생각했습니다. (…) 그렇네요. 졸업 시즌이기 때문에 같은 세대의 중학생뿐만 아니라 고교생이나 다양한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몇백 번의 밤이 지나도 얻지 못할 것 같은 ‘사랑해’를 늘어놓을 테니까
츠키가 부르는 노래의 주된 테마는 사랑이다. 오히려 10대이기 때문에, 뒤를 전혀 생각지 않고 열정적으로 사랑에 몸을 내던지는 나이대다. 그래서 “사랑, 그것만으로 그 무엇도 뛰어넘어 갈 수 있다며 리본을 묶고 달려나가는 듯한 어린아이 같아서 귀여워”라며 발랄한 멜로디로 풋풋한 사랑에의 순정을 노래하고 있는 ‘순수한 사랑의 금괴(純恋愛のインゴット)’, “염라대왕님 요즘 어때? 미쳐버릴 것 같은 마음을 심판해 줘 / 삶아지면서, 바늘을 삼켜지면서도 사랑은 영원해 / 당신도 나도 다시 태어나서 깨끗한 두 사람으로 같이 웃자”라는 가사로 미칠 만큼 타오르는 감정을 지옥에 비유하는 동시에 퀴어 코드도 함께 내포한 ‘지옥의 연애편지(地獄恋文)’, “여보세요, 지금 뭐 하고 있어? / 머리 말리는 중이야 / 딱히 용건은 없는데,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 너는 뭐 하고 있던 중이야? / 침대에서 뒹굴뒹굴 하고 있어 / 나도 이야기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이야”라며 일상적인 내용을 담은 ‘아이모라이모(アイモライモ, 愛も lieも)’ 등의 노랫말이 훨씬 더 생생하게 와닿는다. 거기다 때론 호소하듯, 때론 절규하듯 뒤를 생각하지 않고 내지르는가 하면 울음을 참는 헐떡거림처럼 느껴지는 츠키 특유의 발성법과 감성 짙은 목소리가 노래에 절박함과 절절함을 더한다. 실제로 츠키는 앞서 언급한 ‘일요일의 초이학’에서 중학생 때 엄청 짝사랑했던 이를 생각하며 대다수의 곡을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바로 이런 지점이 츠키의 노래에 현실감을 부여해줘, 듣는 이로 하여금 이 노래에 더 깊게 빠져들 수 있게 만든다.

틱톡에서 시작된 tuki.의 세계
이런 츠키가 직접 쓴 가사에는 SNS의 이름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만찬가’의 답가라고 스스로 밝힌 ‘사랑의 유통기한(愛の賞味期限)’에서는 “틱톡만 보고 있지 마 / 한 방 두 방 주먹을 날리고 싶으니까 / 안심하지 마 / 곁에 있다고 / 인스타그램 스토리도 지금은 됐어 / 보는 건 나중에 혼자 해도 돼”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런가 하면 ‘벚꽃 너 나’에서도 “둘만의 스토리를 올리자(업로드하자)”라는 가사가 나오기도 한다. 바로 여기서 츠키의 세 번째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틱톡이다. 츠키의 시작은 틱톡에서부터였다. 2022년, 중학생이던 츠키는 ‘RUI’라는 이름으로 틱톡에서 처음 영상을 올리기 시작하여 주목을 받았다. 이후 ‘tuki.’로 닉네임을 변경한 츠키는 꾸준히 틱톡에서 활동해 왔다. 데뷔 곡이자 자작 곡인 ‘만찬가’ 역시 틱톡에 가장 먼저 업로드했다. 후렴구를 먼저 올린 다음 곡을 제작하는 영상을 다시 업로드했고, 이후 큰 반향을 얻게 되자 2개월 후인 9월에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다음에 뮤직비디오를 올렸던 것이다. 왜 틱톡에서 활동을 시작했던 걸까? ‘빌보드 재팬’에서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츠키는 이렇게 답한다.
―리스너로서 보통 어떤 음악을 듣고 있나요?
츠키: 저는 아티스트 한 명의 음악을 듣기보다는, 틱톡에서 흘러나와 ‘좋네!’라고 생각하게 된 음악을 듣는 경우가 많습니다.
―퍼포먼스 영상도 틱톡에 업로드하고 있는데요.
츠키: 틱톡은 언제나 보고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취미의 영역이긴 했지만 저도 ‘한 번 영상을 올려볼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까지 많이 들어주실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숏폼에 익숙한 요즘 세대다운 대답이다. 츠키는 지금도 틱톡과 인스타 라이브, 그리고 X(구 트위터)에서 팬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지난 3월 31일, 츠키는 공지 사항을 발표했다. 공식 활동명인 ‘tuki.(15)’로서의 활동을 종료하고 4월 1일부터는 ‘tuki.(16)’으로 이름을 변경할 거라고 선언한 것이었다. 일본에서의 새 학기가 4월에 시작된다는 지점을 생각하면 재밌는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15세에서 16세로, 청소년에서 어른으로
이 정도로 그만큼 현역 학생 가수라는 콘셉트를 충실히 지켜나가고 있는 츠키지만, 2025년 들어 16세가 되고 고등학생이 된 츠키는 다소 변화를 꾀하고 있는 듯하다. 1월 8일, 지난 15세 때까지 만든 곡을 모아 ‘15’라는 이름의 첫 앨범을 발매한 츠키는 자신의 활동에 어떠한 방점을 찍은 것처럼 보인다.
지난 4월 14일에 발매했던 ‘기만하는 사랑(騙シ愛)’은 아베 히로시와 나가노 메이, 미치에다 슌스케 등 쟁쟁한 연기자들이 출연하는 TBS 일요극장 드라마 ‘캐스터’의 주제가이다. 츠키의 첫 드라마 주제곡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츠키는 이전에 지향하던 어쿠스틱한 사운드보다는 비트와 드럼이 뚜렷한, 요네즈 켄시의 ‘감전(感電)’이 떠오를 만큼 보다 록(Rock)적인 느낌이 강한 사운드를 들고 나왔다.
츠키는 드라마 ‘캐스터’에 ‘기만하는 사랑’을 비롯해 5월 26일에 선공개된 신곡 ‘삶의 목소리(声命)’와 6월 9일 발매한 ‘타인들(ストレンジャーズ)’까지 총 세 개의 삽입곡을 담당하게 됐다. 한 명의 아티스트가 한 드라마에 이처럼 많은 곡을 제공하는 경우는 처음이기 때문에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츠키는 ‘기만하는 사랑’에서는 “속고 속이는 이 세계에서 / 믿을 수 있는 것을 비추는 / 눈동자를 원해 / 아직 미래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어 / 마음, 배신하지 말아줘”라고, ‘삶의 목소리’에서는 “터져 나가는 이 생명은 / 무엇을 남기기 위해 발버둥 치는 걸까 / 그림자를 밟아나가며 뒤쫓아갔어 / 당신의 뒷모습이 남아 있는 탓에 / 작아진 나를 버리지 못해”라고 노래한다. 이전보다 조금 더 성숙해진 모습이 돋보이는 구절이다. 한 곡 안에 밝은 부분(明)과 어두운 부분(暗)이 확연하게 존재해 대비를 이루었던 과거 노래 스타일과는 달리, 전체적으로 조금 더 어두워지고 무거워졌다. 바꿔 말하면 노래하는 화자의 감정에만 매몰되어 있던 부분이 좀 더 정돈되어 보다 보편적인 감정을 다루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이한 지점을 여럿 가지고 있는 아티스트, 츠키. 그는 앞으로 어떤 노래를 부르고 싶어 할까. 2024년 3월,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전문 웹진 ‘리얼사운드’에서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가수 활동을 이후로도 계속해 나간다면, 몇 년 후에는 이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수상이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자 츠키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역시 평범하고 고요하게 살고 싶어요. 이상적인 가수상 같은 건 딱히 없습니다.(중략) 애초부터 누군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네요.” 이후에도 평화롭고 조용하게 사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한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브 공연은 한 번이라도 해보고 싶어요. 언젠가 더 많은 노래를 발표했으면 좋겠어요.”라는 자그마한 포부를 드러내 보였다. 더 많은 양의 곡과 라이브 공연이라는 목표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츠키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러나 단 한 가지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평범하고 조용히 살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지만, 그의 재능이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란 사실 말이다. 앞으로도 ‘고독한 고래처럼’ ‘지도가 없는 길’을 걸어갈 츠키의 앞날을 응원한다.
- 이세계아이돌이 고척돔을 점령하다2025.06.13
- 다즈비, 경계를 넘어서다2025.03.19
- 나니와단시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2025.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