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5년에 가장 돋보였던 일본 여성 싱어송라이터라고 하면 단연 이쿠타 리라가 아닐까? 지난 한 해 동안 리라는 요아소비로서도, 솔로로서도 매우 활발한 활동을 보였다. 요아소비의 이쿠라(ikura)로서 세 개의 싱글을 발표했으면서도 솔로 싱어송라이터로서 애니메이션 ‘약사의 혼잣말 2기’와 ‘스파이 패밀리 3기’의 주제가를 담당했다. 지난 12월에는 솔로 정규 앨범 ‘Laugh’를 3년 만에 발매했고 연말을 장식하는 결산 가요 프로그램인 ‘홍백가합전’에도 처음으로 솔로로 출연했다. 12월 19일에 발매했던 지코와의 컬래버레이션 싱글 ‘DUET’은 1월 7일에 공개한 일본의 인기 유튜브 채널 ‘더 퍼스트 테이크(THE FIRST TAKE)’ 영상이 일치감치 조회 수 200만 회를 돌파하며 현재까지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2019년 ‘밤을 달리다(夜に駆ける)’를 부르며 화려하게 데뷔한 요아소비의 이쿠라만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이쿠타 리라’가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실 그는 꾸준히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오던 싱어송라이터다. 이쿠라는 익숙하지만 이쿠타 리라는 아직 어색한 이들에게, 앞으로 소개할 다섯 곡은 그런 그의 풍부한 보컬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ZICO, Lilas(YOASOBI's ikura) - ‘DUET’
앞서 언급했듯 현재 가장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노래는 역시 지코와 함께한 ‘DUET’이 아닐까. 2021년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Japanese Ver.]’에 피처링을 했던 이래로, 이쿠타 리라는 작년 JTBC 드라마 ‘경도를 기다리며’ OST에 ‘Cafe Latte (English Version)’라는 곡으로 참여하는 등 한국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활동해왔다. 그러나 직접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며 라이브까지 한 곡은 ‘DUET’이 최초다. 리라는 지코와 함께 출연한 유튜브 ‘동네친구 강나미’를 통해 뮤직비디오와 라이브 무대에서 본격적인 댄스를 선보인 곡은 ‘DUET’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MMA2025’에서 리라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노련한 퍼포먼스를 보여줘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이상적인 상대와 듀엣을 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지코의 상상에서 비롯된 ‘DUET’에서, 전혀 다른 방향성을 지닌 두 아티스트는 조화를 이루며 어우러진다. 두 사람을 가리키는 동시에 ‘Let’s Do It(DUET)’이라고도 들리는 말장난을 유도한, ‘지코’스러움이 가득 담겨 있는 ‘DUET’. 한일 양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 곡에서 리라만의 발랄하고 통통 튀는 음색을 감상해보자.

milet×Aimer×이쿠타 리라 - '모습(おもかげ)'(produced by Vaundy)
2021년 12월, ‘더 퍼스트 테이크 뮤직’은 두 번째 아티스트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해에 가장 각광받던 여성 뮤지션 미레이(milet)와 에메(Aimer) 그리고 이쿠타 리라의 협업을 성사시킨 것이다. 심지어 ‘모습’은 당시 대학생 싱어송라이터로 인기를 얻고 있던 바운디(Vaundy)가 작사, 작곡했으며 프로듀싱까지 담당한 곡이었다. 대형 아티스트들이 대거 출전한 만큼 해당 영상은 유튜브에 공개되자마자 일주일 동안 800만 회 이상 재생되었다(2026년 1월 기준 7,200만 회). 이러한 파급력에 힘입어 세 사람은 ‘홍백가합전’ 무대에 함께 ‘모습’을 선보일 기회를 얻게 되었다. 방송 이후에도 이 노래의 인기는 식지 않아서, 2023년 5월에는 스트리밍 조회 수 1억 회를 달성하기까지 했다. 전혀 다른 음색을 지닌 셋의 목소리가 뜻밖에도 훌륭하게 공명하며 새로운 빛을 발하기 때문이 아닐까.
이 영상에서는 다른 아티스트들과 호흡을 맞춰 신나게 노래하는 이쿠타 리라를 볼 수 있다. 특유의 맑고 청량한 보이스는 물론, 미레이와 에메의 목소리에 화음을 쌓는 모습도 돋보인다. 바운디의 곡에서 색다른 분위기를 뽐내는 리라를 만나보자.

이쿠타 리라 - ‘DREAMER’
2025년 3월 공개한 ‘DREAMER’는 그해 12월 발매한 솔로 2집 ‘Laugh’에도 수록됐다. 이쿠타 리라가 작사, 작곡한 이 노래의 이력은 다소 특이하다. 후지TV의 드라마 ‘파티피플 공명’에서 에이코(EIKO)를 연기했던 배우이자 가수인 카미시라이시 모카에게 이쿠타 리라가 제공했던 곡인데, 이후 자신이 셀프 커버하여 싱글 발매 후 앨범에 실은 것. 에이코의 서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만큼 카미시라이시 모카가 부른 ‘DREAMER’에는 꿈을 향한 절박함과 절실함 그리고 슬픔이 있다. 그에 반해 이쿠타 리라가 부른 버전은 잔잔하면서도 꿈을 향한 굳건한 결심과 희망이 느껴진다.
‘DREAMER’ 외에도 발랄하고 통통 튀는 보컬로만 기억되던 리라의 감성적인 보컬을 느끼고 싶다면, 작곡가 마츠모토 타카시의 트리뷰트 앨범에서 불렀던 마츠다 세이코의 ‘SWEET MEMORIES’ 커버를 들어보자. 멜로디 위를 정신없이 질주하면서도 힘있게 내지르는 목소리가 궁금하다면 아노(ano)와 호흡을 맞춘 ‘절절절절대성역(絶絶絶絶対聖域)’을 들어보면 좋다. 리라가 부르는 몽환적인 곡이 궁금하다면,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이번 시즌 테마 곡 ‘Here, Tomorrow’를 추천한다.

이쿠타 리라 - ‘연풍(恋風)’
지난 4월에 발매한 이 노래 ‘연풍(恋風)’으로 이쿠타 리라는 ‘제67회 일본레코드대상’에서 우수앨범상을 받았고, ‘홍백가합전’에 처음 솔로로 출연하여 이 노래를 불렀다. ‘연풍’은 연애 예능 ‘오늘, 좋아하게 되었습니다’의 주제곡이다. 그런 만큼 리라는 “네가 불어온 바람을 타고 확실한 한 걸음을 내디딜 거야”처럼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자각하고 고백에까지 이르는 과정을 바람에 비유해 투명한 목소리로 노래한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이쿠타 리라는 타이업 작업에서 작품의 메시지를 가사와 멜로디 속에 자연스럽게 녹이고 있다. ‘약사의 혼잣말 2기’ 파트 1 오프닝 곡 ‘백화요란’에서 리라는 작품을 보고 나서 떠올랐던 음절을 도입부에 넣거나 예측 불가능한 전개를 표현하기 위해 중간에 조(調)를 바꾸는 사운드적 접근을 했다고 밝혔다.
이는 요아소비의 이쿠라와는 다르다. 본인 역시 싱어송라이터와 보컬리스트를 명확하게 구분하여 활동하고 있다. 최근 ‘빌보드재팬’과의 인터뷰에서 리라는 요아소비의 이쿠라도, 이쿠타 리라도 사용해 가며 음악적 도전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다진 리라가 2026년 한 해 동안 보여줄 도전이 기대된다.

이쿠타 리라 - ‘빛(ヒカリ)’
마지막은 이쿠타 리라가 자신의 이름으로 처음으로 발표한 곡 ‘빛(ヒカリ)’이다. 이 노래를 공개하며 리라는 함께 꿈을 꾸고 서로를 응원했던 친구, 배우인 오노 리나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만나지 못하는 동안에도 그의 존재가 저의 길을 비추는 ‘빛’이 되어줬던 (…) 마음을 담았습니다.” 이쿠타 리라는 17세에 뮤지션으로 데뷔하겠다는 꿈을 품고 중학생 때부터 버스킹을 하고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는 어쿠스틱 세션 유닛인 ‘플러소니카’에 들어가 4년간 활동했다. 꿈을 향해 쉼 없이 달렸던 이때의 경험은 ‘빛’에도 그리고 앞서 소개했던 ‘DREAMER’에도 담겨 있다. 이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이쿠타 리라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제는 어엿한 뮤지션이 된 이쿠타 리라. 그러나 리라의 꿈은 끝나지 않았다. “멈출 수 없어/지금은 아직/I’m a DREAMER”라고 끝나는 ‘DREAMER’의 가사처럼, “열매를 맺은 꿈의 연속을 다시 너와 이뤄갈 거야”라는 ‘빛’의 가사처럼, 이쿠타 리라는 더 성숙한 싱어송라이터로서 눈부시게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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