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하이픈과 컬래버레이션한 하이브의 오리지널 스토리 ‘DARK MOON: 달의 제단’(이하 ‘다크문’) 애니메이션은 1월 9일 일본에서의 첫 방송을 시작으로, 북미와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 80개 이상 지역에서 스트리밍되고 있다. 이는 K-팝의 오리지널 스토리가 웹툰, 웹소설을 넘어 TV 애니메이션으로 확장된 첫 사례다. 더불어 K-팝이 한국 웹툰, 일본 애니메이션과 합작하면서 아시아의 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결합을 전 세계에 선보이는 글로벌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다크문’ 시리즈의 론칭 4주년을 기념해 애니메이션 ‘다크문’의 프로듀서인 애니플렉스의 쿠로사키 시즈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에게 K-팝의 오리지널 스토리가 웹툰을 거쳐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기까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새롭게 바꾸었는지, 제작 과정의 여러 선택들에 대해 물었다.

위버스 매거진 독자분들을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쿠로사키 프로듀서: 안녕하세요, 저는 애니메이션 ‘다크문’ 프로듀서인 애니플렉스의 쿠로사키 시즈카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주로 기획 단계에서 하이브(HYBE) 측에 애니메이션화 제안을 하는 일, 비즈니스 검토, 트로이카(TROYCA)를 비롯한 애니메이션 제작 스태프와의 관계 구축, 전체 사업 구조 설계 등을 담당했습니다. 또한 현재 중국 법인인 애니플렉스 상하이의 대표를 맡아 애니메이션 ‘다크문’의 중국 대륙 내 프로모션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크문’은 K-팝 아티스트 엔하이픈의 오리지널 스토리에서 출발해 웹툰과 웹소설을 거쳐 애니메이션으로 확장된 콘텐츠입니다. K-팝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IP로 확장한 첫 사례 중 하나인 만큼,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쿠로사키 프로듀서: 애니메이션이 글로벌 팝 컬처로서 빠르게 확장되고 있는 만큼, 일본의 애니플렉스 본사에서 재직하던 시절부터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중국, 미국 등 다양한 지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원작과 일본 애니메이션이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 위해 다양한 원작을 살펴봤는데요. 그 과정에서 한국, 중국, 북미 등에서 매우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던 웹툰 ‘다크문: 달의 제단’을 만나게 됐고, 작품에 대해 조사하며 이 작품이 K-팝 아티스트 엔하이픈과 컬래버레이션한 오리지널 스토리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웹툰을 읽고 엔하이픈의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접하면서 두 요소가 뱀파이어라는 상징적인 테마를 통해 하나로 융합되어 있다는 점에 강한 매력을 느꼈고, 꼭 애니메이션화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크문’은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 등장하는 다크 판타지 장르이지만, 동시에 어느 사회에도 온전히 속할 수 없는 존재들의 정체성 혼란과 성장, 우정과 사랑 등 현실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쿠로사키 프로듀서: 원작 웹툰을 읽으며 ‘다크문’은 로맨틱한 뱀파이어 스토리인 동시에 ‘선택받은 존재는 고독을 동반한다.’, ‘이질적인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선택을 통한 자기 정의가 필요하다.’는 테마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다크문’의 인간 사회에서는 이단으로 그려지는 뱀파이어가 존재하는데요. 그 속에서 스스로 어떻게 살아가고, 무엇을 지킬 것인지 모색하는 모습이 학원을 무대로 그려지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학교라는 공간은 일종의 경계, 즉 중간 지대입니다. 아이도 어른도 아닌, 인간과 이질적인 존재가 교차하는 그 ‘사이’에서 펼쳐지는 드라마인 만큼, 완성되지 않은 소년, 소녀가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닫힌 운명이나 자신의 힘에 대한 두려움에 갈등하면서도 그 벽을 넘으려는 캐릭터들의 모습은, 현대의 젊은 세대가 느끼는 ‘심리적 장벽’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본래는 세상과 연결되는 방법이 무수히 많지만, 내면의 불안 때문에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하는 현대적 갈등이 표현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화되면서 가장 주목받은 부분 중 하나가 성우 라인업이기도 합니다.
쿠로사키 프로듀서: 애니메이션화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캐릭터를 연기할 성우를 선정하는 거예요. 이번에는 오디션으로 성우분들을 결정했는데, 선정 기준의 첫번째는 ‘다크문’ 캐릭터가 지닌 개성과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는지였습니다. 그리고 일부 캐릭터는 모티브가 된 아티스트의 분위기나 작품에서 구현되는 세계와 잘 어우러지는지를 보기도 했어요. ‘다크문’의 캐릭터들이 그 자체로서 독립적으로 성립하면서도 엔하이픈을 아는 분들께는 어딘가 공명하는 느낌을 전할 수 있도록 미세한 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했거든요. 최종적으로 선정된 성우분들은 각자 캐릭터의 감정과 깊이 마주하며, 기대 이상의 풍부한 해석으로 생명을 불어넣어주셨습니다. 어떻게 느끼실지는 시청자 여러분들께 맡기고 싶지만, 저희는 작품 세계를 힘 있게 지탱해줄 훌륭한 팀을 만났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다크문’의 경우 웹툰 및 웹소설의 기존 팬층은 물론 엔하이픈 팬덤, 신규 애니메이션 시청자까지 폭넓은 타깃층을 고려해야 했을 듯한데요. 이들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한 고민과 조정이 있었다면 어떤 부분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쿠로사키 프로듀서: ‘다크문’의 가장 큰 강점은, 모티브가 되는 아티스트가 실재하고, 그들과 이야기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엔하이픈의 곡과 뮤직비디오에 담긴 테마가 ‘다크문’의 이야기와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만큼, 음악-비주얼-이야기 세 방향에서 하나의 세계를 입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다층 설계가 이 프로젝트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원작 웹툰과 마찬가지로 오프닝에 기존 곡 ‘One In A Billion’을 사용할 예정이었는데, 하이브의 제안으로 이 애니메이션을 위해 일본어 버전을 새로 녹음했습니다. 일본어로 새롭게 엮인 가사는 캐릭터들의 감정에 더 깊게 밀착하는 내용이 되어, 이야기의 몰입도를 한층 높여줬고요. 엔딩 테마로는 ‘Fatal Trouble’과 ‘CRIMINAL LOVE’ 두 곡을 채택했습니다. 특히 ‘Fatal Trouble’에는 감독의 아이디어로 엔하이픈 뮤직비디오의 상징적 모티프가 곳곳에 녹아 있어 팬분들이 보물찾기처럼 즐길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한편 ‘CRIMINAL LOVE’에는 원작 SNS에서 전개되는 귀여운 미니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다만 이러한 연관성에만 집착하지 않고, 캐릭터의 감정 묘사나 드라마 구성에서는 원작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으로서의 보편적 재미’를 양립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에피소드를 구성하며 의도적으로 원작과 순서를 바꾸거나 ‘다크문: 회색 도시’의 요소 등 ‘다크문’의 색을 더 짙게 만드는 부분도 담았는데요. 작품을 보시면 더욱 견고한 ‘다크문’ 유니버스를 느낄 수 있는 구성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다크문’ 애니메이션화에 대한 소감을 말씀 부탁드립니다.
쿠로사키 프로듀서: 웹툰과 K-팝은 한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문화이고, ‘아니메’는 일본이 세계에 자랑하는 문화입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두 나라의 문화를 결합함으로써 지금까지 없던 혁신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실제 협업 과정에서도 하이브, 애니플렉스 그리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트로이카까지 문화와 전문 영역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 작품을 향해 치열하게 논의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각자의 강점을 존중하면서 ‘다크문’의 세계를 어떻게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할지 다각도의 시각으로 만들어 가는 경험은 매우 소중했고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K-팝,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최전선을 달리는 이유를 강하게 체감했습니다. 한국의 콘텐츠 제작은 기획 단계부터 명확한 글로벌 전략을 포함하고, 세계시장을 향해 발신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요. 반면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은 여전히 국내 히트를 출발점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 이번 협업을 통해 애니플렉스 역시 애니메이션 제작 자체를 국제적인 환경으로 확장해 나갈 필요성을 다시금 인식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크문’은 아시아의 여러 엔터테인먼트 분야가 연대해 만든 작품을 세계로 전달하는 새로운 형태의 프로젝트이며, 저희에게도 매우 의미 있는 도전이었습니다. ‘다크문’의 원작을 사랑해주시는 분들은 물론, 아직 엔하이픈을 잘 모르는 분이나 다크 판타지를 처음 접하는 분들도 즐길 수 있도록 정성껏 만들었습니다. 음악·원작·애니메이션이 하나가 되어 그들의 세계가 새롭게 표현되는 순간을, 꼭 함께 즐겨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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