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QWER의 세리머니는 계속된다
미니 4집 ‘CEREMONY’ 리뷰
Credit
백설희(칼럼니스트)
사진 출처QWER X

지난 4월 27일, 드디어 QWER이 미니 4집 ‘CEREMONY’로 돌아왔다. 2025년 6월에 미니 3집 ‘난 네 편이야, 온 세상이 불협일지라도’를 발표한 뒤에 10월 스페셜 싱글 ‘흰수염고래’를 냈으니 약 반년 만의 컴백이다. (다만 멤버들은 스페셜 싱글인 ‘흰수염고래’는 논외로 치고 미니 3집 이후의 기간을 계산해 약 10개월 만의 컴백이라 칭하고 있다.) 이번 4집은 발매 일주일 동안 초동 11만 7,303장이라는 판매고를 올리며 지난 미니 3집의 초동(약 8만 장)을 갱신하고 자체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타이틀 곡인 ‘CEREMONY’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한국 인기 급상승 동영상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런가 하면 5월 2일에는 데뷔 이래 최초로 공중파 음악 방송인 ‘쇼! 음악중심’에 출연하기까지 했다. 이런 QWER의 행보는 지난 기사에서 칭했던 ‘성장형 밴드’라는 이름에 걸맞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번 4집 ‘CEREMONY’를 보면 QWER은 ‘성장형 밴드’라는 이름 안에 안주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기존의 밴드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온 그들은 자신들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QWER다움’을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QWER의 본질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여정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컴백을 준비하는 동안 촬영한 유튜브 영상 ‘최애의 아이들’ 시즌3에서 프로듀서 김계란은 ‘나는 진짜 뭘 원하는가?’, ‘나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말과 함께 ‘자아 찾기’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이 키워드와 거기서 발현된 콘셉트는 ‘최애의 아이들’ 시즌3 종영, 프리즘필터와의 공동 제작 종료와 맞물리며 이윽고 졸업 ‘CEREMONY’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건 날 위한 ‘CEREMONY’
어느덧 데뷔 3년 차를 맞은 밴드 QWER은 자신들의 한 챕터를 마무리한다는 의미에서 이번 ‘CEREMONY’ 앨범에 졸업식 콘셉트를 녹여냈다. 졸업식처럼 구성해 촬영한 포토 북을 첨부했고, 멤버들은 학사모를 쓰고 포토 카드를 찍었으며, 앨범 자체도 사진 액자처럼 전시할 수 있게 만드는 등 세세한 디테일이 돋보였다. 하지만 “성장한 우리들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이제 완전해진 우리를 보여줄 차례”라는 그들의 말처럼 자아 찾기는 단순한 졸업식, 즉 ‘CEREMONY’에 그치지 않는다. 그렇기에 ‘CEREMONY’는 졸업식이자 입학식이다. 이 앨범은 마침표를 찍은 후 다음 순간으로 지나가는 과정인 것이다. 이에 걸맞게 이번 미니 4집에서 QWER은 보다 성숙해진 사운드로 승부한다. 그 사운드의 이면에는 오프라인 공연에서 수없이 단련해와 발전한 멤버들의 연주 실력이 자리 잡고 있다.

데뷔 초, 아직 초심자였던 히나와 마젠타는 리더이자 전공자인 쵸단의 드럼이 이끄는 리듬을 따라가기에 급급했다. 시연 역시 ‘ALGORITHM’S BLOSSOM’부터 보컬과 기타를 한꺼번에 소화하게 되면서 부담감을 느꼈고, 쇼케이스 현장에서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피나는 연습을 거친 멤버들은 실력이 일취월장해 이제는 드럼이 깔아놓은 리듬 위에 사운드 레이어를 한 켜 한 켜 촘촘하게 그리고 풍부하게 쌓을 수 있게 되었다. 타이틀 곡 ‘CEREMONY’와 ‘BAD HABIT’에서 특히 이런 지점이 잘 드러난다.

재미있게도 이번 미니 4집은 지금까지 QWER이 잘해오던 것을 좀 더 발전시킨 결과물처럼 느껴진다. 언뜻 듣기에 ‘CEREMONY’ 또한 대중이 QWER에게 익히 기대하는, 재기 발랄하고 톡톡 튀는 무드를 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사운드 자체는 멤버들이 작사, 작곡에 적극 참여하며 좀 더 하드해졌다는 평가를 받는 미니 3집 ‘난 네 편이야, 온 세상이 불협일지라도’를 계승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고민중독’이나 ‘내 이름 맑음’과의 차이점이 발생한다. 특히 타이틀 곡인 ‘CEREMONY’는 여러모로 ‘고민중독’의 성숙한 버전처럼 들린다. 사운드뿐만 아니라 가사가 다루는 세계관 역시 그러하다. ‘고민중독’이 “작은 인사 한마디”를 건네는 너와 “쏟아지는 맘을 멈출 수 없”는 나만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다루고 있다면, ‘CEREMONY’는 “봐 난 날 수 있었다구 / 날 위해 부르는 최고의 선물 / Ceremony for me”에서 나를 바라보는 다수의 청자가 존재하고 있음을 상정한다. 훨씬 더 확장된 세계인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에 대해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멤버 시연은 지난 4월 19일에 진행한 위버스 라이브에서 “기존에 해오던 곡들이랑은 좀 다른 느낌이고 뉘앙스 자체도 좀 더 다르며.”라며 “무언가 돌파를 해야 하는 벽이 생겨 이 곡의 그 뉘앙스를 살리기가 어려웠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Be myself”의 흐름은 그다음 곡인 ‘BAD HABIT’에서도 두드러진다. 도입부부터 강렬하게 귀를 때려 박는 드럼 비트와 그 위를 거침없이 달리는 기타 리프를 듣다 보면 이제 QWER이라는 밴드의 실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섰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노래는 마지막 곡인 ‘PIONEER’다. 이번 앨범을 듣다 보면 ‘CEREMONY’와 ‘BAD HABIT’으로 시작해 기존의 QWER다움이 한껏 드러나는 ‘바니바니’를 거쳐 자연스럽게 ‘Our Voyage’에서 흐름이 마무리되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QWER은 거기서 끝을 내지 않고 본인들을 개척자라 선언하는 듯한 ‘PIONEER’를 마지막 트랙에 넣음으로써 새롭게 변모할 자신들의 모습을 예고한다.

Cause We’re a Pioneer
미니 4집의 그 어떤 곡보다 ‘PIONEER’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PIONEER’가 미니 3집에서 가장 파격을 꾀했던 곡 ‘OVERDRIVE’를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터프하고, 거칠며, 빠르다. 음역대 또한 다양하게 넘나든다. 그에 맞춰 시연 역시 테크니컬한 보컬을 구사한다. 드러머이자 서브보컬인 쵸단의 파트가 많이 늘어난 것도 짚어볼 만하다. 즉 ‘PIONEER’는 QWER이 추구하는 ‘확장’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는 곡인 것이다. 특히 “If I do fall again / I never hide again / 미지의 부름에 맞설게 / 내 손으로 쓰게 될 이 결말 / Cause I'm a Pioneer / 식어버린 네 심장에 / 숨을 불어넣을 거야” 같은 부분을 들으면 이제 QWER은 자신들이 무엇을 이루었는지, 그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는 듯 보인다. 지난 3월, 데뷔 3주년을 맞아 진행한 인터뷰에서 리더 쵸단은 “우리가 밴드로 시작했지만 미숙한 점도 많고 전문적인 느낌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이 생기고 책임감도 느낀다. ‘앞으로도 우리를 보여주겠다!’ 이런 느낌이다.”라고 대답한 바 있다. QWER은 그런 지향점을 바로 ‘PIONEER’에서 드러내고 있다.

우리 함께라면 이 이야기는 끝나지 않아
2025년 하반기, QWER은 10월에 스페셜 싱글을 발매한 뒤 바로 첫 월드 투어 ‘ROCKATION’을 돌기 시작했다. 미국 본토 8개 도시를 종횡무진 누빈 뒤 홍콩과 말레이시아, 대만, 일본, 싱가포르를 거쳐 컴백 직전인 3월에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숨 가쁜 일정 속에서 QWER은 여러모로 단단해져 돌아왔다. 그 시간 동안 QWER의 멤버들 또한 본인들이 어떤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명확히 인식한 듯하다. 시연은 이번 앨범에 대해 “여러 장르, 여러 분위기를 해봐야 성장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있었기에 저희는 나름대로 한계점을 돌파하고 노력을 해 완성도 있게 컴백할 거다.”라고 말했으며 히나 역시 “앞으로는 성장형이 아닌 ‘완성형’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QWER은 조금 늦게 하지만 차근차근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라 조금 불안할 순 있겠으나, 나는 “무모한” 그들을 “향해서 손 키스”를 보내 보련다. 개척자가 향하는 곳에 정답이란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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