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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신인 정일영 교수의 연예인 도전기
이 주의 유튜브, 음악, 도서
Credit
김리은, 김효진(대중음악 칼럼니스트), 김복숭(작가)
디자인MHTL
사진 출처악성 내성인 정일영

‘악성 내성인 정일영’
김리은: 정일영 교수는 지금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60대 중 한 명일 것이다. 2년 전 프랑스어를 가르치기 위해 출연한 ‘침착맨’에서 불이익을 당하면 “빠트롱(프랑스어로 ‘사장’을 의미) 나와보라 그래.”라고 호통치라는 그의 현실적인 대처법은 유명한 밈이 됐다. “최선을 다했지만 잘되지 않으면 남 탓을 하라.”는 식의 극단적이지만 속 시원한 어록과 평소 화가 많으면서도 식당에서 반찬이 떨어져도 더 달라는 말조차 하지 못하는 ‘극내성인’*으로서의 입체적인 그의 캐릭터는 도파민이 콘텐츠 소비의 기준이 된 시대에 최적화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불안은 한데 말은 충동적이며, 낯은 가리는데 눈치가 없다.’고 요약되는 정신과 검진 결과마저 웃음으로 바꿔내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에게는 오랜 시간강사 생활로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아야 했던 시간이 있었다. 무엇도 약속하지 않는 삶의 막연한 무게로 벼려진 그의 화법에는 도파민을 자극하는 단순한 통쾌함을 넘어, 미사여구를 걷어낸 인생의 통찰이 담겨 있다.

“5개월이 65년을 덮었어요.” 최근 정일영 교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악성 내성인 정일영’에서 정년 퇴임을 앞두고 초빙교수로 임용된 순간을 공유하며 이렇게 말했다. 50세에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갔던 가수의 꿈은 어느새 대학 축제 무대에 서서 노래하는 현실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렇게 오랜 꿈들이 이뤄지는 와중에도, 그는 연예인으로 성공해 전원주택을 마련하고 그 집에 97세 어머니를 모시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위해 달려가는 중이다. 최근 리센느가 게스트로 출연한 회차에서 그가 모든 멤버에게 장문의 편지를 쓰고 진심 어린 응원을 건넨 것도, 여전히 꿈을 좇는 사람으로서 다른 이의 분투를 알아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리센느에게서 꿈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자신의 20대를 발견했다고 말했지만, 정작 지금의 정일영 교수 역시 리센느와 같은 신인의 자리에 서 있다. CORTIS의 ‘REDRED’ 챌린지에 도전하고 처음으로 ‘왁뿌볼’을 접하면서, 그는 자신의 노련함을 증명하기보다 서툰 채로 새로운 세계에 참여하기를 택한다. 5개월이 65년을 덮었다고 해서, 그 5개월을 만나기까지 견딘 65년의 무게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 무게를 딛고 새로운 출발이 피어나기도 한다. 청춘은 삶의 어느 때에나 다시 찾아올 수 있는 계절이라는 낭만이 여전히 존재하는 이유다.

*이후 정신과 의사인 조카를 만나 진행한 검사를 통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어려워하는 내성인이 아닌, 내부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내향인임이 밝혀졌다.

루시갱 - ‘무한궤도’
김효진(대중음악 칼럼니스트): 노력은 우리를 배신한다. 힘껏 주무르려고 하면 이내 망가져 버리는, 무르고 연약한 ‘삶’이라는 물체는 내가 원하는 장면을 쉽게 틀어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삶에 관한 절대적 명제가 하나 있다면, 영원한 고통은 없다는 것이다. 힘듦 뒤엔 기쁨이 온다. 그 기쁨만큼 고통이 따른다. 이렇듯 살아간다는 것은 무한한 궤도를 도는 것처럼 기쁨과 고통의 문을 무한히 도는 행위와 같다.

루시갱(Luci Gang)의 새 앨범 ‘무한궤도’는 인생의 이러한 지점을 노래한다. 앨범의 문을 여는 ‘EASY A’는 그 지점을 받아들이는 태도다. 가시밭길 코스를 밟아왔다고 고백하다가 “아니 쉬웠을지도” 하며 인식을 전환해 버리면서 인생이 쥐여준 것들에 대한 소회를 풀어 나간다. ‘LEMON SQUEEZE’에서의 전진하는 에너지는 무한히 번뇌하는 ‘빙글빙글’의 불안한 움직임으로 치환된다. 그럼에도 다시 깨닫는다. 일상의 루틴 사이로 비집고 존재를 드러내는 불안들은 ‘HEADLOCK’을 걸어 버리면 되고, 불안의 비가 온몸을 젖게 만들어도 그 비로 인해 나를 새로이 씻어낼 수 있다는 것(‘우비소녀 Remix (feat. 주혜린) 타이틀’)을. 

이러한 메시지를 더 귀 기울이게 만드는 것은 장르적 스펙트럼이다. ‘C8H11NO2 CLUB’에서는 전자음악이 주로 담겼고, ‘Home Sweet Home’에서는 힙합을 구사했다. ‘무한궤도’는 그 두 앨범의 중간 지점을 찾은 듯 신스 기반의 사운드가 중축된다. 그 중심 위에 저크(jerk) 장르나 하우스, 뉴 잭 스윙 등 다채로움을 얹는다. 애초에 하나의 장르로 특정되는 아티스트라기보다 자신만의 캐릭터로 대표되는 아티스트였기에, 앨범을 이루는 다양한 장르가 감상을 해치기는커녕 우리가 왜 루시갱이라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들어야 하는지 그 이유의 근거가 된다.

삶에 관한 또 다른 재미있는 사실. 무디고 연약한 삶을 꾸준히 주무르다 보면, 내 손에 꼭 맞는 모양이 된다는 것. 나에게 오는 고통도 슬픔도 내 방식대로 즐기는 방법을 결국엔 알게 되고, 그렇게 또 다른 문을 열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된다. ‘무한궤도’는 이 뻔한 삶의 진리를 다시 한번 기꺼이 믿고 싶게 만든다.

데니스 존슨 - ‘바다 여인의 선물’
김복숭(작가): ‘바다 여인의 선물’은 데니스 존슨의 두 번째이자 마지막 단편소설집이다. 첫 번째 단편소설집 ‘예수의 아들’로 미국 문단에서 큰 명성을 얻은 데니스 존슨은 오랜만에 단편소설로 돌아와 두 번째 소설집을 완성했다.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채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어쩌면 그래서였을까. ‘바다 여인의 선물’에 실린 다섯 편의 비교적 긴 이야기들은 삶과 죽음을 간접적으로, 때로는 놀랄 만큼 직접적으로 응시한다. 20세기 미국 남성 작가 특유의 단단한 문체는, 주인공들의 서사를 따라 자신의 결점과 다가올 죽음을 자각해 가는 성숙함을 담아낸다. 이야기를 이끄는 남성 주인공들은 과거를 돌아보고,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며, 그럼에도 다시 희망을 품는다. 인물들은 식탁을 둘러싼 대화에서부터 손글씨 편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난다. 이 이야기들은 때로는 따라가기 쉽지 않고, 깊이 이해하기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비극적인 만큼 날카로운 위트를 품고, 불안을 자아내면서도 시적인 아름다움을 끝내 놓치지 않는다. 세심한 독자라면 삶의 가장 평범한 순간에도 끝내 의미가 스며 있다는 희망을, 이 책을 통해 조용히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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