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춘은 가능성의 온도를 품는다. 처음 교복을 입던 날 어색한 마음에 괜히 매만지던 단추, 교복을 마지막으로 입던 날 입에서 뿜어져 나오던 한숨, 내리쬐는 햇볕 아래 친구들의 응원 속에서 마구 달려 달아오르던 체온, 새벽까지 이어진 전화 통화로 뜨거워진 핸드폰, 손이 스칠 때 내게만 들리던 심장 소리, 비를 맞으면서도 웃음이 멈추지 않던 선선한 초여름 밤, 다짐으로 가득했던 새 다이어리의 첫 페이지 같은 것들. 청춘 속 장면에서 체감하는 온도는 각기 다를지 몰라도 그 순간 속엔 모두 가능성이 존재한다.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향한 마음은 불안과 기대가 뒤섞여 있지만, 그 온도는 내일을 기어코 믿는 사람만이 품을 수 있다.
NCT WISH의 음악은 늘 가능성을 품고 있다. “늘 바라왔던 작은 소원을 빌며” ‘너’와 함께 저 너머의 문을 열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소망(‘WISH’)을 그리거나 영원히 멈추지 않을 노래를 들으며 “흰 캔버스에 미래를 그려” 본다(‘Songbird’). 둘만의 이야기가 시작될 때 ‘poppop’ 터지며 요동치는 마음과 그 순간에 퍼지는 둘만 알아볼 수 있는 색깔들(‘COLOR’)로 앞으로 그려낼 장면들을 기대하기도 한다. “너를 울게 하는 하루도 지나갈 거야”(‘Ode to Love’)라는 위로의 말을 한 치의 의심 없이 건넬 수 있는 건 나와 너, 그러니까 우리를 잃지 않으면 어떤 운명이 찾아오더라도 웃으며 넘길 수 있음을, 우리에겐 그러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YO-I-DON!’).
NCT WISH의 청춘은 홀로 타오르는 불꽃의 온도가 아니다. 포개진 손에서 느껴지는 포근한 온도에 가깝다. 누군가를 위해 소원을 빌며 두 손을 포갤 때 혹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서로의 손을 맞잡을 때 비로소 생겨나는 온도. NCT WISH의 청춘은 누군가를 위한 손끝에서 오래도록 유지된다.

나아가겠다는 선언 또는 청춘의 방향, ‘WISH’
데뷔 싱글 ‘WISH’ 속 NCT WISH의 모습은 너무나 명확하다. 앞으로 나아간다. 멈추지 않는 동력의 근원에는 소원의 시작점인 ‘나’가 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내 꿈은 무엇인지 살핀다. 이내 그 안에 ‘너’가 있음을 깨닫는다.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라고 빌거나 “있는 그대로의 널 사랑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이들에게 꿈이나 목표는 결국 ‘너’와 동의어이기에, 내가 원하는 유일한 너를 만나기 위해 주저 없이 앞으로 달려 나가는 것이다.
그들이 지향하는 모습은 ‘WISH’의 장르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WISH’에서 엿볼 수 있는 올드스쿨 힙합 사운드는 자유분방한 에너지를 표방하고, NCT WISH의 멤버들이 지닌 푸른 에너지가 더해져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소년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장난스러우면서도 자신감이 깃든 모습. 꿈에, ‘너’에게 닿을 수 있다고 내일을 확신하는 모습.
‘Sail Away’에서도 방향성은 동일하다. 푸른 바다를 연상시키는 사운드와 거친 파도 같은 비트 위에 돛을 달고 항해하는 배의 모습으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를 비유한다. 끝을 알 수 없는, 깊고 너른 바다는 그 막연함의 크기만큼 불안감을 가져다줄 때도 있지만, 그들은 그 불안 앞에서도 가볍게 “가끔은 헤엄을 쳐 볼까” 하며 나아감을 잊지 않는다.
‘WISH’는 NCT WISH가 나아갈 방향을 처음 선언한 앨범이다. 내 꿈엔 언제나 ‘너’가 있다는 믿음 하나로, 앞을 향해 힘차게 손을 뻗는다.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Steady - The 1st Mini Album’
‘WISH’가 방향을 정하는 이야기라면, 첫 미니 앨범 ‘Steady’는 그 손끝에서 마주한 ‘너’를 오래 바라보는 앨범이다. 손을 뻗어 마침내 닿은 꿈, ‘너’를 바라보며 ‘우리’가 시작된 지금이 오래 지속되길 바란다. 순간의 감정을 영원으로 만드는 것은 사랑이지만, 그 사랑을 오래도록 지속시키는 것은 거창한 약속이 아니다. 서로를 향한 시선을 놓지 않는 일이다.
만약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내 스타일대로 너에게 고백의 메시지를 보낼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것도(‘3분까진 필요 없어 (3 Minutes)’), 둘만의 공간에서 둘만의 순간을 만드는 것도(‘On & On (점점 더 더)’), 이 모든 건 운명이었다고 확신하는 것도(‘Skate’), 우리의 시선이 지금 여기에서 맞닿았음을, 내가 ‘너’를 바라보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Steady’). 이 모든 확신은 하나의 사실로부터 비롯된다. 지금, 이 순간, 나의 시선 끝에 ‘너’가 있다는 사실. 그 사실은 내일을 가능하게 한다.
앨범 속 음악들은 바로 지금 여기서 사랑을 겪는 우리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다. ‘Steady’ 속 하우스와 UK 개러지, 저지 클럽이 뒤섞인 리듬은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는 심장 소리를 닮았고, ‘3분까진 필요 없어 (3 Minutes)’의 경쾌한 신스는 망설임 없는 고백을 들려준다. 늦여름 밤의 공기처럼 느슨하게 흘러가는 ‘Skate’ 속 운명적 사랑을 확신하는 마음 같은 것들까지. 그 다양한 순간들을 다른 사운드의 결로 풀어내며 ‘우리’라는 이름의 현재를 완성한다.

반드시 서로를 알아보게 만드는 색깔, ‘COLOR - The 3rd Mini Album’
운명적인 만남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그려지는 것은 서로를 한눈에 알아보는 순간일 것이다. 다른 시간 속에서 살았더라도 서로의 눈을 마주친 순간 운명임을 알아차리는 것. NCT WISH가 말하는 운명은 이런 영화 같은 우연이 들어간 수동적 만남이 아니다. 능동적 확신에 가깝다. 네가 어디에 있든 내게 올 거라는 확신. 그리고 그 확신의 가능성을 스스로 만든다.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색깔을 칠함으로써.
무엇보다 이 앨범은 ‘운명’이라는 다소 거창한 단어를 귀여운 내러티브로 풀어낸다. 두 손 잡고 “이미 난 갇혔어 너라는 섬에서”라며 귀엽게 고백하다가(‘Surf’), 반짝이는 별빛 아래 허전한 빈자리를 느끼며 달에게 “넌 어딘지” 묻지만 머지않아 “다시 내게 아침처럼 돌아올 걸 안다”라고 확신한다(‘Baby Blue’). ‘너’를 빨리 만나러 가고 싶어 ‘Cheat Code’라도 말해달라 보채며 귀여운 투정을 부리지만, 그들은 알고 있다. 남들과 다른, 우리가 담긴 색의 물감을 쏟고 뿌리면 서로를 알아보리라는 것을(‘COLOR’).
사랑에 들뜬 체온은 여름과 닮았다. 앨범을 채우는 사운드들은 사랑에 데워진 마음 같은 여름을 표상한다. 펑키한 댄스 곡의 ‘Surf’는 바다를 가르며 서핑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R&B와 클래식이 크로스오버 된 ‘Baby Blue’는 여름밤의 별빛을 떠올리게 한다. ‘Cheat Code’의 전자음은 빨리 너에게 닿고 싶은 조급한 심장처럼 튀어 오르고 일렉트로닉한 ‘COLOR’는 여름 한낮의 강렬한 햇볕을 닮았다. 서로 다른 사운드는 결국 하나의 계절을 만들고, 그 계절 위에 덧칠해진 색은 운명을 만들어 가는 사랑을 완성한다.

‘너’로 인해 성장한 ‘나’, ‘Ode to Love - The 1st Album’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또 다른 세계를 받아들이는 일과 같다. 그 사람의 취향, 취미, 습관을 알고 조금씩 습득하며 관계를 통과한다. NCT WISH의 한국 첫 정규 앨범 ‘Ode to Love’는 그룹의 성장을 증명하는 앨범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떤 사람이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앨범이다. ‘너’를 만남으로써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는가. 어떤 가능성을 품게 되었는가.
그 질문의 답은 음악적 스펙트럼에 있다. 타이틀 곡 ‘Ode to Love’는 개러지 장르를 기반으로 한 댄스 곡으로 이전에 구사한 곡들과 유사하게 다정한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보사노바에 힙합을 섞어 예상치 못한 변주를 조형한 ‘Sticky’나 재즈 힙합의 ‘Street (2AM)’, 붐뱁에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섞은 ‘Glow Up’ 같은 곡들은 이전 앨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가능성을 품어낸다. 관계를 통해 더 넓은 세계를 받아들인 사람처럼 NCT WISH 역시 자신들만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음악 세계를 한층 더 넓힌다.
또 하나의 세계를 받아들인 사람은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된다. ‘너’를 만나겠다는 다짐이 우리를 위한 노래를 부르겠다는 다정함으로(‘Ode to Love’), 별난 조합 같아도 결국 우린 딱 맞는 짝이라 말하는 능청스러움으로(‘Sticky’) 구현되는 것처럼.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어제와 달라진 우리가 ‘내일’에 있을 거라는 믿음이다(‘Voyage’).

100%의 소녀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YO-I-DON! / BOY MEETS GIRL’
사람은 평생 몇 번이나 운명 같은 만남을 경험할 수 있을까. 어쩌면 100%의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확률의 문제가 아닌, 그 사람을 100%라고 믿기로 하는 마음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100%의 사랑은 처음부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100%라고 믿게 되는 과정이다. 내가 선택한 운명 같은 것.
‘BOY MEETS GIRL’은 능동적으로 운명을 선택한 사람의 태도에 가깝다. 보물찾기하듯 수없이 많은 문을 두드려 만난 ‘너’ 그리고 그 만남을 21세기 최고의 사건이라 정의한다. 운명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는 것이고,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결연한 태도는 ‘YO-I-DON!’에서 더 구체화된다. 누군가를 운명이라 믿기로 했다면, 이제 남은 것은 망설임 없이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달리는 것이다. 어떤 운명이 찾아오더라도 결국 내가 택한 운명이 이길 거라는 확신, ‘우리’가 ‘우리’로 영원할 거라는 가능성을 믿는다.
이러한 청춘의 온도는 시대를 가리지 않는다. 1994년에 발매된 TRF의 ‘BOY MEETS GIRL’을 다시 부르고, ‘YO-I-DON!’에 레트로한 감각을 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과거를 재현하기 위한 선택이라기보다 시대를 초월해 이어지는 청춘의 온도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노래하기 위함이다. NCT WISH의 청춘은 그렇게 오늘을 지나 내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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