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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하츄핑: 고래보석의 전설’이 전하는 사랑의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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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최민서, 황선업(대중음악 평론가), 김복숭(작가)
디자인MHTL
사진 출처SAMG 엔터테인먼트

‘사랑의 하츄핑: 고래보석의 전설’
최민서: 모든 엄마에게도, 엄마가 되는 것에 서툰 처음이 있다. 처음 만난 작은 존재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지켜주겠다고 다짐하는 순간들이 쌓여, 이윽고 어머니가 된다. 그렇게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을 하나씩 알아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은 때로 예고 없이 찾아온다. ‘사랑의 하츄핑: 고래보석의 전설’의 로미 역시 엄마 벨리타에게 미처 마음을 전하지 못한 채 갑작스러운 이별을 맞는다. 벨리타가 바다 괴물 레비어스에게 납치되기 전 마지막으로 로미에게 건넨 것은 고래보석이 깃든 펜던트다. 로미는 하츄핑과 함께 엄마를 찾아 바다로 향하고, 그곳에서 먼 옛날 어미 고래가 자신의 새끼를 지키기 위해 고래보석을 만들었다는 전설을 마주한다. 

고래는 살아서 거대한 존재감으로 바다를 누비고, 죽어서도 바다에 많은 것을 남긴다. 심해로 가라앉은 고래의 사체는 수많은 생명의 먹이와 터전이 되고, 그 주변에는 오랜 시간 새로운 생태계가 이어진다. 죽은 뒤에도 다른 생명이 살아갈 풍요를 남기는 고래의 역할은 이른바 ‘웨일 폴(whale fall)’이라 불린다. “사랑은 흐르고 / 흘러서 닿는 곳마다 / 모든 걸 꽃피우네”.(‘사랑의 빛’ 중)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랑의 잔상도 웨일 폴과 닮았다. 어미 고래에게서 새끼 고래로, 벨리타에게서 로미에게로 사랑은 흘러가고, 받은 존재 안에서 다시 무언가를 피워낸다. 고래보석은 그렇게 자신이 가진 것을 내어주면서까지 다음 존재를 살아가게 하는 사랑에 영화가 부여한 형태다.

로미가 고래보석의 힘을 새로 만들어내는 대신 이미 그 안에 존재하던 힘을 일깨운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나도 참 엄마가 처음이라서 / 많이도 서툴렀었지”.(‘처음이라서’ 중) 엄마의 사랑은 서툴러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순간에도 줄곧 로미의 곁에 있었다. 그리고 “이제서야 조금 알 것 같아 / 날 향한 엄마의 사랑”(‘처음이라서’ 중)이라는 로미의 고백처럼, 그 마음을 뒤늦게 알아보는 순간 고래보석 역시 다시 빛난다. 어쩌면 고래보석의 전설은 누구에게나 있을지 모른다. 너무 가까워 미처 알아보지 못했을 뿐, 가족에게서 흘러온 사랑은 이미 저마다의 마음속에서 오래도록 빛나고 있을 테니까.

글리코(Gliiico) - ‘The Veil’
황선업(대중음악 평론가): 트와이스 멤버 중에서도 가장 키치한 감성을 보여온 채영의 첫 솔로작 ‘LIL FANTASY vol.1’을 듣고, 많은 이들은 아마 이런 의문을 가지지 않았을까 싶다. 두 곡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며 그 생경한 사운드스케이프에 색을 입힌 글리코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 하고.

사이키델릭과 신스팝, 개러지 록 리바이벌을 로우파이하게 가로지르는 이 역작은 그들의 정체를 정의하는 듯하다 다시금 모호하게 만드는 듯한 느낌을 준다. 스트록스의 직관성을 빌려 날것의 러브송을 주조하는 ‘Gut’, 물결처럼 퍼져 나가는 디스토션의 쿨한 사운드를 혼란스러운 인생의 송가로 삼으려 하는 ‘Sun Sun’,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 싶은 시점에 갑작스러운 디스코 리듬과 레트로한 선율이 반전을 제시하는 ‘Secret Water’까지. 이들에게 장르는 애초에 목적이 아닌 재료다. 무엇을 집어 들든 질감과 결을 우선시한다는 이야기다. 여덟 곡 전체를 관통하는 이들만의 원칙이다.

밴쿠버에서 자란 일본-필리핀/스페인 혼혈 삼형제의 결과물은 어디에도 귀속되지 않아 형체가 흐릿하지만, 흔치 않은 갈래를 걸어온 궤적만큼은 뚜렷하게 다가온다. 어린 시절, 타국 속 일상에 스며 있던 일본 식품회사 이름에서 따온 밴드명처럼, 이들이 참조하는 ‘일본’은 기억 속에서 편집된 이미지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YMO를 떠올리게 하는 마지막 트랙 ‘Spot’은 더욱 인상적이다. 서구가 상상하는 일본을 역으로 연기해 보였던 선배들처럼, 이들 역시 실물이 아니라 일종의 콜라주를 제공하고 있는 덕분이다. 이처럼 구체적인 좌표를 끝끝내 내주지 않는 그 지점에, 이 작품의 가장 큰 성취가 있다. 가려져 있음을 일종의 형태로 만들어 고정된 포지셔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야심은, 이렇듯 소리로 변모해 사람들을 반길 채비를 마쳤다. 

프리다 맥파든 - ‘비밀 하나 알려줄까’
김복숭(작가): 심리 스릴러에는 무엇보다 반전이 터지는 순간의 묘미가 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하게 흘러가는 전개에 일가견이 있는 작가 프리다 맥패든의 신작이라면 한 번 읽어볼 만하다. 소설 ‘비밀 하나 알려줄까?’의 주인공은 유튜브 베이킹 채널을 운영하는 에이프릴이다. 하지만 곧 우리는 에이프릴이 비밀 레시피만큼이나 더 은밀한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첫 신호는 그에게 전송되는 의심스러운 문자다. 에이프릴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자신의 일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메시지는 점점 노골적인 위협으로 변하고, 그의 일상은 걷잡을 수 없이 꼬이기 시작한다.

비밀 투성이인 이 책에서 오히려 숨길 수 없는 한 가지는, 아무래도 이야기에 쉽게 마음을 내주기 어렵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는 에이프릴의 시점도 그렇고, 주변에 사는 비슷하게 부유한 엄마들 역시 선뜻 호감을 주기 어려운 인물들이다. 하지만 바로 그 불편함이 이야기의 긴장감을 높이고, 우리가 기다리는, 에필로그에 찾아올 (어쩌면 피할 수 없는) 극적이며 시적일 통쾌한 정의의 순간에 대한 기대를 키운다. 책 속의 누구도 쉽게 믿을 수 없다. 기억하자. 소셜미디어에서는 누구나 언제나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진짜 비밀은 각자 마음 보이지 않는 곳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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