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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이라는 현재형
원형이 제시하는 K-팝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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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빅뱅 인스타그램

2026년 8월 19일 오후 6시, 빅뱅은 데뷔 20주년 당일에 맞춰 신곡을 발표했다. ‘BiiiG’은 발매 직후 멜론 TOP 100과 일간 차트에서 1위로 직행했다. 팬덤의 화력이나 대중적 관심, 어느 한쪽의 힘만으로 벌어질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신곡만이 아니라 빅뱅 카탈로그 음원 전반의 재부상에 눈길이 간다. 멜론 데이터 랩 분석에 따르면 신곡 발표 직후 멜론 내 빅뱅의 전곡 스트리밍은 7월 평균 대비 333% 급증했다. 2008년 작 ‘하루하루’는 TOP 100 차트에 재진입해 67위까지 올랐다. 2007년 작 ‘거짓말’과 2022년 작 ‘봄여름가을겨울’도 함께 다시 불려나왔다. 대중이 20년에 걸친 이들의 디스코그래피 전체를 소비하고 있다는 신호다.

뜨거운 반응은 빅뱅이라는 팀의 내구성, 다시 말해 음악의 좋고 나쁨을 넘어 이른바 ‘OG’로 자리 잡은 독자성에서 비롯한다. ‘뉴시스’가 대중음악 전문가 8인에게 20주년의 의미를 물었을 때 답은 비슷한 방향으로 모였다. 요컨대 빅뱅은 ‘창작 집단’으로서의 아이돌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멤버를 하나의 팀으로 균질화하기보다 각자의 개성을 그대로 내세웠다. 이 접근은 이후 수많은 K-팝 그룹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다듬고 확장해온 가치가 되었다. 빅뱅은 지금도 읽히는 원형이다. 현재의 K-팝을 설명할 때도 우리는 그들의 선택을 참조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 선택의 중심에는 지드래곤이 있다. 그는 노래를 만드는 일과 옷 입기, 무대 위의 태도를 분리하지 않는 스타다. 2025년 ‘보그 코리아’가 그에게 자기 방식으로 패션을 해석하는 기준을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지금이에요. 지금에 집중해 내가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에 솔직해지려고 노력해요. (중략) 하지만 산으로 가지 않도록 주변 전문가의 얘기도 참고해요. 제가 늘 정답일 수는 없잖아요.” 유행의 정답을 아는 사람이라는 신화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에 충실한 판단이라는 뜻이다. 음악도 그렇다. 빅뱅은 천재 한 사람이 혼자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다. 지드래곤의 역할은 협업의 결과와 그 성격을 결정하는 중심축이라는 데 있다. 빅뱅의 역사 전체에서 팀 단위만이 아니라 지드래곤의 솔로와 유닛 작품이 큰 의미를 띠고, 그 작업들이 빅뱅이라는 큰 그림에서도 핵심을 이루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들의 미덕이 지금도 유효한 이유 중에는 2006~2026년에 걸친 20년, 한 세대에 해당하는 기간의 성격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사실도 있다. 대중음악 역사에서 1980년대를 출발점으로 하는 20년을 생각해보자. 그 20년 동안 발라드, 댄스, 힙합의 한국어 문법이 다듬어지고, K-팝 아이돌 시스템의 근간이 설계되었다. 그 시기의 젊은 세대에게 20년 전 음악이란 명백한 과거였다. 장르와 산업이 통째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오늘까지의 20년은 다르다. K-팝의 아티스트 발굴과 육성 체계, 팬덤 경제, 해외 진출 모델의 골격은 이 시기 초입에 이미 세워졌다. 그렇다고 이후의 20년이 혁신이 없는 정제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달라진 것은 과거와의 관계다. 오늘날 젊은 세대에게 2000년대 후반의 음악은 부모 세대의 추억이 아니라 여전히 스스로 발견한 취향의 영역에 들어올 수 있다.

대중음악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무한도전’을 떠올려보자. 2018년에 끝난 프로그램이 지금도 유튜브와 OTT에서 소비되고, 새로운 밈이 계속 만들어진다. 방송 당시 출연진의 고연령화를 지적하던 목소리는 지금 와서는 무색해졌다. 레거시 미디어의 퇴조는 플랫폼의 문제였지, 창작자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2000년대 문화는 앞선 세대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도 쓰는 언어의 초기 버전이다. 접근성도 한몫한다. 20년 전 무대 영상과 예능 클립을 언제든 찾아볼 수 있는 환경에서, 세대 간 격차는 시간에 가로막히지 않는다. 이제 관건은 알고리즘 안에서 살아남는 일이다.

그렇다고 과거 동시대에 속했던 모두가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아카이브가 접근성을 제공한다면, 다시 선택할 이유는 ‘예전이 좋았다.’는 구호가 아니라 작품 안에 있어야 한다. 지난 4월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무대는 ‘원형’으로서의 빅뱅이 어떻게 여전히 K-팝의 미래를 보여주는지 알려주었다. 소셜 미디어의 공연 반응 중 한 이용자는 “아시아계 미국인 중 많은 이가 빅뱅을 들으며 자랐다”고 썼다. 이 반응은 2012년 ‘ALIVE’가 한국어 음반 최초로 빌보드 200에 진입했던 일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과 같은 미국 현지 프로모션이나 음반 유통 없이 디지털 다운로드만으로 얻은 순위였다. 빅뱅은 한국어로 노래하며 글로벌 인지도를 얻은 팀이고, 미국의 아시아계 청중에게 발견보다 재회에 가까운 감각을 안긴다. 자신이 자라며 듣던 아시아의 스타가 지금 이 순간의 무대에 섰다. 이를 아시아계 전체의 정서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미국 주류의 인정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관객의 시간을 엿볼 수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는 대성의 트로트 솔로 무대를 유쾌한 예외로만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트로트는 K-팝의 세계화 서사에서 구조적으로 빠져 있는 장르다. 해외 페스티벌에서는 지역성을 덜어내고 장르적 보편성을 앞세우는 전략이다. 대성은 정반대를 택했고, 객석이 그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이날의 관객은 지난 20년을 각자의 방식으로 들어온 청중이라는 뜻이다. K-팝의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는 이런 광경을 좀 더 자주 보게 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왜 빅뱅이 지나간 과거로 정리되지 않는지 묻는 것은 답을 구하는 질문이 아니다. 한국 현대 대중문화의 어느 빛나는 시기가 남긴 유산을 돌아보는 일이다. 단지 시간의 시험을 견뎌냈다는 말만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다. ‘뉴시스’가 인용한 놀 티켓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지드래곤 팬 미팅의 예매 연령 분포는 10대 10.3%, 20대 31.5%, 30대 36.0%, 40대 16.7%, 50대 4.8%였다. 분포가 눈에 띄게 고르다. 어느 한쪽으로 쏠릴 것이라 예상했다면 의외의 결과일 것이다. 향수만으로 가능한 그림이 아니다. 그만큼 오늘까지 유효한 문화적 가치가 쌓여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빅뱅은 그 가치를 전 국민이 무언가를 동시에 소비하던 마지막 시대에 완성했다. 새로운 플랫폼은 그 모두를 지금도 확인할 수 있는 아카이브를 제공한다. 패션은 사라져도 스타일은 남는다. 그래서 오래오래 기억되고, 누군가는 또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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