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태민, 파열음의 긴장이 만들어내는 예술
태민이 건축하는 태민이라는 세계
Credit
김효진(대중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출처갤럭시코퍼레이션

서로 다른 감각은 공존하는 것만으로도 긴장을 조성한다. 철학자 테오도어 아도르노에 따르면, 예술 작품은 이 긴장을 화해시키지 않은 채 품는 ‘힘의 장(Kraftfeld)’이다. 형식과 내용, 감각과 의미, 자율성과 사회성, 표현과 가상 같은 서로 다른 힘들은 동시에 서로를 밀고 당기며 마찰을 형성한다. 그 격렬한 마찰이 남기는 상처를 지우지 않은 채, 완벽한 봉합을 거부하고 해소되지 않는 긴장을 견뎌내는 것. 아도르노가 말한 미학적 진실은 바로 이 화해 불가능한 불협화음의 자리에 있다.

솔로 아티스트 태민이 구축해온 세계는 이 명제 위에 서 있다. ‘MOVE’의 유려한 몸짓에 벼려 있던 젠더의 전복, ‘WANT’의 성스러움과 금기, ‘Criminal’을 관통하던 구원과 타락, 그리고 ‘Guilty’ 속 사랑과 폭력의 얽힘까지. 태민은 언제나 모순된 감각들이 만들어내는 긴장 속에 자신을 설계해왔다. 서로 다른 감각들을 한데 모아 봉합해 조화를 이루기보다 극단의 감각들이 만드는 파열음을 유지하며 중심을 잡는 것이다.

지난 8월 발매된 ‘PHASE 1 : Soft Violence’에서 태민은, 그 미학의 문법을 적용하는 걸 넘어 그 문법을 만드는 주체가 된다. 모순적인 힘이 양립하는 긴장 사이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것은, 그 모순을 포착한 것마저 자신이기 때문이라는 듯. 단순히 연출된 긴장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걸어온 모든 길에서 마주한 사랑의 모순들을 재료 삼아 그 미학적 문법에 적용한다.

태민이 태민을 설계하는 법
첫 번째 솔로 앨범 ‘Ace’와 솔로로서 첫 정규 앨범 ‘Press It’은 일종의 증명에 가까웠다. 샤이니(SHINee) 태민이 아닌 솔로 아티스트 태민으로서 홀로 오롯이 노래 한 곡을, 3분 남짓의 무대를 채울 수 있는지에 대한 증명. 열여섯이라는 어린 나이의 데뷔, 춤에 강점이 있는 퍼포머 이미지, 그리고 당시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아이돌 그룹 멤버의 솔로 활동까지. 태민에게 솔로 활동은 그룹 안에서 축적한 역량을 개인의 이름으로 다시 확인받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 시기의 앨범들은 ‘태민은 어떤 아티스트인가’에 대한 완성된 답이라기보다 그 답을 찾아가기 위한 출발점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는 그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혼자서도 한 곡을, 그 시간만큼의 무대를 채울 수 있다고. 그것도 부족함 없이.

그러나 홀로 무대를 채울 수 있다는 증명과 ‘태민’이라는 아티스트의 정체성 구축은 다른 이야기다. 그러한 맥락에서 두 번째 정규 앨범 ‘MOVE’는 중요한 변곡점이다. 이전의 ‘괴도 (Danger)’, ‘Press Your Number’에서 보여준 강한 에너지 혹은 당시 남성 솔로 퍼포먼스에 관습적으로 기대되던 힘, 남성성, 직선적인 움직임과도 거리를 둔 방향이었다. 느슨하게 움직이되 절도 있는 움직임. 그사이의 유연함, 절제 같은 것. 그 움직임이 그리는 곡선들. 태민은 남성성이나 여성성을 간편하게 나누어 취사선택하거나 보기 좋게 병렬해 두기보다 양극의 대립을 해소하지 않은 채 그 경계 위에 선다. 그 지점에서 자신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대립, 긴장, 또는 모순. 그 감각들이 만들어내는 파열음. 태민의 미학적 문법은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성스러움을 환기하는 종교적 기호, 그 기호 옆에 욕망과 유혹의 이미지를 병치하거나(‘WANT’) 속박과 위험, 피해를 인식하면서도 자발적으로 침잠한다(‘Criminal’). ‘Criminal’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인 ‘이데아 (IDEA:理想)’에서는 그 긴장이 내부를 향한다. 과거의 자신과 그것에서 벗어나려는 새로운 자신이 충돌하고, 그 균열이 ‘추락과 상승’이라는 서사가 된다. 그 파열음은 이내 태민과 대중의 시선 사이로 옮겨간다. 타인이 인식하는 클리셰적인 태민의 이미지, “토르소”를 스스로 부수고 엇나가고자 한다(‘Advice’). 이후 ‘Guilty’에서는 자신이 쌓아 온 문법을 다시 확인한다. ‘Guilty’ 속 매혹과 공포, 사랑과 폭력을 동시에 품은 욕망은 이전에 구사한 관능과 불온함, 사랑과 상처, 순수와 조종 같은 것들 사이의 긴장을 닮았고, 이 메커니즘은 반복에서 비롯된 매너리즘이 아니다. 그 이미지를 다시 선택함으로써 확고해진, 태민의 미학적 문법이다.

태민은 그렇게 확고해진 자신의 미학적 문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것을 누가 정의하고 결정하는가의 문제로 시선을 옮긴다. 이제 긴장은 작품 내부의 상반된 감각들 사이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태민’의 이미지를 인지하고 해석하는 외부의 시선과 그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하려는 태민 사이의 간극으로 파열된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 태민다운 것을 만드는가’에 답하는 일이 아니다. ‘누가 태민다운 것을 만드는가’의 문제다.

새로운 환경 속에서 ‘ETERNAL’에 이른 태민은 구태여 이전까지 쌓아온 ‘태민다움’을 거부하며 새로운 이미지로의 전복을 꾀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음악, 감각, 감성을 선택하며 앨범을 구성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Sexy In The air’에서의 모습은 이전의 태민과 완전히 다르지 않았다. 미학적 문법은 ‘태민다움’을 구성하는 조건일 뿐이다. 그 문법을 매번 선택하고 변형하며 다시 작동시키는 주체는 태민 자신이 될 수 있고, 그러하다. ‘ETERNAL’에서 그는 이미 구축된 ‘태민다움’을 버리지 않은 채 그것을 선택하고 조율하는 주체성을 자신에게 더 분명하게 돌려놓았다.

사랑이 불편함을 동반한다는, 그 모순적인 진실에 대하여
사랑은 그 자체만으로 낭만과 따뜻함 같은 것들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집착, 희생, 상처를 동반하기도 한다. 사랑에 대한 정의가 극단으로 나뉠 수 있는 이유이자 수많은 갈래로 나뉠 수 있는 이유다. 사랑은 하나의 감정 안에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감각들을 동시에 품는다. 사랑 안에서 끝내 해소되지 않는 긴장 혹은 불편한 공존. 이러한 양립의 감각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태민이라는 아티스트를 만드는 문법이지만 ‘PHASE 1 : Soft Violence’는 단순히 그 문법을 바탕으로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그 모순을 포착한 주체가 태민 자신이기 때문이다. ‘ETERNAL’에서 획득한 주체성을 더 깊이 있게 가져가는 것이다.

태민에게 사랑은 모순적인 두 힘의 양립에 가까워 보인다. ‘PHASE 1 : Soft Violence’ 속 부드러움과 폭력성은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사랑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랑 안에서 동시에 작동할 수 있는 서로 다른 힘이다. ‘FLOAT’과 ‘Gooey’는 그 두 힘을 서로 다른 온도로 펼쳐 놓는다. ‘FLOAT’에서 사랑은 짓눌린 마음을 가볍게 띄우고, 불안에서 벗어나게 하는 안식으로 그려진다면 ‘Gooey’에서의 사랑은 과열된 욕망이다. 몸과 감각의 경계를 녹여 서로를 뒤엉키게 만든다. 같은 사랑 안에서도 한쪽은 안식을 주고, 다른 한쪽은 자기 형체마저 흐물거리게 만들며 소진시킨다.

수록 곡에서도 그 맥락은 이어진다. 사랑은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주고 싶은 간절한 마음(‘Let Me Be The One’)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성을 잃게 만들기도 한다(‘Sober’). 또, 친밀함이면서 동시에 자아를 침식하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PARASITE’). 이러한 아이러니함은 ‘Frankenstein’에서 극대화된다. 사랑받고 싶어 자신을 모조리 개조하며 나를 이루는 정체성마저 잃게 되지만, 그 피폐함에도 그 관계를 포기하지 못하는 마음. 그 마음마저 사랑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사랑 안에 공존하는 모순을 태민은 걷어내거나 정리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얼굴을 직접 선택하고 배열해 하나의 앨범 안에 새긴다.

‘PHASE 1 : Soft Violence’는 이제껏 태민이 반복해온 미학적 문법을 가장 선명한 언어로 구현해낸 작품에 가깝다. 태민은 늘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감각들 사이에 자신을 놓는다. 어느 한쪽을 선택해 그 대립의 긴장을 제거하기보다 그 파열음을 끝까지 남겨둔 채 자신의 중심을 만든다. 그리고 이제 그 중심을 이루는 감정과 서사, 배열하는 방식까지 주체적으로 선택한다. 그 미학적 문법, 언어의 화자는 이제 그 누구도 아닌 태민이다. 태민이라는 세계는 서로 다른 힘이 끝내 화해하지 않은 채 울리는 그 파열음 속에서 계속 확장된다. 그리고 그 파열음의 중심에서, 태민은 그 균열을 포착하고 태민을 계속해서 설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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