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PLAVE, 버추얼 아이돌 최초로 스타디움에 서다
PLAVE 2026 World Tour ‘KEEP IT MANIC’ in Incheon 공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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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백설희(작가, 칼럼니스트)
사진 출처블래스트 주식회사

지난 9월 13일. 구름이 끼긴 했지만 오후에는 기온이 29℃까지 올랐다. 그러나 공연 시작 시간인 7시에 접어들면서 공기는 적당히 서늘해졌다. 야외에서 콘서트를 보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였다. 그래서일까. 콘서트의 드레스 코드인 블랙&레드 컬러로 차려입은 채 인천문학경기장으로 향하는 PLLI(플리)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했다. 이날 인천문학경기장에는 PLAVE의 첫 월드 투어인 ‘KEEP IT MANIC’의 시작이자 국내에서의 마지막 콘서트가 예정돼 있었다.

PLAVE의 첫 월드 투어 ‘KEEP IT MANIC’은 9월 12~13일을 시작으로 가나가와, 방콕, 타이베이, 마카오 등 아시아의 여러 도시를 거쳐 11월 14일 LA에서 마무리하는 일정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PLAVE는 약 5만 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 규모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첫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영예로운 자리에 섰다. 첫 해외 투어이자 첫 스타디움 공연. 그런 만큼 PLAVE의 소속사 블래스트(VLAST)는 범상치 않은 크기의 전광판을 동원하여 벌써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었다. 가로 120m, 세로 90m의 대형 전광판은 비행기에서도 보일 정도로 거대한 규모인지라, 이를 통해 어떤 연출을 보여줄지 기대가 컸다.

‘달의 심장’으로 쏘아 올린 ‘KEEP IT MANIC’의 세계
자리에 앉자마자 과연 엄청난 크기의 전광판부터 눈에 들어왔다. 공연 시작 전 여러 VCR이 재생되고 있었는데, 그 존재만으로도 이미 압도되는 느낌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해가 점점 지기 시작하자 사위가 어두워지며 자연스럽게 홀로 밝은 빛을 내는 전광판에 시선이 집중되었다. 곧이어 인트로 영상이 시작되었다.

미래적 분위기를 띠는 인트로 중 가장 주목한 인물은 예준과 노아였다. 멤버 다섯 명이 일렬로 서서 전광판을 향해 걸어오는 가운데, 예준이 스크린을 찢는 듯한 모션을 한다. 그 순간 전광판은 형형색색으로 물들며 인천문학경기장 4층까지 꽉꽉 들어찬 관객 모두를 어딘가로 ‘Quantum Leap’시킨다. ‘Quantum Leap’가 끝난 자리에는 ‘여섯 번째 여름’과 ‘숨바꼭질(Hide and Seek)’에서 등장했던 청아한 알람 소리가 들리며 뒤이어 등장할 곡을 예고한다. “반복되는 계절의 중간에 있어 / 그토록 바랬던 어둠 속의 빛을 찾고 말았어” 노아의 노랫소리가 끝난 뒤 노아가 무대 한가운데에 서서 관객석을 향해 ‘Caligo Pt.2’에서 주무기로 사용했던 활을 쏜다. 그 노란빛으로 PLLI들이 들고 있던 응원봉이 서서히 물들며, 본격적으로 콘서트가 시작된다.

공식 아카이브북인 ‘PLAVE: The Children of ASTERUM’에 따르면 ‘여섯 번째 여름’과 ‘숨바꼭질’은 노아가 ‘Caligo Pt.2’의 에필로그 영상에서 마법을 발동한 뒤 멤버들이 기억을 잃은 채로 흩어진 평행 우주를 다루고 있다. 두 곡의 뮤직비디오에서 알람 소리가 평행 우주임을 알리는 사운드로 기능했던 것을 떠올리면, 노아가 활을 쏘는 장면 이후 이 두 곡이 이어지는 순서는 꽤 의미심장하다. ‘여섯 번째 여름’과 ‘숨바꼭질’, ‘WAY 4 LUV’를 연달아 선보인 뒤, 드디어 PLAVE가 관객석을 향해 첫 인사를 건넸다. 멤버들은 자신들이 거쳐온 공연장을 돌아보며, 나날이 커지는 공연장의 규모에 걸맞게 더욱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이렇게 큰 공연장에 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PLLI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의미로 큰절을 올렸다.

정돈된 사운드와 발전한 기술로 새로운 세계를 펼쳐내다
이날 콘서트에서 단연 돋보인 것은 한층 발전한 기술력과 공연의 퀄리티, 그리고 멤버들의 실력이었다. 아카펠라로 선보인 ‘꽃송이들의 퍼레이드’와 라이브 세션의 연주 아래 재즈풍으로 편곡된 ‘Chroma Drift’는 첫소절부터 관객들을 단숨에 사로잡을 만큼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이어진 개인 무대도 마찬가지였다. 예준의 ‘(They Long To Be) Close To You’는 후반부의 흑백 전환 연출로 고전미를 살렸다. 초현실적인 세트에서 댄스를 선보인 은호의 ‘TASTE’, 맨발로 퇴폐적인 분위기를 뿜어낸 하민의 ‘Spider’ 등 전광판 속 무대는 곡에 맞게 순식간에 형태를 바꿔갔다. ‘Chroma Drift’에서는 멤버들이 거대한 콘트라베이스 위에 올라타 있었고, 앞선 ‘숨바꼭질’에서는 서로 다른 차원에 나타난 놀이기구에서 모습을 드러냈으며 ‘WAY 4 LUV’로 넘어가는 순간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의상을 변경했다. 이처럼 환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연출을 거대한 장치 없이도 다양하게, 그리고 손쉽게 보여준다는 점이야말로 버추얼 아이돌의 강점이라 할 수 있다.

버추얼 아이돌의 실력과 최첨단 기술력, 그리고 댄스 크루가 만나면
첫 해외 투어의 시작이어서인지, ‘KEEP IT MANIC’은 이전 ‘DASH: Quantum Leap’와는 다르게 전통적인 느낌으로 연출한 VCR과 무대를 추가했다. 메가크루의 웅장한 퍼포먼스와 함께 무대 뒤편에 놓인 병풍이 열리며 무대가 확장되었고,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전통적인 디자인 요소가 더해진 의상으로 갈아입은 PLAVE는 동양풍으로 편곡한 ‘Watch Me Woo!’와 ‘RIZZ’를 불렀다. 멤버들이 움직일 때마다 찰랑거리는 비녀의 빛과 댕기의 움직임, 그리고 손동작에 따라 자연스럽게 펴지고 접히는, 살짝 반투명한 쥘부채까지. 이 무대들이야말로 블래스트가, 그리고 PLAVE가 지닌 기술력을 확연히 보여주고 있었다. 

이번 ‘KEEP IT MANIC’에서는 기존 댄스 크루와의 적극적인 협업 또한 눈에 띄었다. 장현진과 최영준의 댄스 크루 팀세임(TEAMSAME)은 새로이 편곡된 버전으로 선보인 ‘Watch Me Woo!’와 ‘RIZZ’는 물론, 멤버별 솔로 무대의 퍼포먼스도 함께하며 현장감을 더했다. 이번에 안무를 처음으로 공개한 ‘그런 것 같아’ 역시 아이키의 댄스 크루 훅(HOOK)이 맡아 완성했다. 한편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Good Boy Gone Bad’를 커버했던 노아는 뱀파이어 콘셉트로 관에서 등장하며, 원곡이 지닌 어둡고 서늘한 분위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해 냈다.

마지막은 밤비의 ‘Sherlock·셜록 (Clue+Note)’이었다. PLAVE의 메인 댄서답게 혼자서 그룹 곡을 소화해 냈던 밤비지만, 곡이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는 순간 밤비는 그 거대한 전광판이 담아내지 못할 만큼의 열정과 에너지를 뿜어내고야 말았다. PLLI는 한마음으로 “채밤비!”를 외치며 밤비를 응원했고, 밤비 역시 “밤비 is Back!”으로 뜨겁게 응하며 무대를 한 번 더 선보이는 프로 정신을 발휘했다. PLAVE와 PLLI가 얼마나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 유대감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저희의 시야에서는 PLLI가 주인공이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한에서 여러분께 즐거움과 행복을,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 드리기 위해서 이 한 몸 불사질렀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은호)

“PLLI들이 보시는 시야에서는 우리가 주인공이었겠지만, 저희가 보는 시야에서는 우리 PLLI 모두가 다 주인공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민)

노아가 쏘아 올린 화살에서 시작됐던 투어는 멤버들이 각자의 별 조각을 찾는 ‘Lunar Hearts’와, PLAVE를 처음 세상에 알렸던 데뷔 곡 ‘기다릴게’로 문을 닫는다. 어느새 PLAVE가 펼치는 세계를 신나게 즐기고 있었다. 성대한 불꽃으로 마무리한 콘서트의 끝에 날아온 공연 종료 안내 문자는 PLAVE가 PLLI에게, 나아가 이 세상을 향해 어느 정도 크기의 사랑을 보내고 있는지를 여실히 느끼도록 해주었다.

이날 콘서트에서 미공개 신곡을 깜짝 공개한 PLAVE는 10월 12일에 미니 5집 ‘HYPERDRIVE’로 컴백할 예정이다. 11월 14일 미국에서 월드 투어라는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을 PLAVE는 앞으로도 아스테룸과 테라를 종횡무진할 예정이다. “자주 뵙고 싶습니다! 예쁘게 봐주세요!”라고 노래했던 PLAVE가 세계관을 바탕으로 새롭게 제시할 버추얼 아이돌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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