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현 Official’
김리은: 어떻게 해야 나 자신을 아껴줄 수 있을까? 누구나 마주하지만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세상은 좀처럼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과제를 던지기 마련이고, 그럴 때 마주한 터널은 마치 영영 끝이 없을 것처럼 이어지기도 한다. 유튜브 채널 ‘이수현 Official’에서 AKMU 이수현은 그 터널을 빠져나오는 의외의, 하지만 명료한 답을 이야기한다. “내가 공주로 살기로 다짐하면 그 사람이 공주가 되는 거지.” 소속사 ‘영감의 샘터’의 모든 직원이 자신을 ‘공주’라 부르는 세계관에서, 이수현은 오히려 일상이라는 요술봉을 꺼내 보인다.
‘공주’의 일상은 특별하지 않다.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 각도로 책상 위에서 따끔슬라임을 만지고, 크런치 말랑이 40개를 자랑하고, 생일에는 핸드폰을 잠시 방해 금지 모드로 돌려놓고 혼자 마라탕을 먹는 행복을 누린다. 그리고 그 일상 속에서 무엇을 즐기고 보여줄지 결정하는 것은 오롯이 이수현 그 자신이다. 혼자 보내는 시간을 중시하면서도 생일을 축하해주려는 친구들을 만나러 나간다. 화장기 하나 없는 편안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서 게스트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큰 사이즈의 옷을 찾는 구독자들에게는 “남에게 비춰지는 어떤 예쁜 모습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예쁜 옷을 입고 귀여운 옷을 입는 걸 포기하지 말라는 뜻”으로 의류 브랜드를 추천한다. 결국 ‘공주’를 만드는 것은 화려한 옷이나 요술봉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모습으로 매일을 살아가는 태도인 것이다.
지난 4월, AKMU 이수현은 자신의 오피셜 유튜브 채널에 영상 ‘이수현 개화 프로젝트의 모든 것.’을 업로드하며 지난 2년 동안 “어떤 마음으로 이 긴 터널을 지나왔는지”를 공개했다. 이는 단순히 슬럼프로 인해 늘어난 체중을 감량하는 과정이 아니라, “앞으로 다시는 내 삶을, 나의 시간을, 나의 젊음을 버리지 말자”고 다짐하고 스스로와 매일 마주하는 기록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이후 이수현은 좋아하는 것을 사고, 먹고, 운동하고, 때로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며 자신의 일상을 충실히 채워가는 중이다. 마치 영화 ‘소울’의 한 대사처럼. “나는 내 삶의 모든 시간을 살아갈 거야.”

Amy Winehouse - ‘Back To Black (20th Anniversary Edition)’
김효진(대중음악 칼럼니스트):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에게 음악은 삶을 다시 한번 살아볼 수 있는 기회에 가까운 게 아니었을까, 감히 추측해본다. 실제 삶에서는 사랑도, 마음도, 그 무엇도 쉽게 주도할 수 없지만 음악 안에서는 지나간 경험을 재료 삼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그 경험을 해석할 주도권을 되찾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Back To Black’은 그가 가장 솔직해질 수 있는 일기장이면서도, 동시에 이미 지나간 삶을 다시 살아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세계였다. 현실에서의 이별은 돌이킬 수 없지만 노래 속 이별은 수없이 반복될 수 있고, 그때마다 다른 감정과 의미를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삶을 돌아보는 방식은 음악적으로도 명확히 표현된다. ‘Back To Black’은 1960년대 모타운 스타일의 소울, 두왑, 걸그룹 음악의 어법을 차용하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동시대적이다. 살아 경쾌한 리듬 위로 외도와 후회, 자기혐오를 거침없이 털어놓는다. 이별의 슬픔은 생동감 넘치는 모타운 사운드의 리듬과 만나고(‘Tears Dry On Their Own’), 자기파괴적인 현실은 유머러스한 소울 음악으로 변모한다(‘Rehab’). 신나는 멜로디에 절망적인 가사가 빚어내는 역설은 익숙한 감정을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게 만든다.
이번 20주년 에디션은 그가 지나온 삶을 음악으로 다시 살아낸 흔적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한다. 데모 버전과의 비교를 통해서다. 먼저, 완성된 편곡이 감정을 더 극대화시키는 경우가 있다. ‘Back To Black’과 ‘Love Is A Losing Game’이 대표적이다. 과열된 감정을 절제하려는 듯한 데모 버전과 달리, 완성된 편곡 버전에서는 가사에 담긴 감정을 하나하나 터뜨리는 듯하다. 반면 장르를 변주하며 감정을 다르게 재경험하기도 한다. 느린 네오소울에 가까웠던 데모가 경쾌한 모타운 사운드로 완성된 ‘Tears Dry On Their Own’이 그렇다. 같은 이별의 경험일지라도 서로 다른 음악의 얼굴을 지닐 수 있음을 알게 한다.
여기에 더해진 2007년 암스테르담 파라디소(Paradiso) 공연 실황은 이미 완성된 노래가 무대 위에서 다시 살아나는 순간을 기록한다. 물론 이번에 공개된 자료가 그의 음악을 새롭게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하나의 경험이 얼마나 다양한 목소리와 리듬으로 되살아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모든 가능성이 이미 그의 음악 안에 존재했음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지나간 삶은 바꿀 수 없지만, 어떤 감정은 음악 속에서 거듭 모습을 바꾸며 영원히 살아 숨 쉰다.
센린유 - ‘알케마이즈드’
김복숭(작가): 센린유의 데뷔작 ‘알케마이즈드’는 원래 완성도 높은 ‘해리 포터’ 팬픽션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유명 원작에서 뻗어나와 한층 더 암울한 평행 세계를 그려낸 ‘알케마이즈드’를 읽기 전, 알아두면 좋을 두 가지를 짚어본다.
책을 펼치자마자 곧바로 전쟁이 끝난 세계로 내던져지는 독자들. 연금술사이자 저항군이었던 헬레나는 배경 설명 없이 어떤 인물들에게 붙잡혀 갇힌 채 고문을 당하고 있다. 물론 책의 2부에서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비어 있던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낸다. 하지만 ‘해리 포터’ 세계관과의 연결 고리를 끊어낸 ‘알케마이즈드’의 공식 출간본 역시 ‘해리 포터’의 작가 J.K. 롤링의 작품들에 익숙한 독자일수록 한결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은 분명하다.
다크 판타지 장르로 소개되는 책. 그 표현은 상당히 적확하다. 전쟁으로 초토화된 팔라디아에서 헬레나는 포로로 잡혀 있고, 자신을 사로잡은 사냥꾼 케인 페론에게 점차 마음을 빼앗긴다. 개인의 깊은 상처에서 전쟁이 남긴 거대한 상흔까지, 이야기는 온통 고통으로 얼룩져 있다. 하지만 그 어둠을 끝까지 헤쳐 나간 독자에게는 그만큼 깊고 밀도 높은 서사가 기다리고 있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 속에서 수많은 동료를 잃어가는 기나긴 여정이지만, 감금당하고 기억마저 지워진 헬레나가 다시 맞서 싸우고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은 눈물겨운 인내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 끈기가 있기에 독자는 이 길고 어두운 이야기의 끝까지 기꺼이 함께하게 된다.
- ‘동그란송형준’이 건네는 “동글하세요”라는 인사2026.10.30
- ‘극장판 치이카와’, 언제나 헤어질 일 없이 친구로 지내자2026.10.23
- ‘HMM’, 허윤진이라는 이야기2026.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