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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지은(작가)
디자인. 전유림

학교는 수많은 괴담이 피어나는 공간이다. 밤마다 피눈물을 흘리는 소녀상, 전교 1등을 죽인 전교 2등에게 물구나무서서 다가오는 귀신, 운동장에 묻혀 있다는 시체들에 관한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시즌 2로 돌아온 TVING 오리지널 ‘여고추리반’은 이처럼 친숙하면서도 수상한 학교, 그중에서도 공포 영화의 배경으로 여러 차례 등장한 여고의 이미지를 활용한 미스터리 어드벤처 예능 프로그램이다. tvN ‘더 지니어스’, ‘대탈출’ 등을 연출했던 정종연 PD가 총연출을 맡아 ‘대탈출’과 세계관을 공유하기에 ‘대탈출 유니버스(DTCU:DaeTalChul Universe)’에 속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여고추리반’ 시즌 1에서 새라여고 추리반으로 활약한 박지윤, 장도연, 재재, 비비, 예나 5인방은 새라여고가 폐교됨에 따라 태평여고로 전학한다. 추리반의 첫 번째 과제는 학교 설립자 초상화 위에 그려진 낙서의 범인을 추적하는 것인데, 캘리그래피 자료를 찾아 글자를 해독하고 도서관에서 발견한 단서를 바탕으로 범인들의 행적을 재구성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전 시즌보다 한층 더 촘촘하다. 1931년에 설립된 학교인 만큼 일제강점기에 이루어졌다는 인체 실험을 둘러싼 괴담이 떠도는 한편,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을 시도한 행정실 직원이 당직 기사로 계속 근무하는 등 현재 한국 사회에서 흔히 발생하는 여성 대상 범죄가 모티브로 쓰인다는 점도 흥미롭다. 시즌 1에서 새라여고 학생이 운영하는 콘셉트의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리얼리티를 강화했던 제작진은 시즌 2에서 네이버 밴드에 태평여고 학생들의 비밀이 오가는 익명 커뮤니티를 만들어 시청자의 몰입과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한다.

 

하지만 정교한 기획 이상으로 중요한 ‘여고추리반’의 장점은, 여성들에게 안전하면서도 신나는 모험을 대리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모험은 여자아이들에게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 기회다. 어두운 시간, 인적이 드문 곳, 낯선 사람을 피하라고 교육받는 동시에 어떻게 해도 모든 위험을 피할 수 없는 현실과 마주하며 자라는 여자아이들은 모험의 즐거움으로부터 점점 멀어진다. 그러나 ‘여고추리반’은 시체가 발견되지만 아무도 ‘진짜로’ 죽지 않았음을 알고, 늦은 밤 학교에서 암호를 풀던 소녀들이 안전히 귀가할 수 있음을 믿을 수 있는 세계다. 여성 출연자를 ‘홍일점’이나 ‘여자 대표’처럼 주변화하기 일쑤인 남성 중심적 예능 프로그램들과 달리, 다양한 경력과 캐릭터의 여성들이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에 개의치 않고 편안하게 상황에 몰두하는 모습 또한 그 안전하다는 감각의 바탕이다. 호기심 많고 농담을 좋아하며 용감한 친구들과 함께라면 무서운 아저씨에게 말을 거는 것도, 살인 사건 참고인이 되어 형사에게 조사받는 경험도 재미있는 추억이 된다. 그래서 “‘여고추리반’은 내가 꿈꿨던 학창 시절”이라는 비비의 말은 라면 냄새와 온기로 가득한 동아리방에서 친구들과 함께 수다 떨고 싶게 만드는 이 시리즈의 매력을 가장 정확히 관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