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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디자인. 전유림

‘엔칸토: 마법의 세계’(이하 ‘엔칸토’)가 2022년 연초 빌보드 차트의 주인이 되리라 예상한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디즈니의 60번째 애니메이션은 작년 11월 24일 극장에서 개봉하고, 한 달 후 성탄 시즌에는 디즈니 플러스에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영화와 그 사운드트랙은 역사를 새로 쓰는 중이다. 디즈니 플러스 작품 중 가장 빨리 시청 시간 2억 시간을 달성하고, 극장 재개봉까지 했다. OST 앨범은 2월 19일 자 현재 ‘빌보드 200 5주간 1위를 달리고 있다. OST 중 가장 큰 반응을 얻은 트랙, ‘We Don’t Talk About Bruno’는 핫 100에서 3주간 1위를 기록 중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수록곡이 핫 100 1위에 오른 것은 1993년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A Whole New World’ 이후 처음이다. ‘A Whole New World’는 사실상 ‘알라딘’의 주제곡이고 싱글로 마케팅된 것과 달리, ‘We Don’t Talk About Bruno’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전형적인 뮤지컬 앙상블이라는 것도 특이하다. 몇 주에 걸쳐 앨범 스트리밍 1.3억 회 이상으로 유지하며, 웬만한 아티스트의 신작 앨범으로는 1위를 뺏기 힘든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도 눈에 띈다. OTT 서비스의 폭발적인 반응이 스트리밍을 반복 감상하는 집단을 만들어냈다.

 

무엇이 ‘엔칸토’를 희귀한 사례로 만들었을까? 달리 물으면, ‘엔칸토’는 무엇이 다른가? ‘엔칸토’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차별화된 인물과 이야기를 선보인다. 예고편만 보면 익숙한 이야기처럼 보인다. 마법 능력을 가진 가족이 있고, 그 안에 그렇지 못한 소녀가 있는데, 어느 날 가족은 마법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소녀가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다른 점은 영화를 봐야 알 수 있다. 능력을 물려받지 못한 소녀 미라벨은 마을을 떠나지 않는다. 뗏목을 타고 대양을 건너지도 않고, 홀로 살아남아 세상을 구하지도 않는다. 모든 문제는 가족 안에 있다. 그들이 문제를 직시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여 해결한다.
 

이 마법에 관한 영화는 온갖 비유를 걷어내고 나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을 담고 있다. 재능 있는 형제, 그렇지 못한 누군가, 또 다른 뛰어난 세대 그리고 가족의 재능을 긍지이자 자산으로 여기는 어른. 재능을 누리는 존재도 그 재능이 주는 부담과 의무에 짓눌리는 트라우마를 고백할 때, 자신의 재능이 재앙을 부른다는 오해와 자괴감에 사라진 누군가를 다시 찾을 때, 무엇보다 모든 상처의 원인이 되는 어른이 자신의 잘못을 밝히고 용서를 구할 때, 이 영화는 현실의 문제에 메시지를 주는 이야기가 된다. 할머니 알마도 남편의 희생이 불러온 기적이 가족에게 능력을 부여하고, 마을을 지키는 힘이 되는 것에 큰 책임을 느꼈을 따름이다. 하지만 그 사실이 스스로 그녀를 위해 변명하도록 하지 않는다. 그녀는 직접 사과하고 용서를 구한다.
 

OST는 어떤가? ‘엔칸토’의 음악은 뮤지컬 ‘해밀턴’으로 유명한 린마누엘 미란다가 담당했다. ‘해밀턴’은 미국 초창기 역사 이야기를 현대 힙합으로 풀어내어 성공을 거뒀다. 그는 ‘엔칸토’에서도 자신의 특기를 살려 디즈니 뮤지컬 넘버에 보다 다양한 팝 음악을 취향을 더한다. 한마디로 ‘엔칸토’는 디즈니가 이 영화에 투입한 기술만큼이나 현대적이다. 당대의 관객이 극장이 아닌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이 영화를 새롭게 발견하고 지지를 보낸 것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 영화가 유머나 스펙터클을 바탕으로 극장에서의 집단적인 경험을 의도하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TV로 보는 개인적 반영에 어울리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