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내 채원이 말하는 생각과 고민, 불안과 같은 단어들은 순식간에 연습과 성실로 치환되고는 한다. 그 차분한 열정과 단단함에서 자라난 변화의 끝에, 김채원이라는 확신이 있다.
얼마 전 연세대학교 축제 ‘아카라카’ 무대에 섰어요. 관객과 소통하는 무대라는 점에서 멤버들과 나눈 이야기가 있었어요?
김채원: 활동하면서 축제나 행사를 가본 적이 없어서 그렇게 일반 관객분들이 계신 무대를 꼭 해보고 싶었어요. 일단 에너지들이 엄청 센 거예요. 컴백 전 에너지를 받고 온 느낌이었어요. 멤버들이 멘트할 때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해서, 그런 걸 꾸라 언니랑 제가 리드해줬던 것 같아요. 이렇게 가까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대는 처음이라 저는 설레면서 떨렸거든요. 그런데 멤버들이 그냥 엄청 떨려 하더라고요. 그래서 “축제니까 즐기고 오자.”고 말했던 기억이 나요.
떨렸다지만 모두 무대에 자리 잡자마자 시작된 음악에 당황하지 않고 칼군무를 맞추는 게 놀라웠어요.
김채원: 되게 뿌듯했어요. 모니터링하면서 “뭐야, 우리 로봇 같아.” 하면서 놀랐거든요. 진짜 자다가도 출 수 있을 정도로 연습을 많이 해서, ‘FEARLESS’ 인트로가 들리면 바로 다리가 움직이는 그런 상황이 온 것 같아요.(웃음)
그 무한한 연습 과정이 데뷔 다큐멘터리 ‘The World Is My Oyster(이하 다큐멘터리)’에서 잘 드러난 듯해요.
김채원: 사실 다큐멘터리가 나오고 연락이 많이 왔어요.(웃음) 제가 새로운 회사에서 준비한다고 말했을 때는 이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던 거죠.(웃음) 연습생으로 트레이닝 받고, 기본기부터, 아예 처음부터 시작한 줄은 모르셨던 것 같아요. 거기에 대한 놀라움과 “많이 고생했구나.” 이런 메시지가 많이 왔어요. 대견하다고.
다큐멘터리에 대해 사람들의 반응이 많았잖아요. 기억에 남는 게 있어요?
김채원: 멤버마다 각자 다른 배경이 있는데, 그게 저희 팀의 특별한 장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멤버들이 하나로 모여 연습을 하고 팀이 된 스토리를 잘 보여드리고 싶었고, 거기에 대해 흥미를 가져주셔서 좋았어요. 그리고 인상 깊었던 건 꾸라 언니랑 채원이 되게 독하다고.(웃음) 잘 활동한 걸그룹이었던 사람이 처음부터 시작하기 어려웠을 텐데 대단하다고. 그때 처음 알았어요. ‘이게 진짜 잘한 거구나. 대단한 거구나.’ 칭찬을 듣고 위로를 받은 느낌이었어요. 지나고 보니 참 좋은 기회였다는 생각도 들고요. 정말 힘들었지만 꼭 있어야 됐던 시간이라고 느꼈어요.
어떤 점에서 있어야 됐던 시간이었어요?
김채원: 인생에서 두 갈래의 길이 있었는데 딱 하나의 길을 선택한 거잖아요. 처음부터 시작하겠다는 다짐으로 연습을 했는데, 데뷔 날짜도 밀리고 멤버도 확정이 안 되는 불확실한 환경 때문에 불안하고 지치고 그랬어요. 그렇지만 그 시간이 없었더라면 저는 이만큼 성장하지 못했을 거예요. 저에 대해 잘 알게 되었고, 그래서 실력적으로도, 사람으로서도 한 단계 발전한 것 같아요. 마음에서도 성장한 게 있어 좋았어요.
정말 ‘ANTIFRAGILE’이네요.
김채원: 이번 앨범 ‘ANTIFRAGILE’의 의미를 처음 들었을 때, 그냥 저 같았어요. 예전부터 사소한 거라도 어려움이나 방해가 있을 때, 더 욕심이 생기고 더 잘해야겠다는 마인드가 강해져서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나거든요. 더 이겨내려 하고. 그런 점에서 ‘ANTIFRAGILE’이 ‘나랑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앨범 속 가사에 르세라핌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꽤나 직설적이기도 해요. ‘No Celestial’ 후렴구 같은 가사를 부르는 건 어땠어요?
김채원: 가사를 받고 ‘되게 인상적이다.’(웃음)라는 생각이 들었고.(웃음) 일단 가사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마음에 들었어요. “나는 천사도 아니고 여신도 아니야. 근데 그렇지 않은 모습도 사랑해줘서 고마워.”라는 내용이 담겨 있거든요. 모든 곡이 저희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서 준비하며 진심으로 대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ANTIFRAGILE’은 가사에 어울리도록 세게 포인트를 살려서 부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고음 애드립 녹음도 열심히 했고요.(웃음) 노래 자체가 신나는 곡이라서 데뷔 곡 때보다 ‘즐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어요.
즐기기엔 ‘ANTIFRAGILE’의 난이도가 상당해 보이는데(웃음) 그렇게 힘을 보여주는 안무를 소화하는 건 괜찮았어요?
김채원: 안무가 대형의 이동도 많고 비트가 강해서 쉴 틈이 없더라고요. 그래도 연습을 계속하며 동작을 몸에 배게 하고, 그러면서 즐기려 하니 표정도 더 잘 나왔던 것 같아요. 안무 자체가 팔 근육을 보여주는 포인트가 많고, 이전 활동할 때와 춤선이나 동작들이 엄청 달라졌는데, 저는 재밌었어요. 노래가 많이 접해보지 않은 장르여서 우리가 어떻게 소화해낼까 기대되고 궁금했거든요. 이제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했어요.
윤진 씨와 함께한 ‘FIM-LOG’에서 조금은 부담 어린 목소리로 이번 앨범이 “잘돼야 하는데” 했었어요. 어떤 면에서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김채원: 물론 솔직히 말하면 성적 부분도 있고.(웃음) 사실 이번 앨범의 의미가 ‘어떤 어려움이 오더라도 더 단단해지고 강해질 거다.’인데, 그게 잘 전달되고 메시지에 집중되는 앨범이면 좋겠어요. 그래서 수록곡도 다 사랑받았으면 좋겠고요. 저희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기회이지 않을까 싶어, 그런 부분에서 잘됐으면 했어요.
채원 씨는 보여주고 싶은 게 다양하고 거기에 맞춰 자신을 성장시킨다고도 느껴지는데, ‘ANTIFRAGILE’ 활동을 앞둔 채원 씨는 어떤 목표가 생겼어요?
김채원: 생각을 해봤는데 목표를 딱 정하고 성장하고 노력을 하면, 그다음에 다른 목표가 생기잖아요. 그럼 ‘내 목표의 끝은 어딜까?’, ‘과연 끝이 날까?’ 싶었어요. 사실 끝이 안 날 것 같거든요. 계속 새로운 목표가 생길 것 같고. 제가 그런 사람인 것 같아요. 그래도 요즘은 성장, 노력 이런 것도 좋지만 그걸 각박하게 힘들게만 하지 않고, 좀 즐기면서 주변을 살피면서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생각이 든 계기가 있어요?
김채원: 사소하지만 ‘FEARLESS’ 활동 첫 무대인 ‘엠카운트다운’ 때 무조건 잘해야 된다는 압박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마음껏 즐기지 못한 게 이제 생각하면 아쉽거든요. 그런 걸 통해 좀 즐기면서, 이 시간을 느끼면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즐기는 모습이 어쩌면 ‘LENIVERSE’ 같은 콘텐츠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것 같아요. 채원 씨가 멤버들에게 편안함을 준다는 인상도 있고요.
김채원: 초반에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멤버들이 어색해하고 말도 잘 못했거든요. 그걸 편하게 할 수 있게끔 제가 먼저 말을 하거나, 좀 망가지거나 그랬던 기억이 있어요. 다 친구처럼 놀 수 있게. 저도 원래 먼저 나서서 안 하고 그냥 흐름대로 언니들 따라가는 사람이었는데.(웃음) 동생들이 많아지고 먼저 계속 하다 보니 그게 습관이 되고 달라진 것 같아요.
채원 씨가 은근 예능에서 뻔뻔한 모습도 잘 보여주잖아요. 나서지 않는 성격이었는데 예능에 맞는 이미지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아요?
김채원: 이 팀을 알리고 싶고, 홍보도 많이 하고 싶고. 그런 책임감에 계속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고 그런 욕심이 많았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욕심이 성격을 이긴 걸까요?
김채원: 네, 잘되고 싶으니까.(웃음) 그런데 저의 그런 모습을 좀 자제하고 숨겨뒀을 뿐이지, 일부러 만들어낸 건 아니거든요. 활동하고 성격도 달라지면서, 진짜 모습을 편하게 보여드리는 것 같아요. 친한 사람들이랑 있을 때 나오는 에너지가 방송에서도 잘 나오고 있어요.
그래서 ‘르세라핌 컴퍼니’에서 브이로그 찍는 ‘김인턴’의 메소드 연기도 볼 수 있었을까요?
김채원: 제가 평소에 브이로그를 많이 보는 편이긴 한데, ‘브이로그를 찍는 사람들의 심리는 뭘까?’ 생각하며(웃음) 자연스레 나온 것 같아요. 저희가 촬영 때 따로 준비하는 건 없는데 그 상황에서 멤버들의 ‘티키타카’가 잘 만들어낸 것 같아요. 서로를 잘 알고 많이 친해서 그렇게 되나 봐요. 저희 일상이고 평소 모습인데, 그걸 팬분들이 그렇게 재밌어 하실 줄 몰랐어요.
언니들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핑크퐁’ 앞에서 은채 씨와 사진 찍어주는 것도 평소 모습인 것 같던데요?
김채원: 그럴 때 은채가 진짜 어리구나 느껴져요.(웃음) 그런 걸 엄청 좋아하고 재밌어 하더라고요. 하고 싶은 게 많은 친구라서, 그런 걸 보면 다 해주고 싶어요. 은채가 처음에는 낯을 엄청 가려서 걱정됐는데, 지금은 엄청 장난꾸러기고 진짜 막내 같아요.
생각난 게 은채 씨와 나이 차가 있잖아요. 그래서인지 ‘미니홈피 도토리’를 아무도 모른다며, “혼자만 아는 게 너무 많아요.”라고 ‘르세라핌 컴퍼니’에서 하소연하기도 했는데.(웃음) 진짜 그래요?
김채원: 되게 많아요.(웃음) 은채는 저랑 여섯 살 차이고, 멤버들은 다 외국에서 왔으니까요. 그래서 공감대가 있는 멤버가 별로 없어요. 회사 직원분들이나 헤어·메이크업 선생님들이랑 얘기하다 보면, 다 저만 혼자 알고 있는 거예요. 예를 들어 추억의 K-팝 노래, 이런 것도 잘 모르더라고요. 이걸 모르냐고 충격받고….(웃음)
그럴 때 매번 멤버들에게 설명해주는 편이에요?
김채원: 사실 설명을 해봤자 다 이해가 안 될 것 같아서.(웃음) ‘그럴 수 있지’ 이러면서 다른 걸로 이어나가는 것 같아요. 아쉬움은 있는데, 멤버마다 각자 환경이 다르니까 서로 다른 얘기를 하는 게 오히려 더 신기하고 재밌어요.
서로 달라서 신기했던 건 뭐였어요?
김채원: 그 ‘쎄쎄쎄’가 나라마다 다르더라고요. 윤진이는 미국, 일본 멤버들은 일본 걸 알려주고, 저희는 한국 걸 알려주고요. 되게 글로벌한 ‘쎄쎄쎄’죠.(웃음)
그런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거니, 서로의 성장에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하겠어요.
김채원: 즈하는 촬영할 때 대본 같은 게 다 한국어니까 그런 걸 도와주려고 노력했어요. 윤진이에게는 ‘영통 팬싸’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어로 말할 수 있게 물어보거나 하면서 배우기도 하고, 또 대화가 잘 통하는 사이라 서로 의지하고요. 꾸라 언니도 데뷔 때 고생을 같이 해서인지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잘 알아요. 지금은 정말 괴롭히고 싶고 장난치고 싶은 귀여운 언니지만.(웃음) 은채는 말했듯이 장난을 서로 많이 쳐서, 같이 있으면 웃게 되고 힐링이 되는 멤버예요.
그런 다섯 명이 함께 팀으로 활동하는 건 채원 씨에 어떤 의미가 되어 가고 있어요?
김채원: 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 든든하고, 힘이 되는 게 팀인 것 같아요. 이 모든 걸 혼자 하면 부담감도 혼자 받는 거잖아요. 다 같이 힘들 때 같이 얘기할 수 있고, 의지할 수 있어요. 우리의 관계가 이렇게 돼서 참 다행이다 생각했어요. 그리고 멤버들이 다 욕심이 있어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배가되고, 서로 칭찬해주며 자신감도 생기고. 앞으로가 더 기대가 돼요.
그런 팀을 이끌어 가는 리더 역할은 어때요?
김채원: 다큐멘터리에서 처음 리더를 맡을 때 제가 어색해하고 부끄러워하더라고요.(웃음) 이젠 제가 할 일이 뭔지 확실히 알 것 같아요. 아직까진 의견이 다르거나 그런 적도 없어서, 그렇게 어려운 것도 없었고요. 자리가 이런만큼 더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이 있긴 한데,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조금의 부담감이 있어야 사람이 열심히 하게 되니까요. 뭔가 더 좋은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여러모로 채원 씨에게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시점 같아요.
김채원: 원래 혼자 집에서 엄청 시간을 갖고 쉬는 성향이었어요. 요즘은 혼자 있을 때도 좋은데, 활발하고 에너지 있게 활동할 때도 좋고, 상황마다 다른 것 같아요. 특히 바쁘게 생활을 하다 보니 쉬는 날이 많지는 않으니까, 오히려 쉬는 날이 생기면 못 만났던 친구들도 만나고 사람도 막 만나고 싶어요. 밖에 나가고 싶고. 달라진 것 같아요.
채원 씨 MBTI가 ‘ISTP’로 알고 있는데 ‘I’형은 소위 내향적이라고도 하잖아요. MBTI 과몰입 같긴 하지만(웃음) 아무래도 다시 검사해봐야 할 것 같은데요?
김채원: 그래야 할 것 같아요.(웃음) 주변에서도 뭔가 달라진 것 같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저 스스로도 느끼고요. 예전에는 남들도 당연히 저를 낯가리는 사람으로 받아들였거든요. 최근에는 인터뷰를 하거나 사람들을 만났을 때, 제가 “낯가리는 성격이라”고 하니까 다들 의외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내가 많이 달라졌나 보다 느꼈어요.
그건 ‘FEARLESS’ 이후 나타난 모습일까요?
김채원: 네, 르세라핌이 참 저를 많이 바꿔 놓은 것 같아요. 좋은 쪽으로.
지난 ‘위버스 매거진’ 인터뷰에서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때요?
김채원: 잘한다는 말도 계속 듣고 싶고.(웃음) “믿고 보는 김채원” 이렇게 해주시면 좋겠어요. 제가 어떤 걸 한다고 했을 때, 팬분들이 ‘채원이가 잘할 수 있을까?’ 이런 불안하고 걱정하는 마음이 전혀 없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다큐멘터리에서 채원 씨가 선택한 길에 대해 좋은 선택을 했다고 믿는다고, 그렇게 만들 거라고 했잖아요. 돌아보니 좋은 선택이었나요?
김채원: 너무 좋은 선택이었다. 좋은 선택으로 만들었다.(웃음) 어떤 선택을 했을 때, 그걸 내가 어떻게 만들어가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거니까. 잘 만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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