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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어지혜(스팍스에디션 스튜디오 공동대표)
사진 출처. 스팍스에디션 (by studio 8)

RM 씨의 솔로 앨범 ‘Indigo’는 2019년부터 2022년 사이에 그가 경험한 청춘의 기록이자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낸 앨범이다. 또한 깊고 따뜻한 푸른색을 의미하기도 한다. ‘MAP OF THE SOUL : 7’ 앨범 디자인을 했던 인연으로 알게 된 빅히트 뮤직 측에서 ‘Indigo’의 디자인을 의뢰하면서 전달한 ‘Indigo’의 뜻은 이 앨범을 디자인하는 데 하나의 방향을 제시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 관해 소통했던 빅히트 뮤직의 BX파트 이혜리 님은 우리의 작업물들이 컴퓨터그래픽 기반이 아니라 회화와 조형 등의 여러 매체를 넘나들며 다양한 아트워크 작업을 진행하는 방식이 RM 씨의 앨범과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우리에게 디자인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RM 씨가 지닌 미술에 대한 관심과 컴퓨터그래픽에 국한되지 않고 회화적으로 다양한 표현을 하고 있는 우리 팀과의 방향이 잘 맞을 것 같았다.

 

‘Indigo’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청춘의 모습은 하나의 선명하고 뚜렷한 이미지가 아닌 물기를 머금은 듯 번지듯이 형상을 채우거나 때론 희미하게 스며들어 흔적을 남기는 거칠고 꾸며지지 않은 모습을 띠고 있다고 생각했다. ‘Indigo’의 로고는 ‘soaked in ink’라는 의미를 담아 깔끔하게 타이핑된 서체가 아닌, 뭉치고 번진 잉크로 그린 글씨로 기록한 일기처럼 표현했다. 희미하게 흔적만 남은 형태부터 읽히지 못할 정도로 번진 표현까지 ‘Indigo’ 서체를 여러 변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작업했다. 2019년에 ‘dancing blue’라는 주제로 한 개인전을 통해 우리의 이야기를 푸른색 안료로 풀어본 적이 있어서, 우리에게도 ‘blue’가 지닌 의미가 특별했던 만큼 ‘indigo’의 푸른색에도 또 다른 이야기의 ‘blue’를 담아보려고 했다.

 

그리고 서체와 함께 시아노타입(cyanotype)이라는 기법의 아트워크를 통해 솔직하고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철의 산화 반응을 이용한 사진 인화 기법인 시아노타입은 붓질로 칠한 푸른 배경 위에 사물과 자연물이 햇빛을 통해 새겨지는 매력적인 기법으로, 특유의 푸른색은 청록과 파란색 사이의 따뜻한 ‘indigo’ 그 자체이며 햇빛이 드리우는 그림자가 오브제의 움직임과 흔적을 독특한 실루엣으로 만들어낸다.

  • ©️ Sparks Edition Studio (by studio 8)

시아노타입 기법을 통해 만들어진 푸른빛의 이미지들은 자신의 색을 찾아가는 시작점에 선 RM 씨가 그리는 앞으로의 단면들을 연상시키는 청사진 역할을 하는 동시에 그동안 쌓여온 내면의 감정과 경험의 흔적을 표현한다. RM 씨가 일기처럼 기록한 각 트랙에 담긴 감정을 하나하나의 그림으로 담아 총 37개의 아트워크를 만들었다. ‘기록’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앨범에서도 각 작품의 작업 일지(작업 일시와 오브제들의 발견된 장소 혹은 작업 공간)를 표기했다. 아트워크에서 자연스러운 붓의 질감이 정제되지 않은 청춘의 모습을 담을 수 있도록 모래, 흙먼지 같은 거친 붓질의 표현을 살려 작업했다. 또한 RM 씨는 이번 앨범이 “드라이브를 하거나, 샤워하거나, 자전거를 탈 때 등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앨범”이었으면 해서 그 의미를 문구로 전달하고 싶다고 의견을 주셨다. 그래서 음반의 커버에서 사용 가이드처럼 보여질 수 있도록 작업했다.

 

앨범의 패키지 외관을 담담하고 간결하게 디자인하면서 RM 씨의 의견대로 사용 가이드 같은 문구를 작성하여 일상 속에서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진솔하게 전달하고자 했다. RM 씨의 솔직하고 꾸밈없는 일기 같은 따뜻한 기록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여러 방향으로 고민하고 작업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RM 씨도 작업의 방식이나 표현 기법에 대해 만족해했고, 그만큼 전달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잘 표현된 것 같아 기쁜 마음이다. 디자인과 아트워크 작업에서 제한 없이 표현하며 더욱 즐겁고 뜻깊게 작업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특별한 경험이었고, 음악에 담긴 다채로운 감각들이 앨범의 푸른빛 이미지와 함께 떠오를 수 있기를 바란다. 나 역시 진하게 사랑했고 외로웠고 어설펐던 20대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이번 앨범을 함께 작업하게 되어 매 순간 감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