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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명석, 이예진
디자인. MHTL
사진 출처. KOZ 엔터테인먼트

옆집 소년들의 밤 

강명석: BOYNEXTDOOR의 데뷔를 알린 ‘[WHO!] Trailer Film’은 눈부실 만큼 햇빛이 내리쬐는 어느 주택가의 전경을 비추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곳의 집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 같은 옆집 소년들. BOYNEXTDOOR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이 소년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보다. BOYNEXTDOOR의 새 앨범 ‘WHY’의 [WHY..] Trailer Film’은 어둡고 닫힌 통로를 이동하는 여행용 캐리어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공항에서 짐을 찾는 곳에 도착한 캐리어는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여기저기 불에 타고 그을린 흔적들이 있다. BOYNEXTDOOR의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WHO!] Trailer Film’에서 옆집 소년들은 낮에는 햇살 아래 취미 활동을 하고, 밤에는 파티를 하며 고민이라곤 설렘을 느낀 상대의 마음이 무엇인지 궁금한 게 전부였다. 하지만 ‘[WHY..] Trailer Film’에서 그들은 홀로 거리에 서서 쏟아지는 물을 맞거나, 건물 난간에 기대어 외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WHO!’의 트리플 타이틀 중 한 곡이었던 ‘One and Only’ 뮤직비디오와 퍼포먼스에서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와 자신들을 알린 소년들이었다. 그런데 ‘[WHY..] Trailer Film’ 마지막에 등장하는 멤버 태산은 불에 탄 캐리어가 자신의 집 앞에 오자 무시하고 문을 닫아버린다. 태산이 문을 닫은 그때, 밤은 더 이상 파티를 위한 시간이 아니다. 마치 환상처럼 짧게 들어간 몇몇 장면을 제외하면, 소년들은 홀로 각자의 공간에서 일상을 살아간다. 

 

“나 원래 비밀 같은 거 없는데 거짓말이 늘어가”. 소년들이 변한 이유는 명백하다. ’WHY..’의 첫 곡 ‘Crying’의 가사처럼, 햇살처럼 쨍하던 소년들에게는 조금은 어두운 비밀이 생겼다. 당사자는 감춘다고 애쓰지만 비밀의 이유를 알기는 쉽다. “너 기대라고 넓혀놓은 내 어깨는 이젠 지하철 속 장애물일 뿐이야”. ‘Crying’에 이어지는 곡 ‘뭣 같아’의 가사처럼 옆집 소년들은 아마도 ‘WHO!’에서 다가서던 누군가와 헤어진 듯하다. “Forget it, I’m out”. ‘WHY..’의 발표 전 공개된 ‘[WHY..] Concept Film : DAZED and confused’ 중간에 삽입된 자막처럼, 이별은 그들에게 여러 영향을 미쳤다. 놀이공원에 와서 아이스크림을 두 개 샀지만 함께 먹을 사람은 없다. 이윽고 밤이 되자 경쾌한 록 사운드를 BGM 삼아 쓸쓸한 표정을 짓는 BOYNEXTDOOR 멤버들의 얼굴이 지나간다. ‘[WHO!] Trailer Film’에서 BOYNEXTDOOR는 함께 모여 좋아하는 사람의 심리에 대해 궁금해했다. 반면 ‘[WHY..] Concept Film : DAZED and confused’에서 그들은 말없이 땅바닥에 떨어진 종이 꽃가루를 한움큼 집어 던질 뿐이다. 이별은 같은 소년들이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도록 만든다.

 

‘WHY..’는 이별의 이유를 찾지 않는다. 1인칭 시점으로 BOYNEXTDOOR 멤버들이 이별로 인해 느끼는 갖가지 감정들을 표현하는 이 앨범은 ‘왜 헤어졌을까’가 아니라 ‘왜 (소년들이) 변했을까’를 전달하면서, 결과적으로 ‘WHO!’와는 확연히 달라진 BOYNEXTDOOR의 변화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그들은 여전히 낮도 어울리지만 밤의 쓸쓸함도 표현할 수 있게 됐고, 모이는 이유는 각자의 연애담을 말하는 것에서 각자의 외로움을 달래는 것으로 바뀌었다. ‘[WHY..] Trailer Film’에서 혼자 있는 멤버들 사이로 등장하는 단체 컷들은 그들이 함께 있어야 이별의 외로움과 슬픔을 극복할 수 있다는 암시처럼 보이기도 한다. 낮게 읊조리는 멜로디와 함께 이별의 슬픔을 노래하는 ‘Crying’, 유쾌한 레게 리듬으로 시작하지만 점층적으로 강렬한 록 사운드로 변하는 ‘뭣 같아’, 경쾌한 리듬 속에 이별 이후 달라진 자신에 대해 쓸쓸한 분위기를 담는 ‘ABCDLOVE’ 등 ‘WHY..’의 곡들은 유쾌하고 청량한 분위기가 중심이었던 ‘WHO!’와 상반된 분위기를 연출한다. 전체적으로 잘 흘러가는 리듬 속에서 이지리스닝으로도 어필할 수 있다는 점은 ‘WHO!’와 특성을 공유하지만, 이 옆집 소년들은 흰 종이에 한 점에서 퍼져나가는 잉크처럼 마음 한구석을 차지한 우울함에 대해서도 표현한다. 그리고 ‘뭣 같아’의 후렴구처럼 귀를 강하게 때리는 순간도 있다. 다시 말해 마냥 즐거워 보이기만 했던 옆집 소년들이 한발 더 다가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당신의 생각보다 더 복잡한 그래서 우리가 ‘누구’이고 ‘왜’ 그러는지 궁금해할 소년일 거라면서 말이다.

솔직함과 미숙함 사이, BOYNEXTDOOR의 청춘

이예진: BOYNEXTDOOR 미니 1집 ‘WHY..’의 프로모션 스케줄러는 영화 크레딧을 연상시킨다. 출연진은 BOYNEXTDOOR 멤버들이다. 데뷔 싱글 ‘[WHO!] Trailer Film’과 ‘돌아버리겠다’ 뮤직비디오에서 리우는 혼자서 춤을 추는 시간을 보내며 상대방을 생각하고, 이한은 여주인공과 수조 속 물고기를 사이에 두고 데이트를 하는 상상을 한다. 그런데 미니 1집 ‘WHY..’에 이르자 'WHY are you so..?'에서 실제로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인 성호는 청소를 하지 않아 너저분한 방 안 침대에 널브러져 있고, 운동화 커스텀이 취미인 태산이 망쳐버린 신발을 바닥에 신경질적으로 내던진다. ‘WHY..’는 멤버들을 실제 취미와 개성을 그대로 반영한 캐릭터로 앨범의 스토리에 등장시키고, 처음으로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지나 첫 이별을 경험하기까지 일련의 변화를 따라가며 ‘사랑과 이별’이라는 주제를 한 편의 영화처럼 보여준다. 

 

앨범의 첫 번째 파트에 해당하는 ‘WHO!’에서는 첫사랑의 설렘에서 비롯된 기분 좋은 에너지를 BOYNEXTDOOR 멤버들의 캐릭터와 팀 정체성을 소개하는 데 결합해서 보여줬다면, ‘WHY..’에서는 이들이 이별 후 느끼는 상실감과 슬픔, 분노에서 수용까지의 단계별 감정선을 그리며 정서적 공감과 몰입을 한층 깊이 이끌어낸다. 다른 이들이 “뭣도 모르면서 널 욕할까 봐서” 그저 홀로 어린아이 같이 울던 소년(‘Crying’)이 “사랑 따위 하지 말지” 그랬냐는 상대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이 뒤엉킨 요동치는 마음(‘뭣 같아')을 거쳐 “새로운 사랑을” 그려보며 진짜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ABCDLOVE’)까지, BOYNEXTDOOR가 전하는 감정은 첫사랑의 시작과 끝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좀처럼 가공되지 않은 상태다. ‘One and Only’를 제외한 BOYNEXTDOOR의 앨범 곡 작업에 모두 참여한 운학이 ‘위버스 매거진’ 인터뷰에서 ‘돌아버리겠다’의 “너 걔랑 팔짱끼더라” 같은 유치한 가사를 제가 썼어요.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었거든요. 지금 제가 만으로 열여섯 살이라 쓸 수 있는 가사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듯, 어딘가 유치하고 미숙하게 느껴지더라도 ‘BOYNEXTDOOR는 지금 이 시기의 청춘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에 집중한다.’ 사랑을 시작할 때 “돌아버”릴 것만 같고, 처음 경험하는 이별의 맛은 “뭣 같”을 때. BOYNEXTDOOR는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세상의 전부인 것만 같은 그 시기를 거치는 이들의 이야기를 영화 같은 스토리텔링으로 전달한다. ‘음악을 틀면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고, 내 일 같은 가사에 고개를 끄덕이고, 잊고 있던 감정이 깨어나며 각자의 시간을 돌이켜보게 되는 것.’ BOYNEXTDOOR가 듣는 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처럼 느끼게 만드는 방식이다.